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르노삼성 노사 갈등, 국내적 시가 벗어나야

현재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2019.03.10

 

지난해 르노삼성은 그럭저럭 선방했다. 내수가 10% 줄고 수출도 22.2% 떨어졌지만 연간 20만대는 넘겼다. 주력인 SM6의 부진을 QM6가 메웠고, 소형 클리오 3600대가 판매돼 내수 추락을 막아냈다. 2012년 6만대를 밑돌던 수준이 2016년 11만대로 올라선 만큼 지난해 9만대로 내려갔어도 예상보다 하락 폭은 낮았다는 뜻이다. 수출 또한 13만대로 전년 대비 줄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닛산이 사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로그 후속 생산 차종이 배정되지 않는다면 생산은 반토막 나고 수익성은 하락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산 차종 배정에 관한 르노삼성의 영향력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르노그룹 부회장이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지만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하면 르노그룹도 배정권이 없다. 닛산 제품을 생산해주니 닛산 의지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다만 르노가 닛산에 양해를 구할 수 있어 르노그룹 부회장이 메시지를 보낸 것뿐이다.

 

하지만 최근 르노와 닛산이 갈등을 겪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자동차 생산 측면에서 일본을 압박한다. 자동차와 정치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임을 감안할 때 르노삼성은 한국, 일본,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고, 르노와 닛산의 실질적인 입김이 지배하는 곳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두고 복잡한 관계들이 얽히고설킨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국내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사측으로 불리는 르노삼성이 결정하지 않는다. 르노와 닛산의 협의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라는 조언이 쏟아진다.

 

갈등은 노조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그리고 이는 당연한 일이다. 모두 열심히 일했고 수익을 냈으니 나누자는 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물론 회사도 정당한 요구라고 판단해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익을 나누는 방식에서 부딪쳤다. 회사는 인센티브를 선택한 반면 노조는 급여 인상을 원했다. 양측의 입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노조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고, 회사는 매년 수익 규모가 달라지는 점을 주목해 인센티브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금융 개념으로 보면 노조는 고정금리, 회사는 변동금리를 제안한 셈이다. 그리고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해 8개월 동안 갈등했다.

 

그러자 르노삼성의 대주주인 르노그룹이 대승적 차원의 노사 결단을 촉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 물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르노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갈등 해결 촉구라기보다 일종의 통보 같은 뉘앙스가 감지된다.

 

그래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경우의 수를 따져봤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구입하는 고객이다. 국내는 기본적으로 개별 소비자가 고객이지만 수출은 닛산과 르노가 최대 구매자다. 그중에서도 닛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는 10만7262대로 78%의 비중에 달한다. 닛산이 로그 완성차를 사가지 않으면 수출은 빈사 상태로 전락하는 수준이다. 닛산의 후속 차종 배정 시점이 오는 9월이니 그 전에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부산공장이 유지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르노그룹 입장에서도 생산이 끊기면 달갑지 않다. 공장이 적자로 돌아서면 그만큼 르노의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다시 가동률을 높이려면 르노 제품을 투입해야 하지만 일부 차종을 완성차로 수입, 판매하며 시장 반응을 살핀 결과 낙관적이지 않다. 닛산 물량이 빠졌을 때 르노의 수출 증대 방안을 고민할 수 있지만 수출 지역이 마땅치 않은 게 걸림돌이다. 르노도 현지 생산 체제이고 이외 지역은 진출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다. 그러니 르노그룹 또한 부산공장에서 닛산 제품을 만들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조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파고드는 르노의 약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엄청난 변수가 생겼다. 미국과 일본의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다. 연간 900만대를 생산하는 일본에게 연간 1100만대를 생산하는 미국이 생산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카드를 받은 일본은 이전에 따른 일자리 축소가 정치적 부담으로 연결돼 닛산과 토요타 등에 고민을 토로했고, 이들이 해법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1차 목표는 일본 내 생산 규모는 유지하되 일본차의 미국 생산 확장에 집중됐다.

 

살펴보니 토요타는 멕시코, 닛산은 한국이 눈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토요타는 멕시코 내 생산의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게다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이미 USMAC 관세 협정을 맺은 만큼 옮기지 않을 방법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닛산은 한국의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주목하는 중이다. 연간 10만대를 미국으로 옮기면 관세 칼날을 피할 수 있다. 르노삼성이 저렴하게 만들어주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르노와 닛산이 갈등마저 겪으니 르노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지금 르노삼성 노사 갈등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닛산이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했을 때를 대비하는 게 먼저다. 닛산 로그의 미국 생산 이전은 이미 결정된 사안일지도 모른다. 생산 중단을 위한 명분이 필요할 때에 노사 갈등을 빌미 삼는 것 말이다. 그래서 르노삼성 해법에 국내적 시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갈등이 벌어지는 순간,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할 근로자의 미래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어서다. 노사 모두 한 걸음 뒤로 물러나도 생산 축소 가능성이 높다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글_권용주(MBC 라디오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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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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