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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되지 않은 전기차, 메르세데스 벤츠 EQC 400

EQC 400을 몰래 시승했다. 그럴 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었다

2019.04.12

 

6년 전, 11명의 <모터트렌드> 심사위원들은 갓 데뷔한 테슬라 모델 S를 ‘2013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했다. 우리가 긴장했던 걸까? 물론 그렇다. 테슬라는 무엇이고, 일론 머스크는 누구란 말인가? 당시 심사위원들에게 누가 모델 S를 베이퍼웨어(요란하게 선전하지만 완성될 가능성이 없는 소프트웨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물었던 게 기억난다. 다른 심사위원은 그의 어머니가 어떤 것에 대해 좋게 말할 부분이 없을 때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말했고, 나머지 10명은 말없이 손을 들었다.

 

테슬라는 그 이후 많은 부침을 겪었다. CEO이자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일론 머스크는 ‘제조업 지옥’과 같은 트럼프식 트윗을 날려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 여전히 나는 2012년 9월에 쓴 기사 내용처럼 억만장자에게 배팅을 할 생각이 없다. 자신의 럭셔리 전기차가 ‘올해의 자동차’에 뽑히기 일주일 전, 국제 우주 정거장에 로켓을 도킹시킨 그 사람 말이다. 어쨌든 테슬라는 2018년 3분기에 캘리포니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6%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는 캐나다보다 인구가 많다.

 

기존 메르세데스 벤츠 오너들은 익숙한 실내 덕분에 전동화라는 급격한 변화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벤츠를 처음 접한 고객들은 멋진 구릿빛 송풍구가 달린 고급스러운 실내에 매료될 것이다. 

 

테슬라의 성공은 자동차업계를 각성시켰다. 쉐보레는 볼트 EV(우리가 ‘2017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한 차다)라는 훌륭한 차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볼트 EV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GM은 떨어지는 유가에 주목하고 SUV와 트럭 분야를 강화해 더 많은 수익을 내려 했으며,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볼트 EV보다 SUV인 타호를 구매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쉐보레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테슬라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바로 이런 소비자들을 원한다. 아우디는 E 트론 SUV와 E 트론 GT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재규어는 I 페이스를 공개했다. 아주 멋진 차지만 불행히도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이 곧 데뷔할 예정이다.

 

 

EQC 400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새로운 서브 브랜드 EQ가 선보일 10종의 전기차 중 첫 번째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6월부터 판매가 시작되며 미국은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참고로 당분간 메르세데스의 모든 순수 전기차는 EQ로 불릴 것이다. 나는 이런 전략이 브랜드의 다른 모델명과 충돌하기 때문에 오래 유지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EQC 400은 SUV다. GLC와 같은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메르세데스 라인업에서 ‘GL’은 SUV를 의미한다. 그리고 C는 차급을 뜻한다. 즉, GLC는 C 클래스와 크기나 가격이 거의 비슷한 SUV를 뜻한다. 메르세데스가 C 클래스 세단의 전기차 버전을 개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기차를 뜻하는 EQ에 C를 붙여야 하는데, EQC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어쨌든 메르세데스의 첫 번째 순수 전기 SUV의 이름은 EQC 400이다. 이름의 숫자 400은 주행가능거리가 400km라는 것을 의미한다(이 부분은 뒤에서 따로 언급하겠다). 또는 앞, 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이 408마력이기 때문에 출력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앞쪽 전기모터는 상대적으로 작고 출력도 낮다. 전기 코일은 5개다. 반면 뒤쪽 전기모터는 전기 코일이 7개다. EQC 400이 뒷바퀴굴림 성향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전기모터가 함께 만들어내는 최대토크는 78kg·m에 이른다.

 

수석 에디터 조니 리버먼이 메르세데스의 엔지니어 팀으로부터 어떻게 내연기관 플랫폼을 순수 전기 SUV에 적용했는지 설명을 듣고 있다.

 

EQ의 엔지니어인 바스티안 슐츠(Bastian Schultz)는 EQC 400의 0→시속 97km 가속 시간이 4.9초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EQC 400이 모든 힘을 쏟아내면 이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가속 시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게가 2449kg이나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EQC 400은 무겁다. <모터트렌드>가 측정한 GLC 300의 무게는 1817kg이었다. EQC 400이 무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차체 바닥의 80kWh 배터리팩의 무게가 650kg이나 된다. 내연기관 엔진은 없지만 전기모터가 2개이고, 모터와 배터리를 냉각하기 위한 수랭 시스템도 달려 있다. 우리가 직접 테스트한 테슬라 모델 3 듀얼 모터 퍼포먼스 모델의 무게는 1850kg이었고, 0→시속 97km 가속 시간은 3.3초였다. 같은 SUV인 모델 X는 2502kg에 달하지만 EQC 400보다 덩치가 훨씬 크다.

 

주행거리 400km는 한층 현실적으로 거듭난 유럽의 새 기준에 따른 것이다. 미국식으로 변환하면 249마일이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변환할 수 없다. 슐츠는 미국 EPA 기준에 맞춘 EQC 400의 주행거리는 220마일(354km)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만나기 전날 EQC 400으로 228마일(267km)을 달렸고 배터리는 7% 남아 있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EQC 400은 일상에서 220마일 정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200마일 이상의 주행거리를 가진 전기차는 이미 많다. 따라서 EQC 400이 동급 최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배터리 충전시간 또한 다른 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레벨3 DC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40분 만에 80%까지 충전된다.

 

 

메르세데스는 EQ 패밀리를 위한 새 얼굴을 창조했다. 헤드램프 주변에선 일본차 느낌이 난다. 헤드램프는 도쿄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 내수시장 전용 미니밴의 그것처럼 날카롭다. 괜찮은 디자인이지만 새로운 브랜드의 시작에 어울리는 디자인은 아니다. 다른 전기차와는 달리 프런트 그릴이 있고, 이는 실제로 보닛 안에 차가운 공기를 집어넣는다.

 

EQC는 GLC보다 약 100mm 길다. 늘어난 길이 덕분에 쿠페 스타일을 채택할 수 있었다. 이 차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옆면이다. 뒷면은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긴 하지만 흠잡을 곳은 없다. 포르쉐를 포함한 최신 모델들은 EQC 400처럼 좌우 테일램프가 연결된 형태를 사용한다. 실내는 훌륭하다. 벤츠의 친숙한 디자인에 EQ만의 장식을 첨가했다. 특히 구릿빛 송풍구와 은색 냉각핀이 도드라진다.

 

 

EQC 400의 주행감은 어떨까?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품은 질문이지 않은가? 여기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코미디용 콘티를 짤 수도 있을 것 같다. 벤츠 미국 지사의 직원은 우리에게 EQC 400의 시승을 약속했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나는 국제 드라마를 한 편 찍고 난 뒤, 독일인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EQC 400을 훔쳐서 나왔다.

 

EQC는 노멀 모드에서조차 굉장히 강력하다. 이 차에는 노멀, 스포츠, 에코, 맥스 등 네 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맥스는 주행거리가 빠듯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며 달리는 모드다. 아울러 EQC는 다른 전기차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숙하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등장한 이후 전기 파워트레인은 <스타워즈>의 우주선과 같은 윙윙 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소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거대한 고무 마운트를 장착한 서브프레임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얹었다. 따라서 운전자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풍절음과 타이어 소음이 전부다. 양산형 EQC 400은 내가 시승한 프로토타입보다 더 조용할 것이다. 그들은 이를 위해 지금보다 더 두꺼운 유리를 끼울 예정이다.

 

주행질감은 매우 훌륭하다. 운전대를 직접 잡으면 차체가 얼마나 무거운지 절실히 깨닫게 되지만 말이다. 또한 노면을 짓이기는 듯한 묵직한 느낌도 있다. 이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차에서는 매우 의외다.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낮게 깔린 덕분에 도로에 착 달라붙어 달린다.

 

 

허락을 받지 않고 운전을 하는 동안 비가 내렸다. 하지만 EQC 400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마치 차가 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 같다. 나는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기 전, 4개의 브레이크에 붙은 회생제동 시스템을 테스트해볼 기회를 가졌다. 기본인 오토 회생제동 모드는 지도와 레이더 정보, 스테레오 카메라 등에서 습득한 정보를 영리하게 활용해 제동력을 결정한다. 회생제동력은 운전대 뒤쪽의 패들을 당겨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EQC 400은 주행거리, 크기, 고급스러움, 퍼포먼스 등은 물론 전기차 얼리어답터들이 좋아할 벤츠 엠블럼(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까지 갖췄다. 사실 EQC는 모든 전기차를 압도할 만한 차는 아니다. 전기차는 보통 보닛을 트렁크로 활용하는데, EQC는 그 공간에 전기모터가 들어갔다. 물론 치명적인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다.

 

 

EQC 400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아우디와 재규어가 될 것이다. 테슬라 모델 Y(3월 15일 공개됐다)는 2020년 가을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물론, 다른 테슬라 모델처럼 진짜 출시되기 전까진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다. 이제 전동화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리고 EQC 400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 혁명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글 Jonny Lieb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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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Morgan Se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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