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아빠가 꿈꾸는 좋은 드라이버

좋은 운전자는 노력해야 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지금 우리의 삶을, 나아가 우리 아이들의 삶까지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2019.04.18

 

시간 참 빠르다. 미시적 영역을 다투는 레이스카보다도 빠른 것 같다. 사랑하는 딸 이든이에게 쓰는 편지이자,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과 나누고자 했던 이야기가 벌써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그사이 이든이는 이 칼럼을 스스로 읽을 만큼 컸다. 몇 번인가 독일 뉘르부르크링으로 날아가 북쪽 코스를 함께 달려보는 추억도 만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왜 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됐고, 모두가 안전벨트를 매기 전에는 출발도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한 모습도 보인다. 녀석, 참 많이 컸다. 별 탈 없이 잘 자라주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또래 여자아이들과 달리 다이캐스트 자동차에 애정을 쏟고 장난감 블록으로 자꾸 차고를 짓는 건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애초 이 칼럼은 우리의 아이들이 좋은 운전자로 성장할 수 있게 부모가 먼저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체득하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그럼 좋은 운전자란 무엇일까? 수십 년 무사고로 ‘베스트 드라이버’ 스티커를 붙인 택시 운전사나 한계 상황에서 밀리미터 단위로 자동차를 통제할 수 있는 챔피언 레이서, 또는 면허 취득 이후 단 한 번도 범칙금 통지서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 등이 좋은 운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운전자가 이런 사람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을 모두 좋은 운전자라고는 할 수 없다. 좋은 운전자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먼저,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의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고 파악해야 한다. 운전대를 잡은 이상 게을러선 안 된다. 교통이란 자신의 움직임이 타인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반작용도 일어나는 상호 관계다. 전방뿐 아니라 측면부터 후방까지 주기적으로 주변 흐름을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운전자의 동공은 항상 바빠야 한다. 앞을 그저 바라본다는 개념이 아니라, 앞창과 거울, 가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처한 위치와 상황을 계속 파악해야 한다. 우리 눈은 180도의 시야각을 갖고 있으므로 목을 90도까지 비틀지 않아도 된다. 고개를 30~40도만 돌려도 나란히 달리는 옆 차를 살필 수 있으니 부담스러워하지 말자. 최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능동형 안전장비들은 사실 이런 좋은 습관을 보조해주는 개념이다. 하지만 기계가 아무리 보조 역할을 잘 해준다고 해도 운전자의 감각과 습관이 불필요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는 아직 오판의 확률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고, 시스템은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변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지금의 시스템은 좋은 운전자만큼 주의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센스 있는 운전도 좋은 운전자의 필수 덕목이다. 매 순간 상황을 종합해 센스 있는 판단을 내리는 안전 운전이 투철한 준법정신보다 더 중요하다. 터널 안 실선 구간에서 앞차가 급정지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제동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차와 부딪히더라도 실선을 지키는 게 옳을까, 공간이 있는 옆 차로로 옮겨 사고를 피하는 것이 옳을까? 사실 이 사례는 최근 대형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쟁이 됐던 블랙박스 속 상황이다. 난 이든이가 두 번째 선택을 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실선은 한 번 넘겠지만 큰 사고와 피해를 피할 수 있고 뒤따르던 차에게 5m의 추가 제동거리를 확보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준법 의식을 경시하는 의미로 오해 말기 바란다. 난 업무상 많은 나라에서 운전을 한다. 하지만 준법을 위해 해당 국가의 도로 교통법을 찾아 읽어본 적은 없다. 내가 이해하는 법적 제약은 기껏해야 속도제한 표지판이나 주차금지 안내 정도일 뿐이다. 우리의 도로교통법을 완독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법 조항을 모두 외울 수 없다면, 아니 외운다고 하더라도 센스 있는 판단력이 결국 안전하고 편안한 교통 흐름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과시, 경쟁, 욕심 등을 비워 낸 깨끗한 마음이 필요하다. 운전은 레이스가 아니고, 다른 운전자도 경쟁자가 아니다. 격한 감정 상태로 얼굴을 찡그린 채 운전해서 좋을 일은 없다. 이렇게 몸과 머리,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을 때 좋은 운전자가 완성된다. 물론 나도 아직 수련 중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운전을 잘하기 위해 우린 어떤 노력을 했는가? 인간에게 이동이 필수 행위라면, 운전을 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든이, 그리고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멋진 드라이버로 도로에 나서길 기대한다.글 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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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강병휘 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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