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멈춰야 할 때와 달려야 할 때

긴급자동차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양보하자. 우리 가족과 연관된 위급 상황일지도 모른다

2019.01.17

 

멀리서 사이렌이 들린다. 어디일까? 주변을 둘러봤지만 특유의 불빛이 보이질 않는다. 중앙선 너머 역시 별다른 변화가 없다. 사이렌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이든이가 조심스레 묻는다. “구급차예요? 소방차예요?” 그리 중요한 질문은 아니지만 나도 꽤나 궁금해졌다. 귀를 기울여보니 뒤쪽이다. 룸미러에 녹색 반짝임이 희미하게 보인다. 


도로 사정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막히는 길, 마음이 다급해진다. ‘빨리 지나가게 해줘야 할 텐데….’ 그사이 구급차는 대여섯 대 뒤쯤으로 다가왔다. 차를 우측으로 바짝 붙이고 속도를 줄여본다. 하지만 뒤따르는 차들은 차로 중앙에 버틴 채 나를 따라 속도를 줄인다. 구급차가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주기는커녕 도로 흐름을 막은 셈이 됐다. 다시 속도를 낸 다음 비상등을 켜고 더 과감하게 차로 우측으로 붙어본다. 뒤차가 부디 나의 의도를 알아봐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 차는 나를 추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엄청나게 큰 사이렌이 주변을 가득 채웠는데도, 길을 터주려는 운전자들이 별로 없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뒤따르는 차들도 주섬주섬 옆쪽으로 비키기 시작했고, 그제야 구급차가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아요?” 사이렌 소리에 귀를 막고 있던 이든이가 입을 열었다. 어른들 모습이 부끄러워 말문이 막혔다.


어차피 막히는 도로다. 잠시 공간을 터준다고 한들 원래 그 위치로 돌아간다. 구급차 안에 정말 위급한 환자가 타고 있는지는 우리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단속이 걸러내야 할 문제다. 설령 구급차 10대 중 9대가 빈 차라고 해도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1대의 진짜 구급차를 위해 길을 터줘야 한다. 


프랑스나 독일 고속도로를 달리다 정체 구간을 만나면 1차로 차들은 왼쪽으로, 2차로 차들은 오른쪽으로 붙어 가운데에 공간을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륜차들이 가장 많이 지나가지만 사실 이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긴급 자동차를 위한 배려다. 법으로 정해진 긴급자동차는 긴급한 목적으로 사용될 때 몇몇 도로교통법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혈액 공급차, 수감자 이송차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차들은 위급한 상황에 신호를 무시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달릴 수 있다. 물론 많은 운전자들이 긴급자동차를 배려해준다면 그들도 위험에 덜 노출될 것이다. 


긴급자동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안전운전 교육은 2018년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치게 될 급박한 도로 상황에 맞는 교육은 요원한 상태다. 긴급자동차는 레이스 트랙보다 변수가 더 많은 일반 도로에서 사고 없이 빠르게 달려야 한다. 어찌 보면 경주차 레이서보다 더 많은 판단과 빠른 반응이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긴급자동차 안전운전 교육은 긴급 출동 중 사고 사례나 법적 책임에 대한 내용 위주일 뿐, 운전 기술에 대한 부분은 미비하다. 기회가 된다면 재능 기부를 통해서라도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이빙 교육에 참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난폭 운전을 하는 일부 견인차를 제재할 장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사이렌을 켜고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다른 차들을 위협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지만 보험 긴급 출동차나 견인차는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에 해당되지 않는다. 도로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이들에게도 양보해줄 필요는 있지만 당당히 갓길에 불법 주차해둔 모습이나 역주행을 저지르는 걸 볼 때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은행 강도도 모두 제각각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멈춰야 할 때 멈추고, 달려야 할 때 달릴 줄 아는 것이 진짜 드라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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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강병휘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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