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일본의 수출 규제와 자동차 산업

일본 수출 규제의 화살이 국내 자동차 산업으로 향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2019.08.13

 

“요즘은 다음 달 있을 신차 발표회 때문에 주말도 없어요”라고 말했던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가 있다. 경쟁사와는 달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 브랜드에게 신차 발표회는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중요했다. 하지만 행사는 취소됐다. 일본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그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눈에 띄는 행사를 주최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불매운동의 적절성에 대한 것이 아니다. 불매운동은 개인의 신념을 표현하는 방법이며, 시장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저항 수단의 하나다. 그리고 불매운동의 효과는 사회의 공감대가 얼마나 크게 형성됐는가, 시장 규모가 공급자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신념을 정리한 뒤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개인이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책임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나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아가 우리 자동차 산업이 이번 사태에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고 싶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이면서도 일본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일본의 경제 보복 순서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들의 첫 번째 공격 대상은 지금 진행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지만, 두 번째는 자동차가 될 수 있다. 일본이 가장 경계하는 우리나라 기업을 이야기할 때 첫 번째로 거론하는 것이 삼성이고, 두 번째가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일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부터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겠지만 시작한 일본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일본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지배적인 과점 공급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소재나 원료를 공급하지 않아 우리나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의 생산이 차질을 입으면 일본도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겨 완제품 생산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의 시장 점유율을 생각할 때 단기적으로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이 세계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은 단기적으로는 세계의 많은 국가로부터, 장기적으로는 특히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으로부터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원료에 대한 제재를 장기전으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만약 일본이 이번 국면을 오래 지속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다음 단계로 제재의 폭을 넓히면서 두 번째 타깃인 자동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처럼 세계 최강은 아니다. 또 우리나라 자동차가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판매되는 국산차가 거의 없으므로 일본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설비 과다에 처한 세계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속으로 반길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매우 취약하다. 기술적으로도 우리가 일본에 의존하는 것이 크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은 고용 효과 등에서 국내 정치와 사회적 파장이 더욱 크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안정과 정치 지형을 뒤흔들기에 적합한 대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일본이 우리와의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이번 사태를 끝까지 몰고 갈 작정이라면 자동차 산업은 매우 적절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다. 솔직히 현재로서는 또렷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경영 구조를 개편하는 것에서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성장과 경쟁력을 위해 하청 구조인 그 아래 부품 회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면 국내 중소기업도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다. 지난 IMF 금융위기 때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80% 이상이 외국계로 넘어갔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는지를 알려준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의 명확한 선포와 추진이다. 방향이 정확하다면 과정의 어려움은 견딜 수 있다.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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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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