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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수준을 높이다, BMW 330i M 스포츠

3시리즈가 돌아왔다. 세그먼트 최강자가 제시한 새 기준에 경쟁자들의 비명이 벌써부터 들리는 듯하다

2019.05.13

 

“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핸들링이 꽤 크게 달라지네요? 컴포트에선 부드럽고, 스포츠에선 아주 단단해요.” 스티어링휠을 잡은 후배가 말했다. “아, 그래?” 모드별 특성까진 아직 파악하지 못한 터라 확신 없이 대답했다. ‘그런데 이번에 어댑티브 댐퍼가 들어갔던가?’ 난 의문을 안고 인디비주얼 세팅 메뉴를 열었다. “어? 서스펜션 설정은 바꿀 수가 없는데?” 내 말에 후배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퉁명스레 받아쳤다. “아니에요. 확실히 달라진다니까요.”

 

난 도로에 올라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후배는 경력 1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 자동차 기자. 그가 그렇게 느꼈을 땐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확실히 그의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신형 3시리즈의 서스펜션은 느긋한가 싶다가도 돌연 빠릿빠릿해졌다. 일상적인 운전에선 편안하고, 몰아붙일 땐 단단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드라이브 모드별로 단계가 나뉘는 감각은 아니었다. 같은 모드라도 무게 이동의 양과 속도에 따라 압력이 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게 뭐지?’ 차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보다 포기하고(판매 국가별로 서스펜션 구성이 다르다) BMW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예상 밖이었다. “아, 그거 가변 서스펜션 아닙니다. 그냥 유압식 댐퍼예요.”

 

 

아이콘의 귀환

신형 3시리즈가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다. 이전 모델(F30)이 2012년에 나왔으니 약 7년 만의 세대교체다(글로벌 2011~2018년). 주기가 딱히 길었던 것도 아닌데 유난히 오래 기다린 느낌이다. 5시리즈, 7시리즈 등 BMW의 나머지 핵심 모델이 모두 한발 앞서 최신 뒷바퀴굴림 플랫폼(CLAR)으로 갈아탄 까닭이다. 이번 3시리즈는  7세대. 코드네임은 G20다.

 

3시리즈는 세대교체 때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다. 바로 차체 확장이다. 40년 이상 세그먼트의 기준이 돼온 모델이자 스포츠 세단의 아이콘이니 그럴 만도 하다. 차체 크기 변화는 운동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3시리즈에겐 변화를 원치 않는 보수적인 팬이 많다.

 

중형급으로 올라섰지만, 콤팩트한 분위기는 그대로다. 고유의 비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3시리즈 역시 몸집을 키웠다. 이전보다 76mm 길고, 16mm 넓다. 이젠 1995년의  5시리즈(E39)만큼 크다. 늘어난 길이 중 41mm는 휠베이스 확대에 쓰였고, 트레드(앞 43mm, 뒤 21mm)도 늘었다. 승차감과 고속안정성, 횡접지 한계 등의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뒷바퀴 조향 옵션은 없다. 하지만 스티어링 기어비가 15.1:1에서 14.1:1로 줄어 늘어지는 느낌은 별로 없다. 게다가 차체가 이전보다 더 가볍고 단단하다. 초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사용 비율을 늘린 까닭이다. 무게는 트림에 따라 최대 55kg 줄었다. 앞쪽 서브 프레임과 스프링 마운트를 알루미늄으로 빚는 등 뼈대에서만 무려 20kg을 덜어냈다. 평균 차체 강성은 25% 이상, 힘을 많이 받는 부위의 강성은 50% 이상 늘었다. 무게중심은 이전보다 10mm 낮고, 앞뒤 무게배분은 (당연히) 50:50이다.

 

 

물론 실내도 더 넓어졌다. 팔, 머리 위, 다리, 발밑 등 비좁다고 느껴지는 곳이 거의 없다. 뒷좌석 역시 넉넉하다.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충분한 수준.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3존)도 기본이다. BMW 역시 이번 3시리즈를 콤팩트 세단이 아닌 ‘미드사이즈 클래스’로 소개하고 있다. 3시리즈에 미드사이즈라는 말이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2시리즈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니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덩치를 꽤 키웠지만, 이제 중형급으로 올라섰지만 ‘콤팩트’한 분위기는 그대로다. 긴 보닛과 짧은(짧게 보이는) 승객실 등 3시리즈 고유의 비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차체 볼륨감은 살리면서 앞뒤 램프만을 내려 달아 낮고 넓은 느낌도 강조했다. 균형을 잡아주는 보닛의 뚜렷한 선과 두 줄의 캐릭터 라인 덕분에 짜임새도 높다.

 

 

물론 이전과 확연히 다른 점도 있다. 하나로 합친 키드니 그릴(가운데가 완전히 붙었다)과 C필러로 옮겨 붙인 호프마이스터 킨크가 좋은 예다. 모두 모서리를 뾰족하게 다듬어 날렵한 인상을 준다. 최근 공개된 BMW의 스포티한 모델 대부분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표면 일부를 부풀려 입체감을 강조한 테일램프도 최신 BMW의 특징. 주간주행등도 원형이 아닌 육각형을 자른 모양이다. 헤드램프는 풀 LED가 기본이며, 레이저 라이트는 옵션(이노베이션 패키지)이다.

 

이번 3시리즈의 스타일링, 그러니까 BMW 새 디자인 언어의 특징은 명확한 형태와 정밀한 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러모로 BMW 고유의 인상은 유지하며 존재감을 더욱 강조했다는 느낌이다. 급진적인 변화보단 기존 모델과의 유기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전통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모델이라면 마땅히 이런 노선을 택해야 한다.

 

 

그런데 난 이보다 안팎 디자인의 조화가 더 인상적이다. 가령 헤드램프와 그릴의 날카로운 선(헥사고널 셰이프)은 계기반 그래픽, 송풍구 형상 등과 고스란히 겹친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긴밀히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디자인 하나를 잘 뽑아 여러 차에 나눠 쓰는 시대에 라인업 확장이 생존의 키워드가 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이만큼의 결집력을 보이는 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실내 분위기는 구형과 딴판이다. 사진을 보고 짐작한 것과도 다르다. 각 구성부의 위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뿐, 높낮이와 각도가 변해 완전히 다른 차에 오른 듯한 착각이 든다. 센터페시아를 끌어내리고 대시보드를 바짝 깎아내 이전보다 훨씬 경쾌한 느낌이다. 센터스피커가 탑승자를 쳐다보고 있을 정도로,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나란히 붙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 변화 폭이 크다.

 

 

연관성이 짙은 버튼끼리 묶은 후, 그룹별로 적당히 분리해서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이를 위해 대부분의 부품을 새로 만들었다. 최신 모델치곤 버튼이 조금 많은 편이지만 각 조작부의 표면이 매끈해 그리 산만하게 보이진 않는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들어가면서(핸드브레이크가 빠지면서) 센터콘솔 주위가 정돈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참고로 이 ‘평탄화 작업’에서 다이얼이나 토글스위치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이제 헤드램프도 버튼을 눌러 조작한다.

 

 

계기반은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기본이다.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는 이제 원형이 아니다. 엔진 회전계의 바늘도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가운데 영역을 내비게이션 지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변화다. 대신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크기가 이전보다 75% 이상 더 크고, 띄우는 정보도 늘었다.

 

참고로 이번에도 파노라마 선루프는 없다. 대신 선루프를 100mm 키웠다. BMW는 무게에 누구보다 민감한 집단. 그래서 크로스오버 모델이나 대형 세단에만 파노라마 선루프를 단다. 전체 무게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차체 꼭대기에 자리하는 부품이라 무게중심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짐을 손에 들었을 때보다 머리 위에 얹었을 때 거동이 더 불편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시승차는 330i M 스포츠.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같다. 2.0ℓ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하지만 최고출력(258마력)을 6마력, 최대토크(40.8kg·m)를 5.1kg·m 늘렸다. 터보차저 압력을 조금 높이고 배기시스템을 수정한 결과로 보인다. 새 환경기준 충족을 위해 연료 압력도 200바에서 350바로 높였다. 물론 새 경량 크랭크샤프트와 클리어런스 최적화, 최신 열관리 시스템 등도 한몫하고 있다.

 

기어비도 조정했다. 1~3단 기어를 줄이고, 5단 기어를 조금 늘렸다. 최고출력 발생 시점을 앞당긴(5200rpm→5000rpm) 대신 토크 밴드가 좁아지며 뒤쪽으로 밀렸으니(1450~ 4800rpm→1550~4400rpm) 만회할 무언가가 필요하긴 했을 거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이전보다 0.1초 빠른 5.8초다. 참고로 새 변속기는 론치 컨트롤을 지원하며 레이더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불필요한 변속을 자제하기도 한다.

 

신형의 특징 중 하나, 연관성이 짙은 버튼끼리 모아 정리한 후,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었다.

 

서스펜션 구성은 여전히 앞 맥퍼슨 스트럿, 뒤 5링크다. 하지만 너클, 휠 베어링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스프링 하 질량을 줄였다. 가장 인상적인 건 ‘유압식 리바운드 스톱’이라는 기술을 도입한 새 댐퍼다. 로드 내부를 ‘八’자로 설계해 수축은 부드럽고, 이완은 끈끈하게 만든 게 핵심이다(뒤쪽 로드 설계는 반대라 승차감 저하와 피칭을 줄여준다). 이전보다 자세 회복이 더 빠르고 안정적이며 타이어를 노면에 붙이려는 성향도 한결 강해졌다. 게다가 속도가 빠를수록 이런 느낌은 더 커진다. 새 댐퍼와 개선된 차체 강성 덕분에 스프링도 더 강한 걸 끼울 수 있었다고. 시승차는 M 스포츠라 한결 단단한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전자식 스포츠 디퍼렌셜이 들어가며 최저 지상고도 10mm 더 낮다.

 

개인적으로 새 댐퍼가 좋은 건 성능도 성능이지만, 3시리즈 캐릭터에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BMW 입장에선 구형 어댑티브 댐퍼 옵션을 대강 다듬어 기본으로 넣어주는 게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해외에선 가변 옵션이 있긴 하다). 하지만 모든 3시리즈를 고성능 모델인 M3처럼 탈 수는 없다. 일반적인 3시리즈라면 유지보수에 대한 시간적, 경제적 부담이 적어야 한다. 가변 기술 없이 그만큼의 성능을 내는 댐퍼의 개발은 분명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가속 감각은 아주 경쾌하다. 무게감, 회전 질감 등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다. 4기통 특유의 빈약한 엔진 소리도 액티브 사운드(스포츠 모드)가 보완한다. 핸들링 감각은 5세대(E90)와 6세대(F30)의 중간 정도로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둔탁하진 않고, 스포티하되 거칠지는 않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운전대 무게와 파워트레인의 반응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연료를 차단하는 패턴과 록업 클러치 개입 시점도 살짝 변해 피칭 양이 늘며 이 때문에 서스펜션의 성격도 변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확실한 건 컴포트 모드에 두고 일상적인 운전을 할 때는 포근하고, 스포츠 모드에 두고 몰아붙일 땐 화끈하다는 사실이다.

 

 

게임의 수준을 높이다

이번 3시리즈는 인공지능 측면에서도 눈부시게 진화했다. “안녕, BMW”로 작동하는 지능형 음성인식 비서는 “집에 갈래(내비게이션 설정)”, “나 추워(공조장치 설정)” 등의 명령을 알아듣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 아울러 준자율주행 장비에는 시속 35km 이하로 주행한 마지막 50m 구간을 기억해 그 궤적 그대로 후진할 수 있게 돕는 후진 보조 시스템이 포함된다. 경쟁자들의 첨단장비 도발을 꾹꾹 참아오다 한 번에 대응하는 듯한 느낌이다.

 

프리미엄 D 세그먼트이건, 고급 준중형~중형이건 정확한 분류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이제껏 이 분야의 최강자는 3시리즈였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의 선전도 알고 보면 BMW의 라인업 정비(3과 4시리즈의 분리)로 인한 것이었다. 쿠페와 컨버터블을 더하면 여전히 BMW가 압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3시리즈가 세대교체를 끝냈으니 올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4시리즈까지 신형으로 거듭난다면 말할 것도 없고.

 

물론 경쟁자들을 전혀 무시할 순 없다. 그동안 이 시장에는 재규어 XE, 알파로메오 줄리아, 제네시스 G70 등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 3시리즈의 진화가 더 놀랍다. 기존 BMW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시장 상황까지 고려해 균형 잡힌 변화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지금껏 이 세그먼트에서 이번 3시리즈만큼 밀도가 높은 차는 경험한 적이 없다. 이렇게 3시리즈는 또 한 번 게임의 수준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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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류민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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