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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크로스오버, 시트로엥 C4 칵투스 vs 인피니티 QX30

크로스오버는 장르가 다른 두 종류의 차를 섞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해치백보다 키가 큰 칵투스와 QX30은 작지만 다재다능한 크로스오버다

2019.05.15

 

요즘 SUV가 잘 팔린다. 그래서 모두가 바닥을 조금 들어 올린 차를 내놓고 SUV라 한다. 그런데 SUV라고 하기에 조금 부드러운 차도 있다. 우리가 아는 승용차는 분명히 아닌데, 터프한 SUV라고 부르기엔 뭔가 아리송한 차를 크로스오버라고 불렀다. 뚜렷한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크로스오버는 주로 SUV에 덧붙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크로스오버가 정확히 뭘까? 크로스오버는 장르가 다른 두 종류의 차를 섞어 만들었다는 뜻이다. 쿠페와 SUV를 합하고, 해치백과 SUV를 더하고, 스테이션왜건과 오프로더를 붙이는 등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짓기 어려운 차, 그러니까 애매한 경우에 크로스오버라 한다. 크로스오버라는 단어에 요즘 추세의 차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자동차 회사는 항상 틈새시장을 찾고, 매력이 넘치는 차를 만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크로스오버도 만들어진다. 많고 많은 크로스오버 중에서 오늘은 시트로엥 칵투스와 인피니티 QX30을 돌아본다.

 

 

CITROËN C4 CACTUS

시트로엥 칵투스는 해치백 같고, 또 SUV 같다. 콤팩트한 크기는 도심을 달리는 시티카로, 또 주말이면 레저를 꿈꾸는 SUV로 충분하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다양한 쓰임새를 지녔으니 크로스오버가 분명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시트로엥은 시대를 앞선 차로 유명하다. 시트로엥 2CV나 DS, SM, 아미 등 전성기의 시트로엥 모델은 모양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아방가르드한 차로 사랑받았다. 결코 예쁘지 않은 2CV는 모두가 사랑한 차였고, 우주선 같은 모양의 DS는 세기의 자동차로 꼽혔다. 시트로엥은 누구나 사랑하는, 그러나 아무도 따라 하지 않는 자동차였다.

 

 

그 역사와 전통을 잇는 시트로엥은 이상한 차, 하지만 뛰어난 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시트로엥의 최근 역사는 재규어처럼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는 데 있었다. 가늘고 긴 헤드라이트가 유별난 시트로엥의 앞모습은 최근 현대차를 비롯한 몇몇 브랜드에서 같은 추세를 따르면서 눈에 익은 모습이 됐다.

 

칵투스의 상징이던 도어에 달린 커다란 에어범프는 도어 아래 흔적으로만 남았다. 새로운 칵투스는 개성을 줄이고 쓰기 편하도록 페이스리프트됐다. 휠아치와 사이드 스커트를 따라 검은 플라스틱 몰딩을 덧대 오프로더 기분을 한껏 낸다. 이 차를 타고 주말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다. 유난히 커다란 루프레일은 독특해서 파노라마 루프가 없어도 아쉬움이 덜하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아! 이 차는 프랑스 차구나’ 탄성이 나온다. 어딘가 다른 차에 대한 반가움이다. 앞 유리창이 멀리 앞으로 물러나 있어 드넓은 대시보드가 독특하다. 조금 높이 앉는 운전석 앞으로 시야는 탁 트였다. 운전대는 동그라미가 아니라 우둘투둘한 D컷에 가깝다. 디지털 속도계가 달린 계기반은 이게 뭔가 싶고, 대부분 스위치는 가운데 터치스크린 안으로 모아 대시보드가 심플하다.

 

 

센터콘솔 앞으로 자리한 그립 컨트롤은 노멀, 눈길, 진흙, 모래, ESP 오프의 다섯 가지 주행모드를 고를 수 있다. 앞바퀴굴림 차에 지나친 장비 같지만, 칵투스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데 중요한 다이얼이다. 또 운전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될 장비다. 그리고 여기저기 수납공간을 만들어 크로스오버로서의 재미를 한껏 더했다. 뒷도어의 유난히 커다란 도어 포켓은 뒤창이 안 열리는 덕분이다. 뒤 도어 창을 좀처럼 열지 않는 나에게 고정된 유리창에 불만은 없다. 이런 게 프랑스식 합리주의다.

 

 

프랑스 차들은 원래 프랑스 차만의 승차감으로 유명했다. 시트로엥 DS는 하이드로 뉴매틱 서스펜션으로 구름 위를 달리듯 했고, 작은 2CV는 앞뒤 바퀴를 연결한 간단한 서스펜션으로 시골길을 달걀 한 알 깨트리지 않고 달렸다. 독일차들이 아우토반에서 최고속도를 자랑할 때, 시트로엥은 파리의 골목길을 휘청이며 우아하게 돌아나갔다. 시트로엥뿐만 아니라 프랑스 차들은 도로의 노면에서 엉덩이에 이르는 과정을 매끄럽게 처리했다. 유연한 서스펜션과 푹신한 의자 쿠션은 프랑스 차를 상징한다.

 

칵투스는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과 어드밴스드 컴포트 시트로 노면의 충격이 서스펜션과 시트 쿠션을 통해 엉덩이로 이어지는 프랑스 차만의 승차감을 강조한다. 댐퍼에 위아래로 하나씩 유압식 쿠션을 달아 반동이 작은 경우 스프링과 댐퍼가 작동하고, 노면 충격이 클 때는 유압식 쿠션이 댐퍼의 급격한 이완과 수축을 조절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시트 쿠션의 메모리 폼은 엉덩이 모양을 따른다.

 

 

적당한 피칭과 롤링이 섞여 낭창낭창 달리는 칵투스는 과거 2CV를 떠오르게 한다. 1960년대의 아련한 추억 속으로 프랑스 차만의 맛을 살려냈다. 칵투스 최고의 매력은 출렁거리며 달리는 재미다. 보디 롤이 있지만 그립이 좋다. 스티어링이 약간 모호하지만 스포티하다. 코너를 돌아가는 순간 춤추듯 출렁이는 몸놀림에 프랑스 차만의 매력이 진하게 느껴진다.

 

최고출력 120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은 1265kg의 차에 부족하지 않은 힘이다. 1750rpm의 낮은 회전영역에서 뿜어대는 30.6kg·m의 토크 덕에 가벼운 차가 훅 튀어나가는 기분이 든다. 복합연비는 15.5km/ℓ에 이른다. 디젤의 명가 PSA의 디젤 엔진은 조용하고 깔끔하다.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는 반자동식의 쿨렁거리던 기억을 말끔하게 지웠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3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입차가 12가지 주행보조 시스템까지 갖춘 건 놀라웠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등 모두가 황송할 따름이다. 다만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빠졌다. 애플 카플레이로 보여주는 T맵은 깨끗하다. 시트로엥을 타는 순간 당신은 특별해진다. 칵투스에서 프랑스 차만의 재미를 만끽한다.

 


 

 

INFINITI QX30

인피니티는 닛산의 고급 브랜드다. 인피니티라는 고급 브랜드에서 나온 차는 평범한 차가 아니다. 우선 근본이 다르다. 시승차 QX30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MFA 플랫폼 위에 벤츠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인테리어 부품을 써서 만들었다. 벤츠의 부품을 썼다는 것부터 닛산이 최선을 다한 차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QX30은 몇 가지 장르를 버무린 크로스오버일 뿐 아니라 두 회사의 부품을 섞어 만든 크로스오버인 거다.

 

 

QX30을 벤츠 GLA와 비교하면 내 눈에는 인피니티가 더 멋져 보인다. 구불거리는 곡선의 보디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콤팩트한 보디에 요즘 닛산의 캐릭터를 모두 담은 차는 핵심을 요약한 차로 보인다. 물결이 넘실대는 보디가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멋지다. 닛산의 ‘더블아치 그릴’ 옆으로 눈매가 날카롭다. 초승달 모양이라는 C 필러 곡선은 이제 인피니티의 특징이 됐다.

 

 

QX30은 Q30 S보다 높이를 4cm 올렸다. 앞뒤 범퍼 아래 스키드 플레이트를 대고, 지붕에는 루프 레일을 달았다. 그리고 네바퀴굴림 차로 만든 것이 볼보와 아우디의 크로스컨트리 같은 개념이다. 차 바닥이 껑충한 이 차를 타면 거친 길을 마구 달릴 것 같은 감상에 빠진다. 닛산은 Q30 S가 스포츠카임을 강조하더니 높이가 불과 4cm 높은 QX30을 SUV라 주장한다. 적은 비용으로 완전히 다른 장르의 차를 만들었다.

 

QX30의 실내는 겉모습만큼이나 멋지다. 곡선이 넘실대는 디자인은 세련됐고, 소재는 고급스럽다. 자세히 보면 벤츠 부품이 즐비하다.

 

키가 큰(?) 만큼 타고 내리기도 수월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실내는 겉모습만큼이나 멋지다. 곡선이 넘실대는데 고급스러운 재질로 꾸몄다. 자세히 보니 대시보드에 벤츠 부품이 즐비하다. 스위치의 모양을 보면서 문득 벤츠의 플랫폼이 최신형은 아닌가 싶었다. 넉넉지 않은 뒷자리는 이 차가 앞자리 중심의 스포티한 차라는 것을 강조한다. 뒷시트 등받이를 접으면 넉넉한 크기의 해치백으로 쓰임새가 커진다. 두 사람이 짐을 가득 싣고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그려진다.

 


차는 가볍고 조용하게 달린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6.3초에 이를 정도로 박력도 갖췄다. 최고속도는 시속 200km가 넘는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충격 없이 파워 전달에 충실하다. 운전대는 적당한 무게를 지니고 정갈하게 움직인다. 할덱스 AWD 시스템은 평소 앞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데 필요한 경우 뒷바퀴로 구동력의 50%를 보낸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ADAS는 제 역할을 다한다. 앞차와 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전방 충돌 경고와 비상 브레이크,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도 갖췄다. QX30은 오프로드에서 거침이 없고 포장도로에선 스포티하다. 성능이 크로스오버하다. 이런 게 크로스오버 타는 재미다. 벤츠 부품으로 만든, 벤츠보다 멋진 차를 벤츠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이런 게 인피니티 타는 재미다.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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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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