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지붕, 단순한 철판 덮개가 아니다

자동차가 진화하면서 차체를 덮는 지붕도 함께 발전해왔다. 강성은 물론 친환경성에 멋까지 더하는 추세다

2019.06.13

외관의 멋을 더하는 용도로도 충분한 탄소섬유 지붕, BMW M5(위)와 렉서스 LC 500(아래)

 

머리를 가볍게

자동차의 지붕이 단순히 탑승객의 머리 위를 덮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차체 강성과 밀접한 연관을 이룬다. 무턱대고 지붕을 걷어낸다면 자동차가 주행 중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1996년에 개봉한 <진짜 사나이>라는 영화에서 촬영 콘셉트를 위해 대우 에스페로의 지붕을 잘라 컨버터블로 만든 적이 있는데, 촬영을 마칠 무렵 차가 무너져 내렸다고…. 그만큼 자동차의 지붕도 차체 강성에 중요한 부분을 맡는다. 하지만 튼튼하게 만들다 보면 무게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낮은 무게중심이 생명인 스포츠카에서 무거운 지붕은 쥐약이다. 그래서 요즘은 경량화 소재를 써가며 머리를 가볍게 하고 있다. 렉서스의 플래그십 스포츠 쿠페 LC 500은 지붕에 탄소섬유를 사용해 지붕의 무게를 낮췄다. 탄소섬유는 일반 철판에 비해 4배 이상 가벼워 무게중심을 낮추기 유리하다. 강성도 일반 철판보다 높다. BMW의 고성능 세단 M5 역시 다이내믹한 주행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철판 지붕을 걷어내고 탄소섬유 루프를 사용했다. 이제는 SUV 모델도 머리를 가볍게 한다. 포르쉐 카이엔 쿠페는 탄소섬유 지붕을 선택 사양으로 고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높이가 높은 SUV 모델에서도 무거운 지붕은 스포츠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궁극의 달리기 성능을 추구하는 포르쉐 911 GT3 RS는 지붕에 마그네슘 판재를 얹는다. 이를 통해 차체 무게를 10% 감량할 수 있었다. 마그네슘은 자동차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금속 가운데 가장 가벼워 경량화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반투명 태양광 패널을 개발 중인 현대차

 

지붕 위 태양열을 동력으로

태양열 전지판이 이제 자동차 지붕 위에도 얹히고 있다. 과거부터 태양광 전지판을 자동차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꾸준했지만 패널의 효율이 그리 높지 않아 간단한 램프류나 공조 장치에 전력을 더할 뿐이었다. 양산차 가운데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을 통해 동력을 얻은 모델은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이다. 아직 놀라울 만큼의 효율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토요타에 따르면 주행거리를 약 6km까지 늘리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물론 에어컨과 히터 등도 작동시킨다.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DN8)에도 태양광 패널을 얹는다. 현대차가 개발한 1세대 태양광 시스템인 실리콘형 솔라루프는 여름철 하루 58%, 겨울철 30%까지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국내 평균 1일 일조량을 기준으로 1년에 약 13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든다고 한다. 나아가 현대차는 개방감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2세대 반투명 태양광 패널도 개발 중이다.

 

부가티 시론

밤하늘의 은하수를 담은 BMW X7의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스카이라운지

 

광활한 하늘을 차 안으로

또 하나의 작은 창이었던 자동차 선루프, 이제는 가장 큰 창을 담당하는 파노라믹 선루프가 대세다. 여러 브랜드가 파노라믹 루프를 사용하지만 테슬라는 모든 모델에 파노라믹 루프를 기본으로 넣을 정도로 넓은 하늘 창을 선호한다. 모델 X는 윙 도어 특성상 지붕 가운데 뼈대를 넣었지만, 대신 윈드실드를 운전자의 머리 위까지 길게 뽑아냈다. 얼마 전 처음 공개된 모델 Y는 지붕 전체를 통유리로 마감해 어마어마한 개방감을 자랑했다. 일반 유리는 철판보다 강성이 약하고 깨지기 쉽기 때문에 차에 전해지는 충격과 비틀림을 감당하기 어렵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에는 이중 접합 라미네이티드 유리가 주로 사용된다. 튼튼할 뿐만 아니라 차음 효과도 뛰어나다. 부가티는 시속 400km에서도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시론에 ‘스카이뷰’로 불리는 글라스 루프 옵션을 넣었다. 부가티에 따르면 스카이뷰는 4개의 얇은 유리를 겹겹이 쌓아 고속에서도 절대 깨질 일이 없고 풍절음 유입도 적다고 한다. 맥라렌 720S 스파이더는 오픈톱 모델임에도 하드톱에 글라스 루프를 더했다. 심지어 ‘전기변색 유리’를 써서 불투명도를 빠르게 조정할 수도 있다. 내리쬐는 빛이 강할 때는 불투명도를 높여 빛을 막고, 하늘을 보고 싶을 때는 투명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BMW의 대형 SUV X7에는 큼직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에 촘촘한 조명까지 박힌다. BMW에 따르면 1만5000개 이상의 그래픽 패턴으로 하늘의 은하수 같은 분위기를 낸다고 한다. 그래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 스카이라운지로 부른다.

 

롤스로이스 던은 소프트톱 가격만 해도 엄청날 거다

 

열었을 땐 시원하게 닫았을 땐 조용하게

컨버터블의 경우 지붕을 열었을 때 시원한 개방감도 중요하겠지만, 닫았을 때 외부 소음과 바깥 기온 차단도 확실히 해야 한다. ‘컨버터블을 샀으니까 소음 정도는 감수해야지’라는 말은 옛말이다. 특히 소프트톱은 직물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과 보온에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고자 메르세데스 벤츠의 S 클래스 카브리올레는 합성고무, 에어 타이트 등 세 겹으로 구성된 톱을 사용했다. 여기에 이중 접합 유리까지 써서 쿠페와 같은 수준의 밀폐감을 실현했다. 날렵하게 이어지는 지붕 라인도 쿠페와 같다. 소프트톱은 소재 특성상 톱을 지지하는 뼈대를 울퉁불퉁하게 드러내기 쉬운데 S 클래스 카브리올레는 톱 표면까지 매끄럽게 다듬었다. 디자인 완성도도 높이지만 고르지 못한 표면에 부딪혀 발생할 수 있는 소음까지 고려한 것이다. 또한 톱 무게(50kg)는 뼈대를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의 경량 소재로 빚어 무게도 덜어냈다. 호화 컨버터블 롤스로이스 던은 S 클래스 카브리올레보다 세 겹이 더 많은 여섯 겹 톱을 사용한다. 럭셔리로 무장한 롤스로이스에서 경박한 풍절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지붕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각 제조사 제공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