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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잡지사 놈들이 말하는 ‘레이싱 모델’

2019 서울모터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모터쇼는 멋진 자동차뿐만 아니라 레이싱 모델을 만날 절호의 기회이다. 때론 차보다 모델에 더 눈길이 갈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2019.05.27

 

‘레이싱 모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고정식비타민? 엄밀히 말하면 종합비타민쯤 되겠다. 비타민은 챙기면 왠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챙겨 먹지 않아도 문제 될 건 없다. 효능에 대해서 도움이 된다는 쪽과 되지 않는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도 약을 밥처럼 챙겨 먹는 확실한 마니아층이 적잖이 존재한다. 레이싱 모델의 현재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선관“난 차라리 웃고 있는 피에로가 좋아. 난 차라리 슬픔 아는 피에로가 좋아.” 좋은 기회로  2년 넘게 레이싱 모델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 그녀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 만난 그녀들은 멋진 의상을 입고 항상 웃음을 짓지만, 그녀들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에는 꼭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델로서의 고충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선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등 고민이 가득했다.

 

박호준 꽃이다. 나도 안다. 어느 유명 연예인이 여성을 두고 꽃이라고 표현했다가 공개 사과한 것 말이다(그 표현이 왜 잘못됐는진 도무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꽃에 비유한 이유는 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주변까지 근사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꽃보다 더 나은 비유가 있으면 제보해달라). 레이싱 모델이 그렇다. 무작정 노출이 심한 옷이 아닌 브랜드와 차의 콘셉트에 맞춘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은 차는 물론 부스의 분위기까지 돋보이게 한다.

 

 

성 상품화일까?고정식자동차 경주나 모터쇼에 여성 모델이 꼭 필요할까? 그 모델들은 왜 대개 노출이 과도한 옷을 입을까? 그 옷차림은 과연 누구를 타깃으로 할까? 성적 상품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성 상품화 자체만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성은 과연 나쁜 것일까? 금욕은 추구해야 할 가치일까? 사회적으로 여성만을 성 상품화하는 것과 천박하고 노골적인 시선으로만 대하는 게 문제다.

 

김선관부정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레이싱 모델이라는 직업이 문제라기보단 차와는 무관하게 이들의 외모를 전시하듯 활용하는 홍보 측의 시선과 태도의 문제라고 본다. 비매너 관람객들도 마찬가지다. 모델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아무런 제재 없이 올리다 보니 차와는 상관없이 레이싱 모델의 선정성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그녀들은 제 할 일을 묵묵히 한 것일 뿐 잘못한 게 없다.

 

박호준대답에 앞서 성 상품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맞지만, 그러려면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싱 모델을 두고 성 상품화라며 비난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소주 광고가 더 노골적이다. 기상캐스터는 또 어떻고. 만약 레이싱 모델이 성 상품화라면 어지간한 광고 모델 역시 자유롭긴 어렵다.

 

 

지인이 레이싱 모델을 희망한다면?고정식본인이 원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은 건 해보는 게 좋다. 연 1조원이 몰리는 테헤란로 주변의 극단적인 성 상품화까지는 아니지 않나. ‘관종’ 기질이 있다면 충분히 해보고 싶고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다. 다만 직업의 생명이 길지 않으니 미래에 대해 대비하며 일하라고 말해줄 거다. 물론 내가 누구에게 충고할 만한 형편은 아니지만.

 

김선관선뜻 응원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레이싱 모델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주고받았던 이야기가 레이싱 모델의 뒷이야기다. 카메라 앞에서 높은 구두를 신고 다리가 퉁퉁 붓도록 하루 대여섯 시간을 서 있어야 하고 수많은 플래시 세례에 시력도 안 좋아진다. 또 슬쩍 다가와 사진을 목적으로 스킨십하는 관람객의 나쁜 손도 있다고 한다. 활동 중엔 체중 관리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지도 못한다.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박호준해보라고 할 거다. 그리고 ‘여러분, 저 레이싱 모델이 제 친구입니다’라고 자랑하겠지. 농담처럼 말했지만, 튀어야 성공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레이싱 모델은 능력만 된다면 나쁘지 않은 직업이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모델 일을 하다가 다른 분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자동차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 모터스포츠 아나운서가 될 수도 있고 쌓아놓은 인지도를 이용해 인플루언서로 활약할 수도 있다. 단,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도 부지런히 쌓으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YES or NO고정식이분법적인 답변을 강요하는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없어야 한다’가 아니라 ‘없어도 된다’의 NO를 택하겠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 없어도 상관없다는 뉘앙스다. 개인적으로 모터스포츠든 모터쇼든 레이싱 모델이 없어도 행사 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본다. 물론 있는 편이 훨씬 좋겠지만 말이다. 뜨거운 승부와 긴장감으로만 가득한 경기장은 생각만 해도 숨 막힌다.

 

김선관YES. 그녀들이 있어서 모터쇼가 빛나고 차도 더 돋보인다. 대신 단순히 차 옆에 서 있는 모델이 아니라 모터쇼나 신제품 출시 행사 등에서 브랜드 및 제품을 소개하는 컴패니언 모델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서킷이나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교육을 받고 주어진 일에 대해 공부해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레이싱 모델도 간혹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외모와 전문성을 모두 갖춘 모델이라면 안 뽑을 수 없을 거다.

 

박호준YES. 레이싱 모델을 보려고 모터쇼장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라도 모터쇼의 인기가 늘어날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주객전도 아니냐고? 글쎄, 연예인을 보러 공개방송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젠더 이슈 때문에 레이싱 모델들이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리인 모터쇼를 뺏는 건 폭력적인 조치다. 우리는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가 있다.

 

 

이상형은 누구? 

고정식김하나 님이라고 계신다. 2015년 10월호 <모터트렌드>에 나왔다. 인터뷰와 화보를 진행하며 영접했다. 사진과 화면에서도 예쁜데 실물은 더 아름답다. 원래 160cm 이하의 아담한 여성이 이상형인데, SBS 박선영 아나운서와 더불어 유이(有二)하게 ‘입덕’한 키 큰 여성이다. 심지어 이분은 성격이 털털하고 바이크를 즐길 줄 알며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도 잘한다. 완벽하지 않나? 멀리서나마 늘 행복하기를 바라 마지 않겠다.

김선관2년 넘게 레이싱 모델 인터뷰를 해오면서 이상형 한 명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텐데 어쩔 수 없다. 없는 건 없는 거니까. 대신 정말 인터뷰하고 싶은 모델이 있었다. 2018 부산모터쇼에서 닛산 부스에 섰던 최은경이다(2019 서울모터쇼에서는 닛산 메인 모델). 2015 슈퍼모델 출신으로 친한 모델들을 총동원해 섭외 요청을 해봤지만 인터뷰 때 할 말이 없다며 고사했다. 포즈 좋고, 예쁘고, 성격 좋고, 옷까지 잘 받는 그녀를 언제쯤 인터뷰할 수 있을까? 섭외하려고 갖은 미사여구를 붙인 건 절대 아니다.

박호준이번 서울모터쇼 르노삼성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던 최유나 모델이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이미 휴대폰 손에 든 거 다 안다) 그녀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레이싱 모델의 이미지와 조금 다르다. 터질 듯한 볼륨감을 자랑하거나 시원시원하게 진한 이목구비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든다. 대학생처럼 수수하다가도 카메라 앞에 서면 돌변하는 모습 말이다. 패션모델 출신이라 그런지 옷도 잘 입는다.

 

 

 

 

모터트렌드, 레이싱모델, 자동차 잡지사 놈들의 은밀한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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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박호준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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