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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아이코닉, 미니 & 포르쉐 911

자동차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길 때 비로소 이들은 아이콘이 된다.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아이코닉 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가치가 견고해진다

2019.03.18

 

‘아이코닉 카’는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차를 말한다. 물론 한 시대로 배경을 한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좋아해서 차를 모르는 사람도 알아볼 정도의 인지도가 있으면 아이코닉 카로 불러도 좋다. 아이코닉 카에는 대중적인 차가 많아 모두가 한 번쯤 소유하거나 경험해본 차였다. 누구나 애정으로 바라본 차는 대부분 명차라 할 수 있다. 포드 모델 T부터 미니, 비틀, 머스탱, 랭글러 등등 자동차 역사에 아로새겨진 수많은 아이코닉 카가 떠오른다. 자동차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길 때 비로소 이들은 아이콘이 됐다. 많이 팔린 차보다는 화제를 불러 모은 차에 관심이 모아졌다. 아이코닉 카에 경계가 뚜렷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미니와 포르쉐 911, 두 대의 아이코닉 카를 통해 그 의미를 짚어본다.

 

 

MINI COOPER S1956년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국유화 선언에 반대해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킨 수에즈운하 사태로 유럽에 석유 위기가 닥치자 독일의 이세타나 메서슈미트 같은 1~2인승 버블카가 유행했다. 미니는 영국으로 밀려오는 버블카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차로, 2년 만에 완성됐다. 폭스바겐 비틀이나 시트로엥 2CV보다 작은 차를 목표로 개발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달렸다. 미니는 기름을 아끼려는 경제적인 차였다. 서민을 위한 차이기도 했는데, 부자들도 흥미를 느껴 미니를 찾기 시작했다. 영국의 코미디언 피터 셀러스와 미스터 빈은 물론 비틀스 같은 유명 인사들이 미니를 좋아했다. 미니가 아이콘이 된 이유다. 미니는 자유로운 196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자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차, 가장 영향력 있는 ‘세기의 자동차’가 됐다.

 

 

알렉 이시고니스가 설계한 미니는 영국 최초의 앞바퀴굴림 차로, 처음부터 해치백은 아니었다. 가로배치 엔진과 러버 콘 스프링을 쓴 독립식 서스펜션으로 공간 효율을 극대화해 길이가 3m 남짓할 뿐인데 사람 네 명에 짐까지 싣는 기적을 이룬다. 10인치 바퀴를 네 모퉁이에 달아 악을 쓰며 바닥을 훑고 달리는 미니를 보고 ‘고카트 필링(Gokart Feeling)’이라고 했다. 미니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디자인의 하나로 꼽는다. 빠르고 재미있는 차는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바꾸었다. 공간 효율이 뛰어난 앞바퀴굴림 패키징은 나중에 해치백으로 발전한다. 기능만을 생각한 차는 아름다웠다. 운동성능이 좋은 차는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1959년 데뷔한 미니는 34마력을 내는 848cc BMC A 시리즈 엔진을 얹어 무게가 590kg에, 최고속도가 시속 116km에 달했다. 0→시속 97km 가속에는 20초가 걸렸다. 미니 마니아를 만든 건 쿠퍼였다.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이 미니의 존재를 더욱 부각했다. 1961년 997cc 엔진을 얹어 55마력을 내는 미니 쿠퍼를 내놓은 데 이어, 1963년 출시한 1071cc 70마력짜리 쿠퍼 S는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1964~1967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다. 미니는 유러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 수많은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미니는 성공적이었지만 모그룹인 BLMC (British Leyland Motor Corporation)는 늘 재정난에 시달렸다. 그때 영국 자동차산업은 부침을 계속했다. 미니는 돈이 없어 신형을 개발하기보다 페인트 색을 달리한 새 버전을 내놓으며 연명했다. 1980~1992년까지 20개 이상의 스페셜 에디션이 출시됐다. 생산을 끝낼까 고민하던 1992년에는 일본에서 생산량의 27%를 가져가 한숨 놓은 적도 있었다. 미니는 컬트카였다. 값싼 이동수단이었고, 기술적인 승리였으며 성공적인 랠리카였다. 패키징의 걸작이었고 영국이 자랑하는 베스트셀러였다. 그렇게 오리지널 미니는 540만대 이상 생산됐다.

 

 

BMW가 미니를 인수한 후 2001년 데뷔한 신형 미니도 어느덧 3세대에 이르렀다. 오늘 온 시승차는 192마력의 쿠퍼 S 모델로, 팍팍 튀는 주행성능을 지녀 재미가 유별나다. 옛날 미니의 톡톡 튀는 이미지를 신형 미니에서 그대로 살려냈다. 핫해치 같은 고성능 재미는 사실 오리지널 미니에는 없었는지 모른다. 거세게 그러나 부드럽게 달리는 주행질감은 옛날 미니와 많이 다르다. 옛날 미니에서 느꼈던 즐거움이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과거의 미니가 악을 쓰고 달렸다면, 오늘의 미니는 여유로움 속에 강한 힘을 토해낸다. 사실 192마력은 결코 작고 경제적인 차의 심장이 아니다. 작지만 탄탄한 차를 즐기다 보면 4260만원이라는 값에 수긍이 간다. 나아가 미니는 점차 BMW와 플랫폼을 공유해나가는 중이다. 오늘의 미니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이 되어간다.

 

 

단단하고 옹골찬 실내 분위기는 장갑차 안에 앉은 기분마저 준다. 작은 차지만 충분히 보호받는 기분이다. 오리지널 미니와 비교하자니 그랬다. 넉넉한 운전석은 거구(?)의 시승자도 만족하는 공간이다. 시트 쿠션의 앞부분을 앞으로 빼낼 수 있어 편한데, 이건 요즘 고급차의 필수 품목이기도 하다. 사방이 아기자기하고 깜찍한 미니는 모든 게 예쁘다. 멀리 앞으로 나아간 앞유리와 토글스위치는 과거 미니의 흔적들이다. 난 모니터를 감싼 둥근 원에서 구형 미니의 사발시계 같던 속도계를 떠올린다. 미니는 작은 차의 장점을 한껏 살린다. 이젠 비싼 차가 됐지만 비싼 값이 작은 차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작은 차를 떳떳하게 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오늘의 미니는 뛰어난 마케팅으로 역사를 이어간다. 미니 런, 미니 유나이티드, 미니만의 장마당, 그리고 독특한 광고 속에서 미소가 이어진다. 미니를 상상하면 떠오르는 유쾌함, 그리고 즐거움이 미니를 아이콘으로 만들어간다.

 


 

 

PORSCHE 911포르쉐 박사가 국민차 비틀을 만들고, 그의 아들 페리가 356을 만들었다. 1948년 데뷔한 356은 40마력을 내는 1100cc 엔진을 얹고 최고시속 148km를 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비틀의 부품을 쓰면서, 비틀의 리어엔진 디자인에 기초해 만든 스포츠카였다. 가벼운 차체와 공기역학적인 유선형 보디 덕에 스포츠카의 성능이 가능했다. 356은 15년 동안 7만6000대가 생산됐고, 다양한 모터스포츠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1963년 데뷔한 911은 356을 잇는 모델이지만 완전히 다른 차다. 356에서 진화한 개성적인 디자인은 페리의 장남 부치 포르쉐가 맡았다. 공랭식 수평대향 6기통 2.0ℓ 엔진은 최고출력 130마력을 내고, 최고시속 208km를 찍었다. 911은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엔진 크기와 출력을 키워왔다. 엔진은 2.0ℓ에서 3.6ℓ로 커졌다가 다시 3.0ℓ 터보로 이어졌다. 911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체할 자동차를 찾았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1970년대 중반 928이라는 걸작도 내놓았지만 911을 대체하는 데 실패했다. 911의 후속 모델을 오리지널 모델과 조금 다르게 만들면 열성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1997년 배출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해 공랭식 엔진에서 수랭식으로 바꿨을 때도 골수팬들의 원성은 자자했다. 911에 수동기어만 존재하고, 노련한 드라이버들만 911을 찾던 시절 얘기다.

 

 

포르쉐는 911 한 모델만 만드는 회사였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914, 968 같은 아랫급 차를 만들었지만 계속된 부침을 겪었다. 1996년 박스터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SUV인 카이엔 판매가 획기적으로 늘면서 포르쉐는 비로소 911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지금은 파나메라, 카이엔, 마칸 같은 차들로 내실을 다지고 911과 박스터가 포르쉐 이미지를 이끈다.

 

 

오늘 시승차는 911 카레라 4 GTS 모델이다. 911 모델 가운데 일반도로와 트랙을 모두 아우르는 모델로 알려졌다. 개성이 뚜렷한 실루엣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사람들은 이런 차를 ‘올 타임 클래식(All time classic)’이라 불렀다. 911은 항상 포르쉐의 중심이 되는 모델이었다. 그 어떤 모델도 911의 아성을 넘볼 수 없다. 카이엔과 파나메라가 8기통 엔진을 얹고 나와도, 6기통 엔진의 911은 언제나 더 비쌌다. 동그란 헤드램프는 911만이 누릴 수 있다. 요즘 911은 스포츠카에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이 살짝 더해진 듯하지만, 가장 실용적인 슈퍼카임이 틀림없다. 몸집은 작지만 독일 차만의 든든함과 우직함, 그러면서 정교하고 예리한 정밀성을 느낄 수 있다. 벌써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911은 견고한 엔지니어링과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911은 늘 그 모습인 것 같지만 새 차가 나올 때마다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다. 최근 발표한 8세대 911 카레라는 3.0ℓ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450마력까지 늘었다. 마침 오늘 시승차인 7세대 911 GTS 역시 450마력을 내는 엔진을 얹었다.

 

 

엔진을 뒤에 얹은 차는 과거 ‘테일 해피 핸들링’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극한 상황에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는 문제로, 한계점까지 운전하면 위험한 차였다. 오랜 시간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 911은 이제 뒷바퀴 사이를 충분히 넓히고, 엔진도 슬금슬금 앞으로 옮겨 미드십 엔진처럼 됐다. 애초에 엔진을 뒤에 얹어 문제를 만들고, 잘못된 배치를 고집하며 하나씩 잡아나가는 포르쉐의 철학도 이해하기 쉬운 건 아니다. 그렇게 911은 완벽한 스포츠카가 됐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카가 따라잡아야 할 목표가 되고, 질투의 대상이 됐다. 납작하게 주저앉은 차는 바닥에 들러붙어 달린다. 힘은 충분해서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속도로 쏘아댈 수 있다. 날카로운 핸들링은 차를 몰아가는 데 자신감을 더한다. 적당한 배기음과 엔진음이 슈퍼카의 영역을 넘나든다. 굽이치는 도로에서도 차를 믿기에 속도를 더해갈 뿐이다. 노면이 거친 도로에서 차는 들썩여도 불안하지 않다. 가볍게 그러나 거세게 뛰쳐나가는 GTS에서 911만의 매력을 보았다.

 

 

포르쉐는 죽기 전에 한번 가져봐야 할 차로 유명하다. 911은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끝없는 사랑이 이어진다.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이익을 많이 남기는 회사가 포르쉐인데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싼 값에도 누구나 갖고 싶은 차가 911이다. 앞으로 세상이 자동차 공유 시대가 된다 해도 포르쉐는 소유하고 싶은 자동차로 남을 거다. 이것이 스포츠카 아이콘의 힘이다.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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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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