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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FR 스포츠카는 애스턴마틴 밴티지일까? 메르세데스 AMG GT S일까?

이복형제나 다름없는 두 차가 ‘최고의 FR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두고 맞붙었다

2018.12.14

 

메르세데스 AMG GT S와 애스턴마틴 밴티지. <모터 트렌드> ‘헤드 투 헤드’ 역사상 가장 미묘한 대결이 펼쳐졌다. 우선 두 차의 DNA는 거의 같다. 둘 모두 AMG의 V8 4.0리터 바이터보 엔진과 벤츠의 전자 장비를 사용한다. 하지만 태생은 독일과 영국으로 딴판이다. AMG의 모회사인 다임러가 애스턴마틴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는 다임러가 아닌 애스턴마틴의 결정이다. 소규모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상징성을 띤 V12 모델의 엔진은 직접 개발하되 대중적인 V8 모델의 엔진은 사서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고로 DB11에는 애스턴마틴이 만든 신형 V12 5.2리터 바이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물론 섀시는 각자 개발했다. 하지만 둘 모두 엔진을 앞 차축 안쪽에 넣은 프런트 미드십이다. 변속기는 GT S가 7단 듀얼클러치, 밴티지가 8단 자동이다. 차체는 GT S가 145킬로그램 무겁지만 타이어 전체 직경은 밴티지가 한 치수 크다. 엔진도 형식(M178)은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GT S의 그것은 2019년형으로 거듭나며 최고출력을 19마력 끌어올린 최신 버전의 드라이 섬프 타입이며, 밴티지는 토크 중심으로 세팅한 웨트 섬프 타입이다. 자, 부모는 다르지만 피가 섞인 이복형제의 대결. 승자는 누구일까?

 

 

주행 품질 및 핸들링

애스턴마틴 밴티지는 새내기다. 그것도 기본 교육을 아주 잘 받은 신입생 같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신을 바짝 가다듬고 집중하고 있는 자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면 우렁찬 사운드와 함께 깨어나는 엔진을 보고 고정식 에디터는 이렇게 말했다. “발 냄새만 맡아도 으르렁거려요.” 밴티지의 엔진은 그만큼 날카롭게 반응한다. V8 터보 엔진답지 않은 중고음의 배기음도 바짝 긴장한 신인 선수와 같은 긴장감을 준다.

 

조종 감각도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매우 이해하기 쉽다. 속도에 관계없이, 코너의 크기에 관계없이 항상 같은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다. 민첩한 감각으로 일정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앞바퀴에 뒤질세라 뒷바퀴는 같은 감각과 페이스로 보조를 맞춘다. 네 바퀴가 일사불란하다. 이진우 편집장도 “두 차 모두 생각보다 컨트롤하기 쉬웠지만 막상 뒤가 흘렀을 때는 밴티지가 훨씬 쉽다”고 말했다. “밴티지가 훨씬 더 예측하기 쉬운 주행라인을 지녔어요. 조금 더 과감하게 던져도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줘요.”

 

 

밴티지가 이처럼 우수하고 이해하기 쉬운 조종 성능을 갖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프런트 미드십 구성으로 이룬 50:50의 앞뒤 무게배분이 조화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GT S도 마찬가지다. 밴티지가 GT S보다 이해가 더 쉬운 이유는 따로 있다. 밴티지의 시트는 앞뒤 차축 정가운데에 더 가깝게 있다. 정석에 가까운 레이아웃인 것이다. 덕분에 앞바퀴와 뒷바퀴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쉽고, 승차감도 더 좋게 느껴진다.

 

내가 밴티지를 ‘새내기’라고 부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기본기가 아주 좋고 완성도도 높은 차지만, 조금 더 숙성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특히 ESC나 ABS는 좀 더 섬세해져야 한다. 개입 타이밍에 여유가 있는 건 좋지만 과정이 조금 거칠 때가 있다. 자세제어와 관련된 장비는 제 존재를 감출수록 좋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밴티지, 그리고 애스턴마틴 고유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애스턴마틴은 여유로운 것 같다가도 고속 영역에 들어가면 잔뜩 조여지는 고성능 GT의 대표 주자다. 엔진이나 서스펜션에서 느껴지는 매끈하되 묵직한 질감이 일품이다. 쇳덩어리가 윤활유 안에서 슥슥 비벼지는 그런 존재감이 있다. AMG에서 가져온 엔진이 그런 느낌을 내긴 하지만 섀시에선 아직 그런 개성이 묻어나질 않는다. 이런 내 불만에 류민 에디터가 정답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애스턴마틴은 끊임없이 개선 모델을 제시해요. 그러니까 에디션 모델이 많잖아요. 조만간 다시 그런 맛이 풍부해질 거예요.”

 

 

반면 GT S는 맛과 색이 진하다. 이진우 편집장은 이에 거부감을 표현했다. “GT S를 매일 탄다면 지칠 거 같아요. 엔진이 예민하고 노즈가 길어 늘 긴장해야 하거든요.” 이처럼 GT S는 도도하기도 하고 자기 색깔이 분명하기도 하다. ‘노즈가 길다’는 표현은 운전자가 뒷바퀴에 가깝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측을 해보니 GT S의 운전석은 밴티지보다 뒷바퀴 쪽으로 약 25센티미터 더 가까웠다. GT S의 휠베이스가 짧은 것을 감안해도 최소 20센티미터는 뒤로 밀려 있는 셈이다.

 

이런 설계가 만드는 효과는 극명하다. 박호준 에디터가 “앞바퀴의 접지감을 느끼기 어려워 언더스티어 발생 시점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 것도, 고정식 에디터가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무서워진다”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설계 때문이다. 김선관 에디터가 “12마력밖에 더 높지 않은 GT S가 마치 50마력은 더 강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앞바퀴가 멀어서 느끼기 어렵고, 감각이 희미하니 다루기가 까다로우며 뒷바퀴가 가까우니 엔진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운전 경험이 많은 이진우 편집장은 두 가지 상반된 표현을 했다. “고속 안정성은 AMG가 확실히 뛰어나요. GT S는 트랙 주행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고성능 스포츠카 같아요. 하지만 바깥쪽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내 몸이 내던져지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죠.” 고속 안정성과 과격한 감각의 오버스티어. 그렇다. GT S는 입력을 정확하게 하면 할수록 엄청난 접지력과 응답성으로 보답하는 매우 수준 높은 스포츠카다. 코너를 대충 파고들면 처음에는 언더스티어가 나는 듯하지만 앞바퀴에 하중을 충분히 실으면 제 실력을 드러내며 굉장히 예리해진다. 그리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동시에 충분히 밟으면 엉덩이 바로 뒤에 있는 뒷바퀴가 노면을 무지막지하게 걷어차며 탈출 속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즉, 하중을 앞뒤로 잘 이동시킬 줄 아는 운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통쾌하고 감동적인 스포츠카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GT S는 출중한 기본기를 조금은 감추는 듯, 그러나 자신을 알아보는 수준의 드라이버에게는 환희를 선사하는 수준 높은 차다. 밴티지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한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가속 성능 테스트는 GT S가 이겼다. 밴티지를 이긴 것뿐만 아니라 론치 컨트롤을 썼을 땐 브랜드의 공식 제원도 이겼다. 마력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밴티지가 100킬로그램 이상 가볍고 토크도 강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AMG가 밴티지에게 엔진은 줬지만 변속기는 주지 않았던 것에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결과였다. GT S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를 4.04초 만에, 밴티지는 4.64초 만에 도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일정하게 GT S가 빨랐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하는 GT S는 론치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을 때, 출발이 더딘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고유 단점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속 10킬로미터를 단 0.5초 만에 도달하는 엄청난 가속 성능을 보인 것. 이는 뒷바퀴의 접지력 차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무겁고, 앞뒤 무게배분(47:53)이 조금이나마 뒤쪽으로 몰려 있는 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 정도 출력을 가진 모델에게는 이 정도 무게 차이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더 무서운 것은 GT S가 레이스 스타트, 즉 론치 컨트롤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다. 시속 10킬로미터 도달을 <모터 트렌드>가 지금껏 진행한 ‘헤드 투 헤드’의 역대 최단 기록인 0.35초를 찍은 뒤, 단 1초 만에 시속 30킬로미터를 돌파하는 엄청난 스타트를 보였다. 시속 100킬로미터 도달 기록은 3.62초. 610마력 엔진을 얹은 네바퀴굴림 미드십 모델인 아우디 R8과 비슷한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폭발력은 감각기관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이에 비해 밴티지는 가속 감각조차 단정하고 안정적이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직선 가속을 해치웠다. 조금 더 접지력을 활용하며 토크를 노면에 퍼부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여유가 느껴졌다. 참고로 밴티지는 2단을 넣을 때 종종 휠스핀을 일으켰다. 앞서 말했듯, 주행안정장치의 정교한 세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제동 테스트 역시 AMG GT S가 미묘하게 앞섰다. GT S가 시속 80킬로미터에서 정지하는 데까지 필요한 거리는 단 23미터. 밴티지의 제동 성능 역시 훌륭했지만, GT S보단 1.3미터가 더 필요했다. GT S는 최대 정지 마찰력까지 끌어내는 ABS의 정교한 캘리브레이션과 차가운 상태에서도 우수한 제동력을 보이는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의 실용성이 돋보였다.

 

밴티지의 ABS는 안전 여유가 컸다. 접지력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스틸이라 온도의 영향을 더 받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두 모델 모두 대단히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 제동 안정감에서는 앞뒤 밸런스가 좋은 밴티지가 더 인상적이었다. GT S는 약간 무른 앞 서스펜션 때문에 노즈 다이브 현상을 약간 일으킨 다음에 자세를 잡는 특성을 보였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운전석과 실내 공간

GT S의 실내는 영락없는 벤츠다. 운전대에는 큼직한 세 꼭지별 로고가 박혔고,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크롬을 두른 둥근 송풍구가 네 개나 붙었다. 그 위로 터치가 되지 않는 스크린이 꽂혀 있다. “AMG GT S는 비싼 차를 타는 기분이 물씬 나. 여기저기 크롬을 휘감은 것도 모자라 센터터널 주변을 탄소섬유로 장식했는데 화려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야.”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AMG GT S의 실내를 칭찬했다. “역시 벤츠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실내가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요.” 김선관 에디터 역시 그의 말을 거들었다. “운전대를 알칸타라로 감싸서 땀이 많이 나는 저 같은 사람이 쥐어도 미끄러질 일이 없겠어요.” 고정식 에디터는 AMG GT S의 운전대를 흐뭇해했다. “벤츠가 고급스럽긴 하지만 반짝이는 소재를 너무 많이 사용한 게 아닌가 싶어. 그래서 눈이 좀 아파.” 이진우 편집장이 이렇게 말하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곧바로 반박했다. “밴티지 실내 좀 보라고! 스위치는 복잡하고 인테리어 소재는 조잡해. 문을 열고 실내에 앉는 순간 이미 승부는 끝났어.”

 

 

그의 말처럼 밴티지의 실내는 AMG GT S에 비해 소박해 보인다. 주변에 살짝 크롬을 덧대긴 했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송풍구와 그 위로 우뚝 솟은 스크린(이것도 터치는 되지 않는다)이 그리 고급스럽지 않다. 스크린 속 화면도 벤츠가 좀 더 세련됐다. “운전대가 원도, 타원도, 사각형도 아니에요. 그리고 운전대에 달린 레버는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벤츠에서 가져왔네요. 하지만 그래픽과 색감, 서체 등을 바꿨어요. 똑같아 보이는 게 싫었던 건 이해하지만 결과물이 그리 좋지는 않네요.” 고정식 에디터가 밴티지 실내에서 눈을 흘겼다. 밴티지 곳곳에선 벤츠의 흔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하는 노브는 물론 인포테인먼트의 구성까지 AMG GT S와 같다. “그냥 갖다 쓰지 괜히 바꿔서 더 이상해졌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밴티지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하지만 이 선바이저 거울은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외치며 밴티지의 선바이저를 내려 거울을 보여주며 말했다. “가죽으로 고급스럽게 휘감은 것도 모자라 쉽게 열고 닫으라고 볼륨까지 넣었잖아요. 따로 손잡이를 다는 대신에요.” “하지만 조명이 들어오지 않잖아. 크기도 작고. 예쁘긴 하지만 기능적이진 못해.” 자칭 타칭 ‘공대 오빠’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역시나 디자인보다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가비 모양처럼 다듬은 도어 열림 레버도 정말 예뻐요.” 내가 이렇게 외치자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또 다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레버가 너무 작아. 손이 큰 사람들은 쥐기가 불편할 거야.” 내가 밴티지에서 소소하고 예쁜 디자인 요소를 찾는 동안 나머지 기자들은 모두 AMG GT S로 몰려갔다. “도어 안쪽 손잡이를 가죽으로 만든 것도 정말 근사해요!” 난 큰 목소리로 외쳤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잠시 후 시무룩해 있는 나에게 김선관 에디터가 다가와 말했다. “선배, 그래도 도어 안쪽 수납공간은 밴티지가 조금 크고 깊어요. 센터콘솔도 좀 더 크고요.”

 

 

솔직히 두 차 모두 수납공간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센터콘솔에는 장지갑을 넣기가 버겁고(그래도 두 차 모두 센터콘솔 안에 USB 포트가 두 개 있다), 밴티지는 조수석에 글러브 박스도 없다. 굳이 실내에서 수납공간을 따지자면 AMG GT S가 한 수 위다. 도어 안쪽에 있는 수납공간은 접이식 우산 하나 겨우 들어갈 만큼 비좁지만 조수석 왼쪽 레그룸에 간단한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그물이 있다. 특히 컵홀더는 AMG GT S의 완벽한 승리다. 밴티지는 아래만 오목하게 파서 뚱뚱한 캔을 꽂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쏟아지기 일쑤다.

 

그래도 트렁크 공간은 밴티지의 손을 들고 싶다. 둘 다 실내와 트렁크 공간이 뚫려 있는데 AMG GT S는 뒷자리에 실은 짐이 앞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네트를 따로 마련한 것에 비해 밴티지는 올리고 젖힐 수 있는 근사한 칸막이를 달았다. 책을 잔뜩 담은 백팩 두 개가 겨우 실릴까 말까 한 크기지만 그래도 밴티지의 트렁크 공간이 조금 넉넉하다. “아, 타고 내리기는 밴티지가 더 편해요. 밴티지에 탈 때 ‘으샤’ 하고 타야 한다면 AMG GT S를 탈 땐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박호준 에디터가 이렇게 말했지만 이미 밴티지 주변엔 나밖에 남지 않았다.
서인수

 

 

연비

“이 두 대의 연비를 측정한다고? 그게 의미가 있을까? 스포츠카라면 빠르고 잘 달리는 게 ‘장땡’ 아니야? 게다가 두 차 연비 차이는 의미가 있는 수준도 아닌 것 같아.”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연비에는 관심 없다는 듯 운전석에 앉아 시승을 준비했다. ‘헤드 투 헤드’에 오랜만에 돌아온 고정식 에디터도 한마디 거들었다. “스포츠카라서 연비를 따져볼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다른 테스터들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차는 모두 메르세데스 AMG의 V8 4.0리터 바이터보 엔진을 얹었다. 엔진의 코드네임은 M178이며 기존의 V8 5.5리터 바이터보 엔진을 대체한다. 그런데 두 차의 엔진은 출력과 토크 등에 조금 차이가 있다. GT S는 최고출력 529마력과 최대토크 68.2kg·m를, 밴티지는 최고출력 510마력과 최대토크 69.8kg·m를 발휘한다. 출력은 GT S가 높지만 토크는 밴티지가 높다. 차체 무게는 GT S가 145킬로그램 더 무겁다. “제원표만 봐도 밴티지의 연비가 더 좋다는 걸 알 수 있어. 당연하잖아. 같은 엔진에 무게가 더 많이 나가니까.” 서인수 에디터가 말했다. GT S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 공인연비는 리터당 6.8, 9.4, 7.7킬로미터며, 밴티지는 리터당 7.0, 12.1, 9.5킬로미터다. 시내 연비는 비슷하지만 고속도로 연비는 차이가 크다.

 

밴티지의 엔진은 매끄럽게 회전한다. GT S보다 파열음도 적고 톤도 더 높다. 하지만 아직 애스턴마틴다운 개성은 부족하다.

 

“공인 연비가 반토막 났네요.” 전우빈 어시스턴트 에디터가 두 차의 계기반을 보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우리는 약 40킬로미터의 거리를 시내 20퍼센트, 고속도로 80퍼센트의 비율로 달렸다. 밴티지의 실연비는 리터당 6.3킬로미터, GT S는 4.2킬로미터였다. 두 차 모두 실연비가 생각보다 낮은 편이긴 했지만 여전히 밴티지가 우위를 보였다.

 

“엔진 세팅이랑 무게 말고 다른 차이는 없을까요?” 고정식 에디터의 질문에 모든 에디터는 언제나 그랬듯 일제히 설명요정 류민 에디터를 쳐다봤다. “차이가 나는 건 출력이나 세팅값만이 아니에요. 윤활 방식도 차이가 있어요. GT S는 드라이 섬프 방식이에요. 무게 중심이 낮지만 시스템이 복잡하죠. 반면 애스턴마틴은 웨트 섬프 방식이에요. 여기서 재미있는 건, AMG는 이 엔진의 웨트 섬프 버전도 가지고 있어요. C 63 S에 들어가는 M177이죠.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애스턴마틴이 M178을 웨트 섬프로 개조했다네요? 아마 무게 중심을 위해 오일팬을 더 얇게 빚은 듯해요. 두 방식은 효율에도 영향을 미쳐요. 이것저것 따져보면 아무래도 드라이 섬프가 불리하죠.” 다들 류민 에디터가 랩처럼 쏟아낸 설명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GT S의 엔진은 드라이 섬프 방식이다.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지만 기계적으로 복잡하고 유지관리가 까다롭다.

 

시승을 마치고 온 박호준 에디터가 이야기했다. “변속기 영향도 있을 거 같은데요. GT S는 7단 듀얼클러치고 밴티지는 8단 자동변속기예요. 그래서 밴티지는 엔진 회전수가 낮아요.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밴티지는 1450rpm인 반면 GT S는 1800rpm이나 되던걸요?” 그렇다. 밴티지의 변속기 덕분에 고속도로 연비가 더 뛰어나다. 어쨌든 이번 연비 대결은 밴티지의 승리다. 밴티지의 라임색 보디 컬러가 혹시 친환경을 뜻하는 건 아닐까?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굴러다니는 집 수준인 차를 두고 비용 이야기를 한다는 게 민망하다. 하지만 “있는 사람이 더하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꼼꼼하게 비교해보기로 했다. 미리 귀띔하자면, 두 차는 예상외로 구매와 소유 비용 분야에서 꽤 치열하게 싸웠다.

 

“애스턴마틴은 서비스센터가 하나밖에 없잖아. 엔진 오일 한 번 교체하려고 매번 서초동까지 가야 한다고!” 귀찮은 걸 질색하는 서인수 에디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GT S는 전국 9곳에 있는 AMG 전용 서비스센터뿐만 아니라 벤츠 서비스센터도 이용할 수 있어”라고 김선관 기자가 거들었다. “그렇지. 이런 차를 타는 사람에겐 시간이 돈보다 귀하다고.”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쐐기를 박았다. 맞다. 하지만 확인 결과 기본적인 정비를 위한 대기시간은 평균 이틀로 큰 차이가 없었다(11월 중순 기준). 내가 “밴티지를 타는 사람은 세컨드카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소심하게 밴티지 편을 들었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보험료와 소모품 비용에서도 밴티지는 열세를 면하지 못했다. 보험료는 약 10퍼센트, 소모품은 2배 가까이 밴티지가 더 비싸다. 지난 5월호에서 아우디 R8과 맥라렌 570S를 비교했을 땐 R8의 보험료가 100만원 이상 비쌌던 것과 비교하면 밴티지와 AMG GT S의 차이는 적은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보험료는 만 30세 이상 기준으로 산출했는데 만 26세 이상은 2배, 만 21세 이상은 3배 이상 가격이 뛴다. 자기차량손해 때문이다. 그러니 스포츠카를 타고 싶어 피가 끓더라도 서른 번째 생일까지 기다리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다. 소모품 비용 차이는 브레이크 패드 가격이 갈랐다.

 

두 차 모두 형태는 단순하다. 대신 밴티지는 복잡한 디테일로 과격한 느낌을 냈고, GT S는 극단적인 비율로 존재감을 살렸다.

 

이대로 AMG GT S가 낙승을 거두나 싶던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AMG GT S(2019년형)는 예약만 받고 있을 뿐 구체적인 출고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AMG 딜러에게 출고 시기를 문의했지만 내년 2~3월쯤 가능할 것이라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에 비해 밴티지는 구매를 결정하면 일주일 내로 출고가 가능하다. 단, 운전자 취향에 맞게 주문 제작할 경우 최대 6개월이 소요된다. 밴티지가 유리한 점은 하나 더 있다. 애스턴마틴은 농협 캐피탈을 이용하는데 이율이 2.5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AMG 자체 금융 프로그램의 이율은 약 6퍼센트다. 3.5퍼센트 차이지만 할부 원금 액수가 높은 탓에 금액으로 따지면 700만원이 넘는다.

 

줄곧 다른 점만 이야기했는데 비슷한 구석도 있다. 프로모션과 보증기간이다.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차들답게 이렇다 할 프로모션이 없다. 물론 AMG GT S가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AMG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으면 애스턴마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보증기간은 AMG GT S가 3년/10만 킬로미터, 밴티지가 3년/무제한이다. 두 차 모두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보증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종합해보면, 여러 부분에서 밴티지가 열세인 것은 맞다. 하지만 2000만원 비싼 GT S의 신차 가격을 고려하면 무승부라 보는 게 타당하다.
박호준

 

두 차는 엔진뿐만 아니라 전장도 공유한다. 하지만 밴티지는 디지털 계기반을, GT S는 기계식 계기반을 사용한다.

 

최종 결론

짐작대로 두 차의 지향점은 같았다. 뒷바퀴굴림 방식의 정통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성격은 사뭇 달랐다. GT S는 과장된 몸짓과 사운드, 그리고 엄청난 가속과 높은 횡가속 한계로 운전자를 자극했다. 반면 밴티지는 순수한 반응으로 조종의 묘미와 스릴을 선사했다. 그들이 주는 즐거움에 우위는 없었다. 그저 운전자가 스포츠카에서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의 문제였다.

 

AMG가 짜릿하리라는 건 예상했던 결과다. 그러나 애스턴마틴이 이 정도로 저력을 가진 브랜드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AMG에서 가져온 부품들로 AMG의 아이콘인 GT S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으니 말이다. 애스턴마틴은 아마 밴티지를 개발하며 GT S를 가장 경계했을 것이다. 자신들의 철학을 충분히 녹여내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이번 ‘헤드 투 헤드’의 승자는 GT S다. 승부는 단 한 표로 갈렸다. 하지만 우린 이 승부가 여기서 끝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밴티지는 이제 막 세상 빛을 본 신생아나 다름없다. 아직 애스턴마틴 고유의 색깔이 스며들지 않았다. 애스턴마틴은 지금껏 개선판을 선보이며 완성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식을 택해왔다. 밴티지도 한두 번의 개선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린 이 두 차를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으기로 했다. GT S가 부분변경 모델로, 밴티지가 개선판으로 거듭난 후의 대결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리벤지 매치’를 생각한 적도, 다음 대결이 더 기대된 적도 ‘헤드 투 헤드’를 진행한 이후 모두 처음이다.
류민

 

MERCEDES-AMG GT S

나윤석

밴티지는 아직 깨끗한 도화지 같다. 매끈한 면과 선이 주도하는 외모처럼 주행 특성도 이해가 쉬웠다. 하지만 아직 여지가 느껴졌고 그만큼 개성도 부족했다. 반면 GT S는 존재감, 고급스러움, 달리는 맛 등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류민

스포츠카는 섀시와 파워트레인의 조화가 중요하다. GT S는 엔진에 맞춰 차체를 개발한 것처럼 콘셉트가 확실하다. 반면 밴티지는 약간 설득력이 약한 구석이 있다. 섀시를 조금 더 조이든가, 엔진을 과격하게 풀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고정식

가벼운 잽도 연타라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건 묵직한 훅 한 방이다. AMG GT S는 그 한 방을 제대로 던질 줄 아는 아웃복서다.

 

김선관

제품의 짜임새나 유지, 서비스, 그리고 이 차를 정복하고 싶다는 굳은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GT S를 택했다. 2억원이나 넘는 돈을 주고 사는 건데 운전의 재미만으로 밴티지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ASTON MARTIN VANTAGE

이진우

이 비싼 차(GT S)를 사고 매일 탈 수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밴티지는 매일 탈 수 있을 정도로 편하고 컨트롤도 쉽다.

 

서인수

GT S는 유머는 1도 모르는, 원칙을 고수하는 ‘엄친아’ 같다. 난 조금 헐렁하고 부족해도 내가 리드할 수 있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차가 좋다.

 

박호준

‘황제주행’을 즐길 수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AMG GT의 손을 들어주겠다. 하지만 나의 미천한 운전 실력으로 일반도로에서 ‘적당히(혹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즐기기엔 밴티지로도 충분하다. 디자인도 단단한 조약돌같이 둥글면서도 강렬한 뒤태를 지닌 밴티지가 더 마음에 든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메르세데스 AMG GT S, 애스턴마틴 밴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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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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