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제네시스 정상에 오르다

‘2018 올해의 차’ 트로피를 거머쥐기까지 현대는 많은 길을 달려왔다

2019.01.21

 

내가 처음으로 현대차를 몰아본 지 32년이 지났다. 아직도 기억나는 쨍한 노란색의 엑셀 해치백 실내에서는 석유 굴착업자의 암내 같은 냄새가 났다. 하루는 당시 근무 중이던 잡지사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주차돼 있던 차를 힐끗 봤더니 앞 범퍼에서 방향지시등이 떨어져 전선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 얘들, 참 갈 길이  멀구나.”

 

30년이 지나 제네시스 G70가 한국 자동차 처음으로 ‘2019 올해의 차’에 올랐다. 디자인부터 설계, 제조까지 현대가 자체적으로 일궈낸 완벽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G70는 아우디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주목을 받을 만큼 훌륭한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이다. 확실히 그들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현대는 한국이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친 후 재건되기 시작하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47년 건축회사로 세운 회사다. 현대차는 그로부터 20년 후 설립됐으며, 1968년에는 포드로부터 인허를 받아 코티나의 복제본을 첫 자동차로 출시했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포니는 1974년 튜린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뒷바퀴굴림에 라이브 액슬을 적용했는데, 같은 해 출시된 폭스바겐 골프를 비롯한 최첨단 앞바퀴굴림 소형차들 사이에서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의 성장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초창기 미니를 생산하던 오스틴 모리스의 관리자 조지 턴불을 1974년 영입했는데 그는 다섯 명의 영국 자동차 엔지니어를 데리고 갔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기도 전 미쓰비시의 파워트레인, 영국제 브레이크와 운전대,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차체로 완성된 포니가 완전히 새로운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 공장이 자리 잡은 울산에는 현재 3만4000명의 직원이 10초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이 있다.

 

엑셀에서 G70까지 현대차는 갈 길이 먼 해치백부터 <모터 트렌드> ‘2018 올해의 차’에 오른 G70에 이르기까지 참 멀리도 달려왔다.

 

1990년대 초반 울산에 방문했을 땐 현대에서 닦은 길을 따라 가다가 현대 직원들이 현대아파트에서 현대버스를 타고 출근해 현대가 만든 공장에서 현대 기계들로 현대차를 생산하고, 현대에서 만든 수출용 배에 차를 싣는 것을 봤다. 그 당시에도 난 헨리 포드가 이 광경을 봤다면 얼마나 인상 깊어할지 상상했다.

 

한국인들의 강인한 직업의식과 능력 있는 외부 인사 영입에 힘입어 포니는 놀라운 속도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특유의 문화는 여전히 현대차그룹 내에 존재한다. G70 뒤에 숨은 주전 선수들 몇 명을 호명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람보르기니의 전 브랜드 총괄 맨프레드 피츠제럴드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수장을 맡았고 디자인 책임자는 벤틀리와 람보르기니, 아우디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던 루크 동커볼케가 맡았다. 알버트 비어만은 차체와 퍼포먼스를 감독하고 파예즈 라만은 플랫폼 개발을 담당한다. 두 사람은 BMW에서 간부급으로 근무했으며, 비어만은 특히나 BMW의 고성능 부문인 M 사업부를 7년간 이끌었다.

 

하지만 한국인 동료들의 투지와 역량 그리고 에너지가 G70를 가능케 했다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자체 생산 자동차를 만든 지 10여 년이 됐을 뿐이며 내가 엑셀을 운전할 때만 해도 허접한 아웃사이더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을 32.8퍼센트나 보유하고 있고 GM을 바짝 뒤쫓는(포드는 제친 지 오래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자동차회사다.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보다 훨씬 멋진 디자인과 높은 품질의 소형차와 중형차 그리고 SUV를 생산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모두 모방하느라 바쁠 정도로 멋진 럭셔리 세단도 만든다.

 

현대는 이제 토요타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까지 사이드미러로 예의 주시할 정도의 경계 대상이 됐다. 포니를 탄생시켰던 열정의 씨앗은 아직도 한국에서 활활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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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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