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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연한 여명에 빛난다, 롤스로이스 던

던에 도취됐던 그날, 그 기운이 조금도 흩날리지 않는다. 날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모든 순간이 좋았다

2019.08.12

 

지붕 끝이 살짝 들리며 벌어진 틈으로 가는 햇살이 찬연하게 드리운다. 마치 기나긴 새벽 끝에 발갛게 차오르는 여명처럼. 그래서 이름이 던(Dawn)인 걸까? 어둑한 던의 실내에 동이 튼 듯 뽀얀 햇빛이 조금씩 담긴다.

 

 

빛은 서둘러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의식을 치르듯 고상하게 열리는 소프트톱의 몸짓에 맞춰 우아하게 확장한다. 롤스로이스는 이 고운 몸짓을 ‘침묵의 발레(Silent Ballet)’라고 부른다. 발레를 시작한 던은 지붕 뒷자락 끝을 위로 치켜들고는 목재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캐나들 패널(Canadel Panel)’을 활짝 열어젖힌다. 지붕 앞 끝단도 바짝 들어 올린다. 그러고는 그대로 뒤집으며 소프트톱을 수납함 아래로 가지런히 접어 넣는다. 지붕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시간은 22초. 시속 50km까지는 버튼 하나로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고요하게 오간다.

 

 

천으로 만든 지붕은 여섯 겹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빈틈없이 단단히 여몄다. 팽팽하게 펼쳐진 천 지붕은 속도를 높여도 파르르 떨면서 품위를 잃는 법이 없다. ‘프랑스 솔기(French Seam)’ 덕분이다. 솔기(봉제선)를 뒤집어 기워 마감한 흔적이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지붕 표면이 매끈하다. 표면에 흐르는 바람은 그저 얌전히 흘러갈 뿐이다. 지붕이 닫힌 실내에는 나지막이 깔리는 음악 이외에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던은 세상 가장 한적한 컨버터블이 된다. 세상 가장 낭만적인 공간이 된다.

 

 

던을 이끄는 건 파르테논 신전 위로 날아오르는 환희의 여신이다.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로 조각된 여신은 차갑기보다 신비롭다. 윈드실드 주변과 웨이스트라인 전체를 휘감은 금속 마감도 차갑기는커녕 따사롭다. 햇살을 머금고 반짝거리는 모습에 온기가 잔뜩 배어들었다.

 

 

역시 던은 여명에 가장 빛난다. 낮은 고도에 머무는 붉은 태양 아래 던은 청아하게 빛날 뿐이다. 뒤에 남겨진 그림자는 마치 낭만이 스민 여운처럼 길쭉하게 늘어질 뿐이고. 던에 도취됐던 그날, 그 기운이 조금도 흩날리지 않는다. 날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모든 순간이 좋았다.글_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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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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