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현대차는 전기차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라

전동화는 생태계 전체를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이전은 꼭 필요하다. 첨단 기술을 얹은 차를 만드는 것은 물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2019.01.22

 

얼마 전 국내 모터스포츠 업계를 뒤흔드는 소식이 있었다. 2019-2020 시즌부터 포뮬러 E 경주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JMS 홀딩스라는 국내 회사가 프로모터로 참여했고 2025년까지 5년 동안 광화문과 시청광장 등을 활용한 시가지 서킷에서 열린다. 포뮬러 E는 배출가스가 없고 소음이 적어 모두 도심 한복판에서 열려왔다. 제대로 꾸준하게 개최만 된다면 IT를 포함한 다양한 첨단 산업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줄 것이다.

 

2014년 시작한 포뮬러 E는 미래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철저한 기획을 거쳤다. 초기에는 참여하는 자동차 회사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르노, 닛산, 시트로엥 DS, 재규어, BMW, 아우디 등은 물론 2019-2020 시즌부터는 포르쉐와 벤츠까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경주가 열리는 나라도 중국을 비롯해 유럽, 인도와 중동 등 세계로 확장하는 데다, 관객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좋아하는 레이서에게 투표하면 짧은 시간이지만 더 높은 출력을 사용할 수 있는 팬 부스트(Fan Boost)를 운영하는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웠던 것은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주가 열리는 동안,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의 역할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었다. 당장 국내에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르노는 트위지와 SM3 전기차로, 벤츠는 EQ 브랜드의 차들을, BMW는 i 브랜드 모델들을, 아우디는 e 트론이 나올 테고 딱 저 타이밍에 첫 순수 전기차가 나오는 포르쉐는 타이칸으로 대대적인 이벤트를 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나 자사의 첫 순수 전기차인 I-PACE로 포뮬러 E가 열릴 때마다 원메이크 레이스를 하는 재규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전기차 축제 한판’이 열리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역할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과거 F1이 국내에서 열리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의 악몽이나 다름없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 현대차 모터스포츠 실적을 보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작년부터 참여를 시작한 세계 투어링카 레이스(TCR) 시리즈에서 i30N TCR 경주차가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 아쉽게 종합 우승은 못 했지만 WRC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며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만들고 있다. 더욱이나 우리나라 안에서도 기초부터 최상위까지 배울 수 있도록 꽤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포함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운영한다거나, 아반떼 스포츠로 입문용 아마추어 레이스에 들어온 이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벨로스터 N 원메이크 레이스를 시행한다는 것 등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결국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모터스포츠의 영역이다. 포뮬러 E는 좀 더 빨리 달리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경주의 형태로 만든 것은 같지만, 단순히 전기모터로 파워트레인만 바뀐 것이 아니라 운영부터 관람객이 즐기는 방법까지 바꾼 것이다. 경주차를 충전하는 것도 친환경 에너지만을 이용하고, 타이어도 한 종류에 18인치 휠을 사용해 좀 더 실제 상황에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흔히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반을 깔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변화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였던 회사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쓰이는지를 분석하고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화의 경우가 딱 그렇다. 목소리로 하는 통화와 문자메시지가 중심이던 시절은 안정적이고 쓰기 편한 전화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만들어진 직후, 높아진 하드웨어 성능에 맞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며 본격적인 새 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앱 스토어를 외부에 개방해 모든 사람이 머리를 굴려 활용법을 찾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수익을 나누었다는 점이다.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 제품+프로그램을 판매해 얻을 때의 수익보다는 줄겠지만, 꾸준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핵심이다. 딱 애플이 그렇지 않았나. 아이폰은 스마트폰 자체보다 세상의 모든 프로그램 개발자가 참여해 놀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준 것이 가장 컸다. 철저하게 프로그램들을 검증해 사용하는 동안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수익을 공유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것이 핵심이었다. 구글과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계와 애플을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 회사와의 싸움에서도 독점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발표한 수소 전기차와 관련해 우선 국내 운영 기반이 될 사업에 참여한 것이 그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인사를 어떻게 했다는 건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수소 전기차를 많이 공급하려면 충전소를 많이 짓고 정부 보조금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다. 가스 충전 자격자 시험을 위한 아카데미나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경우 당장 정비를 못 해 수입이 줄어들 일반 정비업자 중에서 수소차 정비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사용자가 쓰기 쉽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면 그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에 기회도 많다.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수소연료 전기차까지 모든 종류의 파워트레인의 자동차를 개발하고 양산한 회사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현대차가 자동차 제조업체로써 성장하고 성공한 것은 같은 한국인으로서도 자랑스러운 일이다. 전동화된 파워트레인이 올라간 미래의 자동차 세상에서, 충전 시설과 전기 공급을 위한 매트릭스 비즈니스까지를 포함한 종합적인 연구와 실천 계획이 필요하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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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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