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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뭐예요?

요즘 자동차 보도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그런데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뭐지?

2019.08.22

포드의 신형 쿠가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다.

 

요즘 자동차에 관한 자료를 살피다 보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랜드로버는 새로운 이보크를 출시하면서 브랜드에서 처음으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디젤 엔진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아우디는 2020년형 S8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 효율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대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뭐기에?

 

자동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배터리, 전기모터를 결합해 저속으로 달릴 땐 일정 거리까지 배터리로만 달릴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모델마다 배터리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다른데, 29.1kWh 니켈수소 배터리를 얹은 렉서스 ES 300h는 전기모터로만 2km 남짓 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쉽게 말해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용량이 작은 배터리를 얹은 시스템을 말한다. 보통의 내연기관차는 보닛 아래에 12V 배터리를 담고, 이 배터리로 주행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자동차는 12V 배터리 말고 추가로 48V 배터리를 품고 있다(참고로 렉서스 ES 300h의 배터리 전압은 245V다). 그런데 왜 48V 배터리일까? 배터리 용량이 크면 전기모터로 갈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고, 당연히 연료 효율도 높아진다. 하지만 커다란 배터리를 넣을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안전과 관련된 부품이나 장치를 추가로 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인체에 안전한 전압의 상한선을 48V로 규정했다. 48V 배터리까진 따로 안전 관련 부품이나 장치를 더하지 않고도 차에 적용할 수 있단 얘기다. 게다가 48V 배터리는 부피가 작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에 쉽게 덧붙일 수 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운전석 아래 48V 배터리가 있다.

 

하이브리드와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차이는?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가장 큰 차이는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EV 모드의 유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배터리 용량이 작아 EV 모드가 없다. 그래서 실제로 운전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이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 그럼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뭐가, 어떻게 다를까?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5Ah 리튬이온 파우치 셀 14개가 붙은 48V 배터리를 운전석 뒤쪽 바닥에 깔고 그 앞에 컨버터를 배치했다. 48V 배터리와 컨버터는 엔진 아래에 있는 BiSG(Belt Integrated Starter Generator)와 연결돼 있는데 스톱 앤 스타트를 좀 더 늦추거나 시속 17km 이하로 속도를 줄일 땐 미리 엔진 구동을 멈춰 깨알같이 엔진 소모를 줄인다. 브레이크를 밟을 땐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기도 한다. 랜드로버는 이보크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8%, 연료 소모를 최대 6%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이보크 D180 모델의 공인 복합연비(국내 기준)는 리터당 11.9km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2g/km다. 토요타나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지만 48V 배터리와 컨버터, 전기모터로 조금이나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연비를 높일 수 있다는 건 브랜드에겐 큰 소득이다. 기존의 엔진과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엔진과 플랫폼을 개선하거나 새로 개발하느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서둘러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하는 것도 이 이유가 크다.

 

폭스바겐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폭스바겐 그룹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폭스바겐 그룹이다. 폭스바겐은 8세대 골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다고 밝혔다. 구조는 이보크와 비슷하다. 조수석 바닥에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깔고, 그 앞에 DC/DC 컨버터를 달았다. 엔진 아래에 있는 48V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BSG)가 배터리, 컨버터와 연결돼 있는데 시동을 걸었을 때 순간적으로 전기모터가 구동 바퀴에 토크를 높여 힘을 보태고, 엔진 소모를 줄여준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땐 운동 에너지가 전기 에너지로 바뀌며 배터리에 저장된다. 폭스바겐은 최대 40%의 제동 에너지를 회수해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 앤 스톱이 한결 매끈해져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진동이 거의 없이 부드럽게 시동이 걸린다고도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골프를 시작으로 티구안 등 앞으로 선보일 모델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겠다는 계획이다.

 

아우디는 뒷바퀴 사이에 48V 배터리를 얹고 있다.

 

아우디는 2017년 공개한 4세대 A8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일찌감치 적용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디젤 엔진은 물론 휘발유 엔진 모델 모두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한 건 아우디가 처음이다. 아우디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보크나 골프와는 구조가 조금 다르다. 12V 배터리를 조수석 뒷바퀴 뒤쪽에 놓고 그 위에 DC/DC 컨버터를 올렸다. 48V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바퀴 사이에 자리한다. 엔진 아래 놓인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는 열심히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엔진을 종종 쉬게 한다.

 

아우디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특별한 건 시속 55~160km로 달릴 때 타력 주행으로 엔진이 일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엔진을 최대 40초까지 멈추게 해 연료 소모를 줄인다는 거다. 이때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으면 엔진은 다시 움직인다. 이 밖에 시속 22km 이하로 달리면서 멈추려고 할 때도 엔진이 미리 멈춰 효율을 높인다. 아우디는 100km를 달릴 때 최대 0.7ℓ의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형 A6에도 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얹힌다.

 

하지만 아우디가 단순히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는 건 아니다. 최근 S8이나 SQ7 등 고성능 모델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는 이유는 또 있다. 48V의 넉넉한 전력을 터보차저를 제어하는 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대신 전기모터가 터보차저를 제어하면 터보 지체 현상을 줄일 수 있고, 반응 속도도 높일 수 있다. 이렇듯 모델에 따라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이용 가치도 달라진다.

 

유럽에서만 판매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현대 투싼

 

유럽에만 파는 현대·기아 마일드 하이브리드그렇다면 국산차는 어떨까? 현재 국산차 가운데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은 없다. 그럼 없는 것 아니냐고? 그렇진 않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지난해 각각 스포티지와 투싼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기아는 이미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스포티지 콘셉트를 선보인 적이 있다). 기아가 ‘뉴 에코다이내믹 플러스 48V 디젤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라고 이름 붙인 이 시스템은 아우디처럼 뒷바퀴 뒤쪽 바닥에 48V 배터리를 깔고 그 위에 DC/DC 컨버터를 올렸다. 엔진이 필요 없는 순간 엔진을 멈추는 ‘오프 타임’이 길어졌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국제연비측정표준방식(WLTP) 기준 최대 4%까지 줄었다는 게 기아 측의 설명이다. 조만간 국내에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떤 모델이 어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고 출시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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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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