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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이보다 즐거울 수 없는 차 5대!

운전자에게 희열과 쾌감을 선사할 자동차 다섯 대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 모두 유희의 도구로서 저마다의 능력과 개성으로 무장했다. 과연 유희 가치가 가장 높은 차는 무엇일까?

2019.04.17

 

MASERATI Levante GTS

인류는 이동의 속도와 편의를 위해 차를 만들었지만, 사실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길을 따라, 또는 앞차를 따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지루함은 집중력을 흩트리고, 그 순간 운전은 아주 위험한 행위가 된다. 그래서 인류는 자동차 안에 유희를 위한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루하지 않은 이동이다. 그래서 자동차 실내에 라디오와 오디오 시스템을 넣었다. 라디오는 오래도록 자동차 운전자들의 가장 친한 친구다. 지금도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듣는 운전자들이 많다. 오디오는 어떤가? 운전자들은 더 맑고 정확하며 풍성한 소리를 원했고,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를 위해 여러 오디오 메이커와 손잡았다.

 

다른 하나는 운전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동을 위한 운전이 유희의 도구로 활용되는 획기적인 혁명이다. 하지만 이는 그다지 쉽지 않다.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즐거운 운전을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에 민첩한 몸놀림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차체를 낮고 작게 만들어 스포츠카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스포츠카는 실용성이 떨어지고 편하지 않다. 기술의 발전은 세단을 스포츠카와 같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욕심은 크고 높고 무거운 SUV도 스포츠카와 같은 성능으로 만들었다.

 

 

3년 전, 마세라티 르반떼를 만나기 위해 홀로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마세라티의 첫 번째 SUV를 만나게 됐다. 마세라티의 역사적인 순간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 크고 무거운 SUV는 내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는 최선을 다해 이탈리아 발로코에 있는 FCA 프루빙 그라운드를 공략하고 있었다. V6 엔진을 얹은 르반떼 S는 운전자를 자극하는 교태가 여간 아니었다. 당차게 코너에 진입하면 ‘지금이 한계인가?’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게 한계가 아니다. 이 차의 한계를 끌어낸 것 같은데 또 다른 한계점이 기다리고 있다. 게임으로 치면 1단계 스테이지 클리어 정도라고 할까? 당시 난 ‘포르쉐 카이엔만큼 빠르지만 감성 자극은 훨씬 더 많다’고 적었다.

 

르반떼 GTS의 보닛 아래에는 페라리가 제작한 550마력짜리 V8 3.8ℓ 엔진이 들어간다.

 

서킷에서의 화끈한 움직임도 놀라웠지만 오프로드 성능에서도 르반떼는 꽤 인상적이었다. FCA 프루빙 그라운드에는 꽤 거친 오프로드 코스가 있다. 지프를 테스트하는 곳이다. 그런데 르반떼는 그 어려운 코스를 큰 어려움 없이 탈출했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신지 않고 말이다.

 

100년 역사의 마세라티는 모터스포츠에서 빛나는 업적을 이뤘지만, 그 100년 동안 오프로드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그런데 마세라티 최초의 SUV로 하여금 흙을 밟고 바위를 타 넘으며 물길을 건너게 했다. 서킷과 오프로드라는 극과 극의 주행 환경을 모두 만족시키는 차 덕분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마세라티의 고성능을 만끽하게 됐다.

 

 

이후 V8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르반떼 GTS가 더해졌다. 페라리가 만든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550마력에 이른다. 르반떼 S도 고성능이었는데, GTS는 스로틀을 다 열면 비루한 몸뚱이가 시트에 파묻히다 못해 박혀버리는 게 아닐까 싶다. 무시무시한 가속이다. 생각해보자. 2t이 훌쩍 넘고 차체 길이가 5m에 이르는 이 차가 0→시속 100km를 4.2초에 달린다. 앞에선 ‘우르르’ 하며 공기 빨아들이는 소리가 나고 뒤에선 천둥 치는 배기음이 터진다. 무서운데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이상야릇한 감정이 자꾸 솟구친다. 도전일 수도 있고 모험일 수도 있다. 무언들 어떠랴. 지금 이 순간 난 르반떼 GTS를 즐긴다는 게 중요하다.

 

르반떼는 온로드뿐만 아니라 오프로드까지 고성능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너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유희로서의 가치와 도구만 놓고 본다면 이만한 차가 또 있을까?글_이진우

 

유희왕이 될 상이오?

마세라티라는 이름을 단 모델이라면 애초부터 V8이었어야 했다. V8 엔진 하나로 모든 게 바뀌었다. 경쾌한 몸놀림에 펀치력까지 챙겼다. 생긴 것과 다르게 달리고 돌고 서는 데 부족함 없는 스포츠 SUV다.김선관

운전 감각만큼은 꽤 괜찮은 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굽이진 산길을 달려보고 깜짝 놀랐다. 코너를 언더스티어로 시작해 오버스티어로 들어가는데, 가속페달을 밟으면 궤적을 되찾았다. 거참 신묘한 재주다. 내리막에선 무게가 온통 한쪽에 쏠려 몸을 지탱하는 것조차 어렵다. GTS가 이러면 어떡하니. 마세라티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류민

스포츠 모드에서는 몸을 바싹 낮추고 관절에 잔뜩 힘을 준다. 마치 대단한 코너링을 선보일 것처럼. 하지만, 르반떼 GTS는 달리기도 전에 귀부터 홀렸다. 앙칼진 울부짖음이 마음까지 할퀴는데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르반떼 GTS의 엔진에는 대체 어떤 악기가 숨어들었을까?고정식

SUV를 갖고 이렇게까지 사납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회의가 든다. 게다가 이 차는 V6가 아닌 V8 터보 엔진을 단 GTS다. 힘은 넘치고 앞머리는 무겁다. 오늘 다른 모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SUV의 높은 무게중심과 만나니 재미있기는 한데 조금은 무섭다. 앞머리는 잘 돌지 않는데 550마력이 차를 밀어낸다. 못 밟겠다.나윤석

 


 

 

JAGUAR F-Type SVR Convertible

혹시 영국 스포츠카 특유의 스릴에 대해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영국 스포츠카를 타다 보면 스릴을 위해 ‘무엇’ 하나를 빼놓은 것 같다. 어떤 이는 농익지 않은 기술을, 다른 이는 제조사들의 교묘한 의도를 이유로 제시하곤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크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그 미지의 ‘무엇’ 때문에 생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운전 내내 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운전하는 내내 앞 유리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손발은 바쁘게 움직이며 차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대신 대가는 확실하다. 코스를 공략하고 결승점에 도착해 운전대에서 손을 뗐을 때 오는 그 희열과 쾌감 말이다. 이번에 만난 영국차 재규어 F 타입 SVR 역시 딱 그랬다.

 

 

“무조건적으로 믿지 마. 너를 덮칠 수도 있어.” 먼저 F 타입을 시승을 마친 류민 에디터가 한마디 던졌다. 괜한 오지랖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는 F 타입, 그것도 SVR이다. 보닛 아래에는 최고출력 575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발휘하는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이 들어갔다. 힘이 차다 못해 넘쳐흐른다. 심지어 노면도 살짝 젖어 있었다.

 

F 타입 SVR은 운전자가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튀어나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마치 순간 이동을 하듯 도로의 양옆이 흐려지고 운전자의 몸과 시트 사이에 단 1mm 공간도 허락하지 않는다. 0→시속 100km까지 3.7초에 가속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14km 다. 급가속이 이처럼 손쉬운 차가 있을까? 발사된 총알 위에 앉은 기분이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고 손에는 땀이 흥건하다. 몸에 이런 변화가 있다는 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F 타입 SVR을 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뇌를 조금도 쉬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온 신경을 주행에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조금은 실망스러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즘 운전자의 실수를 교묘하게 감추는 전자장비가 많아졌지만 F 타입 SVR에서는 독일산 스포츠카만큼 그 덕을 보기 어렵다. 운전자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자의 선택과 판단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과격한 혹은 뒤늦은 판단을 하는 날엔 차가 도로 밖으로 이탈할 것이다. 차와 손발을 맞추며 끊임없이 교감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F 타입 SVR의 진짜 운전 재미를 실감하게 된다.

 

짧은 굽잇길이 연속으로 있으면 운전자의 긴장과 집중력은 정점을 찍는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왔다 간다. 코너를 빠르게 달리다 보면 뒤가 대놓고 빠지려고 한다. 머리로는 빠른 속도에 흔들리는 뒤꽁무니를 염두에 두며 달려야 한다. 코너를 연속으로 몰아치면 차체는 들썩이며 몸부림치지만 버킷 시트에 앉은 운전자는 단단히 고정돼 이 모든 상황을 주시할 수 있다. 차 뒤에는 AWD 배지를 달고 있지만  꼭 뒷바퀴굴림 차를 운전하는 것 같다.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고, 그래서 유쾌하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독일산 스포츠카가 주는 재미와는 결이 다르다.

 

버튼으로 리어 스포일러를 세웠다 눕혔다 할 수 있다.

 

F 타입 SVR은 운전이라는 행위에서만 즐거움을 얻지 않는다. 센터콘솔 위 배기음 활성화 버튼을 누르면 카랑카랑 앙칼진 재규어의 울음소리가 공기를 통해 운전자의 귀에 꽂힌다. 재규어 발톱이 소리가 돼 날카롭게 할퀴는 듯하다. 엔진 회전이 빨라지는 만큼 우렁차게 포효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퍼버퍽’ 하며 폭발음을 낸다. 배기음은 일종의 소음이다. 보통 소음은 짜증을 유발하는데, F 타입의 배기음은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귀를 자극해 야릇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F 타입 SVR은 완벽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있다. 자신이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하지 않는다. 여지를 남긴다. 여지가 있어 운전자는 그 미지의 영역을 채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F 타입 SVR은 운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너와 함께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리라.’ 차와 함께 완벽함에 도달했을 때의 희열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글_김선관

 

유희왕이 될 상이오?

르반떼 GTS만큼 무섭지만 그 무서움의 결이 다르다. 뒷바퀴가 언제 앞바퀴를 추월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바퀴가 구르는 내내 운전자를 옥죈다. 뒷바퀴 그립이 낮은 게 아니라 타이어 그립이 출력을 다 받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 그냥 V6 엔진이 더 좋다.이진우

R을 그럴싸하게 다듬은 차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SVR은 제대로 된 고성능 모델이다. 동급에서 가장 짜릿한 건 아니지만 이 세그먼트에선 맛보기 힘든 세련된 즐거움을 준다. 가속할 때 앞쪽이 슬쩍 들리는 느낌 어쩔 건데.류민

재규어의 장르는 서스펜스다. 끝까지 몰아붙이면 여지없이 한계를 드러내며 운전자의 제어를 자꾸만 벗어나려 한다. 찰나에 말초까지 뻗치는 전율은 세상 그 어떤 스릴보다 소름 끼친다. 이번에 느낀 스릴은 575마력짜리였다. 풍만한 엉덩이가 넘나들었던 건 노면이 아니라 나의 생명줄이었다.고정식

오늘 가장 무서운 차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당했다. 무엇보다도 민첩하게 돌아가는 앞머리 덕분에 헤어핀 코너를 계속 만나도 아주 힘 좋은 작은 차처럼 코너 진입이 재미있다. 가속페달은 조심해야 한다. 575마력, 71.4kg·m 토크는 옆집 강아지 이름이 아니다. 2억이 넘는 가격도 부담스럽다.나윤석

 


 

 

HYUNDAI Veloster N

벨로스터 N의 데뷔는 꽤 떠들썩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차이기도 하지만, 275마력 4기통 2.0ℓ 터보 엔진과 수동변속기로 앞바퀴를 굴리는 파격적인 구성 때문이기도 했다. ‘파격적’이라는 표현을 쓴 건, 어떤 특출한 점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대차가 만약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쓰는 200마력 언저리의 골프 GTI나 350마력으로 네 바퀴 모두를 굴리는 포커스 RS를 겨냥했다면 대중성이나 상징성 중 하나는 아주 쉽게 손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300마력 언저리의 앞바퀴굴림 차를 택했다. 혼다 시빅 타입 R, 르노 메간 RS 트로피 등이 앞바퀴굴림 트랙 최강자의 타이틀을 두고 피 튀기는 경쟁을 펼치는 세그먼트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그것도 수동변속기라는 무기를 들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너무 진지한 거 아니냐고, 구세대나 좋아할 구성 아니냐고.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수동변속기는 특수 장비나 다름없다. 조작이 까다로워 이를 쓰는 차도, 이를 찾는 사람도 별로 없다. 20년 전쯤 운전면허를 취득한 ‘노땅’들이나 반기는 아이템이다. 벨로스터 N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도 꽤 많은 수의 기자들이 수동변속기를 다룰 줄 몰라 시동을 꺼뜨려 시승을 제대로 하지 못했단다.

 

그런데 현대차가 정말 인정 욕구 해소를 위해 대중성을 포기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몇몇 세팅을 보면 현대차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벨로스터 N은 국내 승용 수동변속기 모델 중 가장 운전이 쉽다. 기어를 넣고 클러치 페달에서 힘을 빼기 시작하면 알아서 엔진 회전수를 올리는 덕분에 엔진을 꺼뜨릴 일이 거의 없고, 오르막 출발 땐 바퀴가 앞으로 구를 때까지 알아서 브레이크를 잡아준다. 수동변속기를 다뤄본 사람은 이 두 가지만으로도 운전이 얼마나 쉬워지는지 잘 알 것이다. 장치의 개입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클러치 페달이 가벼워 자동변속기만 타던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소위 ‘스포츠 드라이빙’도 쉽다. 계기반의 시프트 인디케이터는 변속과 오버런 시점을 알려준다. 불이 하나라도 켜지면 다운시프트 금지, 셋 모두 들어오면 시프트업 타이밍이다. 기어를 내린다고 해도 즉각 경고음과 메시지를 띄우기 때문에 엔진에 무리를 주는 실수까지 가는 일은 드물다. 다운시프트를 할 때 엔진 회전수를 보정해줘 기계적 손상과 원치 않는 피칭을 막는 레브매칭의 장점은 말할 것도 없다. 굽이진 길에서 온전히 운전대 조작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20대 초반에 수년간 ‘힐앤토’를 연습했던 게 허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벨로스터 N의 필살기는 레브 매칭이다.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때 엔진 회전수를 자동으로 맞춘다.

 

낮고 고른 무게 분포, 파워트레인을 압도하는 든든한 뼈대, 자세제어와 로드홀딩은 물론 승차감까지 고려한 서스펜션, 빠른 스티어링 기구, 언더스티어를 억제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 횡접지 강화를 위한 고성능 타이어와 전용 차축 등 핸들링과 관련된 세팅도 아주 정교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엔진의 성향이 더 인상적이다. 똑똑한 전자식 액추에이터 덕분에 터보 엔진치고 출력과 회전 상승이 고르고, 고회전 토크 하락도 덜하다. 회전 한계도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자연흡기 엔진을 단 소형차를 타듯, 맘 편히 가속페달을 밟으며 엔진을 쥐어짜는 재미가 있다. 특정 영역에 힘이 몰려 있는 고압축 터보 엔진에선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벨로스터 N은 참 잘 만든 차다. 빠르고, 정교하고, 견고하고, 즐겁다. 국내에선 동급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거친 스티어링 감각, 개성 부재 등 몇몇 사소한 단점은 합리적인 가격에 묻힌다. 그런데 내가 벨로스터 N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난 이 차에 담긴 메시지가 좋다. 벨로스터 N에서는 ‘이 차 좋지? 우리 잘 만들지?’보다 ‘운전이 즐겁지? 어때, 수동변속기도 생각보다 쉽고 재밌지?’라는 이야기가 들린다.글_류민

 

유희왕이 될 상이오?

이 차는 수동 운전의 재미만 있는 게 아니다. 와인딩에서 코너를 공략할 때면 뒤가 살짝살짝 밖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사실은 뒤가 흐르는 게 아니라 토크 벡터링이 앞바퀴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 거다. 그 느낌이 짜릿하다.이진우

무수히 ‘힐앤토’를 연마했던 선배 에디터들에게 레브매칭은 운전의 요행을 부추기는 기술일 수도 있지만, 코너가 연속인 굽잇길에서 나 같은 사람들에겐 축복이다. 기어를 내린 후 엔진 회전수가 보정될 때의 순간은 극적이기까지 하다.김선관

세찬 코너를 잇달아 돌아나가는 자세가 당차다. 바닥을 진득하게 붙잡고 달리는 모습이 씩씩하다. WRC를 좋아해서인지 해치백을 타고 달리면 꼭 랠리 드라이버가 된 것 같다. 심지어 수동변속기의 손맛까지 느낄 수 있다. 힐앤토를 해주기까지 한다. 이게 유희다.고정식

생각보다 타기 쉽다. 아주 잘 짜인 패키지 오락기를 타는 느낌이다. 짧은 코너가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더욱 그렇다. 긴 2단 기어를 이용하면 기어 변속을 굳이 하지 않고도 굽이치는 테크니컬 코스를 손쉽게 해치울 수 있다. 기계식 디퍼렌셜 록이 언더스티어를 줄여주니 가속이 쉽다.나윤석

 


 

 

MINI JCW Countryman All4

미니가 주는 유희는 작지 않다. 상징성이 가득한 외모는 두 눈을 뿌듯하게 만들고, 복고적인 감각의 꾸밈새는 감성을 촉촉하게 한다. 거기에 컨트리맨이라면 그 즐거움을 여럿이 나눌 수 있고, JCW라면 달리기라는 미니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동그란 눈망울로 내 앞에 온 유희왕은 미니 JCW 컨트리맨이다. 미니가 선사하는 모든 유희를 싹 다 모아 담은 모델이다. JCW지만 외모는 사납지 않다. 애초에 사납기 힘든 얼굴이다. 컨트리맨 특유의 넓은 공간 역시 온전히 다 사용할 수 있다. 이런저런 계기를 단다고 어지럽게 게이지를 더하지도 않았다. 미니의 유연하고 개성 넘치는 실내를 오롯이 다 즐길 수 있다. 그저 알칸타라로 뒤덮은 버킷시트만이 둥글고 포근한 시트 대신 더해졌을 뿐이다.

 

이전 세대보다 배기량을 높이고 과급압을 2.2바까지 끌어올렸다.

 

얼굴은 여리지만 엔진은 당차다. 2.0ℓ 가솔린 엔진에 터보를 더해 연소실에 공기를 잔뜩 불어 넣는다. 덕분에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각각 231마력, 35.7kg·m까지 끌어올렸다. 1.6ℓ 엔진에 트윈스크롤 터보를 올렸던 전 세대보다 13마력, 7.1kg·m 강해졌다. 물론 가속도 빨라졌다. 8단 자동변속기와 찰싹 맞물려 모든 기운을 다 쏟아내면 6.5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내지른다. 전보다 0.4초 빨라졌다. 얼굴만 순진할 뿐 벌크업을 제대로 한 컨트리맨이다.

 

엔진 반응은 모드별 차이가 크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스포츠 모드에서만 꼭 티를 낸다. 발만 슬쩍 얹어도 움찔움찔한다. 조향 반응은 적당하다. JCW지만 미니가 내세우는 고카트 감각을 고스란히 가져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이 낫다. 이전 세대 미니들의 조향감은 별로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루기는 오히려 지금이 더 편하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다. 하지만 관절 없는 쇠기둥을 박아놓은 듯했을 때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역시 지금이 더 낫다. 서스펜션 안에 밀도 높은 젤리를 채워 넣은 듯 적당히 말캉한 느낌이다. 거친 노면에서 종종 쿵쿵대긴 하지만 일상에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전자제어식 댐퍼는 생각보다 똘똘하다. 언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짐작보다 잘 판단한다. 거세게 몰아붙일 때는 롤을 잘 억제한다. 그러면서 자세를 회복할 때 무게중심을 쉽게 넘기지도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이 전제적으로 굉장히 세련되고 훌륭하다.

 

 

미니 JCW 컨트리맨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스펜션 세팅이고 다른 하나는 버킷시트였다. 뭐,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시트는 볼스터가 상체 전체를 잘 감싸고 지지한다. 그러면서 답답한 느낌도 없다. 여기에 알칸타라로 뒤덮어 몸이 미끄러지는 일도 거의 없다. 덩치가 커서 버킷시트가 불편했던 적이 꽤 있었는데 의외로 내게 딱 맞춘 듯한 시트를 찾았다. 그것도 미니에서!

 

그래서다. 운전석에만 앉으면 JCW 컨트리맨을 자꾸만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인정상 사정을 봐주기도 싫다. 스포츠 모드만 들어가면 아주 자기가 먼저 달리자고 옆구리 콕콕 찌른다. 기운이 세졌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실제로 배기량을 높이고 과급압을 2.2바까지 끌어올리면서 많이 화끈해졌다. 최대토크가 뿜어지는 시점도 1900rpm에서 1450rpm까지 떨어뜨려 초반 반응이 더 거세졌다. 심지어 4500rpm에서 토크밴드가 끝나면 불과 500rpm 뒤인 5000rpm에서 최고출력이 작렬한다. 레드존보다 500rpm 낮을 뿐인 6000rpm까지 231마력을 거침없이 내뿜는다.

 

 

하지만 브레이크가 조금 아쉽다. 브렘보와 함께 설계한 시스템인데 생각보다 피로가 조금 빨리 왔다. 사실 미니 JCW 컨트리맨이 주는 미친 듯한 유희 때문에 좀 더 오랜 시간 보다 높은 한계까지 몰아붙였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제동이 저하돼 뜻하지 않게 몇 번 크게 미끄러졌다. 1655kg에 달하는 무게가 부담이다. 덩치와 성능에 비해서 무겁다. 무게가 늘어나면 관성도 함께 커진다. 제동에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이는 주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력이 함께 커진다. 다만 일반적인 모델이라면 핫해치란 말이 아깝지 않은 움직임이다. 하지만 레이싱에서 기원한 이름인 JCW가 붙었다면 조금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미니 JCW 컨트리맨은 충분히 유희왕에 도전할 수 있는 차다. 다만, 오롯이 달리기로만 판단하면 유희 세자 정도로 책봉할 수 있겠다. SUV 특유의 쓰임새와 미니 고유의 개성 등을 모두 모아야 비로소 유희왕 대관식을 올릴 수 있다. 어디 JCW 컨트리맨은 왕이 될 상인가?글_고정식

 

유희왕이 될 상이오?

누가 미니 JCW 컨트리맨을 SUV라고 했나? 물론 생긴 건 SUV에 가깝지만, 약간 키 높은 핫해치라고 해도 무방하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좌우 롤을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며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만든다. 하긴 미니는 태생 자체가 ‘FUN’한 차 아닌가.이진우

세상엔 이보다 빠른 차가 수없이 많다. 핸들링이 예리한 차도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열정적인 움직임과 기세만큼은 따를 차가 없다. 통통 튀는 움직임에 잔뜩 신이 나서 도로를 휘젓고 다니게 된다. 노면이 엉덩이를 스치는 기분은 또 어떻고.김선관

시승 중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 차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JCW 컨트리맨은 미니 고성능 모델로 보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차다. 하지만 소형 SUV의 스포츠 버전으로 보면 이런 차가 또 없다. 무게를 다스리는 능력과 앞머리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 감각, 전자장비 개입 시점 등 모든 부분에 세련미가 넘친다. 운전 감각만큼은 칭찬할 만하다.류민

해치 모델이 왔더라면 더 좋았을 뻔. 고카트 필링이 더 확실하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벨로스터 N을 타고 나니 기계식 디퍼렌셜 록이 없다는 것이, 그리고 이제는 JCW의 출력으로는 핫하다는 말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참 만만치 않다.나윤석 

 


 

 

CHEVROLET Camaro SS

‘아후, 속 시원해!’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빠른 탈것’이라는 점에서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호쾌함일 것이다. 호쾌하다는 말은 직설적이라는 뜻과 통한다. 즉, 직설적인 자동차가 가장 재미있는 자동차라는 뜻이다. 오늘 모인 모델, 아니 현존하는 자동차들 가운데 가장 직설적인 자동차 하나가 카마로 SS다. 자연흡기 엔진을 강조한 ‘배기량이 깡패’, 8기통 엔진의 박력을 표현한 ‘남자라면 V8’, 뒷바퀴굴림의 스포츠성을 ‘앞발이 큰 짐승은 빠를 수가 없다’와 같은 마초적 슬로건에 딱 맞아떨어지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V8 6.2ℓ 엔진은 카마로 SS의 핵심이다. 이 무자비한 스펙에도 가격은 고작 5428만원이다.

 

V8 6.2ℓ 엔진은 ‘카마로다움’의 7할 이상을 담당하는 캐릭터 메이커다. 저회전의 고동감은 크루징도 느긋하지만 은근히 흥분시키는 구석이 있고, 저회전부터 두툼한 토크는 발끝 까딱만으로 뒷바퀴를 옆으로 궤도 이탈시키기에 충분하다. 시승하던 날에는 꽃샘추위에 비가 눈으로 바뀌는 악조건이었다. 아주 짧은 코너들로 이어지는 와인딩에서 비록 속도는 높지 않지만 가속페달로 뒷바퀴에 제2의 운전대를 만들며 헤어핀을 돌파하는 카마로 SS는 쾌감 만점이었다. 자연흡기 엔진은 아무리 파워가 넘치더라도 컨트롤이 쉽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짓도 즐겁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끝이었다면 카마로 SS는 그저 그런 미국식 포니카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카마로 SS가 정말 재미있는 것이다. 일단 노면을 꾹꾹 눌러 밟는 안정감이 참 좋다. 대충 자세만 그럴듯하게 잡다가 헐렁하게 무너지고는 ‘미안해 친구, 사실은 아까 저만큼이 한계였어. 알아서 하시게’라고 쿨한 척하지만 사실은 부실하고 겉멋만 든 친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의 민첩함도 도움이 됐지만 사실 카마로 SS의 조종 감각은 든든한 강성의 차체가 원천이다. 요철이나 일명 빨래판을 통과해도 잡소리 하나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앞에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것이 쉽다고 말했다고 해서 접지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건 엔진이 힘이 너무 세기 때문이고, 한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돌변하지 않는다.

 

 

엔진도 그렇다. 일단 푸시 로드 OHV 2밸브 방식이라는 제원만 보면 카마로 SS의 엔진은 저회전에서만 으르렁거리고 고회전에서는 맥이 확 풀리는 구식 엔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7000rpm 바로 밑까지 ‘휙’ 올라가버리는, 어이없이 가벼운 회전 질감이 초고회전 쇼트 스트로크 DOHC 엔진의 그것과 같다.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껌’이고 속도계의 100 자리가 바뀌며 제트 여객기의 이륙 속도에 도달하는 것도 가뿐하다. 숨이 차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속 시원하다. 게다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지체하지 않고 딱 그만큼만 힘이 나오는 자연흡기 엔진의 특징 덕분에 다루기가 정말 좋다. 시승 날 빗길에서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가속페달을 훅 밟고 출발하면 꼬리가 좌우로 춤을 추지만 발가락의 힘만 조절하는 것으로도 정교하게 엔진을 도닥거릴 수 있다. 신나게 힘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카마로 SS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표다. 5000만원대에 6.2ℓ 45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그것도 제대로 만든 스포츠카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축복이다. 이 돈이면 국산 제네시스 G70 3.3과 거의 차이가 없다. 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카마로 SS를 BMW M2하고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카마로 SS를 사고 1000만원을 뚝 떼어서 통장에 넣어놓고 더 나오는 세금을 내면서 신나게 타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 시승한 모델 가운데 성격이 가장 비슷한 F 타입 SVR의 값이면 카마로 SS를 넉 대나 살 수 있다. 이건 거저다.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시속 250km 부근부터 살짝 가벼워지는 앞머리, 짧은 코너에서 잘 돌아주지 않는 앞머리까지 해결해달라면 욕심일 것 같다. 사실 가장 아쉬운 점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유순해진 성격이다. 이 정도로 파워풀한 엔진이라면 10단 변속기로 출력을 잘게 쪼갤 필요는 없었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는 변속할 때마다 등 떠밀리는 느낌이 더 쾌감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정교하지만 이전보다는 꽉꽉 눌러 밟는 느낌이 덜해진 서스펜션도 그렇다.

 

뭐, 그래도 좋다. 카마로 SS는 어쩌면 앞으로는 나오지 않을 마초 스포츠카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마누라를 설득해야 하나. 10년 할부도 된다는데….글_나윤석

 

유희왕이 될 상이오?

이 차는 분명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차다. 그런데 생각보다 운전이 쉽다. 아주 쉽게 코너를 돌고 더 쉽게 빠른 가속을 만든다. 확실히 재미있는 차다. 그런데 더 즐거운 건 이런 고성능 스포츠 쿠페를 F 타입 SVR의 4분의 1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거다.이진우

카마로 SS는 가격과 힘으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상황을 가리지 않은 주행 능력과 운전 재미가 이 차를 타는 궁극적 이유다. 장거리 크루저로 이용하다가 트랙 위의 경주차로 몰아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김선관

카마로 SS는 가성비로 귀결되는 차다. 이게 카마로 SS가 속한 ‘포니카’의 핵심이다. 그래서 순수한 재미나 절대적 성능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가 조금 곤란하다. 하지만 엉덩이가 옆 차선으로 슥 밀려나는 것 따위 개의치 않는 담대한 사람에겐 이만한 차도 없다.류민

야수처럼 사나운 반응은 손끝과 발끝 모두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깊은 코너에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여지없이 꽁지를 크게 돌린다. 거침과 생생함의 미묘한 경계. 카마로 SS 덕분에 그 아찔한 재미를 깨달았다.고정식

 

 

 

 

모터트렌드, 자동차, 유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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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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