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오래 오래, 레이싱 모델 김보경

김보경의 꿈은 소박하다. 오래 활동하는 모델이 되는 것. 하지만 그것만큼 야심 넘치는 꿈도 없다

2019.03.18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프라다, 헤어밴드는 나이키.

 

“볼링을 좋아해요. 볼링만 치면 재미 없으니까 내기도 살짝 가미하고요.” 김보경은 볼링보단 내기를 말할 때 분명 입꼬리가 더 올라갔다. “물론 그냥 볼링을 치는 것도 좋아요. 볼링공이 핀을 칠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정말 사랑해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내기한다고 해서 도박 영화에서처럼 돈을 많이 거는 건 아니에요. 기껏해야 볼링 치는 게임 비용과 음료수 정도? 평소엔 애버리지가 100에서 120 나오는데 내기를 하면 140을 넘겨요.” 내기로 인한 승부욕이 그녀를 채찍질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애버리지의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을 텐데. “상대방이 볼링을 잘 치면 상대방에게 핸디캡을 주고, 못 치면 제가 핸디캡을 받으면 될 일이에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웃음) 승부욕이 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승부욕이 생기면 더 집중하게 되고 제 실력을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다고 해야 할까요? 일이든 운동이든, 어떤 것이든요.” 그래서일까? SNS에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보면 굉장히 몰입한다고 느껴진다. “그건 상대방과의 승부가 아닌 제 자신과의 승부예요. 더 잘하고 싶고, 더 예쁘게 나오고 싶어요. 그래야 결과물이 좋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볼링 칠 때 그 이상의 승부욕이 필요해요.”

 

 

그럼 반대로 승부욕이 필요 없을 때도 있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볼 때요.” 방금 전 진지한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학생 때부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일본 만화영화를 즐겨 봤어요. 호소다 마모루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역시 최고로 꼽는 건 지브리 컴퍼니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영화예요. 지브리 컴퍼니가 만든 만화영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어요. 영화들 대부분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옛날 영화 같지 않다니까요.” 그녀가 일본 만화영화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한글로 전하지 못하는 대사의 뉘앙스를 이해하고 싶어 일본어를 공부했다. “어릴 땐 그저 만화라서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지브리 컴퍼니 영화를 보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무척 철학적으로 다가와요. 생각의 여운을 많이 준다고 할까? 아 참, 음악도 빼놓을 순 없고요.” 지브리 컴퍼니가 제작한 영화의 OST는 대부분 영화음악가인 히사이시 조가 작곡했다. “영화 <원령공주>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의 OST만 들어도 눈앞에 그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아요. 내용과 영상, 음악이 이렇게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걸까요?”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이런 모습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사이 그녀는 수첩 위에 몇몇 이름을 끄적이고 있었다. “예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 중이었어요.” 그중에 ‘바라’라는 이름에 동그라미와 별표를 했다. “‘바라’는 어때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행위예술가의 이름 같았다. “무언가를 몸으로 표현하는 행위예술가의 이름 같다면 모델 이름으로도 제격인 것 아닌가요? 모델도 큰 의미로 해석했을 때 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꿈보다 해몽이지만 모델에 대한 그녀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어떤 모델이 되고 싶을까? “유명해지는 걸 좇지는 않아요. 대신 오래 활동하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소소하지만 야심에 찬 목표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저만 혼자 오래 활동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오래 활동해야죠. 결국 남는 건 사람뿐인데.” 그녀는 자신에게 들어온 일을 주변 모델에게 양보할 때도 있다. “저한테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 가끔 있거든요. 그럼 그 일과 어울리는 주변 모델에게 소개해요.”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내 옷이 아닌데 억지로 입을 필요는 없잖아요. 전 그냥 제 옷만 입을래요. 제 몸에 꼭 맞는 옷도 얼마나 많은데요.” 맞다. 옷은 몸에 잘 맞아야 오래 입을 수 있다.스타일링 박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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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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