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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에서 최고로 나아간다, 닛산 리프 SL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가 리프인 걸 알고 있나? 쓰나미를 겪고도 배터리 관련 사고가 없었다는 것도?

2019.05.10

리프는 해치백이지만 소형 SUV만큼 덩치가 크다. 뒷자리는 대한민국 남성 평균인 에디터가 앉아도 좁지 않다.

 

신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운동화를 좋아한다. 그날 입은 옷에 잘 어울리는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면 하루 종일 기분이 산뜻하다. 정장 대신 편한 차림으로 출근하는 회사가 점점 늘어나면서 운동화 종류와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있다. 그 인기는 강남대로나 홍대 앞에 가면 느껴지는데 규모가 큰 매장이 전부 스포츠 브랜드 매장 또는 신발 편집매장이다.

 

뜬금없이 신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닛산 미디어 시승회에서 ‘자주 신는 편한 신발 같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신형 리프의 열쇠가 내 손에 있기 때문이다. 시승회 여건상 길게 타지 못해 아쉬웠는데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리프를 실컷 탈 생각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중 옆자리 선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 차 주행가능거리가 짧지 않아?”

 

닛산은 리프 구매 고객에게 최대 250만원까지 충전비를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급속 충전기 기준 80% 충전까지 30분이 걸린다.

 

맞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00km 후반대인 경쟁모델에 비해 2세대 리프는 231km다. 1세대 리프보다 76% 늘어난 수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짧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영업용으로 차를 사용하거나 출퇴근길이 멀어 하루에 100km 이상 달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리프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를 포함한 <모터트렌드> 편집부 전원은 물론 지인 중에서도 그렇게 긴 거리를 매일 달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에이, 그거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못 가잖아”라고 말하는 사람 중 정말 부산에 자주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닛산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지난 2018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에서 신형 리프를 공개하며 주행거리에 대한 설명으로 ‘일일 평균 주행거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닛산이 일본 내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하루 40km 내외로 차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승용차의 경우 하루 평균 37.6km를 달린다. 이는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다.

 

음, 차를 타보기도 전에 말이 너무 길었다. 타보면 될 일이다. 리프를 타고 서울 강서구에서 종로구로 직접 출퇴근을 해봤다. 내비게이션상 거리는 약 19km로 왕복 38km인 셈이었다. 문과 출신인 내가 암산하더라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충전 없이 회사를 오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거뜬했다(그러고 싶진 않다). 19km를 달리는 동안 배터리가 6%밖에 줄지 않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퇴근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도 리프가 높은 전비를 기록하는 걸 막지 못했다. 에코 모드, 배터리 모드 그리고 e-페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결과다. 리프는 총 4가지의 주행모드(D, B, 에코, B+ 에코)를 지원한다. B+ 에코 모드는 B 모드와 에코 모드를 함께 사용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최대 3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닛산의 설명이다. 게다가 신형 리프에 새롭게 탑재된 e-페달은 회생 제동 기능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e-페달 기능을 활성화하면 가속페달이 한결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내리막이나 오르막에서 차가 멈출 정도로 회생 제동이 강하게 걸린다. 급박한 상황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브레이크를 전혀 밟지 않고도 수월하게 일상 주행을 할 수 있다. 주행속도에 따라 개입하는 제동 정도가 탄력적으로 변하는데 저속일 때보다 고속일 때 개입이 덜하다.

 

 

바꿔 말하면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밟으면 가속, 떼면 감속’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가속하려고 깊게 누른 발을 갑자기 떼지 않는 게 요령이다. 마치 군 복무 시절 사격을 배울 때 방아쇠를 한 번에 당기지 말고 일곱 번에 걸쳐 천천히 당기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페달을 냅다 밟을 줄만 알았지 떼는 것의 중요성을 모르던 탓에 처음엔 e-페달의 강한 회생 제동이 낯설었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만약 언젠가 박규철 편집위원이 말했던 것처럼 “나는 뒤에서 누가 끌어당기는 것 같은 전기차 특유의 회생 제동이 싫어”라고 생각한다면 e-페달을 끄고 일반 주행모드로 달리면 된다. 그럼 내연기관차처럼 회생 제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항속 주행이 가능하다. 탐색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리프를 타러 나간다는 말을 듣고 류민 에디터는 “내 기억에 예전 리프는 꽤 잘 달리는 편이었어. 다루기도 쉽고. 아마 재밌을 거야”라고 말했다.

 

 

리프는 시작부터 전기차였다. 내연기관을 들어내고 전기모터를 얹은 다른 전기차와 다르다는 뜻이다. 배터리가 차체 중앙 하단에 들어가 무게중심을 낮추는데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해도 한쪽으로 쏠리는 정도가 적다. 핸들링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을 사용했는데도 반응속도가 굼뜨거나 피드백이 덜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와인딩 코스에서 연속된 코너를 통과할 때 접지력 한계가 높진 않았지만(에코 타이어를 신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리프는 초반부터 최대토크 32.6kg·m를 쏟아내는 전기모터 덕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 만에 도달한다. 어지간한 중형 세단보다 빠른 기록이다. 최고출력이 150마력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동급 대비 가벼운 1585kg의 차체를 밀어내기엔 부족함이 없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넘기고도 속도계 바늘은 멈출 줄을 몰랐다.

 

 

빨리 차를 타보고 싶은 마음에 바뀐 리프의 모습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걸 주차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제야 찬찬히 훑어본 리프는 한마디로 “용 됐다”다. ‘낮고 넓게’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전고를 낮추고 전폭을 늘렸다. 둥글게 튀어나왔던 눈매와 밋밋했던 예전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닛산 시그니처 V-모션 그릴과 풀 LED 헤드램프를 받아들여 똑 부러지는 인상을 풍긴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이전 모델보다 후드를 낮게 디자인했는데 그릴부터 시작된 라인이 앞 유리를 지나 리어 스포일러까지 날렵하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외관 디자인 중 가장 눈길을 잡아끄는 건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거리는 푸른색 그릴이다. 리어 디퓨저 상단에도 파란 패널이 장식돼 있다.

 

리프의 파란색 사랑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7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아날로그 속도계가 나란히 있는 계기반, 동그란 마우스같이 생긴 기어레버, 시동 버튼 그리고 시트 스티치까지 모두 은은한 파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기어레버 모양이 조금 낯설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레버 상단에 조작 방법을 그림으로 표시해 놓았다. 기어를 R에 놓으면 9인치 디스플레이에 차 주위를 전부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기능이 나타난다. 동급 전기차 중 어라운드 뷰가 들어간 모델은 리프밖에 없다. 4월 초에도 추위를 타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스티어링 열선과 앞뒤 열선 시트는 기본이다.

 

 

두루 살펴보고 얻은 결론은 리프가 ‘고민을 많이 한 차’라는 것이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전기차를 선보인 후 전 세계에서 40만대 이상 팔리며 누적 판매량 1위를 지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누가 운전대를 잡더라도 원래 내 차였던 것처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도록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리프가 추구하는 전기차의 모습은 ‘1000마력’, ‘500km’처럼 자극적인 단어를 앞세워 관심을 끌기보다 운전자의 일일 주행거리와 페달링 습관을 분석한 운전자 친화적인 전기차다. 멋지고 기능이 뛰어난 축구화나 영하 20℃에도 거뜬한 부츠가 신발장에 있더라도 정작 가장 많이 찾는 신발은 내 발에 꼭 맞는 편안한 운동화인 것과 같다. 

 

 

NISSAN LEAF SL

기본 가격 4830만원
레이아웃 앞 모터,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모터 영구자석 AC, 150마력, 32.6kg·m 
변속기 1단 자동
배터리 용량 40kWh
충전 규격 차데모(CHAdeMo)
공차중량 1585kg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480×1790×1540
주행가능거리 2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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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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