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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3323마력! 고성능차 혈전!

세단, SUV, FR, 미드십, 전기차. 각 장르별 당대 최고의 고성능 차만 모았다. 이 차들은 과연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2019.05.07

 

세단, SUV, FR, 미드십, 전기차. 각 장르별 당대 최고의 고성능 차만 모았다. 5대의 최고출력 합은 3323마력, 평균은 660마력이 넘는다. 그런데 이 차들은 과연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슈퍼세단을 꿈꾸며BMW M5

M5에겐 늘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보단 ‘턱시도를 입은 운동선수’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아랫급 M3가 본격적인 스포츠카나 경주차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M5는 항상 가족용 4도어 세단에 경주차급(경주차용이 아니다) 심장을 얹은 ‘특별판’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이런 고성능 세단은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세단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고성능 차와 가족용 차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욕구를 하나의 차로 얻겠다는 욕심 또는 타협’ 정도로 다가올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 얘기다. BMW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장르의 차들에 고성능 모델이 더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고성능 ‘가족용’ 세단의 역할은 과거와 꽤 달라졌다.

 

그럼에도 가족용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4도어 세단은 분명 4도어 쿠페에 비해 뒷좌석 거주성은 더 좋으면서 스포티한 주행 특성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 즉 ‘온 가족이 함께 타고 고성능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차’라는 과장된 표현보다, 평상시에는 가족용으로 쓸 수 있으면서 시간이 허락할 때에는 운전자 혼자 트랙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성격의 차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M5는 지금의 6세대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그런 성격을 유지해왔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M5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특징들이 재미를 돋운다. 우선 동력계와 구동계가 재미있다. V8 4.4ℓ 트윈터보 엔진은 이전 세대의 것을 개선한 것으로, 후기형 컴페티션 패키지의 575마력보다 더 높은 60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76.5kg·m의 최대토크를 1800rpm부터 무려 5600rpm까지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언제든 가장 강력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번 M5에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주행안정 시스템이 개입한다면, 이 엄청난 토크가 항상 뒷바퀴로 전달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BMW는 극한의 운전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뒷바퀴굴림 방식을 고정하는 모드도 마련해 놓기는 했다.

 

 

그러나 DSC를 껐을 때에만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안전한 장소에서 숙련된 운전자만 쓰라’는 뜻이다.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급가속할 때 기어 단수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차체를 오로지 운전대 조작만으로 바로잡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작정하고 파워 슬라이드를 할 게 아니라면, 뒷바퀴로 더 많은 구동력을 배분하는 ‘4WD 스포츠 모드’로도 스포츠 주행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강력함을 감당할 수준의 운전 실력만 있다면, M5는 쉽게 한계 영역에 다가가 운전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준다.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충분히 훌륭하다. 그렇다면 가족용 세단으로 쓰기에는 어떨까? 외모는 차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돋보이지는 않는다. 일반 5시리즈 세단의 겉모습이 꽤 화려한 탓이다. 이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이다.

 

실내는 넉넉하고 점잖다. 이따금씩 올라오는 충격과 내장제 잡소리만 아니면 가족용 세단으로도 완벽하다.

 

실내 공간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넉넉하다. 디자인도 부담스럽지 않다. 스포티한 디자인의 M 전용 시트와 맞춤 설정이 가능한 두 개의 빨간색 M 버튼을 붙인 M 스티어링휠, 빨간색 시동 버튼 등을 빼면 흔한 5시리즈와 별다를 게 없다. 고성능 차들에 카본과 알루미늄 장식이 난무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점잖은 분위기다. 뒷좌석 편의장비도 동급 프리미엄 세단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크게 흠잡을 구석은 없다.

 

정작 아쉬운 점은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치고는 승차감이 꽤 너그러운 편인데, 그럼에도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은 작지 않다. 특히 요철을 지날 때마다 실내 곳곳에서 들려오는 내장재 마찰음은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포츠 주행 때에는 배기음과 타이어 마찰음에 묻혀버릴 소리들이지만, 일상에서 조용한 이동을 원하는 가족들의 귀에는 거슬릴 수도 있을 듯하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의 소리마저도 신경을 자극하는 잡음을 묻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단히 말해 M5는 가족용 차로 쓸 수 있다는 구실을 내세워 산 다음 운전자 혼자 즐기기에 좋은 차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차를 두 대 이상 사기 어려운 입장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물론 M8 그란쿠페가 나오면 이야기는 달라질지도 모른다.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ALL-ROUNDER-TO-BE

포탄 같은 가속감과 가족을 태울 수 있는 공간, 깔끔한 슈트를 입은 듯한 멀끔함. 그리고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동계. 이 모든 것이 한 대의 자동차에서 구현된다는 건 축복이나 다름없다. 후륜 드리프트와 사륜 드리프트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최초의 양산차가 아닐까 싶다.글_강병휘

 

세월이 지나며 세그먼트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새로운 M5도 이제 길이 5m에 근접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민첩하거나 치밀하게 몸을 놀리지 않는다. 대신 엄청난 힘을 쏟아내고 기술로 요행을 부린다. 하지만 영광은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다. 다시 매력쟁이로 부활할 수 있을까?글_고정식

 

BMW는 지금껏 팔릴 만한 차가 아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차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의 고성능 세단 시장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고성능 엔진을 얹은 고급 세단 시장으로 변질됐으니까. 현행 M5는 이런 시장 흐름에 대한 BMW의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질만큼은 악착같이 지켜냈다. 이 덩치의 세단 중에 이만큼 즐거운 차가 또 있을까?글_류민

 


 

 

속도를 켜세요
TESLA MODEL S P100D

‘저속 전기차 진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 전기차 인증이 처음 나기 시작한 2010년 3월 즈음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은 과거다.

 

이 낡은 표지판 이야기를 꺼낸 건 격세지감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 S P100D가 있는데 저속 전기차라니. 전기차와 저속이 대체 어울리기나 하는 말인가? 이 말쑥한 얼굴의 전기차는 4979mm의 길이에 무려 2240kg이나 나가는 육중한 체구를 지녔다. 그런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불과 2.6초 만에 내지른다. 800마력을 뿜어내는 V12 엔진의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보다 날래고, 마력당 무게비가 2kg이 채 되지 않는 맥라렌 720S보다 빠르다.

 

 

모델 S P100D의 가속은 가히 발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며 순간적으로 가속하는데 내연기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순발력이다. 괴력의 기원은 당연히 두 개의 전기모터다. 최고출력 262마력, 최대토크 33.7kg·m를 발휘하는 모터가 앞바퀴를, 최고출력 510마력, 최대토크 66.3kg·m를 내뿜는 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620마력, 최대토크는 98kg·m다.

 

수치도 수치지만, 최대토크 발생 시점이 더 인상적이다. 모델 S P100D는 가속페달에 발을 얹는 순간부터 최대토크를 쏟아낸다. 일정 회전수를 넘어야 힘을 발휘하는 내연기관에 비해 압도적인 가속성능을 내는 비결이다. 마력당 무게비는 3.61kg으로, 오늘 모인 모델 중 무게 부담이 두 번째로 높지만 812 슈퍼패스트와 720S보다 0→시속 100km 가속이 0.3초나 더 빠르다. 정말 ‘Ludicrous’ 모드의 의미처럼 ‘터무니없는’ 성능을 현실에서 구현해낸다.

 

 

다만 모델 S P100D의 달리기 실력은 딱 가속성능까지만 터무니없다. CVT 같은 무단변속기가 아니라 1단짜리 감속 기어를 사용하기에 속도가 높아질수록 다단변속기를 쓰는 모델에 대항하기 어려워진다. 참고로 모델 S P100D의 최종감속비는 앞 모터가 9.325:1, 뒤 모터가 9.734:1이다.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충분한 토크를 낼 수 있고, 회전수를 앞뒤 각각 1만8000rpm과 1만6000rpm까지 쓸 수 있는 전기모터이기에 가능한 감속비다.

 

또한 5m에 가까운 덩치와 2t이 훨씬 넘는 무게는 코너에서 아무래도 부담이다. 타이어도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이지만 폭이 앞 245mm, 뒤 265mm에 불과하다. 퍼포먼스 세단이라기에는 좁다. 체구도 살짝 작고 300kg나 가벼운 M5의 타이어는 앞 275mm, 뒤 285mm다.

 

커다란 스크린이 최첨단 분위기를 낸다. 그러나 나머지 모든 것이 올드하다. 차라는 물건을 처음 만들어보는 테슬라에게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걸까?

 

브레이크도 아쉽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들어간 데다 크기까지 작다. 공격적인 코너 공략이 망설여진다. 모델 S P100D의 브레이크 디스크 크기는 앞 355mm, 뒤 365mm다. 캘리퍼는 모두 4피스톤이다. 반면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는 앞 398mm, 뒤 360mm이며 맥라렌 720S는 앞 390mm, 뒤 380mm다. 거기에 둘은 모두 카본세라믹 브레이크다.

 

반면 모델 S는 장점도 뚜렷하다. 앞뒤 바퀴 사이 바닥에 625kg이나 하는 배터리가 들어가 무게중심이 굉장히 낮다. 지면 위로 불과 460mm 정도다. 차체 높이가 1445mm나 되는 껑충한 모델 S의 무게중심이 높이 1117mm의 작달막한 로터스 엘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롤은 최저 지상고를 116~160mm까지 조절할 수 있는 빌슈타인 에어서스펜션이 잡는다. 그래서 일상적인 운전에선 안정감이 상당하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저릿한 스릴과 오싹한 재미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특히 가속은 아무리 경험해도 질리지 않는다. 코너보다 직선에서 더 짜릿한 차는 아마 모델 S P100D뿐일 거다. 이렇게 장점과 개성이 뚜렷한 고성능 차가 어디 또 있을까?글_고정식

 

TURN ON THE SPEED

일탈을 위한 환각제 같은 차. 이 차는 교묘히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엄청난 초반 가속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이후 처지는 가속력도 대단한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추월 가속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덤덤하다. 전기모터의 토크 특성이 지나치게 저회전 영역에 밀집되어 있다.글_강병휘

 

어지러울 정도의 가속감이 기억의 전부다. 그러니까 배터리 효율을 포기하고 98kg·m의 최대토크를 한 번에 쏟아내는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 외에는 매우 평범한 4도어 세단이었다. 낮은 무게중심에도 코너링 한계는 낮았다. 센터페시아의 스크린도 이젠 평범하다. 데뷔 7년이 됐는데, 세대교체는 언제 할지 궁금하다.글_이동희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지금껏 이런 전기차는 없었다. 전기차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알린 것만으로도 높이 사야 한다. 모델 S P100D는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거다. 문제는 고작 0→시속 100km 가속 시간만 가지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든 것처럼 떠드는 테슬라와 이를 떠받드는 신봉자들이다. 다음에는 ‘진짜 빠른’ 전기차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글_류민

 


 

 

럭셔리 오프로더와 고성능 SUV 사이의 그 어딘가
LAND ROVER RANGE ROVER SPORT SVR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어느 한 분야가 주목을 받아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과거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화하곤 했다. 누군가는 이를 환경에 적응해 다양하게 가지를 뻗은 생명의 나무에 비유할 테고, 다른 누군가는 그저 장삿속으로 볼 수도 있다. 서양과자 마카롱이 그렇다. 원래 식사 후에 먹는 엄청나게 단 디저트로, 식사의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한입 크기의 작은 사이즈가 정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두껍고 뚱뚱한 과자로 진화했다. 게다가 달걀흰자와 설탕만으로 반죽을 하는 것이 어렵기에 밀가루를 섞기도 하고, 진짜 과일이 아니라 향을 섞거나 아몬드 가루 대신 땅콩을 쓰는 등 변형까지 됐다. 이렇게 제멋대로 원조에서 멀어진 것들을 보면 “취향이니 존중해달라”고 하는 말에 더더욱 동의해줄 수 없다. ‘오리지널’에 대한 아쉬움만 더 커질 뿐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우아함의 상징이었다. 여기에 스포츠라는 이름을 붙여 ‘가장 역동적인’ 레인지로버가 됐고, 재규어 랜드로버 안에서 특별한 차를 만드는 SVO(Special Vehicle Operation)의 손길이 닿은 SVR로 진화하니 사실상 원래의 레인지로버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들어선 차가 됐다. 뭐,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BMW X5나 포르쉐 카이엔처럼 SUV이면서도 온로드 달리기 성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차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옵션인 탄소섬유 보닛과 거대한 공기흡입구가 달린 범퍼 등 겉모습만 봐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575마력의 최고출력과 시속 280km에 달하는 최고속도, 4.5초에 불과한 0→시속 100km 가속 시간 등은 온로드 고성능 SUV 사이에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변 배기 시스템은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천둥소리를 쏟아낸다. 이 V8 5.0ℓ 슈퍼차저 엔진을 얹었던 재규어의 차들이 어땠는지를 생각해보면 나름 부드럽게 다듬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울러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은 시속 105km에 도달하면 차고를 15mm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고, 토크 벡터링 기능이 포함된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은 초당 500회씩 감쇠력을 조절하는 댐퍼와 만나 거대한 덩치를 잊게 만드는 핸들링을 선보인다. 오프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터레인 리스폰스2’에 추가된 온로드용 다이내믹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변속레버를 스포츠로 옮기면 반응도 꽤나 빨라진다. 높직한 시야 덕분에 도로 상황과 노면 상태 파악이 쉬워 속도를 높이기도 좋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차, 정말 기묘한 조합이다. 온로드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 엔진 출력을 높였지만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 오프로드 성능도 최고여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2단 트랜스퍼 케이스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높은 토크를 견디기 위해 두툼한 드라이브 샤프트는 물론 디퍼렌셜도 튼튼한 것을 넣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무게를 계속 부풀렸다는 이야기다. 오프로드를 고려한 피렐리 스콜피오 베르데 타이어도 머드와 스노 기능까지 포함된 사계절 일반 타이어나 다름없다. 22인치 휠의 SVR 전용 서머(UHP) 타이어로 추가 비용 없이 바꿀 수도 있는데, 이러면 또 오프로드나 겨울철 주행은 포기해야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뒤 시트까지 버킷 타입이다. 하지만 모양새만 험악할 뿐 막상 앉으면 벤치형 시트처럼 편안하다.

 

여러모로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다 나온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성과 독창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엔 한국식 ‘뚱카롱’처럼 보여 싫을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풍족하고 하나만으로도 넉넉한 마카롱 같은 걸 원했던 사람에게는 딱 맞는 정답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마구잡이로 만든 차도 아니다. 스포츠 모델에 대한 경험이 많은 SVO의 노하우가 충분히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가볍고 활기차면 좋겠지만 묵직함도 이 영역에서는 장점이니 딱히 뭐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포르쉐 카이엔이 2단 트랜스퍼 케이스 따위는 무시하고 온로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랜드로버 혈통이 주는 무게가 참 가볍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BETWEEN LUXURY OFF-ROADER AND SUPER SUV 

고성능 SUV 대열에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실내에 네 개의 버킷 시트를 단 건 분명 허세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어느 차보다 우렁찬 배기음과 바짝 조인 서스펜션에도 기우뚱거리는 차체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한껏 부풀린다. 그러나 ‘오프로드도 갈 수 있는 빠른 SUV’라는 상징적 의미 말고는 이 차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글_류청희

 

SUV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 장르를 고집스레 지켜온 브랜드들은 결실을 맺었다. 판매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리고 그들은 라인업을 확장했다. 전통을 지키던 랜드로버는 벨라 같은 현대적인 모델에 더해 SVR이란 고성능 SUV까지 더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러지 말았으면 했다. SVR은 엔진만 세다. 나머지는 엉성하다.글_고정식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구석이 많은 차다. 운전 감각이 조금 더 견고하면 좋겠다. 그런데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성공을 생각하면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여러모로 레인지로버답지 않은 차라고 생각했지만, 시장은 이를 BMW X5와 포르쉐 카이엔의 대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에도 그런 예상 못한 수요가 분명 있을 거다.글_류민

 

랜드로버가 이 슈퍼차저 엔진을 영원히 생산해주면 좋겠다. 오늘 모인 차종 중 가장 무겁고 출력이 낮아 강렬함은 덜했지만 감성으로는 812 슈퍼패스트에 대적할 정도였다. 높은 회전수보단 낮은 회전수에서, 그리고 가속페달을 밟을 때보다 뗄 때의 즐거움이 더 큰 차가 바로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다.글_강병휘

 


 

 

궁극의 파워 게임
MCLAREN 720S

레이스카의 시동을 거는 순간은 꽤나 엄숙함이 감돈다. 먼저 롤케이지 틈 사이로 몸을 비틀어 버킷시트 안에 구겨 넣는다. 엉덩이부터 허리, 등, 어깨가 모두 균일하게 시트와 맞닿은 것을 느끼면 다리를 뻗어 90°로 서 있는 차갑고 단단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얹는다. 헬멧 무전기의 커넥터가 차와 연결되면 “치익~” 하는 작은 노이즈가 들어온다. “Fire up.” 무전을 통해 점화 명령이 들리면 동그란 시동 단추를 누른다. 모든 피트 크루의 시선을 집중시킬 만큼의 폭음을 쏟아낸 후, 엔진 회전이 안정되면 피부 세포 하나하나를 털어내는 듯한 진동이 온몸을 뒤덮는다. 차체와 시트를 통해 전달되는 엔진의 떨림, 그리고 온갖 유압 펌프들의 소음이 실내를 가득 메운다. 그리고 우측 패들시프트를 한 번 당기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1단이 들어간다.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맥라렌 720S가 아이들링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확히 레이스카에서 느꼈던 경험과 동일했다. 핸들링과 파워를 조정하는 작은 노브 역시 레이스카에서 레이싱 글러브를 끼고 조작하던 스위치 모양과 꼭 닮았다. 속도를 높여도 마찬가지다. 온갖 바람 소리와 마찰음, 가공할 ‘G 포스’에 이르기까지…. 눈을 감고 720S와 레이스카를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맥라렌은 양산차보다 레이스카 경험이 더 많은 브랜드다. 공교롭게도 맥라렌은 슈퍼카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매력적인 장난감을 궁리하다 번호판이 달린 레이스카를 만들어 버렸다. 레이스카는 목적부터가 다르다.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려 경쟁자를 제압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계와 인간의 상호 교감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그 과정에 즐거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는지는 레이스카에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제대로 다뤘을 때 오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720S의 V8 트윈터보 엔진은 3500rpm 부근부터 본격적으로 힘이 솟아난다. 물론 그 이하 영역에서 아쉽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때부터 당신의 호흡 또는 신경계에 문제가 올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맥라렌 마케팅 부서는 720S를 ‘데일리 슈퍼카’로 소개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 부서는 레이스 엔진 특유의 성격을 없앨 의도가 없었던 듯하다. 그렇다. 애초 이 엔진은 내구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물건에서 출발했다.

 

맥라렌이 위쪽으로 열리는 다이히드럴 도어를 고집하는 건 문턱 높은 미드십 차체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타고 내리기가 정말 수월하다.

 

변속기는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다. 패들시프트를 건드리는 순간 기어를 갈아탄다. 변속기가 마치 스티어링 컬럼 안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듀얼클러치 방식은 TCU가 다음 단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핵심인데, 이 녀석은 나의 변속 패턴을 완벽히 꿰뚫어 보고 있다. 단언컨대, 수천만원짜리 레이스 전용 시퀀셜 기어 박스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8100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서 변속을 하는데, 720S는 회전 관성을 이용해 동력 단절까지 만회한다. 변속하는 찰나에도 속도가 시속 4~5km씩 증가한다. 그리고 시속 300km 영역에서도 초당 시속 5km씩 맹렬하게 가속한다.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영국에 모여 만든 가장 비이성적인 탈것이 맥라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차의 진가는 섀시다. 파워트레인 위치와 서스펜션 구성 모두 섀시 균형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이다. 네 바퀴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유압 서스펜션은 맥라렌과 타 브랜드를 명확히 구분 지어준다. 컴포트, 스포츠, 트랙으로 나뉘는 모드는 단순히 감쇠력만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바퀴의 하중 변화량 단계를 조정한다. 핸들링 모드를 바꿔도 승차감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 이유다.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악착같이 타이어에 가해지는 순간적인 충격을 흡수해 이론적인 타이어의 접지 한계를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허락하는 페이스대로 달리다 보면 정말 모든 것을 잊고 순수하게 운전에 집중하게 된다. 그 순간 조종석을 감싸던 엄청난 소음들이 아련하게 들렸던 거 같기도 하다. 음, 누군가 조수석에서 소리를 질렀던 것 같기도 하고.글_강병휘(자동차 칼럼니스트)

 

ULTIMATE POWER GAME

특별한 브랜드, 특별한 스타일, 특별한 꾸밈새를 고루 갖춘 맥라렌 720S는 ‘이그조틱 카’라는 장르에 넣기에 딱 좋다. 영국차 특유의 개성을 미드십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엔진이 언뜻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섀시의 탁월한 균형감각이 강력한 성능을 다루기 쉽게 만든다.글_류청희

 

본격적인 미드십 쿠페형 보디와 기능에 충실한 실내를 조합했다. 매우 본격적인 레이스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78.5kg·m의 최대토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까닭에 뒷바퀴 접지력을 찾기가 바쁘지만 의외로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영국차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력 대비 가장 가벼운 무게와 나긋한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글_이동희

 

맥라렌은 양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불과 10년 만에 가장 ‘핫한’ 브랜드로 뛰어올랐다. F1에서 쌓아온 명성도 거들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다. 맥라렌은 정말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카를 만든다. 720S는 이런 맥라렌의 솜씨가 담긴 슈퍼카다. 끈질기게 바닥을 붙들고 있는데도 심장은 왜 이리 쫄깃할까?글_고정식

 

“야, 스포츠카에 성능 말고 뭐가 있어.” 어느날 맥라렌은 불쑥 나타나 이렇게 외쳤다. 그리고 속도가 주는 희열을 볼모로 시장에 아주 빠르게 안착했다. 그러더니 이젠 안정성과 포용성을 논한다. 720S가 그 신호탄이다. 오감이 마비될 정도로 요란하고 짜릿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기도 하다. 얘들 정말 미드십으로 끝장을 보려나 보다. 곧 출시한다는 GT카도 설마 뒷좌석이 있는 미드십은 아니겠지? 새로운 장르라며 너스레를 떨던데.글_류민

 


 

 

이게 진짜 루디크러스
FERRARI 812 SUPERFAST

‘로드카 최초의’, ‘로드카 중 가장’, ‘로드카 역사상…’. 페라리 보도 자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다. 로드카(Road car). 단어 그대로 일반 도로를 위한 차라는 뜻이다. 페라리를, 그리고 812 슈퍼패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페라리가 왜 로드카라는 단어를 이렇게 자주, 힘주어 이야기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페라리는 자동차 경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브랜드다. 지금도 레이싱팀을 주축으로 움직인다(제조와 경주 분야가 분리돼 있긴 하지만).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레이스 규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일반 도로에 적합한 스포츠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물론 페라리처럼 레이스에 기반을 둔 제조사는 많다. 하지만 페라리만큼 경주와 제조 분야 모두에서 성공적인 역사를 써온 회사는 없다. 페라리가 ‘로드카’라는 단어를 레이스카와 판매용 차를 구분 짓는 장치이자 레이스카 역사에 대한 우월감과 판매용 차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강한 철학을 은근슬쩍 드러내는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이유다. 누가 뭐라고 해도 로드카라는 단어를 이렇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지구상에 페라리밖에 없다.

 

페라리는 단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안팎 디자인, 동력 성능, 핸들링, 배기 사운드 등 모든 부분이 예술적이다. 

 

사실 488 GTB, F8 트리뷰토 등 정규 미드십 페라리의 시초인 디노 206GT가 페라리 엠블럼을 달지 못한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페라리가 디노를 인정하지 않은 데에는 소형 엔진(V6), 생소한 레이아웃(눈엣가시인 ‘듣보잡’이 먼저 썼다는 점에서)과 같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페라리가 생각하는 로드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페라리가 애지중지해온 차들이 전부 2인승 FR이라는 점도, 페라리가 엔초 페라리나 라페라리와 같은 미드십 하이퍼카를 정규 라인업에 포함하지 않고 한정 생산 특별판으로 취급해왔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페라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로드카는 장거리도 빠르고 즐겁게 갈 수 있는 차다. 812 슈퍼패스트가 페라리의 기함인 이유이자, 페라리 팬들이 812를 현재 가장 페라리다운 차라고 말하는 이유다. 812는 V12 엔진을 앞쪽에 얹고 뒷바퀴만 굴리는 2시터 쿠페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무리 이런 철학이 있다 해도 페라리는 상대에게 지는 차는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 뼛속까지 레이스로 물든 집단이니 경쟁심이 오죽 세겠는가. 페라리가 정말 지독한 건, 자신의 철학을 바꾸거나 했던 말을 번복할 생각이 ‘1도’ 없다는 거다. 812 슈퍼패스트가 800마력을 뒷바퀴에 ‘몰빵’하는 괴물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독한 경쟁심과 자존심이 뒤얽힌 결과물인 셈이다. 모두가 600마력만 넘어도 네바퀴굴림을 써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발상인가.

 

 

그렇다고 출력을 자제하지 못하고 날뛰는 야생마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페라리는 세상 누구보다 FR 스포츠카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회사다. 똑바로만 달릴 줄 아는 ‘헬캣’ 같은 차를 만드는 닷지가 아니지 않은가. 대비책이 없다면 FR 레이아웃으로 800마력을 찍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페라리 최초의 EPS(전자식 파워스티어링)를 활용한 FPO(페라리 파워 오버스티어)다. 뒷바퀴에 너무 많은 힘이 가해져 오버스티어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운전대를 돌려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줄여주는 영악한 장비다. 트랙션을 제어해 슬립이나 스핀을 막는 SSC(사이드슬립 앵글 컨트롤 시스템)와 타이어의 그립 한계를 알려주는 FPP(페라리 피크 퍼포먼스)도 누구나 800마력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돕는다.

 

물론 페라리도 물리법칙까지 거스를 순 없다. 812는 차체 뒤쪽이 들썩일 만큼 불규칙한 노면에선 이따금씩 그립을 잃었다. 하지만 8900rpm까지 정열적으로 회전하는 V12 자연흡기 엔진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으니, ‘그런 것쯤 뭐 어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812 슈퍼패스트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진짜 터무니없는 페라리다.글_류민

 

TRULY LUDICROUS

‘플래그십’이란 단어를 이렇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차가 또 있을까? V12 자연흡기 엔진이 9000rpm 부근에서 내는 힘찬 금관악기 소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 FR 구성의 2인승 2도어 쿠페는 매우 고전적이지만 그래서 가치가 더 높다. 설마 이게 마지막 V12 자연흡기 페라리가 되는 건 아니겠지?글_이동희

 

괴력의 V12 엔진을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자연흡기다. 회전수도 8900rpm까지 사용한다. 희귀종이 된 이 ‘오리지널리티’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거기에 프런트 미드십 특유의 짜릿한 스릴과 박력 넘치고 묵직한 배기음까지 누릴 수 있다니. 오! 신이시여!글_고정식

 

전통적인 페라리식 2인승 2도어 GT 개념을 가장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했다. 솔직히 별다른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GT에 가까운 차다. V12 엔진이 내는 800마력의 힘을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하는데도 좀처럼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날씨만 궂지 않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차다.글_류청희

 

 


 

 

BMW M5 vs. TESLA MODEL S P100D

고성능 4도어 세단이라는 영역에서 봤을 때, 두 차는 돋보이는 부분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M5는 관록 있는 모델인 만큼 역동적인 주행 특성이 돋보인다. 무척 빠르게 가속이 이루어지기는 해도 그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다. 모든 운전자가 익숙해할 반응을 압축해서 보여줄 뿐이다. 네바퀴굴림 장치 때문에 약간 무뎌진 스티어링 감각도 탁월한 무게 배분과 구동력 조절에 힘입어 움직임만큼은 자연스럽고, 뒷바퀴굴림 모드로 설정을 해도 주행상태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 세단 기준으로는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모델 S가 가진 스포츠성은 가속에 ‘올인’한다. 일반 주행 모드에서도 충분히 빠르지만, 루디크러스 플러스 모드에서는 현기증을 유발할 만큼 비현실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듀얼 모터 네바퀴굴림 시스템 덕분에 급가속 때 차체 앞쪽이 들리는 현상도 거의 없다. 그러나 그뿐이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안정감은 있지만, 스티어링 감각은 무디고 핸들링은 둔하다. 빠른 재가속으로 이를 만회하긴 하겠지만, 주행감각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미래차를 타는 기분만큼은 모델 S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내장재의 고급스러움, 뒷좌석 공간의 여유 등에서도 M5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충전에 대한 우려라는 전기차의 핸디캡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다.글_류청희

 


 

 

RANGE ROVER SPORT SVR vs. BMW M5

일상용으로 쓸 고성능 차 고르기.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과 M5를 양팔저울에 올려두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모델 S P100D는 충전의 불편함이 있고 812 슈퍼패스트와 720S는 두 명밖에 못 타니 탈락이다. 참고로 적용된 옵션까지 모두 반영하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이 5000만원 이상 비싸다.

 

과격할 정도로 화려한 외관과 폭발적인 사운드를 갖춘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조금 부담스럽다. 최저 지상고를 최대 278mm까지 높일 수 있는 막강한 오프로드 성능이나 활용도가 높은 트렁크는 확실히 큰 장점. 하지만 불편한 시트는 가족들의 원성을 들을 것만 같다.

 

반면 M5는 단정하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다. 더욱이나 컴포트 모드로 살살 달린다면 일반 5시리즈와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엔진, 변속기, DSC, x드라이브 등의 세팅을 바꾸면 순식간에 늑대로 변신한다. V8 4.4ℓ 트윈터보 엔진이 뿜는 608마력의 힘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을 불과 3.5초 만에 끝내고, 어댑티브 댐퍼와 스포츠 디퍼렌셜에 힘입어 코너를 물리법칙에서 벗어난 것처럼 베어 먹는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가죽 시트부터 넉넉한 실내는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성격에 충실하다. 고성능과 일상을 하나로 끝내기에는 역시 M5만 한 차가 없다.글_이동희

 


 

 

FERRARI 812 SUPERFAST vs. MCLAREN 720S

가속력과 최고속도 등 두 차는 성능만 비슷할 뿐 닮은 구석은 별로 없다. 812 슈퍼패스트는 선명하게, 720S는 웅장하게 토크를 토해낸다. 차에 처음 올랐을 때 부담이 적은 건 812였다. 긴 후드를 내다보고 앉는 FR 방식이 운전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벌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에 익숙해져 갈수록 자신감이 붙은 건 720S 쪽이다. 테스트를 진행한 스키드패드는 노면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표면의 거친 굴곡 앞에서 812는 종종 스로틀을 놔줘야만 뒷바퀴의 접지력 한계를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행 궤적이 조금씩 흔들렸다. 하지만 720S는 불규칙한 노면에서 비롯된 상하 움직임을 이용해 타이어를 더 바닥에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같은 코스에서 가속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건 맥라렌이었다.

 

물론 파워트레인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812에선 V12 엔진이 주인공이었다. 청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걸 연주하는 운전자도 주인공이 된다. 반면 720S의 V8 트윈터보 엔진은 존재감이 떨어졌다. 드라이버 역시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대신 놀라운 페이스와 노면 장악력으로 시공간을 뚫고 지나가며 남긴 기록이 주인공이다.글_강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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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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