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목포는 뉴트로다, 목포

반나절 만에 매력에 푹 빠졌다. 사실 그게 뉴트로가 가진 힘이다

2019.07.19

목포를 돌아다닐 생각이라면 차가 있는 게 편하다. 면적이 넓진 않지만 언덕이 많기 때문이다. 단, 구도심은 주차 공간이 부족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목포대교를 
건너며 보는 노을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뉴트로’라는 여행 주제를 들었을 때 목포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뉴트로는 단순히 오래된 것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낡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 안에서 최신 감각과 어울리는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을 때 뉴트로가 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목포는 시간이 멈춰 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다. 뉴트로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1년 만에 다시 찾은 목포는 놀랍도록 달라져 있었다. ‘뉴트로 성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감각적이고 기발한 장소가 가득하다.

 

 

가는 길이 험난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굳이 테슬라 모델 S P100D를 시승차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온몸의 감각이 깨어날 만큼 짜릿한 성능도 성능이지만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브랜드의 기함과 목포의 레트로한 분위기가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궁금했다. 엔진 소음 없이 조용한 실내라면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로도가 적을 것 같았다. 문제는 주행거리.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475km를 달릴 수 있는 모델 S P100D지만 성인 남성 셋과 촬영 장비를 싣고 에어컨까지 틀자 주행가능거리가 부쩍 줄었다. 특히 고속으로 달릴수록 배터리 소모가 눈에 띄게 빠르다(모델S를 타면 천천히 달리기가 더 힘들다). 서울에서 목포까지 거리는 약 360km지만 목포에는 테슬라를 충전할 수 있는 슈퍼차저와 데스티네이션 차저가 없다. 점심을 해결할 겸 광주에 들러 충전을 해야만 했다. 슈퍼차저의 빠른 충전 속도 덕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왔을 땐 10% 미만이었던 배터리가 90%까지 차 있었다.

 

 

목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유달유업’이다. 목포의 상징과도 같은 유달산의 이름을 따와 지난봄 문을 열었다.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데 카페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가 느껴진다. 보기 드문 금속 철판을 이용해 만든 간판과 꽃무늬 커튼 사이로 보이는 나전칠기 장롱이 그렇다. 안으로 들어서면 ‘월간 메뉴’가 환한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월간 메뉴는 유달유업만의 독특한 메뉴판으로 옛 잡지 디자인을 사용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표지 모델과 메뉴도 진짜 월간지처럼 매달 바뀐다. 카페 곳곳에 인증샷 찍기 좋은 장소를 마련해 놓은 점도 센스 만점이다. 

 

 

제대로 된 여행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유달동 사진관’과 ‘연희네 슈퍼’로 가면 된다. 유달동 사진관은 목포 근대역사관 맞은편에 있는데 흑백사진만 찍어주는 사진관이다. 정갈한 모습의 사진관과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이 대비되어 묘한 매력을 풍긴다. 촬영한 다음 원하는 크기로 인화해 액자에 담을 수 있다. 유달동 사진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연희네 슈퍼도 빼놓을 수 없는 사진 명소다. 연희네 슈퍼는 2017년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1987>에 등장해 입소문을 탔다. 1년 전만 해도 간판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던 것과 달리 예전 택시(1세대 쏘나타)와 공중전화, 의상 등을 가져다 놓았다.

 

 

정신없이 쏘다녔더니 금방 허기가 졌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보통 이상은 한다는 목포지만 이왕이면 뉴트로에 어울리는 곳에 가고 싶었다. 목포 구도심에 자리 잡은 ‘다감하다’가 제격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다감하다는 식당보다 와인바에 가깝다. 대표가 손수 작업했다는 인테리어가 퍽 인상 깊다. 꽃무늬 벽지와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 레트로 느낌을 내는데 거기에 트렌디한 네온사인과 플랜테리어(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를 더했다. 살치살 스테이크와 수제 베이컨이 들어간 크림파스타가 시그니처 메뉴다. 최근 와인 시장에서 핫한 내추럴 와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독특한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마라 파스타도 좋다.

 

 

이른 아침 서울을 떠나왔는데도 다감하다를 나서자 하늘이 어둑어둑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니 모델 S를 재촉해 열심히 달려도 자정이 다 되어서야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약 목포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면 유달산 자락 조각공원 옆에 위치한 ‘청춘 게스트하우스’를 추천한다. 기와를 얹은 옛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방 안에 들어서면 원목에서 배어 나오는 나무 냄새가 은은하다. 입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

 

 

“여자친구랑 다시 오고 싶어요.” 하루 종일 촬영을 도운 김균섭 어시스턴트의 말이다. 처음엔 뉴트로에 시큰둥하던 그가 반나절 만에 그 매력에 푹 빠졌다. 사실 그게 뉴트로가 가진 힘이다. 익숙하게 다가와 새로운 감성을 전달하기 때문이다.글_박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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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PENN 스튜디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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