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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황당한 논리와 더 황당한 가짜 뉴스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강하다. 저런 일에 흔들릴 정도 아니다. 자신감을 갖자

2019.09.05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다. 이는 2012년 5월 우리나라 대법원이 식민지배 기간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과 무관하다고 확인한 때부터 시작했다. 이 판결이 작년 10월에 확정되고 법원이 이를 근거로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이에 반발하면서 반도체와 LCD 패널의 핵심부품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이후 여러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사실 이는 극우로 치닫고 있는 아베 정권이 자초한 일이자 명백한 그들의 잘못이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우세한 부분에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대체재를 찾거나 국내 산업 기반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태의 시작은 반도체와 LCD 스크린이라는, 누가 봐도 한국이 세계 최정상의 기술과 판매량을 지닌 산업군이었고 다음 표적이 자동차라는 말이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국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총 수출액 4954억 달러 중 13%가 넘는 657억 달러가 자동차다. 일본으로 완성차를 수출하는 것은 거의 없지만, 부품 중에 일본제가 쓰여야 하는 것들은 분명 있을 테니 일본의 수출 제재가 문제라는 게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왔던 이야기들은 좀 우습다. 쌍용 티볼리와 코란도에 들어가는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공급하지 않거나 여러 자동차 회사의 외부 카메라에 쓰이는 소니제 소형 카메라 센서를 주지 않으면 생산 차질이 생길 것이란다. 게다가 일본 닛산이 미국 수출용 로그의 부산 생산을 중단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약 43%(2019년 7월까지 누적 기준, 4만3329대)가 날아가고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접했을 때 든 생각은 걱정보다는 황당함이었다.

 

우선 아이신 자동차 변속기는 화이트리스트에서 관리하는 전략물자가 아니다. 일본이 제재의 배경이자 근거라고 내세우는 것은 일부 물자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데, 쌍용 코란도나 티볼리를 북한에 수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제한에 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쌍용자동차에서 일본 아이신 측에 확인했을 때 ‘무역 보복에 동참해 부품 수출을 중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쌍용은 아이신이라는 회사의 전체 변속기 생산 물량으로 볼 때, 판매대수가 많지 않은 쌍용차를 타깃으로 무역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만에 하나라도 수출금지 조치가 내려진다면? 그때는 국내에서 변속기를 만드는 부품사의 협력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실제로 자동차를 개발할 때는 여러 부품의 필요한 제원과 사양 수준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때문에 티볼리와 코란도에 들어갈 엔진과 성능, 연비 등을 고려해 동등 수준의 변속기가 있는 회사들이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토요타 계열인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결정된 건 가격과 성능, 인지도 등 여러 요인이다. 이렇게 제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완성된 부품을 변형해 완성차에 적용하는 문제라면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무역 제재와 별개의 건으로 애당초 티볼리를 개발할 당시 최초 현대 위아에서 자동변속기 공급을 거부해 아이신으로 결정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현재에도 내수, 수출용으로 사용하는 수동변속기는 현대 위아에서 공급받기에 큰 문제는 아니다.

 

 

르노삼성 문제는 더 황당하다. 무엇보다 르노삼성 자동차의 지분에는 닛산에서 직접 참여한 부분이 없다. 즉 일본 닛산은 어떤 방식으로도 경영권에 참여할 수 없다. 또 부산공장에서 만드는 로그를 제외하면, 일본 닛산에서 직접 부품을 조달하는 것은 드물고 대부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통합 구매 방식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차들이 영향받을 일은 없다. 만약 닛산이 미국 수출형 로그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다면? 이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지 닛산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자동차는 생산과 유지를 위한 부품 구매처를 하나로 두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특정 부품 하나가 없어도 전체 생산이 안 되어 회사 경영 자체가 위험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적어도 두 군데 이상에서 같은 기능과 성능의 부품을 받을 수 있도록 구매처를 구성한다. 게다가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여러 산업이 마비되었을 때,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구할 때의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좋은 재료를 싸고 안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최고다. 이번 일본의 무역 제재는 이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안정적’이라는 부분이 틀어진 것이므로 국산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많은 영역은 단순 생산의 문제보다 연구개발 인력 독립의 의미가 더 크다. 꼭 현대자동차 그룹뿐 아니라 한국 GM이나 르노삼성, 쌍용차의 국내 연구진 실력은 세계적이다. 비록 최근 몇 년 중국과의 문제, 유가 회복에 따른 미국 시장의 변화와 디젤 게이트로 촉발된 차세대 자동차의 대두 등 큰 그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쉽게 어려워질 자동차 산업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공연한 위기감을 만들지 말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강하다. 저런 일에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자신감을 갖자.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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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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