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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보금자리,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의 실내를 미리 살폈다

2019.03.21

 

우리는 자율주행차 혁명이 언제 시작될지, 또 그 모습은 과연 어떨지 알기 어렵다.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형식과 난해한 법률 용어를 제외하고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혁명은 분명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실내는 자동차 탄생 이래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실내는 운전자와 운전대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최적의 시야를 확보하며 각종 기능 등을 쉽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클라우스 비숍의 말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실내는 승객의 요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승객은 차 안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실내 공간에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모든 승객이 안락함을 누리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실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처음엔 새로운 실내 모습이 비현실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부정하면 안 된다. 그 누구도 자율주행차가 어떤 형태로 완성될지 모른다. 심지어 몇몇 제조사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바뀌는 변화 속에서 논의하는 게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진취적인 브랜드는 이런 불확실한 분야를 열심히 파헤치기도 한다. 레벨 0부터 5까지 6단계로 나눈 자율주행 단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폭스바겐 I.D. 비전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미학을 갖춘 개방형 자율주행차 콘셉트의 실내다.

 

혁명은 단계적으로 이뤄지기에, 차세대 자동차의 실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첫 번째는 반자율주행 자동차다. 오늘날의 자동차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지금도 우리 주변을 달리고 있다. 캐딜락의 슈퍼 크루즈, 메르세데스 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 등은 때때로 사람이 조종해야 하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볼보 360c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미학을 갖춘 개방형 자율주행차 콘셉트의 실내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개방된 공간’이라는 주제로 모델 3를 개발했다. 물리적 버튼과 조절장치를 최소화했고, 자율주행 시대에서도 노후화되지 않도록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설계했다. 모든 반자율주행 자동차는 조종할 수단이 필요하다. 여러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주행 모드 시 운전대가 자동으로 대시보드 안으로 접혀 들어가는 콘셉트카를 선보이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실내 디자인 총괄 하르트무트 징크비츠는 운전대가 정말 필요한지 궁금해했다. “아마도 우리는 자동차를 실제로 조종하고 완벽한 상호작용을 이룰 수 있는 조이스틱이나 그 비슷한 것만 필요할 겁니다.”징크비츠의 말이다. “난 어제 조이스틱으로 자동차를 테스트하며 운전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메르세데스 벤츠 F 015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미학을 갖춘 개방형 자율주행차 콘셉트의 실내다.

 

앞으로 우리는 차 안의 모든 것을 제어하게 될 것이다. 조향장치는 물론, 안락함을 책임져줄 3축 시트 등을 자유자재로 조작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제품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회사 모티보 엔진니어링에 따르면, 미래의 시트는 여러 개의 관절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한다. ‘유연한 골격’을 직물로 감싼 시트는 용도에 따라 모습을 바꾼다. BMW i와 M 디자인 수장 도마고 듀켁은 ‘안전띠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움직이는 시트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자동차 사고가 0%까지 떨어진다면, 굳이 안전띠를 착용할 필요가 있을까? “더 똑똑한 에어백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각각의 승객이 어디에, 어떻게 앉아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영리해야 하죠.” 듀켁의 말이다. “당분간 접이식 운전대 기술은 유지될 겁니다.”

 

BMW 비전 i넥스트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미학을 갖춘 개방형 자율주행차 콘셉트의 실내다.

 

인피니티 디자인 수장 카림 하비브는 이상적인 자율주행차의 실내를 향한 첫 번째 단계가 간소화라고 믿는다. 최소한의 장식만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불필요한 것을 벗겨내는 것이다. 또한 그는 터치스크린의 검은 패널이 꾸준히 변하는 자율주행차의 실내와 어우러지기 힘들 것으로 본다. 스크린은 훨씬 유기적이고 환경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콘티넨탈의 ‘시스루(see-through)’ A 필러 콘셉트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A 필러에 구부러지는 OLED 스크린을 달아 시야에 가려지는 부분을 영상으로 비춰주는 시스템이다.

 

폭스바겐 I.D. 비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가 설치되어 증강현실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차창 밖으로 가상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증강현실 시스템은 새로운 연결 기회를 열어줄 겁니다.” 사용자 경험 및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렉스턴트의 설립자이자 CEO인 크리스 록웰의 말이다. “윈드실드가 세상을 향한 창문이 됐다고 상상해보세요. 새로운 도시에서 운전하면서 중요한 서비스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얻을 수도 있어요.”

 

 

반자율주행 또는 자율주행차 실내의 핵심은 매끄럽게 통합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즉 정밀하게 조정된 음성 인식 및 제스처 컨트롤과 함께 작동하는 비감각적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사람과 기계의 대화를 위한 직관적인 시스템이 세밀하게 개발되지 않는다면, 관계와 신뢰 모두 없을 것이다. 사용자 경험(UX) 설계자는 UI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사용자의 일상과 습관, 감정, 욕망 등을 학습시킨다. 그리고 그 이해력을 높이고 공감하기 위해 잠재 고객을 연구한다.

 

360c는 풀사이즈 침대도 갖춰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래 자동차의 실내는 정교한 기술만큼 심리적인 정교함도 필요해요.” 록웰은 이렇게 말한다. “목표는 단순히 승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승객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승객이 안락함을 못 느낀다거나 사용성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면, 자율주행을 위해 개발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쓸모없는 기술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에 대한 신뢰는 쉽게 생기지 않겠지만, 얀펭 오토모티브 인테리어 디자인 부사장 팀 시히는 운전 및 비운전 시나리오를 모두 수용하도록 만들어진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두 가지를 타협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완전 자율주행 시대 이전의 과도기가 매우 짧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벨 5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전통적인 자동차의 실내는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실내 공간이 더 넓어져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고, 주행 중 각종 컨트롤러들은 어딘가로 숨겨진다. 또 자동조명 시스템은 그때그때 실내 분위기를 조절한다. 통합 센서 팩은 탑승객의 온도와 심박수, 동작을 감지해 이를 AI와 공유한다. “제조사는 아름답게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을 제공할지 아니면 여백이 훨씬 많은 캔버스를 제공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시히의 말이다. “그러면 사용자 스스로 이 공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완전 자율주행차는 다양하게 공유될 것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다양한 관심을 수용하게 된다. 때문에 여백 많은 캔버스가 가장 흔해질 것이다. 가능한 모든 용도와 활용법을 상상하는 건 불가피한 연습이며, 이는 제조사가 예측한 행동을 광범위한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이유다. GM은 이를 생산성(이메일, 일), 휴식(독서, 낮잠), 사회성(다른 차 또는 개인과의 소통)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볼보는 거실, 사무실, 파티 장소, 수면 공간이라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360c 자율주행 콘셉트에 접목했다. 자율주행차의 실내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곳으로 변신할 수 있다. 퇴근 후 즐기는 온천, 파티를 위한 셀프 바 등 무한한 미디어 통로가 될 것이다.

 

이동 사무실과 다름없는 볼보 360c 안에서 2024년의 비즈니스 트렌드를 논의하는 모습

 

혼다 R&D 미국법인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링과 UX/UI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호세 와이조그로드는 이렇게 말했다. “인류는 매일 5억 시간 분량의 유튜브 콘텐츠를 이용합니다. 운전하지 않는 대신 휴식을 취하거나 밀린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자율주행차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 소비를 이어나갈 게 분명해요.” 그의 말이 맞다면, 광고주들과 콘텐츠 제공자들은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승객이 차 안에서 끊임없이 광고와 오락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오히려 광고와 콘텐츠로 더럽혀지지 않은 실내를 찾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와이조그로드는 타락하지 않은 자율주행차의 실내가 ‘방랑하는 세대(밀레니얼 세대)’의 배움과 발견을 위한 사회적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독일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한제아티셰(Hanseatische)에서 인테리어와 UX 디자인을 맡고 있는 소피아 레반도프스키는 자율주행차의 실내가 이동성이 제한적인 이들에게 유대감과 평등, 새로운 자유를 준다고 분석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는 그런 이들에게 최적화된 이동수단이 될 거예요.” 그녀의 말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징크비츠는 수제 목공 또는 금속 장식 등이 자율주행차 사용자들에게 과거 아날로그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의 학생 산티아고 디아즈는 멀미만 참을 수 있다면 증강현실 및 가상현실이 우리가 자동차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많은 걸 보게 될 겁니다. 예컨대 다양한 정보를 띄우는 유리가 당신 주변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인피니티의 하비브가 한 얘기다. 아마도 창문은 360도 카메라를 통해 바깥세상을 투영하는 전자식 유리로 바뀔 것이고, 당신이 원하면 불투명하게 바꿀 수도 있다.

 

BMW i비전 넥스트는 ‘지능적인 투영’ 기술로 자카드 직물 시트에 이미지를 보여준다

 

자율주행은 아주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제스처 컨트롤은 실내 구성요소 중 하나가 될 테지만, 수많은 나라에서 저마다 다른 보디랭귀지를 쓰는 탓에 해외여행이라도 간다면 제스처 컨트롤을 쓰기에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이 같은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중대한 문제가 수없이 많고, 빠른 시일 내에 풀어야 하는 난제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는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경쟁사의 디지털 장치와 호환성을 갖출 수 있을까? 혹은 이미 집에서 지불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자동차 와이파이나 오락 콘텐츠에 또 돈을 내고 구독해야 할까?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난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정치인들은 자율주행을 옹호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반드시 다뤄야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항목이 수두룩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F 015의 실내는 애플 스토어와 최고급 미용실이 뒤섞여 있다.

 

“법적 책임에 대한 법률 제정, 일반적이지 않은 좌석 위치, 그리고 대체 용도 사례 등이 자주 논의되지만, 아직 서류상으로는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얀펭 시히의 말이다. “디자이너와 제조사는 입법과 추측 사이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놓여 있어요. 이러한 모호함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크나큰 자유를 얻었죠, 창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미 자동차 실내에는 새로운 생각과 철학이 촉발됐습니다.” 오늘날, 관습에 관심이 없는 자유사상가들은 그들의 꿈이 새로운 자동차 시대의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을지 틀릴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까지 어떠한 결과물도 없으며 정해진 답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가 100년 이상 된 제품의 안에서 살아온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비브의 말이다. “분명 벅찬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과 기존 회사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요. 누구는 성공할 것이고, 몇몇은 실패할 것입니다.”

 

 

모티보 엔지니어링 CEO 프라빈 펜메사는 가장 매력적인 이동수단의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가 자동차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비밀스러운 조합이 뭔지 아직 모릅니다.” 그가 재빨리 지적했다. “자동차의 실내는 우리의 삶을 지배할 것이고, 우리의 작업 공간, 놀이 공간, 창의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누구나 말하듯, 자동차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는 자동차에서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재미를 추구할 것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경험을 차 안에서 누리게 될 것입니다.”글_Chris Nelson(<Automobile>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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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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