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하이브리드의 특별한 가치가 돋보인다, 토요타 캠리 & 혼다 어코드

흔하디흔한 중형 세단이 아니다. 많이 팔리는 중형 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차는 새로운 가치가 돋보인다

2019.01.25

 

미국에서 중형 패밀리 세단은 픽업트럭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커지기 전까지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었고, 어느 브랜드든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이 세그먼트에서 승부가 필요했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오래전부터 승용차 시장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뛰어난 품질과 가격 대비 성능으로 미국 시장을 거머쥘 수 있었다. 미국에서 생각하고 미국에서 만든 일본차는 어느덧 미국차 같은 착각도 든다.

 

 

미국 시장에 맞게 만들어진 차이기에 차체가 큰 캠리는 일본 내수시장에 맞는 차는 아니다. 혼다 어코드는 일본 버전이 따로 있다. 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폭스바겐 파사트도 미국 시장을 위한 모델을 새로 만들었다. 그들이 이 시장에서 노력하는 정도를 알 만하다. 현대 쏘나타나 기아 K5 같은 차도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드 토러스, 쉐보레 말리부, 닛산 알티마, 마쓰다 6, 스바루 등도 섞여 있는 이 시장의 특징은 값에 비해 커다란 차체에서 알 수 있듯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요즘 중형 세단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날이 갈수록 SUV에 밀리고, 유럽의 프리미엄 세단에 밀린다. 오랫동안 미국 시장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캠리도 최근 토요타 RAV4에 밀렸다. 이에 대중적인 세단은 새로운 가치를 더하려고 분발하는 중이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로 디젤차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몰리고 있다.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에 집중해온 일본차들이 유리한 입장이다. 많이 팔리는 중형세단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차는 새로운 가치가 돋보인다. 1997년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00만대 이상 생산된 토요타 하이브리드에는 신뢰가 쌓였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말하기 전에 토요타는 원래 고장이 없는 차로 유명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낭비되는 에너지를 알뜰하게 모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회생제동으로 배터리에 에너지를 모으고, 엔진과 모터를 적절히 섞어 달리며 최적의 효율로 연비를 최대한 늘린다. 저속에서는 시작부터 최대토크를 내는 전기모터로 달리고, 고속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올라야 최대토크가 가능한 엔진으로 달리는 상호 보완으로 최상의 효율을 추구한다. 이 결과 커다란 차가 참새처럼 조금 먹으면서 달린다. 하이브리드를 타면 환경 부분에서 선도한다는 이미지가 좋았다. 효율의 목표가 연비냐 성능이냐에 따라 차의 성격은 달라진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캠리는 1982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니 벌써 35세가 넘었다. 미국에만 1000만대 이상의 캠리가 팔렸으니 미국인 누구나 한 번은 거쳤을 법하다. 캠리는 일본차이지만 미국에서 미국인의 마음으로 만든 차로 봐야 한다. 오늘 나온 캠리는 2017년에 데뷔한 8세대 모델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다르다. 그럼에도 캠리 디자인은 논란을 불렀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과거 YF 쏘나타의 과격함에 자극받은 디자인이라 했다. 토요타의 과격함은 베스트셀러 자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런 디자인이라는 게 흥미로운데, 돌이켜보면 역대 캠리에서 멋진 디자인은 드물었다. 어쩌면 베스트셀러의 숨은 비결인지 모른다.

 

뒷자리는 널찍하고 푸근하다. 다만 시트 사이에 있는 암레스트를 앞으로 내리면 바닥에 툭 떨어지는 건 불만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잘생긴 차, 못생긴 차의 구별이 없다. 자동차 마니아는 못생긴 차도 사랑한다. 못생긴 차는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어서다. 조그만 상처가 나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 길거리에 주차해도 마음이 편하고, 운전이 서툰 아내가 좀 긁고 와도 미소를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개성 넘치는 캠리는 실용성과 안전, 그리고 가치를 추구한다. 온 가족이 타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공간이 넓고 여유롭다. 30년 전엔 소형 세단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형급으로 커졌다. 특히 무릎 공간이 넉넉한 뒷자리는 중형 세단의 매력 포인트다.

 

 

대시보드 디자인도 미국인의 취향을 따른 것이라 추정해본다. 어딘가 구형 아발론을 닮은 것도 같은데, 센터페시아 버튼에 써 있는 글자체도 구식이라 보수적인 미국 중부지역 사람들이 마음 편해할 듯싶다. 운전석 시야가 좋고, 시트 쿠션이 엉덩이를 감싸는 느낌이 푸근해 오랜 운전에도 엉덩이가 편하겠다.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8세대 캠리는 늘어난 휠베이스를 실내공간보다 조종성능 향상에 썼다고 한다. 덕분에 운전석을 차 가운데 낮게 배치할 수 있었다. 배터리를 시트 바닥으로 옮겨 무게중심을 낮춘 덕에 핸들링도 매끄럽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소리 없이 계기반에 불만 켜진다. ‘그래, 하이브리드 차가 시작은 전기차로 하는구나.’ 조용히 미끄러지는 차에서 고급스러움이 우러난다. 캠리 최고의 장점은 승차감이다.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롤링이 크지 않고, 단단한 기분에 안정감이 뛰어나다. 대중적인 세단이 아닌, 훨씬 고급스러운 차를 타는 기분이다. 조용하고 민첩한 몸놀림 속에 주행질감을 칭찬하고 싶다. 둔덕을 넘는 솜씨가 훌륭한 건 이 차의 기본기가 탄탄함을 말한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4기통 2.5리터 휘발유 엔진에 전기모터를 더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챙겼다.

 

시스템 출력 211마력의 캠리 하이브리드는 1655킬로그램의 차체를 시원스럽게 몰아간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선다. 하이브리드라고 예외가 아니다. 흔히 토요타는 80점짜리 차를 만든다했는데 이건 95점짜리다. 달리는 동안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이질감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모니터와 계기반에 띄울 수 있는 에너지 흐름도를 보면 엔진에서 배터리로, 또다시 바퀴로 에너지가 열심히 오가지만 사실 그 흐름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저 무심하게 운전하면 다 알아서 연료를 절약한다. 내가 양보해야 할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하이브리드 차를 타고 파워 흐름도를 보는 순간 연비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는 거다. 역동적으로 달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부드럽게 쭉쭉 내뻗는 차에서 동력성능에 불만은 없다. 난 그렇게 착하디착한 환경론자가 되어간다.

 

 

중형 세단은 적절한 옵션을 어떻게 갖추는가가 상품기획에 중요하다. 가격 대비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고급차로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나 차선이탈 방지 같은 주행 보조장비가 점차 기본으로 달린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을 벗어나면 삐삐거리며 자세를 바로잡는 준자율주행 장비는 오히려 운전을 복잡하게 하는 것 같지만, 익숙해지면 없어서는 안 될 장비가 됐다. 특히 앞차가 서면 자동으로 따라 서는 장비는 졸린데 어쩔 수 없이 운전할 때 정말 필요한 듯하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 어코드의 역사는 캠리보다 오래됐다. 나이가 마흔두 살이 넘는다. 1976년 데뷔하면서 곧바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어코드는 캠리와 함께 미국에서 오랜 시간 뛰어난 품질과 가격 대비 성능으로 인기를 누렸다. 내 머릿속에 어코드는 캠리보다 젊은 디자인, 앞서가는 기술력, 역동성을 앞세우는 스포티한 차로 새겨져 있다.

 

‘위 메이크 잇 심플(We Make It Simple)’이라는 오래된 광고 문구 때문인가, 혼다는 콘셉트가 항상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차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에 속상했지만 요즘은 다시 제자리를 잡는 것 같다. 10세대 어코드는 캠리와 달리 실루엣을 4도어 쿠페 모양으로 처리했다. 사실 뒤창의 각도를 보면 캠리와 다를 바 없는데, 옆창 디자인을 길게 해서 쿠페처럼 만들었다. 납작하고 늘씬한 차체는 제대로 된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패스트백 디자인이지만 해치백은 아니라 차체 강성도 든든하다.

 

 

혼다는 요즘 프런트 그릴에 거대한 크롬 덩어리를 달아 개성을 살린다. 고급스러우면서 어딘가 단단한 느낌이다. 예사롭지 않은 LED 헤드램프도 자극적이다. 날개가 달린 휠 디자인은 하이브리드 기분을 한껏 살렸다. 나지막한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밝고 시원하다. 넉넉한 실내공간은 이 급에 속한 많은 차들이 그렇듯 한 가족을 태우는 데 충분하다. 캠리와 마찬가지로 신형은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로 옮겨 트렁크 공간을 온전히 확보했다. 또 뒤 시트를 접어 스키 같은 긴 물건을 실을 수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대시보드 디자인이 심플하고 이상적이다. 변속기는 버튼처럼 누르는 방식인데 ‘D’ 주변에는 크롬을 두르고, ‘R’은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어 잘못 누를 일이 없겠다. 변속기 앞쪽 수납공간 안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도 놓였다.

 

대시보드 디자인 역시 심플하고 이상적이다. 캠리는 모니터가 대시보드 가운데 묻혔는데, 혼다는 센터페시아 위로 세운 모양이라 좀 더 젊어 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화려하고 스위치가 좀 더 분명해 쓰기 편하다. 버튼처럼 누르는 방식의 변속기는 곧 적응할 수 있었다. 시프트 패들은 기어 변속이 아니라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데 내리막길에서 엔진 브레이크로 쓸 만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하나의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로 이뤄진다. 캠리와 비슷한 시스템이지만 엔진과 모터의 출력 크기가 서로 반대 조합인 것이 흥미롭다. 어코드의 엔진 출력은 145마력, 모터 출력은 184마력이다. 모터 한 개는 구동용, 한 개는 발전용이다. 고속주행이 아니면 대부분 구간에서 모터가 힘을 낸다. 중간 속도에서 엔진은 발전만 하면서 전기를 공급하고, 고속에서는 모터가 차단되고 엔진만으로 달린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7.4초. 한마디로 시원하게 달린다. 시스템 출력 215마력과 37.7kg·m의 토크로 운전이 즐겁다. 어코드는 뛰어난 섀시 성능과 더불어 역동성을 앞세우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되고 싶어 한다. 연비도 중요하지만 운전의 재미를 추구했다. 4기통이라 가볍고 밸런스가 좋으며 핸들링이 우아하다. 롤이 크지 않고, 스티어링은 정확하고 날카롭다. 낮은 무게중심과 단단한 섀시에 가변 댐퍼를 쓴 덕분에 차분하고 묵직한 승차감이 좋았다. 캠리 못지않게 만족스럽다. 운전하면서 하이브리드 차이기에 신경 쓸 일도, 불편한 일도 없었다.

 

 

‘혼다 센싱’이라는 안전장비도 캠리의 그것보다는 좀 더 거동이 분명하다. 어코드는 캠리보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이 좀 더 빠르고, 연비도 좀 더 좋다. 스타일은 취향에 따른다지만 혼다가 나아 보인다. 그런 만큼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290만원 비싼 건 자연스럽다. 시승이 끝날 즈음 계기반은 평균 연비가 리터당 17.2킬로미터이며, 앞으로 708킬로미터를 더 갈 수 있다고 보여준다. 연료 소모가 적어 기분이 좋은데, 주차장에서 촬영을 끝내고 나오니 저공해차라서 주차비를 절반만 받는다. 하이브리드 차를 꼭 사야만 할 것 같다.
글_박규철

 

 

 

 

 

모터트렌드, 자동차,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