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CHCAR

후련한 오픈에어링, 맥라렌 720S 스파이더 & 600LT 스파이더

사막 한복판에서 두 대의 스파이더를 탔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 하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2019.04.12

맥라렌 600LT 스파이더

 

지난 2월 12일, 맥라렌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에서 연 시승회에 참석했다. 행사의 주제는 스파이더(2인승 컨버터블), 주인공은 맥라렌 720S 스파이더와 600LT 스파이더였다. 그런데 떠나기 전 궁금한 게 있었다.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맥라렌이 왜 이곳을 골랐을까? 애리조나, 게다가 피닉스는 미국 남서부에서도 별 특징이 없는 동네로 유명한데 말이다. 십수 년 전 가봤을 때도 참 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에어컨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사람이 살 수조차 없는 황폐한 땅이다.

 

그래도 피닉스는 애리조나주에서 가장 큰 도시.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다. 그동안 오픈톱 슈퍼 스포츠카가 잘 팔리는 ‘핫 플레이스’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피닉스는 여전히 픽업트럭 포드 F-150이 가장 많이 팔리는, 세상 따분한 곳이었다.

 

맥라렌 720S 스파이더

 

애리조나여야 했던 이유는 현장에 도착해서 깨달았다. 시승 캠프가 자리 잡은 피닉스 인근 사막엔 오픈톱 스포츠카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바람과 햇빛, 그리고 끝없이 뻗은 도로가 있었다. 아울러 지척에는 맥라렌의 한계를 체험해볼 수 있는 애리조나 모터스포츠 파크도 있었다. 장소 선정에는 아마 미국적인 배경의 홍보 영상과 이미지를 건지기 좋다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다. 중국이 아무리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스포츠카는 미국이 최대 시장이다. 이런 오픈톱 모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울러 미국을 상징하는 건 뉴욕 고층 빌딩 사잇길이 아닌, 선인장과 바위가 듬성듬성 놓인 사막 도로다. 대도시에 사는 부자들도 이런 차로는 이런 길을 달리는 걸 꿈꾼다.

 

 

데일리 스포츠카의 새 기준, 맥라렌 720S 스파이더

맥라렌은 스포츠, 슈퍼, 얼티밋 등 라인업을 3개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그중 핵심은 720S가 속해 있는 슈퍼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성능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델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라인업의 토대가 되는 터브(욕조형 승객실, 플랫폼의 한 형태다)를 제공하는 모델이라서 그렇다. 720S 이후 데뷔하는 신차들은 720S에 처음 쓰인 신형 터브 ‘모노케이지 2’를 사용한다. 하이퍼카 세나와 내년부터 생산될 스피드테일 역시 이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720S 스파이더도 이를 개선한 모노케이지 2-S를 사용한다. 루프의 T바를 잘라냈지만 별도의 보강은 없다. 이 상태로도 강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쿠페와의 가장 큰 차이는 도어(여전히 위로 열린다)의 가스 리프터 위치와 힌지 형상이다. 루프 쪽의 연결부가 사라지며 도어 고정·개폐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도어 역시 새로 만들었다.

 

참고로 모든 맥라렌은 탄소섬유로 만든 터브를 사용한다. 당연히 720S 스파이더도 그렇다. 라인업을 모두 터브, 그것도 탄소섬유로 만드는 브랜드는 맥라렌밖에 없다. 맥라렌은 미드십 구조와 경량화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브랜드다. 위쪽으로 열리는 다이히드럴 도어만을 사용하는 것도 실은 이런 고집 때문이다. 터브 설계의 스포츠카는 문턱이 높아 이런 도어라도 없으면 타고 내리기가 더 힘들다.

 

 

맥라렌은 720S가 스파이더로 진화하며 어느 부분에서 무게가 줄었고, 늘었는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루프 메커니즘을 달며 20.1kg이 늘었고, 새 도어 힌지를 만들며 3kg이 줄었다는 식이다. 720S 스파이더의 건조 중량은 쿠페 대비 49kg 증가한 1332kg이다. 맥라렌에 따르면 동급 경쟁자 중 무게 증가가 가장 적다.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의 무게 증가는 100kg이 넘고, 페라리 488 피스타 스파이더도 80kg 이상이다. 맥라렌이 이렇게 자잘한 수치를 모두 공개하는 데에는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720S 스파이더의 운동 성능이 쿠페와 별 차이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안팎 디자인도 쿠페와 거의 같다. 전동식 루프와 루프 수납함을 달았지만, 다운포스 30%를 늘려주는 거대한 전동 리어 스포일러도 그대로다. 급제동 시에는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해 속도와 함께 차체 앞쪽만 가라앉는 현상을 줄여준다. 쿠페와 가장 큰 디자인적 차이는 C필러 부근에 덧댄 패널(플라잉 버트리스)이다. 차체 옆면 위쪽을 지나는 공기를 리어 데크로 유도해 냉각 성능과 다운포스를 높여준다. 물론 눈에 띄지 않는 변화도 있다. 스파이더에 맞게 세팅한 전용 공조장치가 대표적이다. 이젠 루프 개폐에 따라 스스로 설정 온도와 풍향을 바꾼다.

 

 

전동식 하드톱 루프는 탄소섬유로 제작된다. 시속 50km 이하라면 11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이전 모델인 650S 스파이더 루프 개폐의 제한 속도는 시속 30km 이하, 작동 시간은 17초였다. 작동 소음 역시 이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슈퍼 스포츠카지만 사용 편의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다. 전자식 명암 조절 기능이 들어간 글라스 루프를 옵션으로 준비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픈톱 모델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햇살과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오픈 에어링이다. 하지만 운전자도 이를 즐길 수 있는 차는 별로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운전 자세를 잡으면 대부분 윈드실드 위쪽 끝단 헤더 레일에 하늘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720S 스파이더는 앞쪽으로 바짝 당겨 앉아도 하늘이 잘 보인다. 헤더 레일을 이전보다 80mm나 앞으로 밀어낸 덕분이다. 바짝 선 A필러로 개방감을 키운 미니 컨버터블과 비슷한 수준의 오픈 에어링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720S 스파이더는 답답한 느낌이 없다. 경쟁자라 할 수 있는 488 스파이더나 우라칸 스파이더는 루프를 열어도 높은 숄더 라인과 두툼한 필러 때문에 조금 갑갑하다. 하지만 720S 스파이더는 앞과 옆은 물론, 뒤쪽 시야까지 시원하다. 사실 맥라렌이 720S를 만들며 운동 성능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시야다. 필러의 구조나 형태를 고심한 것은 물론, 엔진을 114mm 내려 달아 무게중심과 함께 리어 데크도 낮춰 뒤쪽 시야를 개선했다. 720S 스파이더에도 이런 설계가 적용됐다. 가령 토너(루프가 수납되는 공간)가 650S 스파이더에 비해 25mm나 낮다. 이것만으로도 뒤쪽 시야가 7.5m 개선된다는 게 맥라렌의 설명이다. 

 

 

당연히 파워트레인은 720S 쿠페와 같다. 최고 720마력, 78.5kg·m의 힘을 내는 V8 4.0ℓ 트윈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얹는다. 차체 형상이 약간 달라지고 무게가 조금 늘었지만 각종 성능 수치에도 거의 변화가 없다. 0→시속 200km 가속 시간(7.9초)이 0.1초 늘었을 뿐이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2.9초)과 최고속도(시속 341km, 톱 오픈 시 시속 325km)는 같다. 타이어는 P제로 또는 P제로 코르사(주문 시 선택한다)가 기본이며 P제로 트로페오 R은 옵션이다.

 

운전 감각이나 핸들링 특성 역시 720S 쿠페와 거의 같다. 두 대를 두고 번갈아 타보지 않는 이상 차이를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공간을 왜곡하는 듯한 가속, 아득히 높은 접지 한계, 속도 상승에 비례해 늘어나는 안정감, 내리막에서조차 느껴지지 않는 무게, 명확한 턴인 감각 등 슈퍼카 세그먼트에선 느끼기 힘든 성능으로 엄청난 희열을 선물한다. 그러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쉽고, 편하다는 점도 같다. 가볍고 단단한 섀시가 절절 끓는 파워트레인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운전자에겐 순종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맥라렌은 아마 720S를 매일 탈 수 있는 슈퍼카로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만약 그게 그들의 의도였다면 완벽에 가까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껏 ‘데일리 스포츠’를 주장하는 미드십 스포츠카 중에 이만큼 빠르고 편한 차는 없었으니까. 720S 스파이더는 여기에 오픈 에어링까지 더했다. 페라리 F8 트리뷰토는 이제 막 데뷔했고, 람보르기니의 스포츠카는 모두 세대교체 시기를 넘겼다. 당분간 이 세그먼트에서 이만큼 큰 즐거움을 주는 차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긴 꼬리에 담긴 의미, 맥라렌 600LT 스파이더

600LT 스파이더는 스포츠 시리즈 최초의 LT인 600LT의 오픈톱 버전이자, 맥라렌의 5번째 LT 모델이다. 그러니까 570S 스파이더를 한층 더 강력하게 다듬은 모델이라는 얘기다. 맥라렌 LT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1997년 전설적인 F1 GTR 롱테일(Long Tail)에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진 것 같으니 말이다. 과거 LT는 ‘긴 꼬리’를 의미했지만(성능을 강화하며 차체 뒤쪽이 늘어났다), 지금의 LT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맥라렌은 LT에 몇 가지 자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중에는 다소 엉뚱한 것도 있다. 희소성이 좋은 예다. LT는 흔하면 안 된다는 철칙에 따라 600LT 스파이더는 딱 12개월간만 생산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자격은 향상된 성능이다. 여기서 성능은 파워만을 뜻하지 않는다. 차체 경량화와 공력성능 개선 등 입체적인 진화를 의미한다. 600LT 스파이더 역시 윈드실드 두께를 줄이고(2.1mm→1.6mm), 서스펜션 재질(알루미늄 더블 위시본, -10.2kg)을 바꾸는 등 치열한 다이어트를 거쳤다. 맥라렌의 하이퍼카인 세나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시트(-21kg)를 넣고 오디오와 에어컨을 뜯어내면, 건조 중량이 570S 스파이더 대비 약 100kg이나 가벼운 1297kg까지 떨어진다. 물론 원한다면 무게를 포기하고 편의성을 살릴 수도 있다. 트랙과 일상 사이에서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건지는 어디까지나 오너의 선택이다. 맥라렌이 준비한 시승차도 B&W 오디오와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을 달고 있었다.

 

앞 범퍼도 조금 달라졌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로 인한 리프트와 다운포스 변화량을 설명하고 있진 않다. 효과를 수치로 밝힌 부품은 고정식 리어 스포일러다. 시속 250km에서 약 100kg의 다운포스를 만든다. 배기 파이프는 600LT 쿠페처럼 리어 데크 위로 나온다. 리어 스포일러 중앙, 그러니까 배기가스가 지날 법한 자리에 내열 코팅을 해두어 마치 배기가스가 차체를 눌러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효과는 없다. 단지 배기가스 열로부터 부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머플러 설계 변경으로 인한 공력성능 개선은 다른 데서 발생한다. 범퍼 아래쪽을 전부 디퓨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리어 디퓨저는 차체 아래쪽을 지나는 공기를 빠르게 빼내 고속 안정성을 높인다. 포르쉐(918 스파이더)와 람보르기니의 몇몇 모델이 머플러를 위쪽으로 올려 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배기 파이프가 하늘을 보고 있지만 빗물 유입 걱정은 내려놔도 좋다. 배수 설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들어간다 한들 배압이 강해 엔진 시동과 동시에 배출될 것이다. 참고로 새 머플러는 경량화에도 한몫한다. 570S의 그것보다 길이가 짧아 12.6kg이나 가볍다. 승객실과의 거리가 줄어든 까닭에 사운드가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570S의 최대 단점은 빈약한 배기 사운드였다. 여러모로 새 머플러는 600LT에게 신의 한 수였다 할 수 있다.

 

 

접이식 하드톱은 유리섬유 여러 장을 압축 성형해 제작했다. 패브릭(캔버스)으로 만든 톱보다 더 견고하고 가볍기까지 하다. 톱은 시속 40km 이하에서만 작동하며 15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시트 포지션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600LT 스파이더는 고정식 버킷시트가 기본이다), 차체 형상은 그대로라 개방감은 570S 스파이더와 비슷하다.

 

파워트레인도 570S 스파이더와 같다. V8 3.8ℓ 트윈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조합이다. 그래도 최고출력(600마력) 30마력, 최대토크(63.2kg·m) 2.0kg·m가 늘긴 했다. 출력 상승폭이 그리 큰 건 아니지만, 차체 경량화에 힘입어 0→시속 100km 가속시간(2.9초)은 무려 0.3초나 줄었다. 참고로 0→시속 200km 가속시간은 8.4초, 최고속도는 시속 324km(톱 오픈 시 시속 315km)다. ‘초고속 배틀’만 아니라면 슈퍼 시리즈인 720S 스파이더에게 들이댈 수도 있는 스펙이다.

 

그런데 600LT 스파이더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 가속 성능이 아닌 핸들링 변화였다. 차체가 약간 낮고(8mm) 앞 트레드가 넓긴(10mm) 하지만 이보다는 서스펜션 강성 변화가 더 피부에 와닿는다. 스프링은 이전보다 앞 13%/뒤 34%가, 스태빌라이저는 앞 50%/뒤 25%가 더 단단하고, 당연히 댐퍼도 이에 맞게 다시 세팅했다. 아울러 파워트레인을 고정하는 마운트의 경도를 높이고 스티어링 기어비도 5% 줄였다. 구석구석 느슨한 부분을 찾아 모두 바짝 조인 셈이다. 게다가 시승차는 타이어도 로드용 ‘끝판왕’인 피렐리 P제로 트로페오 R이었다.

 

 

운전 감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진동이 심하고 승차감도 나쁘다. 하지만 달리기엔 훨씬 편해졌다. 움직임이 한층 더 민첩하고 안정감도 높기 때문이다. 로드 홀딩 능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이젠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도 접지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주는 브레이크 스티어 덕분에 코너 안쪽으로 파고드는 느낌도 한결 더 강하다. 가슴을(고막이 아니다) 강렬하게 두들기는 배기 사운드까지 더해지니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다. 570S 스파이더에 묶여 있던 봉인을 모두 해제한 느낌, 맥라렌 1세대 터브의 한계를 모두 끌어낸 느낌이다. 600LT 스파이더는 소위 간이 배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차다. 한계를 넘나들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직설적이고 안정적인 차라는 이야기다.

 

600LT 스파이더 시승에는 트랙 주행도 포함돼 있었다. 동승석에 인스트럭터가 타긴 했지만 페이스카가 없고, 추월도 가능했다. 3차 시승 때는 인스트럭터가 직접 트랙션 컨트롤까지 껐다. 맥라렌답게 화끈한 시승회였다. 간간이 엉덩이가 미끄러졌지만, 접지와 무게 변화가 또렷하게 전달돼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그런데 트랙 공략은 쉽지 않았다. 가속이 너무 빨라, 브레이크 성능이 너무 좋아 제동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시 600마력 이상, 그것도 트랙에 초점을 맞춘 차는 이런 간헐적인 체험만으로는 절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다.

 

사실 LT 시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600LT 스파이더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판매 신장을 위해 출력 좀 높이고, 이에 맞게 적당히 다듬은 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난 스포츠 시리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엔트리 모델’이라는 미명하에 차의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눌러둔 듯한 느낌이 싫었다. 하지만 600LT 스파이더를 타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일단 600LT 스파이더는 장삿속 에디션이 아닌 목적의식이 뚜렷한 차다. 맥라렌이 얘기하는 LT 자격에 해당하는 ‘운전자 몰입’과 ‘트랙 지향성’이 완벽하게 녹아 있었다. 570S 스파이더, 720S 스파이더와는 역할이 다른 차이기도 했다. 맥라렌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완벽한 ‘트랙 토이’라고 할 수 있다. 3억이 넘는 트랙 토이, 비록 나 같은 사람에겐 ‘그림의 떡’일지 몰라도 맥라렌과 같은 스포츠카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이에겐 아주 합리적인 장난감일 것이다.

 

 

두 스파이더에 담긴 메시지

맥라렌은 사실 신생 브랜드나 다름없다. 로드카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이제 겨우 10년째다. 그들은 그간 스포츠카 시장에서 아주 인상적인 성과를 거둬왔다. 최근에는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판매량보다도 많았다(우루스 제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포츠카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장이다. 이제껏 이 시장에 이렇게 빨리 안착한 브랜드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SUV 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도 확고히 했다. 동시에 각 시리즈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내가 스포츠 시리즈에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던 것도, 그들이 스포츠 시리즈에 LT를 추가한 것도, 이번 시승회에 720S 스파이더와 600LT 스파이더가 동시에 나선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빠른 질적·양적 성장에서 생긴 사소한 오해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이다. 600LT 스파이더와 720S 스파이더는 각자 속한 시리즈의 성격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스포츠 시리즈는 단지 엔트리 모델이 아니었고, 슈퍼 시리즈는 경쟁자의 GT 스포츠카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맥라렌, 600LT 스파이더, 720S 스파이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류민PHOTO : 맥라렌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