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국 자동차산업은 종말을 맞을까?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은 고비용 저효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기업은 자동차 생산량을 해외로 돌리고, 결과적으로 국내 생산량은 점점 줄어들며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2019.01.18

 

제목이 무섭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차’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이다. 한국에 국적을 둔 자동차 기업의 로고는 모든 제품에 부착돼 ‘한국차’로 판매되지만 이들이 모두 한국에서 생산됐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걱정은 현실로 바뀌는 중이다. 국내 생산이 자꾸 줄고 생산 비용은 커지고 있어서다.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된 것도 결국은 고비용 산업구조를 바꾸자는 움직이었지만 끝내 좌초됐다. 그래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종말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새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1~10월 국내에서 생산된 완성차는 324만6000대로, 이 가운데 125만5376대는 국내에서 판매됐다. 나머지 199만1367대가 해외로 실려 나갔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7년은 338만대(내수 127만1833대, 수출 211만6639대)를 생산했으니 전년 대비로는 14만대가량 줄어든 형국이다. 이 정도면 완성차 공장의 생산라인 한두 곳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것은 감소세가 장기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국내 완성차 생산은 465만대였고 이후 매년 줄어 2017년에는 411만대에 머물렀다. 올해는 이보다 작은 규모다. 그러니 생산 감소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한국차의 세계 판매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 비록 중국에서 고전했지만 이외는 선방했다. 그만큼 해외 현지 생산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일자리가 절실한 국내 생산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해외 일자리만 늘려주는 중이다. 게다가 견고할 것 같았던 한국지엠 군산공장도 문을 닫았다. 판매가 부진한 데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면 언제든 공장 문이 닫힐 수 있음을 경험했다.

 

위기를 감지한 정부가 경영계, 노동계, 산업계, 정치권 등을 모아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묘수가 보이지 않았다. 임금을 줄이거나 고용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이른바 폭탄선언이고, 정치인이 언급하기에는 선거에서 당락(當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대통령 또한 선거 때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언급은 피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생산을 늘려보자는 차원으로 등장한 대안이 광주형 일자리다. 기업이 임금의 절반을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가 나머지 부대비용을 책임져 자동차를 생산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경쟁력이 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는 물론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도 다시 일으킬 수 있어서다. 하지만 좌초됐다.

 

애초 현대차는 광주시 제안에 5년 동안 임금 및 단체 협약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여 광주시가 노동계와 협상에 나섰지만 반발에 후퇴하며 해당 조항을 없앴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시 현대차가 중재안을 거부했다. 이후 ‘특별한 사항이 없는 한 신설법인 첫해 합의가 유지되도록 한다는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쟁점은 ‘특별한 사항’을 노사 모두 입맛대로 해석할 가능성이다. 애매한 조항은 해석의 차이를 유발하고, 이는 훗날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어 처음부터 확실히 해두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미래의 불안정성을 최대한 제거해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는 일자리가 늘어 좋은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잘 먹고 잘 살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차 입장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옵션일 뿐 필수는 아닌 데다, 주거 등을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새로운 임금 수준도 먹고사는 데는 충분하다고 맞섰다. 더욱이 울산공장 노조의 불법파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광주에 새로 공장을 지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공은 다시 광주시와 정부로 넘어갔다. 그런데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의 높이가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5년 동안 저렴한 생산비용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현대차 노조의 반발도 잠재워야 한다. 결국 노-노 갈등을 풀어야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언젠가 잘 해결될 것이란 낙관만을 던지며 기대를 접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해 집단의 생각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먼저 광주시의 목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임금을 많이 받는 것도 부담이다. 투자금 대부분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는 안정된 저가 생산을 원한다. 이미 국내 생산 시설의 여력이 있는 만큼 비용 차이가 크지 않으면 노조 파업을 감수하면서  광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이와 달리 5년간 임단협 유예를 적극 반대하는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포기할 수 없다.

 

애초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의 요구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노-노 갈등, 그리고 지역 간 갈등은 기업이 개입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조정하라는 의미다. 특히 일자리를 원하는 광주시의 명확한 해법 제시가 전제였다.

 

그러나 결과만 보면 갈등만 깊어졌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의 갈등, 노동계와 기업의 갈등, 그리고 울산시와 광주시의 갈등이 극명했다. 그런데 갈등의 원인을 거슬러 오르니 고비용 생산구조가 원인이다. 높은 생산 비용은 국내 생산 비중의 점진적 축소로 연결됐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일손은 로봇 등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됐다. 고비용 구조이니 사람 뽑는 것보다 로봇이 우선했다. 그 결과 국내 완성차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공정을 자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결과적으로 기술 발전과 사회적 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기술 발전은 막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는 결국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 지역 간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이 바로 정치니 말이다. 자동차산업에 정치가 자꾸 개입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해법은 정치 외에 답이 없다. 정치는 곧 합의를 뜻하기 때문이다.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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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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