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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0와 팰리세이드, 제네시스와 현대의 갈림길인가?

팰리세이드가 제네시스 로고를 붙였다면 어땠을까?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는 절대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2019.01.15

 

미국 <모터 트렌드>가 ‘2019 올해의 차’로 제네시스 G70를 선정했다. <모터 트렌드>는 해당 기사를 대략 이렇게 시작했다. ‘1985년 한국에서 온 새내기 자동차회사가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단돈 4995달러짜리 해치백을 팔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그 브랜드의 이름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엑셀이라는 그 해치백의 성능도 잘 몰랐다. 시계를 현재로 되돌리자. 바로 그 현대가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모자라 BMW 3시리즈의 라이벌을 만들고자 무수히 시도했던 일본 럭셔리 브랜드보다 더 나은 차를 만들었다.’

 

그들은 인상적이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를 넘진 못했던 G90(EQ900)와 꽤 괜찮기는 했지만 독일과 일본의 엔지니어를 떨게 할 수준은 되지 못했던 G80를 ‘니들 무버(needle mover)’, 그러니까 게임 체인저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G70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3시리즈가 독주하던 콤팩트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G70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뭘까? 그건 ‘최고 수준의 제품’이다. 브랜드 이미지나 헤리티지가 빈약한 신흥 럭셔리 브랜드가 소비자의 관심을 빼앗아올 방법은 이것뿐이다.

 

G70는 메르세데스 AMG C 43을 제외하고는 BMW나 아우디, 렉서스, 인피니티 모두 대안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 3.3리터 터보 엔진과 최고의 마무리가 압권인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그리고 품질이라는 강점을 무기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만약 제네시스가 G70 수준으로 우수한 SUV 모델을 추가한다면 세계 럭셔리 승용차 시장의 주류를 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모델이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다. 지난해 말 LA 모터쇼를 통해 미국에도 공개된 팰리세이드는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 열린 G90 발표회를 뒤로하고 현대차 중역이 모두 LA로 향했을 정도로 팰리세이드는 현대차에게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그동안 취약했던 현대 브랜드의 SUV 라인업을 견고히 하고, 지금까지 비워놓았던 대형 SUV 시장으로 진입하는 첫 모델이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은 모델이다. 미국 대형 SUV 시장이 호황이므로 현대차의 판매량 증가는 확실해 보인다. 모델 자체로도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대형 SUV는 미니밴 시장을 빠르게 흡수한다는 점에서 7~8인승 대형 SUV의 가능성은 한층 높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열흘  만에 2만 명이 넘는 예약자가 몰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데 시승을 통해 느낀 팰리세이드는 잘 기획된 제품이기는 하지만 질감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대형차라고 해서 고급차일 필요는 없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있으니 팰리세이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생각이다. 이제는 주류 브랜드들도 니어 럭셔리 모델을 출시하고 있으며, 팰리세이드 같은 기함급 모델은 이제 니어 럭셔리 모델이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준자율주행 혹은 능동 안전장비와 커넥티드 서비스는 대중 브랜드 모델에도 기본으로 얹히는 만큼 크게 내세울 만한 것도 못 된다.

 

또한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이 가장 걱정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탑승 공유’다.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동차는 판매가 격감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따라서 기함급 모델은 완벽한 럭셔리 모델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충분히 안락하고 고급스러워야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그리고 미래의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아닌 공공재의 성격이 커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SUV 대세화는 큰 의미를 갖는다. SUV라는 장르가 생활의 여유를 주는(혹은 즐긴다는 착각을 주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생활의 여유. 이 말 자체가 ‘럭셔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형 SUV는 절대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팰리세이드는 후발 주자다. G70가 그랬듯 팰리세이드도 그저 그런 상품성으로는 경쟁자를 물리칠 수 없다. 후발 주자는 최고의 제품으로 단숨에 시장을 장악해야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제네시스 브랜드가 현대 브랜드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역량은 현대 브랜드에 있기 때문이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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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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