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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대탈출

수입 중형 세단 넉 대를 모아 트렁크 탈출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 일이라 더욱 신중해졌다. 이 기사를 읽고 차 트렁크에 탈출장치가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꼭 확인하시길!

2019.06.11

 

MASERATI GHIBLI 4"23 SUCCESS

 

달리는 기블리 SQ4 트렁크에 누웠다

마세라티는 트렁크도 마세라티다. 특유의 기분 좋은 웅웅거림이 트렁크 안에서도 또렷하다. 단, 온갖 잡소리도 함께 들린다. 폭이 넓은 타이어(275/40 ZR19)를 끼운 탓에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생생하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세게 밟아도 엔진 회전수가 금방 치솟기 때문에 바깥 사정을 알 수 없는 트렁크에선 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공간만 놓고 보면 넉 대 중 가장 좁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트렁크 높이가 가장 낮은데 트렁크 천장에 우퍼까지 달려 공간을 잡아먹는다. 다른 차와 달리 정사각형에 가까운 트렁크 공간은 편한 자세를 찾기 어렵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지는 충격은 평범하다. 마세라티의 트렁크에 탔을 때 가장 더웠는데 가장 좁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BMW 5 SERIES 40"56 SUCCESS

 

달리는 520d 트렁크에 누웠다

520d는 트렁크 안에서 몸을 돌릴 수 있다. 안쪽 높이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천장을 높이면 공간이 넓어 보인다는 말을 트렁크에 누워서 이해했다. 또한 뒷바퀴 위 공간을 깊게 파놓았는데 머리나 발을 넣기 안성맞춤이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깔끔하지 못한 마감 처리와 얼룩진 도색이 눈에 거슬렸지만 짐을 싣는 공간이기에 중요하진 않다. 공간만 놓고 보면 S90과 1위를 다툴 만큼 편안했는데 시승이 끝날 무렵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냄새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트렁크 안으로 슬금슬금 흘러들었다. 냄새를 느낄 무렵 시승이 끝났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멀미 유발차’ 타이틀은 XF가 아닌 520d가 될 뻔했다.

 


 

JAGUAR XF 2'05"07 FAIL

 

달리는 XF 20d 트렁크에 누웠다

유독 멀미가 심했다. 조금만 더 탔으면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불상사가 생길 만큼 말이다. 차를 바꿀 때마다 똑같이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순서 탓은 아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특히 울렁거렸는데 앞바퀴에서 한 번, 뒷바퀴에서 또 한 번 총 두 번이나 트렁크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날카롭게 튀어나온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안쪽 길이가 제일 길었는데도 편안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걸 보면 트렁크 승차감에선 길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아 휴대폰을 켜지 않으면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던 것도 답답함을 더했다. 진짜 재규어의 등에 올라타도 이렇게 어지러울 것 같진 않다.

 


 

VOLVO S90 1'47"50 FAIL

 

달리는 S90 트렁크에 누웠다

(꼭 그러고 싶진 않지만) 트렁크에 타야 한다면 S90을 선택하겠다. 앞바퀴굴림이면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트렁크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가장 적다. 노면이 불규칙해도 부드럽게 움직이는데 시승 내내 몸이 거의 들썩이지 않았을 정도다. 또한 트렁크 천장에 손잡이로 써도 좋을 만큼 잡기 편한 구조물이 있다. 어디선가 바람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틈새로 밖이 밤인지 낮인지,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분할 수 있다. 옆으로 누워 뒷바퀴 위 움푹 팬 공간에 두 발을 가지런히 쑤셔 넣고 머리는 뒷좌석으로 바짝 붙인 후 손으로 천장의 구조물을 잡는 자세가 가장 안정적이다. 덥지만 않으면 꽤 먼 거리를 갈 수 있을 정도다. 단, 곳곳에 툭 튀어나온 볼트가 많으므로 머리를 찧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글_박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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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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