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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먹는 자동차? 자동차 먹는 세금!

자동차는 구입 단계부터 시작해 보유하는 내내 세금을 낸다. ‘세금 먹는 차’가 야속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세금이 자동차를 바르게 가꿔왔다

2019.02.07

 

자동차는 세금 덩어리다. 가격엔 당연히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경차 같은 면제 조건이 아니라면 구입 단계부터 등록세와 취득세 등을 또 납부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지자체에서는 차를 갖고 있는 동안 매년 꼬박꼬박 보유세를 징수한다. 자동차세다. 가치에 비교한 세율로 따지면 부동산보다 자동차가 훨씬 더 높다. 실제 연간 보유세는 공시지가 2억원짜리 부동산보다 2ℓ급 신차가 더 많다. 자동차세, 이렇게 비싸도 되는 걸까?

 

자동차세 그리고 그 기준은?

자동차세는 왜 이렇게 비쌀까? 전문가들은 자동차세를 단순한 보유세로 보지 않는다. 자동차를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도로 파손, 환경오염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인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영어로는 자동차세를 ‘Road Tax’라고 한다. ‘Vehicle Tax’라고도 부르지만 전자가 훨씬 일반적이다. 이동수단 운행에 따른 도로 유지 및 보수, 설치 등에 대한 비용을 세금으로 거둔 데서 비롯됐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과세 기준이 사용된다. 무게나 출력,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비, 주행거리 등 여러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은 엔진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부과한다. 배기량 기준은 사치세와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 지금처럼 엔진에 과급기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배기량은 자동차의 크기와 용도를 의미하곤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치재로 구분하던 고급차와 스포츠카 등에는 배기량이 큰 엔진을 넣는 게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배기량이 큰 차에 더 높은 세율을 매겨 조세 부담을 늘렸다.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고 사치재 구입 감소를 유도하고자 했다.

 

비슷한 개념으로는 마력세가 있었다. 초기 유럽 각국에서 사용했던 기준이다. 프랑스의 경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입했다. 2차 대전 발발 이전 프랑스에서는 부가티와 들라주, 들라이예 같은 브랜드들이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고급차 전문 회사였다. 하지만 2차 대전 종료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후 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엔 이 회사들이 달가울 수 없었다. 사회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었고, 시장 활성에 효과적이지 않았다.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차들의 판매량이 늘어 산업이 활성화하고 자금이 순환하기를 원했다. 그러면서 출력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마력세의 시작이다.

 

시트로엥 2CV. 세금 때문에 비롯된 이름이다.

 

세금과 자동차의 상관관계

마력세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물론 프랑스 정부가 2000cc 이상 엔진에 징벌적인 사치세를 부과한 영향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세 탓이 컸다. 낮은 출력의 자동차로 수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는 낮은 자동차세를 세일즈 포인트로 적극 내세웠다. 심지어 ‘2마력’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도 등장했다. 바로 시트로엥 2CV다. CV는 프랑스어 쉐보 붸퓌(Chevaux Vapeur)의 머리글자다. 번역하자면 ‘세금 마력’이란 뜻이다.

 

과세 기준 출력이 2마력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내세운 이름이다. 물론 시트로엥 2CV가 실제 2마력에 불과하진 않았다. 당시 프랑스는 실린더 수와 보어 지름, 스트로크의 높이 등 엔진과 관련한 여러 것들을 동원해 과세 기준을 세웠다. 이 계산을 통해 얻은 세금 마력이 2CV란 의미다. 사실 르노에서도 같은 시기 세금 마력으로 이름을 지은 모델이 있었다. 바로 4CV다. 두 모델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과세는 단순히 이름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엔진 구조에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에는 앞서 밝힌 과세 기준을 계산하는 복잡한 공식이 있었다. 여기서 실린더 내부 연소실의 높이인 스트로크는 한 번만 곱하도록 했는데 실린더 헤드의 지름인 보어는 유독 제곱하도록 규정했다. 때문에 보어를 줄이고 스트로크를 늘린 엔진이 당시 유행처럼 개발된 바 있다.

 

경차보다 적은 자동차세를 내는 테슬라 모델 X

 

다운사이징 시대에 배기량이란

과세가 엔진 개발에 영향을 미친 건 당시뿐만이 아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배기량이다. 과세 기준점보다 용적을 살짝 줄이는 식이다. 기준점이 2000cc라고 하면 이보다 조금 작은 1999cc나 1995cc 등으로 배기량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식이다. 한국은 배기량 기준이 단순하다.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에 해당하는데 1cc당 자동차세가 1000cc 이하 104원, 1000cc 이상 1600cc 이하 182원, 1600cc 초과 260원이다. 때문에 국산 준중형차들의 배기량은 보통 1600cc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맞춰진다.

 

중국은 좀 더 세부적이다. 단, 보유세는 아니다. 1000cc를 기준으로 500cc마다 세율을 달리해 소비세 명목으로 과세한다. 때문에 2000cc를 넘어가면 고급차로 간주돼 과세 기준이 급등한다. 1999cc는 가격의 5%를 소비세로 거두는데 2000cc는 갑자기 9%로 뛴다.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기량을 500cc 단위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이 크다.    1년에 3000만대 가까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진 배기량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운사이징 때문이다. 과급기를 통해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쏟아내는 방식이 두루 사용되면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중형세단인 쉐보레 말리부는 소형 해치백인 현대 엑센트보다 자동차세가 적다. 말리부는 터보차저를 얹은 1341cc 엔진을, 엑센트는 자연흡기 1368cc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말리부 엔진은 과급기 덕에 156마력이나 쏟아낸다. 반면 엑센트는 엔진 회전수를 레드존까지 치켜올려야 간신히 100마력을 발휘한다. 더 싸고 작고 약한 엑센트가 세금을 더 많이 낸다.

 

사실 한국은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대한 과세 기준도 없다. 때문에 2억원쯤 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BMW i8은 1499cc만큼의 자동차세만 내면 된다. 전기모터에는 따로 과세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2억원 가까이 하는 전기차 테슬라 모델 X는 연간 자동차세가 경차 수준인 10만원에 불과하다. 엔진이 없어 세법상 ‘그 밖의 승용자동차’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업용 2만원, 비영업용 10만원이 과세된다. 일종의 소비세나 사치세 역할도 고려된 현재 한국의 자동차세를 생각하면 과연 올바로 기능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소형 해치백보다 세금이 적은 쉐보레 말리부

 

과세 기준, 무엇이 옳을까?

현재의 과세 기준은 기술 발전 수준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더 저렴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더 적은 세금을 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바로 세금의 효과다. 앞서 밝혔듯 많은 자동차 회사는 세금 기준에 따라 개발 전략을 세운다. 바로 이 때문에 보어를 줄이고 스트로크만 늘린 엔진이 개발되기도 했고, 엔진 배기량 전략이 재편되기도 했으며, 출력을 최소화한 보급형 경량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세금은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과세 역시 바른 의도로 옳은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의도로 과세해야 할까? 해외 사례를 보면 친환경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로 대기질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 한국을 생각하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기준이다. OECD 주요국은 대체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엔진 출력 등을 과세 기준으로 한다. 배기량으로만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벨기에, 슬로베니아, 일본 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비 등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건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경우라면 고가의 자동차라도, 만일 친환경차라면 보유세만큼은 적게 내도 괜찮다는 동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가격이 높으면 구매 시 더 많은 세금을 부과받는다. 다만 일부의 경우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정책 방향이 친환경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기준이다.

 

결국 과세는 실제 세금을 내야 하는 납세자들의 공감이 중요하다. 그것을 설득해야 하는 건 물론 정부다. 기술개발은 자동차 회사가 실행하지만 기술이 지향하는 방향은 정부 차원에서 끌어왔다. 이런 기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건 지혜와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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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Heyhoney (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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