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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기대, 지프 랭글러 루비콘

그렇게 최신형 랭글러가 내게로 왔다. 자주 타지는 못하겠지만 함께 누빌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2019.01.23

 

한때 자동차 마니아였던 나에겐 특별한 자동차가 있다. 포니와 미니가 그렇고 골프와 GS가 그렇다. 랭글러 또한 마찬가지다. 운송 수단이 아닌 친구 같은 존재다. 오랜 전통을 지닌 데다 나의 삶과 궤를 같이하는 터다. 그래서 신형 모델이라도 나오면 갖고 싶어 어쩔 줄을 모른다. 한잔 걸치고 취기에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는 다음 날 애써 반품하는 ‘쇼핑홀릭’이라면 이해하려나? 이번 랭글러 역시 그랬다. 자타공인 ‘남심 저격차’가 모터쇼에 등장한 직후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왜 아니 그럴까? 다른 자동차들이 공기저항계수와 연비를 위해 형태를 둥글릴 때 지프는 여전히 각을 세운다. 전장에서 태어나 오프로더의 아이코닉이 된 랭글러의 기능미 앞에 감가상각이니, 실제 쓰임새니 하는 합리적인 판단 따위는 마비됐다. 아주 고급스럽고 값비싼 차는 내 취향이 아니란 사실이 그나마 다행인가 싶다.

 

신형 JL을 보자마자 기절 직전까지 갔던 건 단연 물오른 디자인 때문이다. 다소 밋밋했던 JK의 면면을 솜씨 좋은 강남 성형외과 의사가 다듬은 모양새다. 우뚝 솟은 콧날, 초롱초롱해진 눈빛, 살포시 누운 윈드실드하며 펜더와 평행한 램프의 디테일까지 내가 원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애써 애프터마켓 제품에 기대어 바꾸고 싶은 부분이 없을 정도다. 내실마저 일취월장했다. 모든 도어는 알루미늄으로 뽑아냈고, 도어 경첩을 비롯해 범퍼를 고정하는 각종 부위는 한층 보강했다. 토크가 뛰어난 스몰(?) 터보 엔진으로 바뀐 것 또한 마음에 드는 변화다.

 

 

첫 랭글러였던 코드명 YJ 2.5에서 시작해 TJ 4.0 사하라, TJ 2.5 스포츠를 거쳐오면서 랭글러를 몰고 흙길을 밟는 건 취미를 넘어 나만의 힐링 방법이 됐다. 전 국민이 캠퍼가 되던 지난 캠핑 열풍 때는 왁자지껄한 캠핑장을 피해 오지로 날 이끄는 일등 공신이었다. 하드톱을 떼어내고 고속도로를 내달리던 여름밤의 즐거움은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디젤 엔진에다가 마치 닥스훈트처럼 길어진 4도어 JK 랭글러를 처음 보고 이건 변종이라며 외면했을 때조차 마음 한쪽에는 랭글러가 머물러 있었다.

 

2도어 JL 랭글러를 원하던 내게 ‘국내에는 4도어 모델만 들여온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저 찰나일 뿐이었다. 아스팔트와 흙길, 계곡 물길을 따라 자갈과 바위를 넘는 시승에서 신형 랭글러는 엄청난 놀라움과 만족감을 줬기 때문이다. 주행 소음을 꽁꽁 틀어막은 JL 사하라에서는 승용차의 푸근함마저 감돌고, 스웨이 바를 분리한 채 사륜구동으로 태세를 전환한 JL 루비콘은 여전히 거칠 것이 없었다. 프레임 태생이라 승차감 따위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정말 탈 만한 차가 된 것에 격세지감마저 느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출고가 꽤 늦어졌지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지프 전시장 앞에서 수줍게 서 있던 새빨간 랭글러를 봤을 때 예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자동차를 향한 애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건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기대가 어우러져서일 것이다. 그렇게 최신형 랭글러가 내게로 왔다. 자주 타지는 못하겠지만 오지 캠핑을 가거나 지방 건설 현장을 함께 누빌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글_최민관(건설업)

 

 

JEEPWRANGLER RUBICON가격5840만원레이아웃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SUV엔진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272마력, 40.8kg·m변속기 8단 자동무게2120kg휠베이스3010mm길이×너비×높이4885×1895×1880mm연비(복합)8.2km/ℓCO₂ 배출량210g/km

 

구입 시기2018년 11월총 주행거리124km평균연비7.2km/ℓ월 주행거리108km문제 발생없음점검항목없음한 달 유지비8만원(유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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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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