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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아테온으로 창대한 미래를 선포했다

시작은 이단아였다. 하지만 이젠 기함이다. 인생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폭스바겐 아테온이다

2019.01.14

 

변증법은 발전의 공식이다. 현재의 주류인 ‘정’,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반’, 그리고 이 둘의 경쟁 혹은 토론을 통해 탄생하는 새로운 대답인 ‘합’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도전적이고 치열할수록 도출되는 해답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서 변증법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테온은 한 브랜드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이정표 같은 사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표적 사례이고, 그 가운데 변증법적 발전 과정이 들어 있다.

 

 

‘기함이라기엔 다소 작은 거 아냐?’ 많은 사람이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대형 세단 페이톤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페이톤의 실패와 디젤게이트 여파 때문에 너무 위축된 건 아니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그리고 아테온은 그렇게 만만하고 단순하지 않다. 페이톤이 실패한 이유는 접근법이 다소 단순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기업인 폭스바겐은 가진 기술을 모두 투입하면 실패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품은 대단히 우수했지만 브랜드 이미지와 모델의 신선함이 부족했다. 프리미엄 시장은 상당히 폐쇄적이면서도 다분히 감성적이다. 물론 페이톤의 플랫폼 덕분에 벤틀리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가 태어났다는 기술적 성취가 있었고, 한국과 중국처럼 고정관념이 강하지 않은 신흥 시장에서는 나름 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는 분명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새 기함 아테온이 취한 태도는 다분히 복합적이다.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감성적 접근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하고, 기술적인 면을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폭스바겐 코리아는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본격적 도전을 뜻하는 프로그램을 더했다. 전방위적이고 복합적인 접근법을 선택하는 모양새가 이전보다는 치밀하다는 뜻이다. 대포만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는 페이톤의 교훈이 잘 녹아들었다.

 

아테온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디자인일 것이다. 아테온은 이른바 쿠페형 세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쿠페형 세단들과는 디자인의 수준이 질적, 양적인 면에서 모두 차이를 보인다. 2015년 제네바 모터쇼에 출시된 아테온 콘셉트카는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시판용 제품은 여기서 아주 최소한의 변경만을 거쳤다. 지금까지의 쿠페형 세단들은 3박스의 긴 차체와 4개의 도어를 유지하며 쿠페 실루엣을 담았다.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다. 4도어 세단에 걸맞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다 보면 루프라인을 비롯한 실루엣이 긴장감을 잃어버리기 일쑤거나 쿠페의 보디라인을 지키다 보면 실내, 특히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을 희생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기 쉬웠다.

 

문제 해결 아테온은 대형 테일게이트로 스타일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실용성까지 챙겼다.

 

하지만 아테온은 어느 하나도 희생하지 않았다. 시작은 폭스바겐 역사상 가장 큰 보닛이다. 아테온의 보닛은 단순한 엔진룸 덮개가 아니다. 낮게 웅크린 듯한 공격적인 앞 얼굴과 옆으로 떡 벌어진 휠 하우스를 하나로 연결하는 지붕, 즉 파워 돔의 형태를 택한 것이다. 덕분에 아테온의 앞모습은 지금까지의 세단 또는 쿠페형 세단 가운데 가장 스포티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나로 이어지는 LED 헤드램프는 마치 투구 속에서 적을 응시하는 전사의 눈매처럼 날카롭다. 폭스바겐답지 않은 공격성이다.

 

긴 보닛 뒤에서 루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아테온의 실루엣은 쿠페 또는 패스트백의 ‘일필휘지’ 라인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사실 이 경우 지금까지 피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뒷좌석 헤드룸을 의식해 지붕의 하강 곡면을 느슨하게 했다간 트렁크 뒷모서리가 우스꽝스럽게 들려 올라가는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또한 루프라인을 최대한 매끄럽게 끌고 가면서 뒷유리를 길게 만들다가 트렁크가 열리는 면적이 너무 작아 실용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었다.

 

 

아테온은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하나는 루프라인을 끝까지 끌고 가더라도 디자인이나 실용성에 희생이 전혀 없는 대형 테일게이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는 근본적인 해결책, 즉 차체를 더 길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차체만 길게 만들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휠베이스도 함께 늘렸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함으로서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 아테온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기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MQB 플랫폼의 기함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그룹은 자동차 산업에 모듈형 플랫폼이라는 혁명을 가져온 회사, 그 가운데에서 MQB는 폭스바겐 브랜드가 책임을 지고 개발한 플랫폼이다. 그리고 아테온은 MQB 플랫폼을 사용하는 폭스바겐 그룹의 수많은 모델 가운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모델이다.

 

 

엔진을 가로로 얹는, 앞바퀴굴림 기반의 플랫폼 MQB는 앞 차축 중심선부터 격벽까지 거리, 즉 파워트레인과 차체의 일체화 지점까지의 거리만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의 치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폴로부터 아테온까지 커버하는 유연성의 비결이다. 따라서 가장 큰 아테온은 MQB 플랫폼과 폭스바겐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MQB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나 프런트 어시스트 등 준자율주행 및 능동형 안전장비들도 모듈화해 탑재하며, 그 정점에 바로 아테온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국내에선 아테온을 타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작년에 독일에서 아테온을 시승했다. 그것도 차체와 섀시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고성능 모델을 경험했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250킬로미터를 낼 때나 트랙에서 한계를 넘나들 때도 아테온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칼날처럼 예리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자신의 템포를 잃지 않는 지긋함이 든든했다.

 

 

아테온의 주행 질감과 조종 성능은 기함급에 걸맞은 차별점을 갖는다. MQB 기반의 다른 모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큰 요인은 긴 휠베이스에서 비롯된 주행 안정성이다. 물론 초고장력 강판과 핫스탬핑 적용 범위 확대로 끌어올린 높은 차체 강성도 한몫한다. 아테온의 차체 강성은 동급 경쟁자보다 약 10퍼센트 높다. 그리고 거의 무한대로 댐핑압을 바꿀 수 있는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DCC)은 승차감과 조종 성능을 더욱 조화롭게 엮는다.

 

아울러 아테온은 차체가 부담되지 않게 돕는 민첩한 조향 응답성을 위해 골프 GTI에 사용됐던 프로그레시브 스티어링을 도입했다. 기함에 어울리는 크기와 차체 강성에 전자 장비를 추가해 완성한 조종 감각이라는 뜻이다.

 

최첨단 기함 아테온은 트래픽 어시스트나 프런트 어시스트 등 준자율주행 및 능동형 안전장비로 무장하고 있다.

 

다시 휠베이스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테온은 가장 가까운 형제인 파사트 GT에 비해 휠베이스가 약 5센티미터 길다. 차체 길이는 거의 10센티미터가 길다. 여유 있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은 940밀리미터나 되는 넉넉한 뒷좌석 헤드룸을 제공한다. 그리고 긴 휠베이스는 넉넉한 뒷좌석 다리 공간으로 이어진다. 뒷좌석 레그룸이 동급 최고 수준인 1016밀리미터다. 아울러 아테온은 보기만 좋은 쿠페형 세단이 아니다. 실제로도 여유로운 어퍼 클래스 프리미엄 세단이다. 짐 공간 크기도 넓다. 평상시엔 563리터이며, 뒤 시트를 접으면 1557리터로 늘어난다. 

 

 

앞서 변증법 이야기를 꺼냈다.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본질인 엔지니어링을 바탕으로 실용성을 추구하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2005년쯤 폭스바겐 내부 행사에서 공개된 모델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모델의 코드네임은 ‘CC’로, 파사트를 기반으로 하는 폭스바겐 최초의 쿠페형 세단이었다. 콤팩트 스포츠 쿠페 ‘시로코’, 하드톱 컨버터블 ‘이오스’, 그리고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 ‘티구안’ 등의 시제품들이 연달아 발표됐던 시기였다.

 

새로운 모델들은 폭스바겐의 전통적 가치, 즉 ‘정’에 도전했던 ‘반’이었다. 이오스나 시로코처럼 짧은 생을 마친 미완의 도전자가 있었고 티구안처럼 대표 모델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CC는 ‘폭스바겐답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영진의 반대에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이름을 ‘파사트 CC’로 타협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남았다. 4인승으로 출시됐던 파사트 CC, 즉 CC는 브랜드 최초로 차선이탈 방지 기능을 제공했고 런플랫 타이어에 대항하는 펑크 자동수리 타이어를 최초로 도입한 모델이었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선구자였던 셈이다.

 

 

아테온은 이런 배경을 가진 CC의 뒤를 잇는다. 기존 폭스바겐의 실용성과 새로운 도전자 CC가 던졌던 감성이 어우러져 새로운 답, 즉 ‘합’으로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아테온은 기함 자리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아테온은 참신한 도전에 나선다. 바로 ‘트리플 트러스트’ 프로그램이다. 5년·15만 킬로미터 무상 보증 서비스, 사고로 인한 판금 도색에 최대 150만원 지원, 전면 유리와 사이드미러, 타이어 등 파손 빈도 높은 부품에 최대 200만원을 보상하는 ‘보디 & 파츠 프로텍션’을 제공한다. 제품만으로는 프리미엄 시장의 높은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듯하다.

 

 

이제 남은 것은 파워트레인의 확장이다. 아테온은 파사트 GT와 동일한 190마력 2.0리터 TDI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만 기어가 하나 더 많은 7단 듀얼클러치다(사실 파사트 GT도 유럽에선 7단을 사용한다). 따라서 아테온은 기함에 걸맞은 파워트레인으로 차별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출력에서도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디젤 게이트의 장본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포할 수 있는 새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절실하다. 가솔린 엔진은 필수이며 그 이상의 친환경 아이콘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을 착실하게 실행한다면 아테온의 미래는 창대할 것이다.글_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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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조선진(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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