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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 세금을 꼭 올려야 하는가?

경유세율을 올려도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유가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2019.04.11

 

연간 26조원에 달하는 유류세를 거두는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정유사가 공장에서 출고할 때 세금을 붙여 유통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여기서 징수된 세금은 나라의 곳간으로 보내진다. 그러니 정부는 별다른 조치 없이 책상에 앉아 막대한 세금을 거둔다. 그런데 유류세에는 기름 사용이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만큼 환경 개선에 쓰라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이름도 ‘교통·에너지·환경세’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2017년 6월, 국내 모 언론사의 기사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검토했던 경유세율 인상 방안을 철회했다.’ 경유세 인상안을 포함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만으로 미세먼지 저감의 실효성이 없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경유세 인상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고개를 들면서 마치 단골손님처럼 경유차 억제 대책으로 슬그머니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의견을 제시한 대통령 직속기구는 환경단체를 앞세우고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경유세 인상 논란만 남긴 채로 말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월에 활동을 종료하면서 정부에 건의한 내용은 미세먼지 저감 및 환경보호를 위한 친환경적 세제 구축 방안이다. 이 과정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에 대한 점진적 조정이 언급됐다. 또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취지 목적에 따라 교통 시스템 및 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돼야 하며, 사업용 화물차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질적인 혜택이 영세자영업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외형적으로는 제도 개선의 모든 취지가 ‘친환경, 미세먼지 저감’에 맞춰진 것이어서 별다른 이의 제기도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위원회는 구체적인 실천의 배경으로 ‘세입 기반 확충 및 조세제도 합리화’를 못 박았다. 기름에 추가로 세금을 붙여 그 돈으로 환경을 지원하자는 목소리, 즉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자는 뜻이다. 그러자 곳곳에서 성난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뜩이나 기름의 절반 이상이 세금인 마당에 세금을 더 부과하자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현재 수송용 유류는 지난해 정부가 국민 생활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한시적으로 낮춘 것이어서 불만은 극에 달했다. 기름값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부가 경유세 인상 제안을 귀동냥이나마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류세는 국민들에게 거둬가기 매우 쉬운 세목이다. 정유사가 알아서 곳간으로 보내주니 징수가 쉽고 기름 사용은 점차 늘어 안정적인 세수 증대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가 늘어날수록 대기도 오염되는 게 문제다. 그래서 이를 줄이기 위해 경유 사용을 억제하려는 것이고, 여기서 부족해지는 세금은 세액 인상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기름에 포함된 세금은 증세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수송용 기름 자체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탄소 기반의 에너지여서 결코 환경친화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이 쓸수록 오염유발지수가 높아 세금도 많이 낸다. 10ℓ를 사용하는 사람과 100ℓ를 소비하는 사람이 내는 세액이 다르다는 의미다.

 

그런데 도로 이동 부문에서 절반 이상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사업용 화물차는 경유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보조금을 받는다. 지난 2001년 1차 에너지세제개편으로 경유 세금이 오를 때 화물사업자 반발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다. 2017년 기준 전국 약 40만대의 경유 및 LPG 영업용 화물차에 지급된 유가보조금은 1조7000억원 규모다. 따라서 정부가 경유세를 올려도 화물차 운행은 억제되지 않는다. 이 말은 곧 경유 사용량이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대형 화물차는 디젤 엔진을 대신할 동력발생장치도 없다.

 

물론 이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오래된 경유차에 매연 여과장치를 달거나 LPG로 개조할 때 10년 가까이 2조3000억원을 지원한 배경이다. 환경부 스스로 운행 중인 대형 상용차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가 높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올해도 노후 경유차 폐차와 LPG 전환에 12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할 문제가 떠오른다. 환경 개선을 위해 경유차 사용 또는 구매를 억제하자는 게 정부의 제안이라면 경유세 인상은 경유차 사용과 구매를 모두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이 같아지면 승용차는 휘발유로 수요가 일부 이동하겠지만 화물은 변동이 없다. 특히 유가보조금을 받는 사업자는 경유세 인상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오른 만큼 보조금을 더 받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기름이 아니라 이동 수단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경유에 세금을 부과했다면 이제는 기름이 아니라 경유차에 부과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다.

 

사실 국내 수송 에너지 부문은 정부의 정책이 시장을 결정짓는 요인이다. 경유를 많이 사용하든, 휘발유를 쓰든, LPG를 사용하든 아니면 압축천연가스(CNG)를 쓰든 상관없이 기름 종류에 따라 세금 차이가 사용량을 결정할 뿐이다. 그중에서도 경유는 산업용에 많이 활용돼 휘발유보다 적은 세금이 매겨졌고 LPG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유세 인상은 별다른 미세먼지 저감효과 없이 세수만 늘릴 뿐이다. 차라리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노후 경유차 강제 폐차에 지원하되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처사라는 대안도 제기된다. 국민 전체 세금을 특정 차종, 특정 사업자에게 지원하는 것에 반대 의견도 있지만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 노후 경유차라는 점에서, 그리고 경유차는 여전히 새로운 동력발생장치의 대안이 어렵다는 점에서 아예 오래 타지 못하도록 하는 게 방법이고, 이를 위해 경유차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뜻이다. 그래야 더 이상 경유차 구매 유혹에 시달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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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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