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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전기 SUV, 아우디 E-트론

아주 잘 만든 아우디의 전기 럭셔리 크로스오버를 시승하다

2019.03.20

 

노란 하늘 아래로 잔물결이 이는 모래언덕이 펼쳐져 있다. 아우디 한 대가 비틀거리며 둔덕을 힘겹게 오르더니 부드러운 모래 더미 사이를 활강하며 내려간다. 손목을 잽싸게 한 번 움직이고 오른쪽 발목에 힘을 주자 그 즉시 네 바퀴에서 먼지와 자갈이 요란하게 뿜어져 나온다. 이 역설적인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지금 중동 아부다비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사막 위를 순수 전기 SUV로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우디 E-트론이다.

 

E-트론은 아우디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새로운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플랫폼은 전형적인 스케이트보드 형태를 띠는데 앞뒤 차축 사이와 차체 바닥에 95kWh 배터리팩이 놓인다. 전기모터는 앞뒤 차축에 각각 하나씩 달려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완성한다. 뒤쪽 전기모터는 드라이브 샤프트와 같은 축에 놓인다. 반면, 앞쪽 전기모터는 앞 차축에서 조금 떨어져 뒤쪽 사선 방향으로 위치한다. 이 같은 구조는 아우디 엔지니어들이 A6와 A8 같은 차에 적용되는 MLB 에보 플랫폼 부품에서 스티어링 시스템을 가져와 적용했기 때문이다(덕분에 전용 부품 개발에 따른 개발비를 아낄 수 있었다). 같은 이유에서 E-트론의 플랫폼은 MLB 에보 플랫폼의 높이를 조정해 에어서스펜션과 브레이크를 쓸 수 있게 됐다.

 

 

뒤쪽 전기모터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21마력과 32.1kg·m이며, 앞쪽 전기모터의 제원은 181마력과 25.2kg·m다. 분명 E-트론은 스포티하며 뒷바퀴굴림 기반의 역동적인 균형감을 자랑한다. 아우디는 파워트레인의 시스템 총출력이 355마력과 57.2kg·m이며, 60초 동안 꾸준히 지속된다고 밝혔다. 덕분에 성능 저하 없이 폭발적인 가속을 연이어 경험할 수 있다. 8초 동안 사용 가능한 부스트 모드에서는 최고출력이 402마력, 최대토크가 67.7kg·m까지 치솟는다. 아우디는 이 정도면 2495kg(배터리팩의 무게만 700kg이다)인 E-트론이 5.5초 만에 시속 97km까지 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200km에서 제한된다.

 

부피가 큰 내연기관과 복잡한 관련 부품이 사라진 덕에 마크 리히트의 디자인 팀은 E-트론에 스포티한 실루엣과 차체가 넓어 보이는 자세를 더할 수 있었다. 크기만 보면 E-트론은 Q5보다 Q7에 가까우며, 이 둘보다 공간 효율성이 좋다. 아래 두 가지 치수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E-트론은 Q7보다 차체 길이가 168mm 짧지만 휠베이스는 겨우 66mm 짧고, 높이는 125mm 낮다. 높이만 놓고 보면 E-트론보다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239mm, 109mm 짧은 Q5보다도 훨씬 낮은 셈이다.

 

실내는 A8이나 Q8보다 고급스럽진 않다. 하지만 모던하고 극적이다. 모든 스크린은 높은 해상도와 아름다운 그래픽을 자랑한다.

 

E-트론의 각진 실내 디자인은 A8이나 Q8보다 눈에 띄게 고급스럽진 않다. 하지만 버추얼 콕핏이 적용된 디지털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인터페이스를 위한 햅틱 터치스크린 모니터, 공조장치 컨트롤러 등을 포함한 디스플레이에서 기술적인 완벽함이 엿보인다. 센터콘솔에서는 가죽으로 장식된 받침대가 눈에 띄는데, 그 끝부분에 은색으로 장식한 변속레버 탭이 있다. 엄지로 탭을 앞쪽으로 밀면 후진(R)이 되고, 검지로 탭을 반대 방향으로 당기면 드라이브(D) 모드로 들어간다. 탭을 다시 한번 뒤로 당기면 스포츠 모드가, 탭을 빠르게 두 번 연속해 당기면 부스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주차(P)는 레버 측면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E-트론을 운전하는 일은 이처럼 까다롭다. 하지만 그 외에는 현존하는 다른 아우디 모델과 똑같다. E-트론은 실제 도로에서 다른 아우디와 비슷한 느낌을 전달한다. 다만, 엔진 소음이 없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탄력 있는 가속감이 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아주 전형적인 아우디처럼 달린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아우디의 혁신적인 새로운 전자유압식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간단히 말하면 E-트론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전기모터의 회생제동 시스템과 유압식 브레이크가 아주 부드럽게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대 0.3g까지의 제동은 전기모터에 의해 처리되며, 이때 수집된 에너지는 배터리로 전달된다. 하지만 E-트론의 신경망이 더 많은 제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유압식 브레이크 시스템 내에 있는 피스톤을 작동시켜 앞쪽 6피스톤 캘리퍼와 뒤쪽 1피스톤 캘리퍼로 브레이크 디스크를 꽉 잡는다. 아우디는 일상적인 주행 중 대부분의 제동 상황은 0.3g 이하이며, 따라서 E-트론의 브레이크 시스템 중 90%는 회생제동에 의해 통제된다고 말한다.

 

아우디 E-트론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크다. Q5보다는 Q7과 덩치가 비슷하다. 앞뒤 전기모터가 어떤 상황에서도 네바퀴굴림 특유의 구동력을 보장한다.

 

E-트론의 기술은 매우 똑똑하고, 기술의 표현 방법 또한 정말 멋지다. 다른 배터리 전기차와 달리 E-트론의 브레이크는 놀라울 정도로 직접적이고 일관된 페달 감각을 지니고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이나 유압식 브레이크가 어떤 상황에서도 차의 속도를 늦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속 11km 이하의 아주 느린 속도에서도 E-트론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자동으로 회생제동 시스템의 작동을 자제하고, 유압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덕분에 운전자는 점잖게 미끄러지며 부드럽게 정지할 수 있다. 다른 전기차에서 흔히 나타나는 불규칙한 움직임 없이 수평 주차를 할 수도 있다.

 

E-트론은 기존의 브레이크 시스템으로도 아주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하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하다. 이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일반적인 자동차처럼 타력 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때 특히 유용하다. 또한 교통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계속해서 밟아야 하는 지루함으로부터 운전자를 해방시킨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열정적으로 달리며 코너에 진입할 때는 차의 균형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우디 E-트론은 무겁다. 하지만 무게가 섀시에 낮게 위치하고 좌우 트랙이 넓어서 포장도로에서 핸들링이 훌륭하다. 옵션인 카메라 기반의 사이드미러는 매우 실용적이지만 아쉽게도 미국에서는 법규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운전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회생제동의 강도를 낮거나 강하게 바꿀 수 있다. 후자는 E-트론을 테슬라나 재규어 I 페이스처럼 가속페달 하나를 밟고 떼면서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운전자가 전기차 같은 느낌으로 달리기를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아우디는 E-트론이 오토 모드(위성 기반의 내비게이션으로 작동하고, 에너지 회수량을 최적화하기 위해 속도를 제한한다)일 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회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E-트론이 다른 전기차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주행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원 페달 모드는 유압식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 초기 전기차들의 버팀목이었다”고 아우디 제품 개발 책임자 앤드루 카터 발컴이 E-트론 론칭 행사에서 말했다. E-트론을 시승한 뒤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아우디의 전자유압식 제동 시스템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으며, 전기차 제동 시스템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 E-트론은 두 가지 트림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된다. 하나는 7만5775달러의 프리미엄 플러스, 다른 하나는 20인치 휠과 255/50 사이즈 타이어가 기본으로 달리는 8만2775달러짜리 프레스티지다. 소비자들은 옵션으로 효율성이 좋은 19인치 휠과 255/55 타이어를 추가 비용 없이 달 수 있고, 21인치 휠과 265/45 타이어는 나중에 옵션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난 아부다비에서 20인치 휠과 21인치 휠을 신은 E-트론을 시승했고, 둘 사이에 승차감이나 소음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타이어를 신어도 E-트론은 재규어 I 페이스의 고급스러운 주행질감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 X보다는 더 조용하고 안락하다.

 

 

시승 코스 중에는 해발 1219m 높이에 60개의 코너가 11.7km 내내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제벨 하피트 산악 도로를 힘차게 오르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이 길을 강하게 달릴수록 E-트론의 파워트레인은 고성능을 지향하는 다른 SUV들과 똑같은 추진력과 반응성을 보였다. 코너를 통과할 때 섀시는 아주 단단한 느낌을 주고, 롤링도 매우 적다. 운전자는 즉각적인 토크 생성(최고출력이 너무 빨리 나오기는 하지만)과 차체 앞부분이 매우 넓은 것(무게가 섀시 밑으로 낮게 깔려있긴 하지만), 약 2495kg의 차로 빠르게 방향을 바꾸며 도로를 춤추듯 왔다 갔다 할 때 그 어떤 실수도 보이지 않는 것 등에 주목해야 한다. 산길을 내려오는 것도 정말 즐겁다. 왜냐하면 전자유압식 제동 시스템에 큰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평지로 내려올 때까지 매연과 배출가스 냄새가 나지 않았고, 스펀지 같은 페달감도 없었다. 정말 인상적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주행거리’에 대한 답을 원할 것이다. 아우디는 아직 EPA 수치를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기준 WLTP 테스트에서 E-트론이 달성한 399km의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으로 338~362km일 것임을 암시한다. E-트론의 주행거리는 재규어 I 페이스의 EPA 기준 376km와 효율적인 테슬라 모델 X 75D의 383km에 미치지 못한다.

 

 

E-트론은 다른 측정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모터트렌드>의 테스트는 E-트론이 0→시속 97km 가속에서 재규어 I 페이스보다 1.5초 느리고, 모델 X 75D와는 같은 5.5초라는 것을 보여준다. 제원상으로 E-트론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실내는 테슬라보다 더 고급스럽고 재규어보다 뒷좌석 공간이 더 여유롭다. E-트론의 진짜 강점은 똑똑한 제동 시스템과 더 조용한 파워트레인, 끝내주는 조립 품질 같은 것에 있지 않다. 일상에서 운전하기 훨씬 좋다는 데 있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 설치될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의 150kW 급속 충전기는 27분 만에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건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E-트론은 아우디가 앞으로 2년 안에 출시할 순수 전기 네바퀴굴림 자동차의 첫 번째 모델이다. 폭스바겐 그룹 프미리엄 브랜드의 전면적인 변화의 선봉에 서게 될 이 전기차들을, 순수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모습으로 2025년까지 매년 볼 수 있다. 아우디는 자동차의 전동화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시승한 E-트론은 안전한 베팅이다. 빠르고 조용하며 스타일리시하고 실용적이다.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었고, 똑똑하게 그 기술을 표현한다. E-트론은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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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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