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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시작, 포르쉐 카이엔 vs. 테슬라 모델 X

단순히 두 차의 대결이 아니다. 이건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 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과연 세대교체가 이뤄질까?

2019.06.14

 

테슬라와 포르쉐의 비교.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게다가 이건 연비와 유지 비용까지 따지는 ‘헤드투헤드’다. 포르쉐의 첫 전기차인 타이칸이 데뷔한 뒤라면 또 모르겠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니 지금 당장도 말이 됐다. 가격, 이미지, 성능 등 두 회사는 꽤 많은 부분에서 대립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이 두 브랜드를 저울질 중이었다. 그게 카이엔과 모델 X가 되니 더더욱 그랬다. 1억 초중반대의 SUV 구매자 대부분은 경험과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두 차는 그런 욕구에 완벽하게 부응한다. 그렇게 ‘헤드투헤드’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대결이 성사됐다. 새 시대의 시작이 피부에 와닿았다.

 

시승차는 카이엔과 모델 X 100D다. 카이엔은 기본형이며 모델 X는 중간급인 롱레인지 버전이다. 롱레인지는 더 강한 성능과 더 긴 주행가능거리를 제공한다. 성능 측면에서 보면 카이엔도 S가 나왔어야 하지만 가격 면에선 이게 적절하다. 어차피 ‘제로백’ 수치로 결정될 승부가 아니니 별로 큰 문제도 아니다.

 

차체는 모델 X가 더 크다. 시승차처럼 3열 시트를 갖춘 6인승 옵션도 있다. 대신 독특한 비율 때문에 SUV보단 미니밴이 느낌이 강하다. 반면 카이엔은 진짜 SUV에 가깝다. 웬만한 오프로드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대결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스타일과 기술 면에서 첨단을 달리는 두 크로스오버의 진검승부.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주행 품질 및 핸들링

테슬라는 처음에 자동차를 쉽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바퀴 달린 스마트폰에 배터리를 엄청나게 많이 때려 넣고 강력한 모터를 설치한 다음, IT 기업의 장기인 방대한 소프트웨어와 강력한 프로세서로 제어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물건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매해 연식 변경을 거친 모델 S를 시승하면서 테슬라가 자동차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제로백’만 빠른 에너지 괴물이나 자율주행을 ‘거의’ 할 줄 아는(가끔은 실수로 사고도 내는) 똑똑한 스마트폰에서 진짜 자동차로 진화하고 있던 것이다. 이런 모델 S를 바탕으로 개발된 모델 X는 당연히 모델 S와는 달랐다.

 

 

모델 X의 주행 안정성은 상당히 높았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접지력을 아주 세련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닥에 배터리팩을 깐 전기차는 원래 낮게 깔린 엄청난 무게 덕분에 접지력과 안정성이 높다. 그런데 테슬라처럼 무겁고 토크가 높은 고성능 대형 전기차는 어느 한계점을 넘어가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갑자기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는 현상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 모델 X는 상당히 높은 속도의 코너에서도 언더스티어 성향을 꾸준히 유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포르쉐 카이엔처럼 조종 감각이 명료하지 못했고, 언더스티어도 조금 큰 편이었지만 적어도 한계 근처에서 불안감을 조성하진 않았다. 슬라럼에서도 앞뒤 바퀴가 서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안정적인 감각을 유지했다. 급차선 변경 테스트에서는 무거운 차체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앞바퀴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가슴이 철렁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행질감 면에서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었다. 낮은 무게중심이 차체를 지면에 붙잡아 매는 듯한 안심감과 엔진 진동이 없다는 점은 일상적인 속도에서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는 단단한 서스펜션이 노면 요철에 뒤뚱거리는 느낌을 주었다. 고속주행 시에는 모터의 소음과 급격히 증가하는 풍절음에 실내가 소란스러웠다. 전반적으로 모델 X의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포르쉐 카이엔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능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이엔은 SUV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진정한 스포츠 주행과 트랙 데이 참가가 가능한 모델이다. 이런 어불성설을 이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카이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행질감이다. 매끈하고 안정적이다. 최고급 세단을 타는 듯한 승차감과 스포츠카의 조종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용량이 크게 늘었다는 에어 서스펜션의 풍부한 대응력이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단히 높은 속도에서도 급격히 증가하지 않는 소음과 부드러운 승차감도 키가 큰 SUV로서는 이례적이다.

 

아쉬웠던 점은 조종 감각이다. 특히 급차선 변경 및 슬라럼 테스트에서 카이엔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과도하게 민첩한 앞바퀴의 조향 응답성을 뒷바퀴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허둥댔고, 그 결과 차 전체의 선회 안정성이 상당 부분 훼손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전 세대를 능가하는 예리한 핸들링을 원했던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대용량 에어 서스펜션에 대한 과도한 의지다. 카이엔은 승차감을 위해서 평소에는 서스펜션을 단단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한다. 그래서 급제동이나 코너링 시 피칭이나 롤이 생각보다 크다. 이후 에어 서스펜션이 능동적으로 개입하며 차체의 평형을 되찾는데, 이 과정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동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 발생과 수습이라는 두 단계가 분리돼 있다. 특히 큰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고 있을 때 이런 느낌이 거슬린다. 진입 시에는 생각보다 큰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이다가 서스펜션이 대응을 마치면 감각이 갑자기 명료해지며 차체가 안쪽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물론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이상으로 설정해 두면 이런 현상은 대폭 사라진다. 하지만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기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물론, 절대적인 조종 성능은 카이엔의 승리였다. 그러나 감각에서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카이엔은 원래 대단한 차였다. 그래서 자신을 넘어서는 일이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두 모델의 평상시 제동 감각은 꽤 큰 차이가 있다. 다루기 쉬운 승용차에 가까운 모델 X는 가벼운 페달 답력과 민첩한 초기 응답성을 보인다. 하지만 회생 제동을 많이 사용하는 전기차 특성 때문인지 차가 멈추기 직전에는 제동력이 약해져서 사람을 놀라게 하곤 했다. 카이엔은 스포츠카의 제동 감각, 즉 과도한 페달 부스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밟는 정도에 따라 제동력이 비례해 증가하는 정교함이 두드러진다.

 

급제동 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모델 X가 카이엔을 이긴 것이다. 시속 80km에서 모델 X가 평균 26.3m에 멈춘 반면, 카이엔은 27.4m를 필요로 했다. 정지에 필요한 시간, 최대 감속 가속도 등 수치에서도 모델 X가 모두 이겼다. 평상시 제동 감각에서는 일관성이 부족했던 모델 X지만, 급제동 테스트에서는 포르쉐와 비슷한 제동 감각을 보였다. 카이엔은 조종 성능에서 언급한 상황 대응 방식을 제동 테스트에서도 보였다. 급제동 시 처음에는 생각보다 큰 노즈다이브를 허용하기 때문에(곧바로 수습에 나서기는 한다) 강력한 제동력을 처음부터 끌어내지 못했다.

 

가속 테스트도 모델 X의 승리였다. 발진 가속은 원래 전기차에게 유리하다. 모델 X 시승차는 P 모델이 아니었다. 따라서 ‘미친 가속’을 보여주는 루디크로스 모드가 없었다. 하지만 일반 모드로도 이 무거운 차체를 5.1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케 하는 엄청난 성능을 보여줬다.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 토크를 쏟아내는 전기모터가 기어 변속도 없이 몰아붙일 때의 감각은 내연기관으로는 흉내 낼 수 없다. 시속 10km까지 0.74초 만에 도달하는 카이엔의 순발력도(내연기관 SUV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것이다) 0.51초의 모델 X 앞에서는 무색했다.

 

시속 40km를 넘기며 간격을 좁히나 했지만 시속 50km 부근에서 카이엔이 2단으로 갈아타며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 카이엔이 시속 90km 직전에 3단을 넣으면서 결국 1초 이상의 차이가 생겼다. 물론 시속 150km가 넘어가면 카이엔이 추월할 것이다. 실생활에서 거의 낼 일이 없다는 속도라는 게 문제다.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델 X의 실내는 완성도가 떨어진다. 거대한 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낸 게 전부다. 매력적인 공간 연출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니 더 파격적이어도 좋지 않을까?

 

 

운전석과 실내 공간

“모델 X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에 탈 수 있어요. 탈 수만 있게요? 문을 닫거나 시동을 켜는 것도 손이 아닌 발로 할 수 있다고요.” 안정환 에디터가 열쇠를 손에 쥐고 모델 X에 다가가자 그의 말처럼 스르륵 문이 열렸다. 그리고 시트에 앉아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열렸던 문이 스르륵 닫혔다. “우아!” 우리 모두는 그 모습을 보고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모델 X에는 시동 버튼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동이 걸린다. 그러니까 안정환 기자의 말처럼 차에 타서 시동을 걸 때까지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이거 은근히 큰 감동을 안겨줘요. 환대받는 느낌이랄까요? 모델 X를 사면 고급 호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도어맨을 매일 만날 수 있어요. 이 자동문에 익숙해지면 직접 문고리를 잡아당겨서 열고 닫는 문이 성의 없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카이엔으로 갈아탔을 때 제 기분이 그랬거든요.” 안정환 에디터는 모델 X에 마음을 빼앗긴 눈치다.

 

 

“하지만 모델 X의 실내는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져요. 센터페시아 위에 달린 거대한 모니터 때문에 미래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오우’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실내는 아니에요. 반면 카이엔은 문을 열자마자 ‘오~’ 소리가 절로 날 만큼 실내가 우아하고 멋져요.” 박호준 에디터가 한눈에도 고급져 보이는 카이엔의 가죽 시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포르쉐가 실내를 다듬는 솜씨는 웬만한 럭셔리 브랜드보다 훨씬 나아요. 소재나 꾸밈새 모두 굉장히 고급스럽고, 소재의 배치와 조립 품질도 흠잡을 곳이 없죠. 하지만 변속레버 주변을 반들반들한 검은색 터치 패널로 마감한 건 좀 불만이에요. 파나메라에서 시작한 스타일링을 디지털화하려다 어정쩡해진 것 같거든요. 사실 이건 디지털화도 아니에요. 버튼이 터치로 바뀌었을 뿐이니까요. 게다가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서 손끝의 감촉만으로는 어떤 버튼인지 인지할 수도 없어요. 보고 누르는 수밖에 없으니 불편해요.” 고정식 에디터는 너무 매끈해진 카이엔의 센터페시아에 불만을 나타냈다.

 

포르쉐의 인테리어는 이제 스포츠카가 아닌 럭셔리카 수준이다. 소재와 장비 구성이 눈부시게 화려하고 마무리도 훌륭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 보수적이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팀을 갖춘 집단이니 곧 해결책을 찾아내리라 생각한다.

 

 

“맞아, 나도 카이엔 실내가 모델 X보다 다섯 배쯤 고급스럽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변속레버 주변의 터치 패널은 불만이야. 일단 눈으로 봐야 하는 게 불편할 뿐 아니라 누른 다음에는 지문이 남아서 자꾸 신경이 쓰여. 닦고 싶어 미치겠어.” 나윤석 칼럼니스트 역시 카이엔의 터치 패널에 눈을 찌푸렸다. “복잡한 포르쉐와 단순한 테슬라 가운데 고르라면 난 테슬라를 고를 거야. 포르쉐 실내는 복잡해도 너무 복잡해. 포르쉐가 예전 2G 폴더폰이라면 테슬라는 지금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라고 할 수 있지. 겉으로 보기엔 버튼이 하나도 없지만 모니터에서 모든 걸 조작할 수 있거든.” 이진우 편집장은 모델 X의 커다란 모니터를 마음에 들어 했다. 나 역시 처음엔 비죽 솟아 있는 거대 모니터가 어색했는데 막상 이것저것 조작해보니 직관적이고 편한 게 마음에 들었다. 모니터에서 시트 위치를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뒤 트렁크를 포함해 모든 문을 여닫을 수도 있다. “모델 X에선 버튼을 찾아볼 수 없어요. 그래서 운전하면서 조작하기가 불편하고 위험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버튼보다 오히려 쉽고 편하더라고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방식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김선관 에디터의 말에 이진우 편집장이 대꾸했다. “그럴 땐 오토파일럿을 쓰면 돼.”

 

 

모델 X의 다양한 기능은 우리를 즐겁게 했다. 위로 올라가는 팔콘 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재주도 발휘한다(모니터에서 ‘X-마스 쇼’를 선택한 다음 차에서 내리면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서 리듬에 맞춰 팔콘 윙이 춤을 추듯 움직인다). ‘방귀 깜빡이’는 깜빡이를 켜면 방귀 소리를 낸다. “살면서 수많은 신문물을 경험했지만 모델 X만큼 충격적인 신문물은 처음이야. 음악에 맞춰 팔콘 윙을 펄럭일 때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니까.” 이진우 편집장은 모델 X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2열 시트가 요람처럼 생겨 등받이와 엉덩이 쿠션을 따로 조작할 수 없다는 단점쯤은 그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두 차를 두고 이렇게 오래 고민한 것도 오랜만이야. 돈값을 하는 품질 면에서는 카이엔이 월등했기 때문이지. 하지만 새로운 관점의 시도와 넓은 공간감에서 테슬라가 이겼어. 카이엔은 스포츠 SUV라는 것만으론 이제 좀 진부해.”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박호준 기자만 빼고.글_서인수

 

테슬라 모델 X

 

연비

애초 이달 ‘헤드투헤드’는 슈퍼카들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시승 직전 차 한 대가 비교 시승은 절대 안 된다고 발을 뺐다. 그리고 포르쉐 카이엔과 테슬라 모델 X가 나왔다. 듣는 순간 당황을 넘어 황당했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라니. 지금까지 이런 연비 대결은 없었다.

 

물론, 나 혼자만 황당한 건 아니었다. “이 둘을 가지고 연비 비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카이엔은 디젤도 아니고 가솔린이에요. 아니, 디젤이라도 비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박호준 에디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그럼 이건 어떨까?” <모터트렌드>의 ‘백과사전’ 고정식 에디터가 끼어들었다. “연비를 비교하는 건 주행에 따른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의 차이를 보기 위한 것이잖아. 그러니까 충전 비용을 확인하는 건 어때?” 눈치를 보고 있던 안정환 에디터가 고정식 에디터의 말을 받았다. “서울에서 빠져나올 때 주유소를 보니 휘발유 가격은 1400원, 고급휘발유는 1700원 정도 하더라고요. 카이엔은 고급휘발유로 가득 채우면 15만 정도 나와요. 하지만 모델 X는 전용 충전기만 이용하면 돈이 들지 않아요. 무료라고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0g! 충전비도 0원!”

 

이야기를 들으며 골똘히 생각하던 서인수 에디터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던졌다. “그럼 돈 말고 시간이라는 비용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저 주유만 하면 되는 카이엔이 더 유리한 것 아닌가?” 모두들 말이 없었다. 정적을 깬 건 고정식 에디터였다. “물론 충전소의 접근성이나 충전 속도도 고려해야죠. 테슬라의 슈퍼차저(급속)와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는 여전히 부족해요. 하지만 주행가능거리가 길고, 어댑터를 이용해 일반 전기차처럼 차데모 방식도 사용할 수 있으니 다른 전기차보다 딱히 불편하다고 말하긴 어려울 거 같아요(하지만 테슬라는 전용 충전기 사용을 권장한다).” 안정환 에디터 역시 테슬라 편을 들었다. “충전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비용을 생각하면 모델 X죠.” 두 사람은 최종 결정을 하기도 전에 모델 X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포르쉐 카이엔

 

다들 모델 X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설명요정’ 류민 에디터가 포르쉐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어요. MLB 에보 플랫폼은 구형 플랫폼보다 알루미늄 적용 비율이 높고, 스타터 배터리의 무게 역시 10kg 이상 줄었어요. 배기 매니폴드를 실린더 헤드에 통합시켜 무게를 줄이면서 동시에 연소 효율도 높였죠. 공차중량이 이전보다 무려 55kg이나 적어요.” 모델 X에 쏠려 있던 에디터들의 눈이 카이엔을 향했다. “변속기도 새로 개발했어. 1단 기어는 이전 모델보다 짧고, 8단 기어는 더 길어. 초기 가속 성능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연비도 끌어올린 거지(카이엔은 6단에서 최고속도를 낸다. 7~8단은 항속기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변속기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조용히 있던 이진우 편집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 다 이해해. 카이엔은 배기량을 600cc 줄이고 터보차저를 달았어. 최고출력은 40마력을 높였고. 하지만 당장 기름값을 생각하면 모델 X의 승리라고.” 카이엔에 멈춰 있던 눈들이 다시 모델 X에게로 쏠렸다.글_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싸움 구경은 누가 이길지 모를 때 가장 재미있는 법이다. 전혀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았는데 막상막하일 경우 더 큰 희열이 있다. 이번 구매와 소유 비용이 그랬다. 모델 X가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델 X가 불리한 점은 충전 인프라밖에 없어. 가장 가까운 슈퍼차저가 경기도 판교라니.” 판교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사는 서인수 에디터의 말이다. 지난달 고정식 에디터는 테슬라 모델 S를 타고 지방에서 전용 충전기를 찾아 헤매다가 뜻밖의 1박을 했다. 차를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충전기, 100D의 경우 완충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린다)에 물려두고 바닷가에서 혼자 소주를 마신 후,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다는 전설적인 스토리도 남겼다. “서비스센터도 한 곳밖에 없네요. 서울 강서구에 말이죠.” 강동구에 사는 안정환 에디터가 덧붙였다.

 

기본 가격은 카이엔이 약 2100만원이나 싸다. 에너지관리공단 산정 기준 카이엔의 연간 유류비가 317만 정도니, 약 7년간의 주유비를 상쇄하는 셈이다. 하지만 ‘옵션 악마’ 포르쉐답게 추가 비용이 많다. 시승차의 옵션 가격은 4000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모델 X 시승차의 옵션가는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소모품은 카이엔이 더 비싸다. “카이엔의 소모품 비용은 숫자 0을 실수로 하나 더 붙인 줄 알았어요.” 주찬휘 어시스턴트가 오죽하면 이런 말을 했겠는가. 게다가 모델 X는 전기차라 자동차세가 연간 13만원밖에 되지 않는다(카이엔 77만8000원). 보험료는 카이엔이 싸다. 기본 가격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덕분으로 보인다.

 

 

두 차 모두 이렇다 할 프로모션은 없다. 포르쉐와 테슬라 모두 주문 제작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포르쉐는 5개월, 테슬라는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 “포르쉐는 많은 차를 만드는 것보다, 우수한 품질의 차를 만드는 데 더 큰 가치를 둡니다.” 포르쉐 직원의 말이다. 참고로 카이엔 터보와 PHEV는 하반기에 출시된다. 카이엔 쿠페도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온다.

 

“모델 X는 오일 교환이 필요 없고 부품이 적으니 고장 확률도 낮겠네요. 카이엔은 작은 곳 하나만 수리하려 해도 많은 돈이 들고요.” 한때 수입차 오너였던 김선관 에디터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가격대의 차를 구매하는 사람은 돈보다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난 그의 말에 반문했다. “무슨 이미지를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정갈하긴 하지만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카이엔보다 테슬라가 더 신선하고 미래적이야.” 그는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옆에서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류민 에디터가 입을 열었다. “포르쉐의 브랜드 가치를 말하는 거 같아. 사실 테슬라가 들이댈 급은 아니지. 1억이 넘는 차를 사는 사람들은 유지비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진 않아. 어쨌든, 말한 것처럼 모델 X는 오일 교환이 필요 없어. 전기차니까….” 류민 에디터가 말을 줄였다. 그리고 고민스럽다는 얼굴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는 어쩌지? 보증 기간이 8년인 거 보면, 그때쯤이면 맛이 간다는 이야기야. 3~4년 정도 타면 주행가능거리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 거고. 성능도 물론 떨어질 거야. 반면 내연기관 엔진은 그렇게 허약하지 않지. 쉽게 큰돈 들어갈 만큼 망가지지도 않고. 수차례 경험해본 바라서 자신할 수 있어. 큰일 터져봤자 1000만원 안짝이야. 요즘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얼마더라? kWh당 200달러 정도던가? 모델 X 배터리가 100kWh니 2400만원쯤 하겠네. 수입 및 교환 비용도 있을 테고. 10년 정도 쓴다고 생각하고 나눠볼까? 모델 X 유지 비용이 그렇게 싸지만은 않지?” 김선관 에디터는 입을 다물었다.

 

난 테슬라 홍보 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선배 말처럼 모델 X 배터리 교환 비용은 2600만원이라네요. 그런데 배터리 가격이 횟집의 ‘시가’처럼 변한다는데요? 8년 뒤에는 떨어질 거래요.” 류민 에디터가 대답했다. “응. 계속 변하지. 그런데 누구도 가격이 낮아질 거라고 확언할 순 없어. 지금 추세로 보면 오를지도 모르지.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훨씬 더 빠르거든. 중국의 배터리 전기차 성장률을 봐. 전기 슈퍼카를 만드는 리막 같은 회사 때문에 고용량 고밀도 배터리는 훨씬 더 귀해질걸? 포르쉐랑 현대자동차그룹도 리막이랑 협력을 맺었잖아. 미국이 수소연료전지차로 도망가려 하는 것도 다 배터리 수급 문제 때문이야. 그리고 사실 이 이야기는 연비에서도 심도 있게 다뤘어야 해. 모든 걸 감안하면 테슬라의 연비가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거든.” 그렇게 구매와 소유 비용은 연비까지 불러들여 함께 미궁 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눈에 띄는 자잘한 지출이 많고, 테슬라는 보이지 않는 큰 지출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대동소이. 이번 구매와 소유 비용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글_박호준

 

최종 결론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모델 X가 이겼다. 8명의 테스터 중 무려 6명이 모델 X를 선택했다. 단순히 판매량이나 고객 선호도의 결과라면 이해할 수 있다. 시장은 종종 조립 완성도나 주행 품질 등 눈에 띄지 않는 면까지 고려한 종합 점수보단 확실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같은 지역에선 테슬라의 판매량이 포르쉐와 같은 전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를 넘어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비교 시승의 결과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는 매년 적게는 50대에서 많게는 70~80대의 신차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기사를 쓴다. 테스터 중에는 그렇게 십수 년을 보낸 이도 있다. 게다가 ‘헤드투헤드’는 일반적인 비교 시승이 아니다. 그 어떤 시승보다 차를 더 입체적으로 살핀 후, 이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한 후 결론을 내린다. 이런 ‘헤드투헤드’에서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자동차 브랜드, 그것도 포르쉐를 자동차 제작에 제대로 뛰어든 지 고작 7년밖에 되지 않는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꺾은 것이다.

 

<모터트렌드> 에디터들도 사람이다. 생소해서 더 호감을 느낄 수 있다. 물론 포르쉐도 이런 새로운 흐름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들의 계획을 살펴보면 이런 확신이 든다. 지금은 과도기다. 여러 측면에서 그렇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세상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그래서 난 이 둘을 다시 한번 한자리에 모으려고 한다. 포르쉐가 전기차를 선보인 이후에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이맘때면 <모터트렌드>에서 포르쉐의 복수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글_류민

 

 

TESLA MODEL X

● 이진우_제원표와 계측 결과의 모든 수치가 테슬라를 사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숫자가 자동차의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그래도 구매에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 나윤석_새내기는 학습에 신이 났지만 베테랑은 자신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에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 핸들링 측면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전기차라는 새로운 문물에 익숙한 새내기는 가속 성능에서도 신나게 즐겼다.

● 서인수_1억원이 넘는 SUV에는 특별한 게 있어야 한다. 하지만 카이엔에는 포르쉐 배지를 빼면 특별한 게 보이지 않는다. 실내가 고급스럽긴 하지만 이건 레인지로버도 마찬가지다. 반면 모델 X에는 특별한 매력이 가득하다. 매주 원정 충전을 떠나야 한대도 사고 싶을 만큼. 그런데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 국내에 서비스센터가 한 곳뿐이다.

● 고정식_이 정도 성능과 가격을 자랑하는 SUV를 구입하는 사람이 비용 때문에 고민하진 않을 거다. 다만, 카이엔과 모델 X를 비교하는 사람이라면 재력에 비해 젊거나 사고가 개방적일 거다. 그렇다면 더더욱 모델 X다. 상품성이 앞설뿐더러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의 이미지까지 부여한다. 개인적으로는 생김새도 더 마음에 든다.

● 김선관_시승 전 카이엔의 완승을 점쳤다. 테슬라의 주행 능력과 품질에 강한 의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테슬라는 발전을 거듭했다. 반면 카이엔은 고루했다. 멋진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겠지만 1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이 차를 꼭 사야 하는 동기는 조금 약해 보인다.

● 안정환_ 포르쉐를 탈 때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스포츠성에 항상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시승에선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모델 X가 주는 재미와 신선함에 끌렸다. 내 성향은 모더니즘보다 퓨처리즘이다. 포르쉐를 흔히 외계인을 고문해 만든 차라고 표현하는데, 테슬라는 진짜 외계인이 타고 다닐 것만 같은 차다.

 

PORSCHE CAYENNE

● 류민_모델 S는 가속만 빠른 차였다. 하지만 모델 X는 다르다. 완성도가 더 높고, 몇몇 이스터에그 덕분에 문화 상품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히피스러운 매력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자동차는 한 시즌만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내 돈 주고 산다면 ‘X-마스 쇼’를 몇 번이나 쓰겠는가? 팔콘 윙은 망가질까 두려워서 잘 열지도 못할 것이다. 반면 카이엔은 디자인과 품질 모두 견고하다. 오래 두고 봐도, 오래 두고 써도 좋을 거 같다. 훅 하고 끌리는 차가 있고, 정말 사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차가 있다. 난 후자를 택했다.

● 박호준_1억이 넘는 SUV를 타는 사람이 기름값 걱정을 할 것 같진 않다. 모델 X만이 지닌 소소한 매력에 잠시 마음을 뺏길 뻔했지만 전반적으로 더 높은 평균 점수를 기록한 건 카이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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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류민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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