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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섬세함, 기아 K9 렉시콘 오디오

K9 렉시콘을 들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다시 보게 됐다

2019.04.23

카오디오 리뷰를 맡은 지 어느덧 2년이 다 돼 간다. 사실 난 처음부터 이 꼭지가 부담스러웠다. 음악 전공자라는 이유로 떠맡은 까닭에, 애써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고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매달 에너지를 쏟다 보니, 국내 대부분 차의 시스템을 경험하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근육이 생겼다. 자동차와 오디오 브랜드의 조합만으로도 성향을 추측할 수 있고, 시스템의 구성이나 음색에서 제조사의 의도와 그에 따른 차의 성격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수년간의 취재와 시승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또는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유독 궁금한 시스템이 생겼다. 기아 K9의 렉시콘이다. 렉시콘은 1971년부터 각종 디지털 음향기기로 명성을 쌓은 고급 오디오 브랜드. 롤스로이스와 함께 카오디오 업계에 진출했고, 현대 에쿠스(2세대)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기아 스팅어 데뷔 전까진 롤스로이스와 제네시스에만 쓰였다.

 

내 궁금증이 바로 이 부분에서 출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자동차에도 쓰지 않는 렉시콘을 기아자동차에게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기아차의 렉시콘은 무엇이 다를까? 물론 뒷바퀴굴림 레이아웃의 스팅어와 K9이 기아차 안에서 특별한 존재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편성될 법한 차들이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세 브랜드의 급과 역할을 나눠왔기 때문이다.

 

스팅어의 사운드 시스템 구성이 제네시스 G70와 같았던 것처럼, K9 역시 제네시스 G90와 판박이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건 그렇다. 17개의 스피커와 12채널 900W D클래스 앰프를 사용한다. 압축으로 인한 음원의 손실을 복원하는 클래리파이나 음장 세팅 메뉴인 퀀텀 로직 사운드도 갖췄다. K9 역시 G90처럼 뒷좌석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드(VIP 사운드)만 있고 앞좌석이나 운전자를 위한 모드는 없다. 최근 이 세그먼트의 자가운전 비율이 늘었다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눈에 띄는 차이가 있긴 하다. 도어트림이 대표적이다. 두 차 모두 3웨이 구성이지만 K9은 트위터를 사이드미러까지 높였고 우퍼는 최대한 낮춰 달았다. 반면 G90는 스피커가 따닥따닥 붙어 있다. 위치만 보면 K9이 우월하다. 처음엔 도어트림 디자인이 달라 생긴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음악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다. K9은 확실히 G90보다 음역대를 잘 나눈다. 명확히 의도된 설계로 보인다.

 

각 스피커의 음질 차이는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균형은 K9이 더 고르다. 고음역이나 초저음역 어느 하나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장르를 들어도 위화감이 없다. 아주 선명하진 않지만 대체로 안정적이다. 대신 G90보다 힘과 볼륨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 G90는 도어트림에서 모든 음역대가 힘차게 뻗어 나오는 느낌을 준다. 서브우퍼를 뒷선반에 얹은 구조적 한계와 17개 스피커, 900W 앰프라는 부실한 재료로 자극을 최대한 끌어올린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비트가 적당히 강한 팝은 아마 G90가 훨씬 다이내믹하게 느껴질 것이다.

 

난 이게 의도적 차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G90는 북미 시장이 중요하고, K9은 국내 시장까지 고려해야 하니 당연한 이야기일 거다. 오히려 같은 재료로 목표 시장에 맞게 세팅까지 달리하는 섬세함에 놀랐다. 다만 기아차를 계속 보수적인 틀에 묶어두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의도가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기아차는 조금 더 발랄해질 필요가 있다.

기아 K9에서 들은 앨범

스마일리스마일(SmileySmile) - [42000ft]

록밴드 파블로프의 멤버 류준과 박준철이 결성한 일렉트로닉 팝 듀오 ‘스마일리스마일’의 첫 정규앨범이다. 기타 연주가 빠지지는 않지만 이전의 록적인 색채는 찾아볼 수 없다. 힘을 뺀 비트와 보이스, 전자 오르간 등으로 몽환적인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앞서 싱글로도 선보였던 ‘SmileySmile’은 이들의 급진적인 변화를 설명하는 완충재나 다름없다. 잘 짜인 리듬 위를 가볍고 명확하게 짚은 멜로디에서 그들의 음악적 성숙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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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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