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CEV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싸움은 피하자

지금의 전기차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성장했다. FCEV에 대한 지원도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

2019.03.11

 

첫 내연기관 자동차인 칼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카가 세상에 나온 게 1885년이었다. 영국에서 완성된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면, 독일 엔지니어인 오토와 디젤이 형태를 잡은 내연기관 덕에 자동차 시작은 독일이 됐다. 이렇게 자동차 역사 초기에는 마차를 끌던 말을 대신할 동력원으로 다양한 기계들이 등장했다. 증기기관부터 내연기관은 물론 전기모터와 배터리까지 모든 것이 혼재된 시절이었다. 여기에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발전이 뒤따르며 지난 100여 년 동안 자동차는 다양한 종류의 내연기관이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미래 동력원을 놓고 또 다른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상황은 매우 다르다. 힘을 얻기 위해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그것이 인체와 지구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어느덧 범죄자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자동차가 주범 취급을 당한다. 자동차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좀 더 친환경적인 동력원으로의 변신이 필요했다. 같은 연료를 태우더라도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만든 엔진이나 전기모터의 힘을 빌린 하이브리드, 전기를 충전해 달리는 순수 전기차(BEV)와 수소에서 전기를 뽑아 쓰는 수소연료전지 전기차(FCEV)까지 다양한 방법이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100년 넘게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한 내연기관이 친환경적으로 더 발전하는 것이 사용자 감성적인 면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이래 자동차 평균 연비가 크게 올랐다. 그럼에도 구동을 위해 아예 오염물질 배출을 하지 않는 전기모터가 미래 자동차의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도 최대 단점이었던 1회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가 300km를 넘는 전기차들이 크게 늘었고 FCEV는 충전 시간이 짧고 오염물질이 전혀 없다. 여기에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가세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100년 전에는 좀 더 빠른 속도와 1회 주유 혹은 충전 후 주행가능거리의 싸움에서 독보적인 성능을 보인 내연기관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하지만 친환경성을 핵심으로 역시 1회 충전 시간과 주행가능거리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으로 BEV와 FCEV의 대결이다. 특히 지난 1월에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이해타산이 엮인 분야에 대해 이게 옳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논쟁이 의미가 있나 싶다. BEV와 FCEV는 둘 다 ‘전기차’다. 전기모터를 굴려 동력을 얻고 회생제동 시스템 등을 통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거둬들여 주행거리를 늘리는 건 똑같다. 특히 순수 전기차를 옹호하는 사람 중에는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과학과 경제성이라는 가면 뒤에 감추고 무조건 비판에 나서는 사람도 많다. 과연 정말 FCEV는 의미가 없는 걸까?

 

세계적인 회계·경영 컨설팅 회사 KPMG에서는 매년 세계 43개국 907명의 자동차 관련 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동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2025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 키워드를 선택해 순위를 매긴다. 2017년 기준으로 1위였던 배터리 전기차는 2018년 들어 3위로 내려앉았고, 반대로 3위였던 연료전지 자동차는 1위로 올라섰다. 2차 전지의 에너지 밀도 상승과 가격 하락 추세가 둔화되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속적인 배터리 가격 하락이 전기차의 보급을 앞당기는 요인이었고, 그에 맞춰 각 국가의 정부도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금을 지원해 환경을 개선하려고 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FCEV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을 하게 되는 것이 그렇게 억울한 일인가?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의 BEV 공급에는 차값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은 물론 상대적으로 싸게 사용할 수 있었던 전기요금에 대한 혜택도 크다. 가정용 전기와 비교해도 전기차 충전을 위한 요금은 상대적으로 싸다. 만약 차를 구입할 때 지금처럼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이 없고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혹은 조금은 저렴한 연료비가 들어간다면 과연 지금처럼 살 것인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볼 일이다.

 

더욱이나 우리의 전기는 그리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18년 6월 한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발전량의 62.6%는 화석을 태워 만든 수증기나 내연기관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다. 여기에 미래 세대에 큰 환경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자력 발전(34.8%)까지 더하면 97.3%의 전기가 환경에 위협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당신이 타고 있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혹은 FCEV보다 과연 친환경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또한 많은 사람이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 자체가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특히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스택을 활용한 가정·건물용 발전시설에 대한 내용도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면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우선적인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은 맞다. 그럼에도 수소 충전소가 만들어지면 과연 넥소만 이득을 볼까? 당장 혼다와 토요타의 FCEV도 국내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또 이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막 시작하는 영역이자 관심이 높은 분야다. 단순히 자동차의 동력계통 변화가 아니라, 태양광을 비롯한 자연의 에너지를 수소로 바꿔 저장하고 필요에 따라 전기로 바꿔 쓸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산업군이 만들어진다. 국가적인 정책 차원에서 사회기반시설을 공급하고 규제를 낮추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막대한 투자금을 날리겠지만 성공하면 세계 주도권을 갖게 된다. 100년 전 누구도 내연기관이 이렇게 성공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치열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지저분한 싸움은 자제하자.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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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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