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서킷으로 간 렉서스

렉서스가 토요타와 함께 레이스에 참가한다

2019.05.22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데이토나 24시 경주에 참가한 렉서스 RC F GTD 경주차.

 

“일요일에 우승하고, 월요일에 차를 판다.” 자동차업계의 오래된 마케팅 방법 중 하나다. 1901년 헨리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의 그로스 포인트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드라이빙 클럽의 1마일 오벌 레이스에서 경쟁사인 알렉산더 윈튼을 이기고 이름을 드날렸다. 이 레이스는 누가 더 뛰어난 드라이버인지를 증명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어떤 차가 더 훌륭한지를 가리기 위한 레이스였다. 알파로메오와 재규어, 포르쉐, 벤틀리의 명성은 레이스에서 만들어졌다. 심지어 귀족적인 롤스로이스도 매우 거칠었던 1913년 알파인 트라이얼에서 우승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자동차 경주는 여전히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 신념으로 통한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와 페라리가 올해 F1에 참가하는 데 4억 달러의 예산을 쓴다고 한다. 현대차는 올해 WRC 팀 운용을 위해 약 1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 경주에 참가하는 최소 8개 제조사들(아우디, 닛산, 인도 마힌드라 등)은 포뮬러 E 챔피언십을 위해 올해 최소 2억 달러의 돈을 쓰고 있다.

 

“일요일에 우승하고, 월요일에 차를 판다.” 어둠이 드리우는 서킷 주변에 SUV와 미니밴이 빼곡히 들어서고 수천 개의 캠프파이어가 불을 밝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나 또한 거대한 윙을 단 렉서스 RC F GTD 경주차가 으르렁거리며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의 구불구불한 안쪽 코스를 거칠게 달리는 걸 지켜보고 있다. 이 차는 지금 롤렉스 24시간 레이스를 치르는 중이다.

 

약 30년 전, 난 처음으로 렉서스를 몰아봤다. 초대 LS 400은 세상을 바꾼 세단이었다. 세련되고 아름답게 만들어져 독일 슈투트가르트(벤츠)와 뮌헨(BMW), 잉골슈타트(아우디)의 엔지니어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럭셔리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젊고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안착했던 렉서스는 이제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바꾸고자 한 영역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 중년으로 접어든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는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 아우디의 적당한 대체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경쟁사들과 달리 모터스포츠에 거금을 쓰지 않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랬던 그들이 왜 지금 레이스를 하려는 걸까?

 

“우리는 좀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모터스포츠는 소비자들을 바로 앞에서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 효과적인 방법이죠.” 렉서스에서 제품 계획과 전략을 담당하는 쿠퍼 에릭슨 부사장의 말이다. 이런 움직임은 윗선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 모두 동일하게 모터스포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는 렉서스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안다. 30년 전에는 세계 최고의 세단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당히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날 프리미엄 자동차는 레이스 트랙에서도 잘 달린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제조사가 직접 만든 42대의 경주차로 치러지는 데이토나 GTD 클래스에 렉서스가 참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서 말하는 제조사에는 어큐라, 아우디, 페라리, 람보르기니, BMW, 메르세데스 AMG, 포르쉐가 포함된다. GT3 경주차로 유럽에서 치러지는 2019 블랑팡 GT 시리즈에 참가하는 GT3 스펙의 렉서스 RC F는 애스턴마틴, 벤틀리, 재규어, 맥라렌, 닛산 등과 경쟁을 해야 한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 줄 안다. 1990년대 초 토요타는 IMSA(International Motor Sports Association)를 지배했고, 데이토나 24시간 레이스에서 2006~2008년까지 3회 연속 우승하기도 했다. 또한 토요타는 비록 F1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나스카 우승팀 명단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토요타와 렉서스가 꾸준히 전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토요타가 과거에 수프라, MR2, 렉서스 LFA 같은 스포츠카에 관심을 갖다가 캠리, RAV4, 렉서스 RX 같은 차를 만드는 데 집중해 그 차들을 말라죽도록 놔둔 것을 본 적이 있다.

 

거대한 윙과 요란한 배기시스템을 갖추고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는 RC F 트랙 에디션은 조짐이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토요타가 고성능 자동차와 레이스에 정말 진지하게 임하는지 여부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후 데이토나에서 차세대 렉서스를 포르쉐와 비교 시승할 때나 알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키오 회장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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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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