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택시 업계와 르노삼성 노조에게 드리는 고언

내 주장만 관철시키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서비스 사용자와 주변 환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미 시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2019.04.12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는 변화의 시대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눈앞에 혹은 지금 닥친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다. 자동차와 관련된 최근의 변화 중에 카셰어링이나 라이드 셰어링 등 공유 개념이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본인의 의지와 용도에 따라 마음대로 쓰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주차의 번거로움과 연료의 사용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자동차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대중교통에 대한 불편함 해소 등이 어울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차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A 지점에서 B로 이동하면서 걷는 것을 포함해 버스, 지하철 혹은 자전거와 자동차 등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에서 이미 모든 사람이 자율적인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사실 라이드 셰어링 등 새로운 서비스도 개인이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특히 카풀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도 아닌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물론 우버 등의 라이드 셰어링이 일반화되면서 뉴욕 등 해외의 택시들이 어떻게 타격을 입었는지도 잘 알려진 사실이고, 고강도 노동에 이어 수익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택시 기사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몇 달의 조정과 진통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고 택시 승차거부 근절과 서비스 정신 준수 등의 합의안이 발표됐다. 


문제는 이번 합의 자체가 택시-카풀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조정일 뿐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최우선으로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카풀과 라이드 셰어링, 카헤일링 등의 서비스를 선택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는 그대로라는 말이다. 서울 시내에서 야간에 택시를 타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단거리 목적지에 대한 노골적인 불친절이나 심야시간의 승차 거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심야할증 이외에 추가 요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담배 냄새와 난폭운전 등을 겪은 사람도 많다. 이들은 택시를 대체할 서비스가 있다면 조금 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옮겨갈 것이 당연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택시 업계가 보여준 협상은 지켜보는 많은 이들을 불편하고 안타깝게 했다. 법으로 정해진 파업과 협의 과정이 아니라, 검은 리본이라는 불쾌하고 과격한 주장부터 구성원 개인들에게 위기감을 주고 스스로를 희생해 대의를 완성하라는 무언의 강요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데 수단이 무슨 상관이고 그만큼 절실했다는 핑계는 사실 주장과 고집만 있었을 뿐 협의와 조절의 성의는 없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해결책으로 제시된 택시 승차거부 근절이 과거 자율적인 캠페인과 단속이 없어서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난폭운전과 성희롱 등 택시를 이용하지 않게 만든 원인은 일부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틀리지는 않다. 하지만 비록 이런 일이 극소수의 택시에서 벌어진다 해도 당한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경험이 된다. 과거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그러니까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본인들의 서비스 부족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이 ‘그건 알아서 할 테니 어쨌든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협상인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납득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까? 답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이 확정된 르노삼성 XM3, 다만 생산량은 아직 미정이다

 

이런 협상 기술의 부재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노사 협상 과정에서도 슬쩍 엿볼 수 있다. 르노삼성을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수익배분과 임금인상에 대한 것이 아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고정급을 올려 노조원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자는 것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방법으로는 부담스러운 일이기에 인센티브제를 주장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안에서 닛산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부산 공장은 국내 판매가 아니라 수출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세계에 있는 닛산의 공장 중에서 생산효율이나 대당 생산비용 등을 따졌을 때, 근로자의 임금이 노조의 주장대로 고정급을 올린다면 당연히 여러 수치들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닛산 입장에서 좀 더 비용이 낮은 차를 가져다 파는 것이 핵심이므로 인건비 비중이 올라간 부산 공장에서 차를 만들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노조의 입장도 이해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나중에 생산물량이 빠져 수익이 줄어들었을 경우 급여가 높으면 물량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좀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한 노조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전체적인 상황을 모두 고려한 협상인지 아니면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주장인지 묻고 싶다. 더욱이 미-일 간의 무역 분쟁에 따라 더 많은 닛산 차를 미국 내에서 만들어야 한다면, 당장 부산에서 만드는 10만 대의 로그는 사라질 수 있다. 회사야 어려워지거나 말거나 일단 지금은 고정급부터 올려놓고 그때 가서 천천히 생각해보자는 것이 과연 적절한 요구일까?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의 균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고, 협상안에서 고정급과 인센티브 두 방법에서 받는 총금액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니, 노조의 주장과 태도는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만약 이 일 때문에 미래 생산물량 배정에서 고배를 마신다면,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노조가 책임질까?

 

택시 업계에 가해지는 비난이나 르노삼성 노조에게 요구되는 변화는 ‘옛날이 좋았지’라는 푸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 계속 머물러 있으려는 관성을 바꾸기 위해 외부 힘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거나 강경한 태도를 취한다고 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충분한 힘이 가해졌고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신호가 왔을 때 빠르게 움직일수록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진정 소비자와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이미 엄청나게 높아진 변화의 파도는 몸을 던져도 막을 수 없다. 거스를 것이 아니라 유연하게 타고 넘는 것이 해결책이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칼럼, 르노삼성, 택시 업계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