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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과 자동차의 상관관계를 풀다

반응이 뜨거웠던 카섹스에 이어 이번에는 소개팅이다. 넌지시 물었는데 줄줄 대답해주는 걸 보면 항상 바빠 보였던 게 취재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19.03.26

 

소개팅 갈 때 어떤 차를 타고 가고 싶나?

김선관 어떤 차도 타고 싶지 않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가고 싶다. 그녀를 만나 분위기가 좋으면 맥주를 마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최근에 만난 여자친구와도 그랬고 이전에도 몇 번 그랬다. 맥주를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서로에 대한 경계가 풀어지고 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대리 부르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텐데, 대리 아저씨와 집에 가느니 그녀와 택시를 함께 타고 집까지 바래다주는 게 낫다.

 

안정환 착각하지 말자. 소개팅은 사람을 만나는 거지 자동차를 자랑하러 가는 게 아니다. 그러니까 뭘 타고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와 인연이 맞는다면, 킥보드를 타고 가도 연인이 될 수 있겠지. 소개팅 나간다고 오버하는 건 멋없다. 뭐든 무난함이 최고다. 그래서 난 현대 그랜저를 고르겠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을 택해 그녀에게 친환경까지 고려하는 순수한 남자임을 어필할 거다.

 

박호준 요즘은 솔직한 게 먹힌다. 스스로 어필해야지 가만히 있는다고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끝내주게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가고 싶다. 지붕까지 열리면 더 좋다. 포인트는 좋은 차를 타고 왔다고 으스대거나 티 내지 않는 태도다. 첫 만남부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은 벤츠가 아니라 롤스로이스를 타고 와도 밉상이다. 평범하게 저녁 먹으며 이야기 나누다가 헤어질 때 주차장에서 고성능 컨버터블을 살짝 보여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마음에 둔 이성을 차에 태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김선관 운전, 음악, 청소 상태, 대화까지 모든 게 신경 쓰인다.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 완벽한 타인인 그녀가 들어온다는 건 조금 부담스럽다. 운전 스타일은 사람마다 달라 내가 어떻게 해도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할 거다. 차 안에서 보통 클래식을 듣는데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허세라고 느끼기 딱 좋다. 청소 상태? 난 외관 세차는 하지만 실내 청소는 거의 하지 않는다. 더러운 건 아니지만 먼지가 쌓였다. 가장 큰 문제는 처음 만난 사람과 차를 타고 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다. 직업상 가끔 처음 만난 사람을 가까운 역에 내려다주곤 하는데 5분이 30분처럼 느껴진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면 분명 치명적인 실수로 그녀와 영원히 안녕하게 된다.

 

안정환 일단,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야 한다. 교통체증은 짜증을 유발한다. 그녀와 첫 만남인데 미간을 찌푸릴 수는 없다. 그녀 역시 꽉 막힌 도로는 질색일 거다. 예전에 소개팅녀와 함께 퇴근길을 뚫고 간 적이 있다. 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대화의 소재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는 내 옆자리에서 곤히 잠들었다. 깨우기도 미안하고, 그냥 집 앞까지 얌전히 모셔다드렸다. 소개팅남에서 택시 기사로 전락해버린 그때의 기분, 잊지 못한다.

 

박호준 운전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부드럽게 운전한다. 시작부터 거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 천천히 달아오르게 하는 게 요령이다. 얌전하게 달리며 내가 ‘폭주를 즐기는 불량한 운전자’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그러고 나서 묻는다. “혹시 조금 빨리 달려도 괜찮아요? 무서우면 계속 천천히 가고요”라고 말이다. 허락을 받는다면, 그녀의 아드레날린이 펑펑 터지도록 숨겨왔던 운전 실력을 맘껏 쏟아낸다. 단, 욕설, 상향등, 클랙슨 3종 세트는 금물이다. 빨리 달려도 좋다고 했지 본성을 드러내라고는 하지 않았다. 경험상 빠르게 달리는 건 5분 이내로 하는 게 좋다. 5분이 넘어가면 지친다.

 

반대로 여자가 어떤 차를 타고 오면 매력적일까?

김선관 재미없겠지만, 택시. 누누이 말하지만 소개팅에는 차를 가지고 오는 게 아니다.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같다. 젊은 남녀가 만나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차가 있으면 성공으로 가는 길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 현명하지 못하다. 물론 그녀가 우리 집까지 바래다주면 고맙긴 할 것 같다. 들어오면 더 좋고.

 

안정환 귀여운 레이면 좋겠다. 뭔가 소박하고 순수할 거 같은 느낌이라서. 단, 실내는 깨끗해야 한다. 여성 비하는 아니지만, 실내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여성의 차를 보지 못했다. 우리 엄마 차도 실내가 아주 엉망이다. 예전에 민트색 레이를 타던 여자와 썸을 탄 적이 있다. 주로 내 차를 이용하다가 딱 한 번 그녀의 차를 탔는데, 그 뒤로 썸은 끝났다. 그녀의 차 안에서 진동하는 곰팡내를 맡고 며칠 앓아누웠다.

 

박호준 이건 콕 집어 말할 수 있다. G 63 AMG다. 섹시하다. 외관은 물론 승차감도 투박하기 그지없는 그 차를 타는 여자라면 분명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다. 깊게 알고 싶은 호기심이 솟구친다. 아니면 “우아! G 63을 타신다고요?”라며 너스레라도 한 번 더 떨 수 있다. 내가 한 번도 그 차를 타본 적이 없어 시승이라도 어떻게 한번 해볼까 싶어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자동차로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선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동차로 이성에게 어필하거나 어필당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 딱 한 번 새빨간 포르쉐 911 시승차를 타고 소개팅에 나간 적이 있다. 그때 나를 보던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자동차 후광인가?’ 싶었다.  내가 에디터인 줄만 알았지 자동차 에디터인 줄은 몰랐던 그녀다. 소개팅 전후 카톡을 주고받는 속도가 달라졌다. 차마 911이 내 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먼저 그녀를 놓았다. 언젠가 911을 사면 꼭 그녀에게 다시 연락하겠다.

 

안정환 없다. 자동차로 여성에게 어필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간혹 배기음을 뿜으며 자신의 차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변의 시선을 즐긴다. 하지만 그건 멋있어서 쳐다보는 게 아니다. 대부분 여성은 속으로 “이 양아치 XX야! 조용히 해!”라고 외친다. 자동차로 어필하기보다 매너와 센스로 공략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만약 차가 아닌 자가 아파트 한 채가 있다면 그건 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첫 만남부터 알려줘야 한다.

 

박호준 말은 바로 하자. 자동차가 어필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로 어필하는 거다. 쉽게 말하면, 카페 테이블 위에 페라리 키를 올려놓는다고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나를 더욱더 멋지게 돕는 요소로 차를 이용해야지, 차에 의존하면 곤란하다. 한 끗 차이지만 굉장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개팅 필승 전략이 있다면?

김선관 잘생기면 어떤 차를 타든 상관없다. 어떤 차를 탈까 고민할 시간에 마스크팩하고 푹 자는 게 더 낫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시답잖은 유머를 준비하지도 말자. 웃기는 남자보단 웃는 남자가 더 매력적이다. 뭐 굳이 차를 가지고 가고 싶다면 포르쉐 911을 끌고 가든가.

 

안정환 소개팅은 첫인상이 반이다. 옷도, 차도 깔끔해야 한다. 후각에 민감한 그녀를 위해 차 안에 은은한 방향제를 준비해놓는 것도 좋다. 잔잔한 선율의 음악도 필수다. 그리고 주행 중 급가속, 급제동은 금물이다. 모든 동선을 미리 확인해놓자. 길을 헤매는 순간 매력 지수는 뚝뚝 떨어진다. 그래도 안 된다면,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참고로 난 다음 생을 기약하는 중이다.

 

박호준 솔직히 소개팅 경험이 별로 없다. 소개팅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난 소개팅을 할 수 없다(품절이다). 굳이 예전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멋지게 보이려고 어울리지 않는 새 옷을 사 입거나 분위기가 좋다는 이유로 생전 먹어본 적 없는 프랑스 레스토랑에 간다면 십중팔구 그 소개팅은 실패다. 서로 어색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평소 자주 가는 단골집에 데려가는 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비법이다. 그러니 매일 삼겹살에 소주만 마시지 말고 분위기 좋은 곳을 알아두자.

 


 

그 여자들의 은밀한 수다

꽤 오래전 사람들이 뒤돌아볼 만큼 비싸고 멋진 차를 타던 남자를 만났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익숙해지니 재미있고 편했다. 시간이 흘러 남자 얼굴은 기억도 안 나는데 차는 또렷이 기억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인상 깊었던 것 같다.-김지영(33)

 

SUV를 타는 남자를 선호한다. 흰색이면 좋겠다. 활동적이고 건강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비싼 수입차를 타는 사람은 조금 부담스럽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이경진(30)

 

난 SUV를 좋아하지만, 소개팅 상대라면 세단이 점잖아 보인다. 예전에는 비싼 차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개의치 않는다. 다만, 차가 좋다고 으스대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아웃이다. 나는 차랑 연애하러 나온 게 아니다.-임지현(29)

 

차 있는 남자를 만나면 확실히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게 우선순위는 아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랄까? 소개팅 상대가 호감형이라면 첫 만남에도 그의 차에 오를 수 있다.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큰 차가 좋아 보인다.-이혜선(26)

 

첫 만남에 오픈카? 스포츠카? ‘극혐’이다. 허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좋았던 감정까지 사라질 정도다. 차라리 차가 없어 걸어왔다고 하는 게 낫다. 편견일 수 있지만 그런 차를 타는 사람은 불량할 것 같다.-박선우(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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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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