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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 그 날의 기억

프레스데이까지 포함하면 3월 28~4월 7일까지 2019 서울모터쇼가 열렸다. 우린 이번 모터쇼에서 기자들 각자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보기로 했다. 새로운 차만 우르르 소개하는 건 <모터트렌드> 스타일이 아니니까

2019.05.01

 

SUV 라인업을 완성한 쉐보레

지난 2018 부산모터쇼에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국내에 5년간 15종의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특히 SUV 라인업에 무게를 두고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심은 국내 시장에 SUV를 적극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9년 한국지엠은 서울모터쇼에서 대형 SUV인 트래버스의 하반기 국내 출시를 확정했다. 이로써 소형 트랙스부터 중형 이쿼녹스, 대형 트래버스까지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여기에 중형 픽업트럭인 콜로라도까지 추가해 RV 선택지를 넓혔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모터쇼 동안 많은 사람이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찾았다. 트래버스는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대형 SUV 시장에서도 주목도가 높은 모델이다. 넓은 공간과 쓰임이 다양한 차라 아빠들의 많은 관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트래버스는 길이가 5189mm, 휠베이스가 3071mm로 포드 익스플로러와 비교해도 길이가 149mm, 휠베이스가 211mm 더 길다. 레버로 2열과 3열 시트를 손쉽게 접을 수 있어 편의성과 활용도도 높다. 트래버스는 수입 대형 SUV 시장을 장악하던 익스플로러의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가 아닐 수 없다.

 

쉐보레 콜로라도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 두 모델만 판매돼 쌍용의 독점 시장으로 봐도 무방했다. 콜로라도는 다양한 픽업트럭에 목말라 있던 소비자들에게 단비 같은 차다. 2014년 출시 이후 45만대 넘게 판매되며 미국 중형 픽업트럭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인기 모델이다(2018년 미국에서만 14만4391대가 판매됐다). 프레임 보디의 단단함에 넓은 적재 공간과 견인력까지 정통 픽업트럭이 갖춰야 할 요소들을 잘 챙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빠들의 눈이 한국지엠을 향해 있다.글_김선관

 


 

현대차 부스에는 천장에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첨단 디스플레이의 향연

올해 서울모터쇼에서는 새끈한 신차보다 모터쇼 부스를 장식한 커다랗고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제1전시장 한편에 널찍하게 자리한 메르세데스 벤츠 부스에는 한쪽 벽에 길고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그 양옆에 세로로 놓인 디스플레이는 화면에 맞춰 움직이는 재주도 보였다. 닛산 부스에서는 커브드 모니터처럼 양 끝이 둥글게 구부러진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현대차는 천장에 디스플레이를 달고, 입구에는 작은 팬이 돌아가면서 바람으로 영상을 띄우는 첨단 기술을 자랑했다. 팬이 멈추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팬이 돌면서 신형 쏘나타의 모습이 나타나는 게 봐도 봐도 신기했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돋보인 쉐보레 부스

 

하지만 최고는 쉐보레 부스였다. 쉐보레는 널찍한 부스 앞쪽에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세웠는데 뒤가 비치는 투명 디스플레이였다. 분명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뒤쪽 부스와 부스 위쪽에 서 있는 새빨간 콜로라도가 그대로 보였다. 어떻게 이런 디스플레이가 가능할까? “요즘 모터쇼에선 디스플레이 성능이 좋아지면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 어둡게 하지 않아서 촬영하기가 훨씬 좋아요.” 모터쇼장을 함께 둘러본 포토그래퍼의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프레젠테이션 할 때 디스플레이 화면이 잘 보이도록 잔뜩 어둡게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2019 서울모터쇼는 첨단 디스플레이의 경연장이었다.글_서인수

 


 

코지마 안마의자 부스는 발, 아니 몸 디딜 틈이 없었다.
 

모터쇼장에 안마의자가?

사람들이 안마의자에 앉아 약간의 신음을 내며 마사지를 받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여러 해외 모터쇼를 다녀봤지만 안마의자 제조사가 넓은 부스를 차지하고 그들의 제품을 전시하는 건 본 적이 없다. 특히나 서울모터쇼에선 안마의자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었다. 아마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안마의자를 봤다면 꽤 신기하고 이채로운 장면이었을 거다. 아마도 한국을 찾은 외신 기자들이 이러했을 것이다.

 

사실 모터쇼 취재는 육체적으로 꽤 힘들다. 많이 걸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많은 사람과 부대껴야 한다. 또 서울모터쇼에는 딱히 앉아서 쉴 만한 공간도 많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모터쇼를 찾은 기자나 관람객들에게 안마의자는 메마른 사막의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도 신발을 벗고 안마의자에 몸을 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성을 다해 주무르고 두드리며 근육 사이사이로 파고든 피로를 뽑아낸다. 목과 등은 꽤 아팠지만 그 고통이 피로를 박살내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참았다. 그러자 몸이 노곤해지고 눈이 감긴다. 생각해보니 모터쇼는 많은 이들이 육체적으로 피로한 곳이고, 그래서 안마의자를 홍보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이런 게 진짜 효과 만점 마케팅이다.글_이진우

 


 

클래식 미니를 전기차로 완벽하게 복원한 미니 클래식 일렉트릭

 

사랑스러운 미니 클래식 일렉트릭

인정한다. 일종의 ‘직무유기’였다. 미니 부스에서 클래식 일렉트릭을 보고 호들갑을 떤 것 말이다. 물론 지난 뉴욕 모터쇼에서 데뷔한 콘셉트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그저 클래식 미니를 흉내 내서 만든 전기차라고 생각했다. ‘진짜’ 클래식 미니를 복원해서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넣은 차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자료는 읽지 않고 사진만 대충 본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이 차에 매료된 건 모양새 때문만은 아니다. 클래식 일렉트릭은 스펙마저 원작에 충실하다. 최고출력 39마력, 최고속도 시속 121km, 주행가능거리 105km다. 요즘 전기차 기준으론 초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신 무게를 클래식 미니와 같은 770kg에 맞췄다. 발랄한 도심형 이동수단으로서의 가치에 집중한 것이다. 안팎 상태는 당연히 새 차라고 해도 좋을 만큼 깔끔하다. 이런 정성이면 복원이 아니라 처음부터 새로 한 대 만드는 게 더 쉬웠을 텐데…. 역시 사랑받는 브랜드에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니는 클래식 일렉트릭 콘셉트카 한 대로 과거와 미래를 완벽하게 연결했다.글_류민

 


 

 

오! 블랙핑크

월드프리미어 기근에 시달리는 서울모터쇼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는 곳은 대개 현대와 기아차다. 물론 핵심 모델이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콘셉트카까지 이곳을 세계 최초 공개 무대로 삼진 않는다. 해외에서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월드프리미어가 일곱 대나 있었지만 구색만 갖췄다. 현대는 쏘나타 1.6 터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벨로스터 N에 튜닝 장비를 잔뜩 붙여놓은 N 퍼포먼스카를 내세웠다. 랜드로버는 벨라의 고성능 한정 모델 SV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을 선보였다.

 

의미 있는 모델은 르노삼성의 XM3 인스파이어와 기아의 SP 시그니처, 모하비 마스터피스 정도였다. 쇼카와 콘셉트카였지만 양산차의 미리보기 모델이고,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투입될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아의 프레스 콘퍼런스 시간에는 많은 기자와 관계자가 몰렸다. 넓은 공간이었지만 다닥다닥 붙어 서서 무대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SP 시그니처와 모하비 마스터피스가 등장할 때 혼란스러워지진 않았다. 각자 자리에서 촬영하고 관찰하며 수첩을 채워나갔다.

 

그런데 정연하던 질서가 잠시 소란해졌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등장했을 때다. 블랙핑크가 내려오던 계단 근처에 있던 난 순식간에 몰려드는 인파에 뒷걸음질을 쳐야 했다. 함성이 들렸다. 외마디 비명도 들렸다. 블랙핑크가 워낙 인기가 많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다만, 무대 중앙에 선 차가 베일을 벗을 때 그런 반응을 볼 수 없었던 서울모터쇼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주요 모델이 발표되는 해외 모터쇼에서는 차에 열광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는데 국내 모터쇼에서는 전무했다. 우리는 언제 서울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를 보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서울모터쇼는 점점 휑해지고 있다.글_고정식

 


 

메르세데스 벤츠 비전 EQ 실버 애로

 

잠이 확 깼다

아침 8시였다. 이른 시간이지만 서울모터쇼 제1전시장 메르세데스 벤츠 부스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콘퍼런스 시작 15분 전인데도 앉기는커녕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뜨거운 취재 열기와 화려한 조명에도 눈꺼풀이 천근만근이었다는 거다. 경기도 일산의 끝자락까지 오느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이다. 아침잠이 많은 어느 에디터 역시 “왜 이렇게 일찍 시작하는 거야?”라며 투덜거렸다.

 

 

잠기운은 오래가지 못했다.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는 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전 EQ 실버 애로였다. 무대 중앙 전광판이 양옆으로 벌어지며 그 사이로 미끄러지듯 나왔는데 미래적인 디자인에 한 번, 운전자가 없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 때조차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무대로 올라오도록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유려한 디자인 역시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그들이 말하는 ‘감각적 순수미’가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곡선을 주로 사용했는데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 같은 긴장감을 뽐낸다. 최고출력 750마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을 들을 땐 ‘음, 이렇게 생긴 차라면 그 정도 출력은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운전석에 앉아볼 수 없어 파노라마 스크린과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를 경험할 순 없었지만 프레스데이는 물론 평일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부스에서 관람객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차가 비전 EQ 실버 애로였던 걸 보면 멋진 차를 알아보는 눈은 누구나 똑같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글_박호준

 


 

 

제네시스가 궁금했나요?

2019 서울모터쇼에서 우연히 재규어 디자인 총괄 이안 칼럼을 ‘실물 영접’했다. 이미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그이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TV에서 보던 연예인을 실제 만난 느낌? 아무튼 서울모터쇼에서 보니 더 신기하고 반가웠다. 하지만 그가 있던 곳은 재규어 부스가 아닌 제네시스 부스였다. 전시된 여러 차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플래그십 모델인 G90를 가장 유심히 살폈다. 그것도 꽤 진지한 표정으로.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불리는 이안 칼럼이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 차를 관찰하다니.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브랜드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제네시스가 자랑스러웠을 정도다. 과연 그는 G90를 살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역시 제네시스는 아직 멀었어’ 아니면 ‘이러다 금방 따라잡히겠는데?’ 아마 이 둘 중 하나일 것이다.글_안정환

 


 

 

혼다는 아직도 옛날 스타일?

요즘은 CES에서 신차가 나오고 모터쇼에 IT 기업이 들어오는 등 IT와 자동차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서울모터쇼도 그랬다. 여러 IT 기업이 참가한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제조사들의 디스플레이와 부스 장식에서도 첨단 기술이 가득했다. 한국형 CES를 표방하는 어지간한 한국 가전 전시회보다 첨단 기술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모터쇼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딱 혼다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기 전까지는. 물론 혼다의 모터쇼 부스 역시 다른 곳 못지않게 다양한 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VR 체험존에 화려한 디스플레이 그리고 각종 체험 부스까지 부족한 게 없었다. 프레스킷 또한 종이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QR 코드가 들어 있는 명함을 준 게 신선했다. 하지만 발표 시작 10분 전부터 빨간 재킷을 입은 부스 내 직원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모든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날아가버렸다. 내빈 소개부터 시작하는 발표 또한 최소 5년 이상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뭐, 그래도 사실 앞의 의전은 위화감이 들기는 했어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보수적이고 서열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이니 의전에 힘쓰는 것도 백번 양보하면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표 중간에 공개할 차의 베일을 벗기면서 진행한 댄스 공연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선배에게 들으니 예전 모터쇼에서는 프레젠테이션 때 모두 공연을 했단다. 문제는 지금 아무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맥락도 없고, 내용도 생뚱맞아 보이는 공연을 꼭 넣을 필요가 있었냐는 거다. 주변 곳곳에서 ‘하아’ 하는 짧은 탄식을 들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나만은 아니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복고풍 스타일로 시선을 확 끈다는 혼다의 목적은 성공했다. 모터쇼에서의 많은 제조사 발표 중에서 가장 기억에 강하게 남았으니까. 하지만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차들이 기억나지 않는 건 어쩌지?글_주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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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 편집부PHOTO : PEN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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