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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잡지사 놈들이 말하는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진입’

“남자라면 6바퀴”라는 말을 들어봤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모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장난처럼 하는 말이다. 그들에게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진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2019.07.24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이유는?나윤석처음 접한 건 아홉 살 많은 형님을 통해서였다. 덕분에 중학교 때부터 바이크를 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격한 교육자였지만 선입견이나 터부를 갖고 계시지 않았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고등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당구를 즐기실 정도로 개방적인 분이었다. 당구장 환경이 나쁜 것이지 당구가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게는 바이크도 똑같이 다가왔다.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면서 착실히 배워나갔다.

 

김선관모터사이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이유는 생각하는 그대로다. 위험하게 보이기도 했고, ‘양’스러운 무언가가 존재했다. 처음 모터사이클을 타게 된 이유는 순전히 직장 때문이었다. 모터사이클까지 탈 줄 알면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 때문에 탈 일이 드물다. 오로지 재미로 탄다. 올해로 4년 차. 주행할 때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그 기분은 고성능 로드스터가 주는 짜릿함 그 이상이고, 운전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 차와 하나가 된 기분을 준다. 꽉 막힌 서울 시내에선 거의 타지 않고 하루 날 잡아 투어로 즐긴다.

 

박호준솔직히 아직 좋아하는 수준은 아니다. 2종 소형면허에 합격한 것도 얼마 안 됐고 주행 경험도 촬영할 때 몇 번 타본 게 전부다. 국내외 여행 중 스쿠터를 잠시 빌려 탄 적은 종종 있다. 두 바퀴(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은 모터사이클을 종종 이렇게 부른다)를 탈 때마다 느꼈던 건 자유 또는 해방감이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 편하고 도착해서도 주차 걱정이 없다. 뛰어난 연비는 덤이다. 개인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바이크를 운전할 때 더 멋져 보인다.

 

 

사람들은 왜 ‘오토바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할까?나윤석선입견. 이 말에 답이 있다. 잘 모르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난 좋다, 난 싫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라이더들은 자동차들에 막연한 피해 의식이 있으며 자동차 운전자들은 바이크를 철부지의 장난감이나 빈곤층의 생계수단 정도로 인식하곤 한다. 무지몽매한 일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일부러 바이크를 밀어붙인다고? 세상에, 자기 차와 경력을 그렇게 망가뜨릴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바이크는 작으니까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바이크는 운전대를 돌리는 물건이 아니라 무게를 넘겨 핸들이 돌아가게 만드는 물건이라 오히려 방향 전환이 느리다. 서로 이해를 못 하니까(혹은 안 하니까) 싸우는 거다.

 

김선관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의 주행 스타일과 한번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치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모터사이클은 업무용과 레저용으로 나뉜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터사이클 대부분은 업무용이다.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는 무시하기 일쑤고 차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헤집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사고도 잦다. 차와는 다르게 운전자를 차체가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누가 모터사이클 탄다고 하면 뜯어말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모터사이클 ‘떼빙’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호준일명 ‘카더라 통신’의 영향이 크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옆집 철수네 사촌 형의 친한 친구 동생이 오토바이 타다 죽었다더라”식의 확인할 길 없는 소문 말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옆 동네 아무개가 물놀이 갔다 사고를 당했다고 평생 물놀이를 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 대신 수영을 배우거나 구명조끼를 입는다.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덮어놓고 ‘위험한 것, 시작도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 분위기가 부정적인 인식을 낳는다. 수영을 배우듯 바이크 타는 법을 배우고, 구명조끼를 입듯 안전장비를 갖추면 인식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나윤석바이크 이야기만으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어째서 정부는 어린아이를 과보호하는 부모처럼 행동하는 것인가? 과보호하는 부모 아래에는 자기 판단 능력을 상실한 마마보이, 혹은 반대로 무조건 반항하는 문제아가 생기기 쉽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면서 국민을 제대로 성인 대접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의 결과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 시민이다. 성장의 기회를 달라.

 

김선관반대한다.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진입은 권리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하며 개방을 주장하는 건 국내 현실을 이해하지 않고 ‘선진국이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한다’는 문화사대주의일 뿐이다. 여전히 불법을 일삼는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이 많다. 너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2종 소형면허 시험도 문제다. 그래서 실제 도로에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면허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 오를 상상을 하니 아찔하다.

 

박호준일본에 갔을 때 고속도로를 달리는 바이크를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어떻게 고속도로에 오토바이가 있어?”라고 일본인 친구에게 물었더니 오히려 그 친구가 더 놀란 얼굴로 “한국엔 없어?”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바이크가 고속도로를 달리지 못하게 할 명분은 없다. 이상을 가로막는 현상이 있을 뿐이다. 차근차근 고쳐나가면 된다. 우리가 언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 적이 있었나?

 

 

갑자기 전면 허용할 순 없지 않을까?나윤석해봐야 개선책이 나온다. 하지 말라면서 어떻게 국민 수준이 성숙한 뒤에 다시 생각하겠다는 말을 하는가? 일단 자동차 전용도로의 일부 구간을 시험 구간으로 열어주고 상황을 보며 정책을 더 세밀하게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라이더들은 바이크만 타면 교통법규를 어겨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대신 정부는 유럽처럼 막히는 시내에서는 자동차들이 차선 사이를 벌려 이륜차가 통과하는 레인 스플리팅(차간 주행)과 같은 현실적인 정책으로 라이더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으면서도 도로의 효율을 안전하게 높이는 길을 열어주기 바란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뜻이다.

 

김선관정부는 2종 소형면허 시험의 난도를 올리고 도로 연수를 포함해야 한다. 도로 연수에 고속도로 주행도 필수다. 모터사이클 운전자들의 헬멧뿐 아니라 어깨, 가슴, 척추, 골반, 무릎 등 보호대 착용까지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 고속도로 주행은 시내보다 빠르다. 한번 사고가 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 흐름에 맞추려면 규정 속도에 도달해야 하니 600cc 이상 모터사이클만 고속도로 진입 허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다만 이런 것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운전자 간의 소통과 이해, 배려다.

 

박호준40년 넘게 금지했던 걸 단숨에 허용할 순 없다. 2종 소형면허 시험의 난도를 올려야 한다는 데 매우 공감한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해진 코스만 돌다가 면허를 받는 지금의 면허제도로는 고속도로를 달릴 만한 능력을 갖출 수 없다. 모터사이클용 과속 단속 장비도 도입해야 한다. 바이크는 번호판이 뒤에만 달려 있어 현재 운용 중인 카메라로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이 자주 범하는 교통법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할 때 생길 나비효과는?나윤석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분법과 극렬한 대치, 대화의 상실이다. 그 대표적 예가 이륜차 정책이다. 만일 이륜차가 꽤 괜찮은 도시형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고속 도로에서도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줄 아는 성숙된 시민으로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일 것이다.

 

김선관독일같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고속도로에서 함께 달리는 유연한 교통 상황을 기대하지 않는다.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주행 허용 여부는 바퀴가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모터사이클을 조종하는 운전자의 성숙도에 달렸다. 모터사이클 면허제도 개선과 실용적인 교육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설령 고속도로 주행을 허용한다고 해도 사고율은 증가할 거고 운전자와 모터사이클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박호준국내 이륜차 시장이 조금은 활성화되지 않을까?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이륜차 산업은 규모가 너무 작다. 특히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은 수입 브랜드가 장악한 지 오래다. 서울처럼 사람 많고 차 많은 대도시에서는 자동차보다 바이크가 기동력이 뛰어날 때가 많다. 만약 많은 사람이 자동차 대신 바이크를 탄다면 대기오염 문제와 주차공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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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BMW 모토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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