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당신의 지출

친환경은 돈이 든다. 그동안 정부 지원만으로 친환경차를 보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적어도 소비자와 자동차 회사도 일정 범위 안에서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2019.05.20

 

너무 현실적이고 직설적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돈이 든다. 사회적 규범을 지키기 위해 옷을 입고,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즐거움을 위해 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하다. 더욱이나 추운 날씨와 더운 햇볕을 피해 쉴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돈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산업 활동은 비용과 그에 따른 효용으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량 생산과 다양한 단계의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며 부의 축적이 쉬워진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부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 쓰이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하나씩 손으로 만들던 물건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 싸게 공급하고 그걸 산 사람들도 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버렸다.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량 생산-대량 소비의 바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정된 자원을 마구잡이로 개발해 생기는 환경 파괴부터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 쓰레기와 폐기물이 그것이다. 더욱이 세계의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다 활용하던 중국이 2017년 전면 수입 금지를 선언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버릴 곳이 사라진 여러 나라들이 부랴부랴 단순한 환경보호 운동이 아니라 아예 법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시행하게 되었다.

 

당장 매일 가던 커피숍에서 매장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1회용 컵과 빨대를 제공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자. 머무는 시간이 긴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음료가 빨리 식거나 뚜껑이 없는 컵을 쓰면서 먼지가 들어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부터 보온, 보냉 기능이 있는 밀폐형 텀블러를 하나 장만해 가지고 다녔는데, 일단 평소에도 가방이 꽤 묵직해진 것은 물론이고 집에 와서 따로 세척하고 말리는 과정이 필요해 귀찮다. 결국 그냥 편하게 살던 과거와 비교할 때 환경보호를 위해서 좀 더 불편해진 것이다.

 

물론 이익이 되는 것도 있다. 매장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 한 잔에 300~500원을 할인해주는데 가볍게 아이스아메리카노 정도를 마실 상황이면 약 10% 할인되는 셈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쓰레기 처리 비용과 일회용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 직접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셈이니 서로에게 이익이다.

 

이미 환경보호를 위해 오래전부터 시행되던 제도가 있다. 바로 경차 지원 정책으로, 애초 에너지 저감 정책의 하나였던 국민차 보급 계획이었다. 처음의 경형 자동차는 800cc의 배기량으로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고, 폭 1.5m, 길이 3.5m의 크기로 도로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일반적인 승용차에 비해 작은 것도 같은 도로와 주차장을 더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자동차에 비해 불편한 경차를 그냥 탈 리 없으므로 다양한 혜택을 주었다. 특별소비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것부터 지역개발 공채도 덜 사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환승주차장 등을 이용할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더 걷어야 할 세금 등이 적게 들어온다는 것으로 결국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사실 경차가 커지고 편의장비가 많아지면서 연비가 소형차나 준중형차보다 나빠진 지금은 에너지 절약보다는 사용자의 경제성 때문에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원래 취지에서 멀어진 경차에 지원금을 계속 주어야 할까? 도로를 적게 사용한다는 사실로 저 정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 개인 소유의 차가 없이 카풀이나 카셰어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동차의 운행 빈도를 줄이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순수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주는 지원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는, 그간의 연구 결과로 볼 때 엔진에서 연료가 타면서 만들어지는 것보다 자동차가 달리면서 땅에 떨어진 것을 하늘로 날려 올리는 비산먼지와 타이어/브레이크 분진이 더 많다. 그렇다면 같은 차체 크기에 배터리를 얹어 훨씬 더 무거운 전기차는 노면 마찰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더 많은 먼지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전동화된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는 자동차 단위에서 내연기관차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거나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기를 만드는 방법에 따른 배출량을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지난 3월 한국자동차공학회가 주최한 자동차 기술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발전 에너지원의 종류와 기술에 따라 실제 전기차가 운행하면서 만드는 이산화탄소 양은 큰 차이 난다. 특히 석탄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쓰는 경우 동급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60% 이상이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을 태워 발전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이상, 전기차에 들어가는 수없이 많은 지원금은 실질적인 환경개선보다는 사용자에 대한 지원의 의미가 더 큰 것이다.

 

결국 좀 더 깨끗한 환경을 위한 자동차를 타려면 누군가는 돈을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정부와 지자체가 그 부담의 주체였고 소비자는 차값과 운행 과정에서 다양한 지원으로 경제적인 이득까지 얻는 것이 현실이었다. 만약 지원금이 아예 없어진다면 그래도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차를 구입할 생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의 전기차가 같은 옵션을 단 가솔린차의 두 배 정도인데, 차값이 일정 수준 떨어진다 해도 과연 환경을 위해 충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더 큰 비용을 부담할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미래 세대를 위해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기존의 편리함을 버리는 것은 물론 분명 비용이 드는 일이다. 카페에서 일회용품이 사라지는 과정은 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양보에서 이루어졌다.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과태료라는 규제를 통해 강제적으로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물론 금액과 환경 영향이 큰 자동차에 이를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비자와 자동차 회사도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이 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몸에 좋은 유기농 식품과 친환경 제품은 비싸다. 자동차라고 다를 것 없다.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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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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