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기 슈퍼카 그 이상,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단지 또 하나의 멋진 전기 슈퍼카가 나왔을 뿐일까? 정말 그뿐일까?

2019.07.11

 

지난달 이 칼럼을 통해 3월에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팔렉스포 전시장이 “이탈리아 슈퍼카를 닮은 전기차 혹은 전기 구동계를 갖춘 이탈리아 슈퍼카로 가득했다”고 쓴 바 있다. 바티스타는 그중 최고도, 최악도 아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이탈리아 북부 카로체리아들 중 가장 고귀하고 존경받는 곳(비록 지금은 인도 마힌드라가 소유하고 있지만)에서 비롯된 특별함을 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순수 경주차라 할지라도 우아하고 세련된 고전미를 담아 빚어낸 피닌파리나다. 그들이 손수 제작한 모든 차가 그랬듯 바티스타 역시 아름답다.

 

존경받는 창업자에 대한 경의의 표현으로 이름 지은 이 차는 유감스럽게도 전통적인 피닌파리나의 완벽한 디자인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일반적인 이탈리아 슈퍼카에 더 가깝다. 강력한 V12 엔진이 알맞을 듯 보이는 넉넉한 흡기구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는 1000마력도 넘게 뿜어내는 전기모터와 브레이크의 열을 식히기 위해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형태적으로는 어떻게 보더라도 전기 구동계를 쓴 차라는 게 표현되지 않았다. 바티스타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라기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존재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에 제시한 과시적 소비 개념의 완벽한 본보기인 이런 슈퍼카들은 실제로 사용하기보다는 욕망의 대상으로 즐기기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일단 크로아티아산 리막의 섀시로 만든 바티스타의 시각적인 세부 요소부터 살펴보자.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작은 헤드램프 안쪽에서 시작해 둥글게 휘어져 창으로 이어지는 앞 펜더의 날카로운 선이 강하게 도드라진다. 앞쪽 휠하우스 바로 뒤에서 시작한 뚜렷한 윤곽선은 차체 뒤쪽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솟아오른다. 이어 차체 위쪽을 따라 개방된 물방울 형태의 흡기구를 감싸듯 지나 안쪽까지 깊이 파고든다. 윤곽을 조절하기 위해 뒤 펜더 바깥쪽 표면에 그은 선은 뒤에서 봤을 때 물결처럼 보이는 면을 만들어 강인한 인상을 강조한다.

 

날개 형태의 맨 앞부분 끝을 가로지르는 가는 홈은 헤드램프로 이어져 올라가면서 차체만큼 넓은 앞쪽 주 공기흡입구의 외곽선을 만든다. 그 위로 오목하게 파인 부분은 일곱 개의 흡기구로 나뉘었다. 여러 층을 이룬 차체 뒷면에는 자동 에어브레이크 플랩이 두 부분으로 나뉜 듯 보이지만 실은 하나다. 가운데가 연결됐다. 바티스타에 과거 피닌파리나의 작품에서 볼 수 있던 특징들의 응집력이 부족하다면, 아마도 강력한 제한조건 때문일 것이다. 차를 만든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는 별도로 분리된 피닌파리나 디자인 서비스에 이 차의 디자인을 맡기면서 가혹한 여러 조건을 요구했다. 그 중 가장 엄격했던 것이 ‘전혀 페라리 같아 보이지 않게 만들 것’이었다. 그건 힘든 일이다. 특히 피닌파리나에게는.

 

 

앞측

보닛을 가로지르는 세 단의 커다란 공기배출구 뒤로 검은색 패널이 바로 이어졌다. 이 검은색 패널은 시각적으로 보닛이 짧아 보이게 한다.
앞바퀴 뒤쪽의 볼록한 부분에서 도어 뒤쪽으로 뻗은 날카로운 선의 안쪽에 볼록한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빚어지는 조형미가 실로 대단하다.
3 그리고 특별한 시작점 없이 나타나는 또 하나의 날카로운 선으로 이어진다. 이 선은 뒷바퀴 위쪽 펜더의 형태를 만들고 테일램프에 닿기 전 뒤쪽 차체 표면으로 사라진다.
4 뒤쪽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선이 안으로 꺾이면서 부드러운 곡선이 나타난다.
광범위한 부분을 오목하게 다듬은 차체 측면은 아래쪽 문틀을 향해 바깥쪽으로, 휠하우스를 향해 뒤쪽으로, 주 공기흡입구를 구분하는 뚜렷한 선을 향해 위쪽으로 부풀어 오른다. 또한 표면을 대각선으로 잘라낸 부분은 브레이크 냉각용 공기흡입구 역할을 한다. 복잡하지만 우아하다.
6 위에서 내려다볼 때 차체 앞쪽 끝 휘어지는 부분에서 시작하는 이 오목한 부분은 앞쪽 휠아치까지 이어진다. 볼록한 부분과 오목한 부분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한 것이 바티스타의 특징이다.
거대한 ‘입’을 강조한 형태 덕분에 차체 앞이 상어를 닮았다.

 

 

옆모습

1 전면을 가로지르는 이 U자 모양의 가는 홈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물론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한다.
2 차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흡입했던 공기를 최소 세 개의 가로형 공기배출구를 통해 차체 앞쪽 위로 흘려보낸다.
3 페라리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일부 SUV의 C필러 처리 형태가 떠오르는 모양새다.
4 이 우아하고 기다란 곡선은 속임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깥쪽으로 부풀었다가 마치 날개와 같은 형상으로 바뀐다. 그러고는 다시 안쪽으로 휘어져 차체 중심에 다가간다.
5 휠을 감싸는 형태의 펜더를 만들기 위해 차체 표면에 그은 이 선은 테일램프 바깥쪽 끝을 향한다. 여기에 날개 모양의 에어브레이크 플랩 아래 가로로 길게 놓인 데크의 윤곽으로도 이어진다. 어딘가 미묘하고 우아한 동시에 공기역학적으로도 효율적일 것이다.
6 무척이나 많은 요소가 여기 담겼다. 붉은색 강조선은 솟아오르다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고, 맨 하단의 직선은 그대로 곧게 뻗었다. 차체 측면은 뒷바퀴를 감싸기 위해 바깥쪽으로 부풀었다. 이 요소들이 어우러져 삼각형 흡입구가 빚어졌다. 정말 멋진 작업이 이뤄졌다.
7 앞쪽 끝 가느다란 홈에서 비롯된 이 산뜻한 선은 차체 앞쪽 표면에서부터 뒤쪽 받침대 없이 떠 있는 날개 부분까지 매우 복잡한 측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8 앞쪽 끝 하단의 립 스포일러는 GT 경주차의 바닥판을 연상케 하고, 차체 윤곽선을 확실히 상어처럼 보이게 한다.

 

 

뒤측

1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메랑 모양인 테일램프는 바로 뒤에서 보면 시원스러울 만큼 단순한 직선이다.
차체 너비만큼 뻗어 있는 이 평평한 데크는 평범하지는 않아도 매우 적절한 형상이다.
3 에어브레이크 플랩은 바깥쪽 끝부분에서 멋진 곡선을 이룬다.
4 이 공기흡입구는 단순히 검은색 구멍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세심하게 다듬은 덕에 조화로운 형태를 띤다.
5 차체 바닥면은 곧고 평평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차체 측면은 안쪽으로 파고들어 공기가 뒤쪽 브레이크로 흘러들게 한다. 앞뒤 모두 휠아치가 시작하는 부분이 검게 칠한 바닥면과 시각적으로 분리돼 있어 눈길을 끈다.
6 차체 측면과 뒷면 사이에 이렇게 날카롭게 꺾인 부분은 SUV를 비롯한 여러 차종에서 볼 수 있으며 늘 같은 이유로 존재한다.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것이다.

 

 

앞모습

1 법적 규제 때문에 카메라 대신 커다란 사이드미러를 달아야 한다면, 조형적으로 멋지게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의무다. 물론 멋지게 완성됐다.
2 고정된 날개 형상으로 솟은 가느다란 홈 안쪽으로 작은 가로선이 살짝 드러난다.
3 표면을 산뜻하게 꺾은 이 부분은 디자인의 핵심으로 뒤쪽 날개까지 이어진다.
4 아름답게 만들어진 이 돌출부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눈에 들어온다.
5 실제 기능과는 상관없이 차체 앞 모서리 양쪽에 있는 이 작은 공기흡입구는 매우 진지해 보인다.
6 흡기구 양쪽에 평행하게 자리한 대각선 기둥은 공기가 흐르는 방향을 잡아준다.
7 이 날개는 마치 움직일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고정돼 있을 것이다.
8 표면을 분할하는 이 날카로운 선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앞쪽 끝부분에 형상이 바뀌기 시작하는 부분으로 향한다. 밝은 색상의 가로로 뻗은 단출한 곡선이 앞쪽의 날개 형상과 그 위 패널을 구분한다.

 

 

실내

1 두 개의 스크린은 일반적인 대형 직사각형은 아니다. 반면 완전한 수평선을 그리는 위쪽과 달리 아래쪽은 멋진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2 F1 경주차 같은 사각형도 아니고 항공기 조종간과도 다른 형태의 스티어링휠은 위아래가 평평하다. 멋있다. 잘 작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3 람보르기니가 이미 수십 년 전에 했던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로 볼 순 없다. 그럼에도 대조를 이루는 내장재는 여전히 영리하고 만족스럽다.
4 양쪽 좌석의 가죽은 똑같은 삼각형 패턴이 도드라지게 표현돼 있어 시각적으로 통일감을 준다.

 

 

뒷모습

1 펜더 위로 솟아오른 이 부분은 바로 앞에서 안쪽으로 비틀어 들어간 측면 외곽선이 마치 뒤로 계속해서 이어진 듯 보이게 한다.
2 수평면과 수직면이 날카롭게 전환하면서 만들어진 이 뚜렷한 선은 펜더의 돌출된 부분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러면서 시각적으로는 위쪽 윤곽선과 연결된다. 물론 물리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3 윤곽선은 아래로도 이어져 측면과 뒤쪽 표면을 수직으로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4 전면 하단 공기배출구는 뒤에서 더욱 커다란 형태로 반복되어 중앙 디퓨저 양쪽으로 뜨거운 공기를 배출한다.

 


 

 

인터뷰
카를로 본자니고

피닌파리나의 디자인 담당 부사장인 카를로 본자니고는 아우토모빌리 피닌파리나(이름은 같지만 구조적으로는 완전히 별개이며 뮌헨에 기반을 둔 제조업체. 바티스타의 차체 디자인을 의뢰한 회사)를 위해 자신의 팀이 한 일 중 가장 어려운 것은 ‘페라리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는 주어진 일을 해냈다. 피닌파리나는 지난 67년 동안 페라리의 공도용 모델 거의 대부분의 차체를 디자인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89년 된 이 디자인업체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끝내 임무를 완수했다. 의뢰 업체는 그 밖에 다른 요구사항도 네 가지로 요약해 제시했다. 호화로움을 강조할 것, 첨단 효과에 대한 갈망을 충족할 것, 이미 만들어진 섀시와 배터리팩을 그대로 사용할 것, 새로운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본자니고는 노련하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프랑스로 건너가 PSA와 일했는데, 그에 앞선 초반 경력은 피닌파리나에서 쌓았다. 그는 명쾌하게 생각하고 훌륭한 영어 실력으로 사려 깊게 자신을 표현한다. 또한 아트센터에서는 디자인 전공으로, 스위스 최고의 기술 대학인 ETHZ에서는 항공 엔지니어링으로 학위를 받아 현재 자신의 역할을 위한 자질 또한 잘 갖췄다. “전기차로서는 냉각 용량이 지나친 느낌”이라고 이야기하자, 그는 “바티스타는 브레이크만으로도 대다수 슈퍼카의 엔진보다 두 배 많은 열을 낸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차에는 다섯 개의 라디에이터와 함께 네 개의 전기모터가 있다. 피닌파리나의 프로젝트가 늘 그렇듯, 현실적인 근거를 충분히 고려해 구성됐다. 일례로 리막의 섀시는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운전석을 약간 앞쪽으로 옮겼다.

 

본자니고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느낌과 대비되는 호화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실내 디자인을 믿기 어려울 만큼 간결하게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제어부는 운전자 주변에 집중됐다. 스티어링휠에도 각종 버튼이 수두룩하고, 오른쪽 디스플레이 아래는 스위치가 일렬로 놓였다. 이 차는 한정 생산되고, 전량 디자인센터와 가까운 캄비아노의 피닌파리나 시설에서 만들어진다.글_Robert Cumberford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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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피닌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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