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통일되면 북한 자동차산업이 커질까?

내수 시장 규모가 커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사회와 사업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2019.02.08

 

요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분야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철도 연결 사업도 시작됐다. 이를 기회 삼아 자동차 이동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다. 북한을 거치면 유라시아를 경유해 유럽까지 횡단할 수 있어서다. 그러자면 북한의 도로가 개방돼야 하고 자동차도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자동차산업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지난 2000년 남북 합작으로 설립된 평화자동차가 남아 있지만 2013년 평화그룹이 손 뗀 이후 생산은 중단됐다. 북한의 자동차산업은 어떤 잠재성을 가지고 있을까.

 

전기 바이크를 개발하는 레오존의 이정용 대표는 원래 자동차 디자이너다. 호주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고 2002년 평화자동차에 합류해 북한 내수용 승용차를 개발했다. 이탈리아에서 완제품을 가져와 조립 생산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북한에서 제대로 된 승용차를 만든 것은 평화자동차가 처음이다. 그가 들려준 북한차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현재 북한에 자동차가 얼마나 등록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나마 2015년 통일부가 작성한 통계가 전부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는 27만8400대가 등록돼 있는데 2015년 기준 2098만대인 한국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그런데 북한 인민보안성 내부 자료는 2016년 기준 89만대가 등록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군대가 보유한 자동차도 포함됐다. 그러니 군용을 제외한 승용차는 30만대를 넘기지 않는 수준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승용차의 대부분은 중고차다. 과거에는 조총련을 통해 우핸들 중고차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최근에는 중국에서 완성차가 많이 수입된다. 그리고 평화자동차가 생산했던 뻐꾸기와 휘파람, 그리고 평화자동차로 통합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트럭도 운행된다.

 

물론 고급차도 있다. 폭스바겐 파사트 4700대, 아우디 5500대, 벤츠 1500대, 렉서스 400대 등 수입차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부유층의 자동차다. 1990년대만 해도 일본산이 많았지만 일본이 북한 수출을 중단하면서 남북 합작공장에서 생산하다 현재는 중국이 북한 내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북한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주요 중국 기업은 이치(FAW), 둥펑(DFM), BYD, 창안, 장성, 화타이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이 북한으로 넘어가면 개인 승용차, 경찰차, 택시, 트럭 등 여러 영역에서 사용되는데 대부분 중국 엠블럼 대신 ‘평화자동차’ 로고가 부착돼 있다. 수입됐지만 자존심 차원에서 명찰은 북한차로 바꾸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평화자동차 시절 판매된 ‘휘파람’, ‘뻐꾸기’의 차명이다. 북한 최고 존엄(?)이 직접 지은 것이라는 게 이정용 대표가 전한 후일담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투자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당장 투자하기는 어렵다. 첫째는 남북 경제교류가 자동차로 확대돼도 북한 내 수요가 없어서다. 이 대표에 따르면 평화자동차가 철수한 이유도 한국 돈으로 1000만원 조금 넘는 자동차를 살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출 기지로서 생산 공장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까? 쉽지 않다. 육상 물류망을 고려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인접한 중국은 자동차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 중이다.

 

그런데 생산 비용이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세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통일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46만원으로 한국의 3346만원에 비해 2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의 소득보다 큰 비용을 지급해도 북한 내 완성차 생산 비용이 한국에 비해 훨씬 낮다는 뜻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과 협상으로 완성차 관세율을 15%로 낮췄으니 이는 생산 비용 절감으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북한에서 만든 완성차를 중국 동북부 지역에 공급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어차피 북한 자동차산업이 낙후됐다는 점에서 아예 자율주행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된다. 한국의 경우 오랜 시간 인프라가 구축돼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시간이 걸리지만 북한은 오히려 인프라가 없어 자율주행 도로 구축이 쉽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자율주행차 선도 국가에 올라설 수 있고 관련 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물론 이런 모든 전제는 정치를 포함해 군사적 긴장이 완화돼야 가능하다. 그런데 점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북한에 있는 완성차 공장을 리모델링하거나 인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경우 부품이 많이 공급돼야 하니 한국 내 부품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

 

부품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전한다. 이정용 대표가 들려준 북한차 이야기 중에 오래된 차가 많은 이유는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차를 바꿀 비용도 부족하지만 산업 약화로 교체할 부품이 없는 점이다. 그래서 오래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정비’는 곧 부품 교체(replace)를 의미하지만 북한에선 수리(repair) 개념이 대부분이다.

 

독일 통일 후 폭스바겐은 옛 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에 최신 시설의 완성차 공장을 지었다. 투명 유리 공장으로 알려진 그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폭스바겐 플래그십 페이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기차도 투입됐다. 소득이 적었던 동독 주민들이 일하며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되자 도시가 되살아났다.

 

물론 독일과 한국은 다르지만 통일이 아니더라도 자동차 부문에서 전략적 투자가 북한에 선행된다면 남북한의 내수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대외 수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관건은 역시 안정화다. 지속 가능한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기업은 결코 북한으로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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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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