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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지금까지의 911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911도 영원할 것이다. 더욱더 좋은 방향으로

2019.04.24

포르쉐는 내부적으로 ‘GT’ 배지가 붙지 않은 차는 트랙 전용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좋을 때는 카레라로 트랙을 달려보자.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춥다. 역대 가장 추운 날씨다. 살을 에는 듯한 혹독한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것 같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지만 스페인 발렌시아 내륙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의 온도는 영상 4°C에 머문다. 오전 동안 태양이 온전히 떠 있던 건 고작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후로는 내내 구름이 잔뜩 꼈다. 하지만 정작 내가 걱정하는 건 대기 온도가 아닌 트랙 표면 온도다. 연습 주행을 하며 타이어 온도를 데울 수는 있어도 트랙 표면 온도를 끌어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8년 전, 조니 리버먼과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이전 세대 포르쉐 911 론칭 행사에서 카레라 S와 콜벳 그랜드 스포트를 타고 일탈 아닌 일탈을 했었다. 시승 코스를 벗어나 로스앤젤레스와 샌타바버라 사이에 위치한 산속에서 눈보라를 뚫고 빠르게 질주했었는데 당시 콜벳은 운전하기 어려울 만큼 불안했지만 포르쉐는 주변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약 10년이 흐른 지금도 레이스트랙을 달리는 느낌이 매우 익숙하다. 992라는 코드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신형 포르쉐 911은 이전 세대의 991보다 추운 날씨로 인한 문제를 덜 일으킨다. 내가 알기로 최신 911을 운전한 최초의 외부인이 바로 나다. 내심 타이어 사이드월을 모두 사용한 첫 번째 사례가 되고 싶단 생각도 했다.

 

 

첫 연습 주행 후 용기는 배가됐다. 서킷 표면은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미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445마력짜리 엔진을 차체 뒤에 얹은 스포츠카를 한계로 내몰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흩뿌리듯 내리는 빗방울이 문제였다. 하지만 전력으로 두 바퀴를 달리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네 바퀴째 주행을 이어갈 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춥고 눅눅한 날씨로 인한 문제는 991은 몰라도 992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말이다. 쉽게 말해, 날씨는 신형 911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러한 놀라운 성능의 비결은 슈투트가르트의 포르쉐 사람들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바퀴에서 발생하는 물보라를 통해 도로의 물기를 감지해내는 웨트 모드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다. 운전자가 웨트 모드를 선택하면 ‘안전 우선주의’ 알고리즘이 활성화된다. 그러면 아무리 운전을 못하는 사람이 운전대를 잡더라도 신형 911의 웨트 모드가 차를 훌륭하게 제어한다.

 

 

솔직히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기능에 지나치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신형 911은 기본적으로 접지력이 매우 뛰어나다. 모든 순간 그렇다. 심지어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조차 예측 가능한 모습을 보인다. 911은 언제나 운전자가 예측한 대로 정확히 움직인다. 그게 이 차의 가장 실망스러운 모습이자 가장 위대한 점이다. 

 

먼 옛날에는 볼썽사나운 행동을 유발하기가 오늘날보다 훨씬 쉬웠다. 트레일 브레이킹을 하며 코너를 너무 날카롭게 진입한다거나 스티어링 각도를 매우 크게 두면서 스로틀을 급작스럽게 열면 차체 뒷부분이 앞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현대적인 911들, 특히 내 눈앞에 있는 신형이 매우 위대한 까닭은 그런 오버스티어가 친숙할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데 있다. 

 

 

아이작 뉴턴은 어쩌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지도 모른다. “신형 911은 운전자가 정말로 작정하지 않는 이상 벽을 들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911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운전자는 오래전 면허학원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다. 심지어 켄 블록의 영상을 보며 오버스티어 컨트롤에 대해 배웠더라도 911이 180도 스핀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운전자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자세제어장치를 완전히 껐을 때밖에 없다.

 

비록 극적인 모습이 훨씬 적기는 하지만, 포르쉐 특유의 ‘예측 가능함’과 차체 컨트롤은 언더스티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운전자는 언더스티어가 왜 발생하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드라이빙 스쿨에서 배운 자동차 컨트롤에 관한 것 중 어느 하나라도 기억한다면 본능적으로 언더스티어를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운전자가 자동차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건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상승시키는 차들의 특징이다. 운전자로 하여금 한계가 어디쯤인지 알고 그 한계에 다다를 때조차 ‘이 정도는 문제없지’라고 마음먹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빠르게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차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게 바로 911이 드라이버와 관계를 쌓아가는 방법이다.

 

 

지난 10년간 911에 관한 기사를 한 번이라도 읽은 적이 있는 <모터트렌드> 독자라면 알 것이다. 911의 디자인은 언제나 끝내주게 멋지며 400마력이든 700마력이든 출력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신뢰감을 줌으로써 운전자의 환심을 사는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닌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이 사실을 레이스트랙에서 알았다.  2번 코너의 헤어핀을 트레일 브레이킹(브레이크를 최대한 늦게 밟는 방식)으로 진입한 후 발을 가속페달로 옮겨 스로틀을 최대한 강하게 열었다. 그런 다음 운전대를 약간 튼 채 다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그러자 911은 내가 벽을 들이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빠르고 부드럽게 헤어핀을 통과해 내달렸다.

 

사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는 운전자를 억제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만약 두 가지 상황이 모두 발생한다면, 운전자가 일부러 그랬거나 욕심이 앞섰거나 둘 중 하나다. 일부러 하지 않았다면 너무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 제동이 늦었다는 뜻이다. 혹은 코너 진입이 너무 빠르거나 늦었을 수도, 코너링 진입 각도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가속페달을 조급하게 밟았거나. 이처럼 911은 이유가 어찌됐든 운전자가 자신의 부족한 운전 실력을 질책하며 다음 주행은 좀 더 정확하게 달리겠노라 다짐하게 만든다.

 

 

모든 911 시리즈 중 카레라는 트랙에서 볼 가능성이 가장 낮은 모델이다. 대신 주차장에서 많이 보인다. 하지만 서킷에서 잘 달리는 것은 일반도로에서 운전할 때도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스페인 남부의 산악도로나 집 근처 어디를 달려도 911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물론 운전자는 911의 주행모드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고 길의 구조적인 영향 때문에 코너가 좁게 설계됐을 때(서킷과는 다르다) 특히 그렇다. 전자장비가 완벽히 작동하고 운전자가 선택한 주행모드가 도로와 잘 어울리더라도 운전자는 차와 타이어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 할 것이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과도한 위험을 주지 않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스티어링 회전수가 낮기 때문에 운전자는 두 손을 격렬하게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 차체 구조상 앞부분이 가벼울 수밖에 없는데도 앞바퀴는 접지력을 집요하게 유지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개선되는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도로 표면 정보를 운전자에게 곧잘 전달한다. 엔진의 최대토크는 엔진 회전수에 따라 일정하게 상승하는데, 최고출력은 레드라인에 다다라서야 터져 나온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터보 엔진이라는 느낌이 덜하다(소리는 어쩔 수 없다). 브레이크를 살펴보면 페달 압력과 유격, 제동력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느껴진다. 제동력은 언제나 일정하며 페이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911의 움직임에서 자극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 싶으면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돌리면 된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시스템 개입을 조금 늦출 뿐이므로 그 이상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포르쉐가 실내 레이아웃을 수직에서 수평 형태로 바꾸는 것이 큰 화제를 낳고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능적인 컵홀더의 탄생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신형 911이 놀랍도록 뛰어난 차는 맞지만 완벽하진 않다는 것이다. 911도 눈에 확 드러나는 한 가지 결점을 갖고 있다. 이전 세대 911과 비교했을 떼 80% 이상 바뀐 계기반이다. 중앙에 아날로그 엔진회전계를 둔 채 양옆으로 날개 형태의 7인치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계기반 일부가 운전대에 애매하게 가려지는 것에 대한 평가는 운전자의 몫으로 돌린다.

 

문제는 또 있다. 계기반 좌측에는 시간과 외부 온도 같은 ‘그저 그런’ 정보가 표시되고 우측에는 엔진 온도, 주유 게이지가 위치한다. 정보의 중요성은 차치하더라도 이와 같은 실수가 어떻게 양산으로 이어졌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앙증맞은 전기면도기처럼 생긴 기어 레버 뒤쪽으로 어마어마하게 넓고 쓸모없는 공간의 존재 유무에 대한 의문은 계기반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만약 당신이 내가 신형 911에서 찾은 유일한 문제점이 인체공학적으로 불편한 몇몇 인테리어뿐이라고 이해했다면 기사를 제대로 읽은 게 맞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승한 911이 기본형 모델이라는 점(성능 향상을 위한 옵션이 추가돼 있긴 했지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포르쉐가 911에 ‘GT’라는 문구를 추가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즐거운 상상을 하며)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글_Scott 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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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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