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패들시프트는 합당한가?

운전자가 변속기 레버를 잡아당기지 않는다고 해서 덜 화끈하거나 운전 재미가 덜한 건 아니다

2019.07.10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포르쉐 911 GT2 RS와 911 GT3 투어링 중 당신은 어느 차를 선택할 것인가? 터보 엔진과 패들 시프트가 달린 GT2 RS? 아니면 자연흡기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와 세 개의 페달을 단 GT3 투어링? 두 포르쉐 모두 본질적으로 완전한 911이고 잘못된 선택은 없지만 각각의 포르쉐로 몇 km를 달린 후 난 어떤 변속기를 선택할 것인지 알았다. 정답은 매번 같다.

 

911 R을 향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은 수동변속기를 얹은 GT3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6단 수동변속기를 적용하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치는 않다고 포르쉐 GT3 책임자 안드레아스 프로넌지는 말한다. “단순히 변속기만 차에 다는 게 아닙니다. 댐퍼의 비율과 주행안정장치, ABS 등 모든 것을 다시 조율해야 하죠. 수동변속기를 얹을 경우 차의 무게가 15kg 정도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최고출력 527마력을 내는 GT3 RS는 수동 모드를 제공하는 PDK 자동변속기 버전으로만 판매되는데, 이 차는 구매자에게 수동변속기에 대한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수동변속기를 얹은 911이 더 느리다는 사실이다. 포르쉐의 테스트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6단 수동변속기를 갖춘 506마력짜리 기본형 GT3의 0→시속 97km 가속 시간은 변속기만 PDK로 바꾼 GT3보다 0.6초 느리다. 론치 컨트롤의 유무에 따라 0.4~0.5초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고 프로넌지는 덧붙였다. 그 이상의 차이는 1단에서 2단으로 변속될 때 생긴다. 그렇다면 시속 97km 이상에서의 가속 시간은 어떨까? “그땐 수동변속기가 더 유리합니다.” 프로넌지의 말이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한다. 흉폭한 699마력짜리 GT2 RS에서 내린 다음 바로 탄 GT3 투어링은 이상할 정도로 힘이 없고 나른하게 느껴졌다. 4.0ℓ 자연흡기 엔진의 동력전달 과정이 유순하고, 한계 이상으로 엔진이 절대 회전할 것 같지 않은 느낌 때문이었다. 하지만 6단 수동변속기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무척 사랑스러웠다. 견고하고 정확하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클러치는 환상적인 무게감을 보여줬다.

 

포르쉐 911 GT2 RS는 내가 선호하는 패들 시프트가 달린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버전으로만 판매된다.

 

빠르고 뛰어난 균형감을 지닌 차를 만들어온 포르쉐 섀시 엔지니어들은 현대적인 911에 흥미를 갖고 있다. 덕분에 수동변속기 GT3는 의심할 여지 없이 재미있고, 차가 가진 능력의 약 80%까지 쓰면서 운전에 몰두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패들 시프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911을 빠르게 몰 때 PDK 변속기가 차와 하나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단언컨대, 운전자는 GT2 RS의 어마어마한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대부분을 사용할 때 차와 하나가 된다. 운전자는 으르렁거리는 사자의 아랫배를 간지럽히면서 같이 놀자고 청하는 조련사처럼 GT2 RS를 다룰 필요가 있다. 최고출력 699마력, 최대토크 76.5kg·m가 뒷바퀴를 통해 지면으로 강하게 전달될 때 GT2 RS의 섀시는 그 어떤 911보다 생동감 있고, 다루기 쉽게 느껴진다.

 

PDK 변속기는 운전자가 GT2 RS의 놀라운 속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왼발로 브레이크를 좀 더 깊숙이 밟으면서 스로틀을 좀 더 빨리 열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대부분을 쓰면서 엄청난 구동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추가로 PDK 덕분에 운전자는 섀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타이어가 절대 한계치에 도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필요할 땐 스로틀의 조작만으로 무게중심을 정밀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

 

포르쉐는 변속기와 상관없이 미사일 같은 배기음을 내뿜는다. 카이맨 GTS의 PDK 버전과 수동변속기 버전을 번갈아가며 운전해본 결과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운전자가 변속기 레버를 잡아당기지 않고 페달만 밟는다고 해서 덜 빨리 달리거나 차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덜하진 않다. PDK는 진짜 드라이버가 된다는 느낌을 반감시키지도 않는다. 전직 F1 레이서이자 DTM 챔피언인 한스 요아힘 슈투크는 나를 힐끗 보며 말했다. “가장 위대한 레이싱 드라이버인 아일톤 세나나 미하엘 슈마허, 루이스 해밀턴을 떠올려보세요. 그들은 모두 카트로 운전 실력을 키웠습니다. 변속기가 없는 카트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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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MOTOR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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