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자동차 카탈로그, 어디까지 봤니?

맞다. 이번 생에는 글렀다. 애꿎은 카탈로그만 뒤적였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자동차 브랜드별 카탈로그 이야기

2019.07.10

가로 X 세로 X 두께 230 X 220 X 8~12mm 무게 324~429g 83~94페이지 국문

 

MASERATI 카탈로그의 정석

좋게 말하면 친절하고 나쁘게 말하면 ‘설명충’이다. 카탈로그만 완독하면 차를 타지 않고도 마세라티 오너인 척 알은체하기 충분하다. 한글로 적혀 있어 읽기 편하다. 다른 브랜드는 인테리어 트림에 관해 설명할 때 단순히 ‘카본 파이어 트림과 우드 트림이 있다’ 정도로 이야기한다면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예술가가 세 가지의 목재로 제작한 로베레 우드 트림의 원목은 유서 깊은 로베레 가문의 상징으로 은은한 광채를 띠는 차별화된 면모를 보여준다’라고 길게 풀어 설명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글만 길어지면 카탈로그가 아니라 책이 될 것을 경계했는지 글만큼이나 사진도 풍부하다. 기블리 한 가지 모델만 다룬 카탈로그가 94쪽이나 되는 이유다. 콰트로포르테와 르반떼도 비슷한 수준이다. 유독 앞모습 사진이 많은데 마세라티 특유의 삼지창 엠블럼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중간에 날개 접지(양문형 냉장고를 여는 것처럼 펼쳐 열 수 있도록 한 내지)를 넣어 차를 크고 극적이게 보이는 효과를 줬다.

 

1 가로 X 세로 X 두께 380 X 305 X 3mm 무게 301g 8페이지 국문 2 가로 X 세로 X 두께 240 X 240 X 16mm 무게 917g 59페이지 영문

 

FERRARI 소장 가치 120%

돈을 주고 사야만 할 것 같다. 물론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비매품이다. 표지부터 남다르다. 일부러 구기려고 해도 잘 접히지 않을 정도로 두껍고 단단한 종이를 표지로 사용했다. 마치 전시회 도록 같다. 내지 역시 도톰하다. 사진과 글을 분리해 배치한 다른 카탈로그와 달리 페라리는 거의 모든 글을 사진 위에 올렸다. 흰 여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페이지도 사진이 없는 페이지가 없는데 주인공은 빨간색 포르토피노 한 대뿐이다. 같은 모델이어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려 애쓰는 경쟁 모델의 카탈로그와 구분되는 점이다. 사진 배경을 낮과 밤, 바다와 산, 도시와 시골을 넘나들며 다양한 구도로 찍은 덕에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 놀라긴 이르다. 페라리는 카탈로그와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했다. QR코드를 찍으면 동영상이 재생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동영상 종류도 다양해서 주행 영상 외에 인포테인먼트 조작 방법이나 시트나 헤드라이트를 클로즈업한 화보 영상 등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한글로 된 카탈로그는 책자 형식이 아닌 카드 형식인데 영문 카탈로그의 내용을 압축시켜 놓은 모양새다.

 

가로 X 세로 X 두께 200 X 240 X 5mm 무게 273g 63페이지 영문

 

MCLAREN 잡지 에디터가 카탈로그를 만든다면

같은 영국 태생 브랜드인데 애스턴마틴과 맥라렌의 카탈로그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애스턴마틴이 근사한 화보에 가까웠다면 맥라렌은 정보 가득한 자동차 전문지 같다. 흔히 ‘표2’라고 부르는 표지 바로 다음 장부터 글과 사진을 빽빽하게 넣었다. 사진에 번호를 붙인 후 캡션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제목, 전문, 본문으로 이어지는 글 구성 역시 잡지와 닮았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제원표는 기본이다. 특이한 점은 맥라렌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혹은 손톱만큼 작게 들어간) 풍경 사진을 큼지막하게 여러 장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차를 노출하지 않고도 웅장한 대자연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끌어 올리려는 노림수다. 이 밖에도 표지에 벨벳 코팅을 씌워 부드러운 촉감을 구현한 점과 멤버십 안내 파트만 광택 없는 ‘스노 화이트지’로 처리한 것도 맥라렌이 카탈로그에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디테일이다.

 

1 가로 X 세로 X 두께 300 X 245 X 11mm 무게 605g 54페이지 영문 2 가로 X 세로 X 두께 295 X 220 X 6mm 무게 218g 44페이지 영문 3 가로 X 세로 X 두께 295 X 220 X 3mm 무게 151g 24페이지 영문

 

ASTON MARTIN 닮은 듯 닮지 않은

표지 이야기다. 애스턴마틴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DBS, DB11, 밴티지의 카탈로그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떤 차가 라인업의 맏형인지 알 수 있다. 누가 영국 차 아니랄까 봐 카탈로그에도 작위 제도를 적용한 것 같다. 상위 모델인 DBS의 카탈로그 표지는 두꺼운 하드커버에 금박을 두르고 단행본처럼 제본했다. 반면 밴티지는 중철 제본을 이용해 엮었다. 중철 제본은 두꺼운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고정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DBS와 DB11은 표지와 내지 모두 무광이지만 밴티지만 유광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용 구성도 다르다. DBS가 ‘사진 많이, 글 조금’이라면 DB11은 ‘사진 반, 글 반’이고 밴티지는 ‘사진 작게, 글 많이’다. 당연히 페이지 수도 DBS가 가장 많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구석도 있다. 왼쪽 오른쪽 페이지를 한 장의 사진으로 가득 채우는 ‘스프레드 컷’이 카탈로그 중간중간 쓰였다. 두 페이지를 꽉 채운 실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동승석에 앉아 차를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1 가로 X 세로 X 두께 210 X 295 X 2mm 무게 108g 12페이지 국문 2 가로 X 세로 X 두께 240 X 180 X 8mm 무게 263g 69페이지 영문

 

ROLLS-ROYCE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여러 카탈로그 중 글이 가장 적다. 여백이 많고 사진은 더욱더 많다.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환희의 여신을 클로즈업해 표지 모델로 썼다. 표지를 넘기자마자 한 장의 흑백사진이 등장하는데 ‘실버 고스트’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롤스로이스 ‘40/50hp’ 모델이다. 롤스로이스의 시조 같은 차다. 사진 말고 아무런 설명이 없는데도 롤스로이스의 오랜 역사가 느껴진다. 팬텀 EWB로 시작해 고스트, 레이스, 던으로 이어지는 구성인데 사진과 글의 배치가 일정하다. 달리는 모습보단 코치 도어를 열고 서 있는 사진이 많다. 반복되는 레이아웃 탓에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사진 속 차의 외장과 내장 컬러를 주황, 보라, 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 보는 재미를 줬다. 내장된 시계와 크리스털 장식, 엠블럼이 박힌 운전대를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롤스로이스만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어로 된 글로벌 공용 카탈로그 말고 한글 버전 카탈로그도 있지만, 분량과 구성이 천지 차이다. 국내용은 스토리텔링보단 가격과 옵션 사항을 전달하는 카탈로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가로 X 세로 X 두께 295 X 185 X 13mm 무게 732g 102페이지 영문

 

LAMBORGHINI 알록달록 팔레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공통점은 이탈리아 출신 화가라는 것이다. 기나긴 중세를 거쳐 유럽 문화의 근간이 되는 르네상스를 꽃피운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카탈로그는 화가의 팔레트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자랑한다. 게다가 펄이 들어가거나 광택이 있는 색은 반들반들한 코팅을 입혀 최대한 실제 차와 같도록 묘사했다. 참고로 광택 있는 코팅을 사용하면 제작 비용이 커지는데 우라칸 카탈로그에는 수십 군데 이상 이런 코팅이 입혀져 있다. 세상에 이런 색깔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색깔을 선보인 것에 비해 페이지 구성은 단순하다. 왼쪽에 사진이 있으면 오른쪽에 글이 있고, 오른쪽에 사진이 있으면 왼쪽에 글이 있는 2분할이 대부분이다. 카탈로그 후반부에 휠 종류와 센터페시아 버튼을 설명하는 부분 외에는 전부 사진이 페이지를 가득 채울 만큼 크다. 또한 람보르기니는 카탈로그를 통해 ‘잘 달리는 우라칸’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하는 듯 보인다. 달리고 있는 컷은 21장인데 정지 컷은 3장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자동차 카탈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PENN 스튜디오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