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쉐보레의 권토중래

쉐보레는 국산차인가 수입차인가? SUV 라인업을 강화하는 쉐보레가 수입차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9.08.08

 

SUV 전성시대에 쉐보레의 마음은 편치 않다. 판매 가능한 SUV는 소형 트랙스와 중형 이쿼녹스뿐이다. 경쟁사들이 소형, 중형, 대형, 픽업트럭 등으로 SUV 전성기를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쉐보레의 SUV 라인업은 좀처럼 확장되지 못했다. 물론 하고 싶어도 생산과 개발의 분리에 따른 내부 갈등, 그리고 누적 적자 등이 기업 생존의 발목을 잡았던 탓이다. 그러나 갈등이 봉합되고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쉐보레가 달라지려 한다. 슬며시 계획을 물어보니 한마디의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는 쉐보레도 SUV다.”

 

1~6월 성적표를 보면 나쁘지 않다. 트랙스는 전년 대비 28.8%, 이쿼녹스는 181.3%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워낙 판매가 저조했던 탓에 올해 유달리 많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흔히 말하는 기저효과다. 그럼 지난해는 대체 어떠했기에 기저효과라 부를까. 지난해 1~6월 트랙스는 4838대, 이쿼녹스는 385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트랙스 6233대와 이쿼녹스 1083대로 집계됐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대로 바닥을 치고 반등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쉐보레는 약간 안도한다. 특히 소형 SUV 트랙스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에서 거둔 성적임을 들어 ‘선방’으로 분류한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기아 니로, 현대 코나 등이 포진한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이제는 그보다 작은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도 대기 중이다. 그러니 하반기도 상반기 정도의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문제는 이쿼녹스다. 싼타페와 쏘렌토에 밀려 좀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내부적으로 가격 등을 어려운 이유로 꼽기도 하지만 현대·기아 투톱에 코란도까지 등장하며 주목도가 떨어져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소비자 시선을 끄는 일에 집중하는 중이다. 그리고 방법으로 쉐보레가 떠올린 것은 대형 SUV 트래버스와 중형 픽업 콜로라도 론칭이다. SUV라는 장르가 개척되고 자라난 곳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정통 아메리카 SUV를 표방하며 ‘쉐보레=정통 SUV’ 이미지를 추구하려 한다. 최근 미디어와 접촉을 늘리며 최고 경영진이 강조하는 제품 또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임은 사실이다. 두 제품이 모두 완비되면 쉐보레는 ‘트랙스-이쿼녹스-트래버스-콜로라도’로 연결되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이들을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다시 한번 권토중래(捲土重來)하겠다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쉐보레의 고민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향후 추가로 생산하고 도입할 차종의 리스트다. 현재 한국지엠 부평 1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종은 트랙스다. 2공장은 중형 세단 말리부를 만들고 창원공장은 내수용 스파크, 다마스, 라보 등의 경차를 생산한다. 내년이 되면 1공장에서 트랙스 후속인 트레일 블레이저가 본격 생산돼 국내에 투입된다.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에 새차를 내놓는 것이니 기대가 높다. 하지만 ‘쉐보레=SUV’ 이미지 구축을 위해 전격 투입하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효과가 현대·기아와 쌍용차의 벽에 부딪혔을 때가 문제다. 나름 공격력을 최대한 높였지만 기업은 언제나 잘됐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를 동시에 고려하기 마련이다.

 

궁금증에 대한 답은 화려한 SUV 제품군의 보유로 돌아왔다. 추가로 타호와 서버번도 있고, 나아가 콜로라도 외에 4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실버라도 픽업, 그리고 콜로라도와 실버라도의 상용 버전까지 즐비한 점은 ‘쉐보레=정통 SUV’를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말이다. 게다가 국내에선 매우 중요한 디젤 엔진 제품군도 적지 않다. 트래버스를 제외한 콜로라도와 실버라도 픽업, 그리고 상용 미니밴 익스프레스 등에 이미 디젤 엔진이 탑재돼 있다.

 

이를 미래의 제품 전략을 통해 쉐보레가 바꾸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도입하면서 이들이 수입차라는 점을 내세우는 게 대표적이다. 정통 SUV 및 픽업이자 수입차라는 점을 부각해 쉐보레도 점차 한국에서 여러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수입차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쉐보레 명찰이 부착된 제품 가운데 국내 생산 승용차는 스파크와 트랙스, 그리고 말리부밖에 없다는 점에서 SUV 부문의 해외 도입 차종의 증가는 차라리 쉐보레의 정체성을 수입 브랜드로 가져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한국은 여전히 ‘수입차=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노린다는 의미다.

 

그도 그럴 것이 쉐보레 브랜드의 태생은 미국이다. 미국에서 쉐보레의 브랜드 파워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을 인수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쉐보레를 한국 브랜드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니 쉐보레를 국내 브랜드로 여기는 것 자체가 오히려 쉐보레로선 마이너스라고 판단했다. 만약 당시 포드가 대우를 인수했다면 수입 가솔린 대형 SUV 1위라는 익스플로러도 국산차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래서 쉐보레는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수입을 계기로 ‘쉐보레=수입 브랜드’ 작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에 맞서는 한국기업 이미지는 점유율 확산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실제 개발, 생산, 판매가 분리되는 트렌드라면 차라리 생산국가의 정통 이미지가 보다 유리한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권토중래를 노리는 쉐보레에게 정통 SUV와 미국산 수입차라는 사실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따름이다.글_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MBC 라디오 차카차카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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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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