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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레이스에 부는 변화의 바람

스톡카와 슈퍼카가 뿜어내는 열기가 폭염을 이겼다. 슈퍼레이스가 달라지고 있다

2019.09.05

 

“그럼 당연히 가야죠.” 지난달 슈퍼레이스 나이트레이스로 처음 모터스포츠 세계에 입문한 어시스턴트 김균섭의 말이다. 주말을 반납하고 1박 2일간 전라남도 영암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블랑팡 GT 아시아와 람보르기니 트로페오가 슈퍼레이스와 함께 열린다는 걸 들은 모양이었다.

 

 

경기가 열린 8월 4일은 전라도 전체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과 숨이 턱턱 막히는 습도 탓에 5분 이상 밖을 돌아다니기가 힘든 수준이었다. 집에서 에어컨 틀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그런 날씨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수도권이 아닌데도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의 그랜드 스탠드에는 많은 관람객이 앉아 있었다. 그리드 워크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차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블랑팡 GT 아시아는 페라리 488 GTB, 포르쉐 911 R, 메르세데스 AMG GT3,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아우디 R8 LMS로 구성된 19대의 경주용 차가 출전했다. 양산차를 베이스로 GT3 클래스 규정에 맞게 손을 본 모델들이다. 참가 선수들의 국적도 다양해서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양권 선수뿐 아니라 이탈리아, 벨기에, 덴마크 출신도 있었다. 총 19대 중 AMG GT3가 6대로 가장 많았는데 우리나라 출신인 인디고 레이싱팀도 AMG GT3를 타고 경기에 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종합성적 1위부터 5위까지 이름을 올린 차들의 제조사가 전부 다르다는 점이다. 왜 모터스포츠가 자동차 브랜드 경쟁의 장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는 인디고 레이싱팀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으면서 끝났다. 람보르기니 트로페오는 우라칸 트로페오 에보만 출전할 수 있는 원메이크 경기다. 2명의 드라이버가 1대의 차를 운전하므로 레이스 도중 피트인을 할 수밖에 없다. 슈퍼레이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피트인과 드라이버 교체 과정을 보는 것도 색다른 볼거리였다.

 

 

하이라이트는 ASA 6000 클래스였다. 6대가 결승선을 밟지 못했고 2대는 차에 이상이 생겨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경기 후 레이서들은 하나같이 높은 온도 탓에 타이어 관리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난전 끝에 서한 GP의 장현진이 폴 투 윈 피니시로 5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다섯 라운드 동안 다섯 명의 우승자가 탄생하면서 종합 우승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현재 10위권 안에 있는 선수 누구라도 한 번만 우승하면 바로 종합성적 1위로 오를 수 있다. 슈퍼레이스 관계자는 “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시즌이 있었나 싶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음 라운드는 인제 스피디움에서 ‘강원 국제 모터페스타’라는 이름으로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다. 기존 슈퍼레이스 외에도 아시아 짐카나 챔피언십과 아시안 드리프팅 컵이 함께한다.

 

 


 

 

슈퍼레이스 대표이사 김동빈

신임 대표로서 올해 슈퍼레이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다.원래 하던 일이라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눈 깜짝하니 벌써 8월이다. 두 가지를 목표로 했다. 첫 번째는 ‘Z세대(1995~2010년 생)와 여성’이고 두 번째는 ‘운영방식의 체계화’다. 예전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턴 그 범위를 확장해 Z세대와 여성도 슈퍼레이스를 즐기길 바랐다. 그래서 소통방식도 SNS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친화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려 노력 중이다. 내적으로는 경기 운영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추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스위스에 레이스 오피셜을 보내 교육받게 한 것도 그래서다. 슈퍼레이스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매끄러운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막 라운드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목표했던 바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본다면?역시 두 가지 목표가 떠오른다. ‘팀의 안정화’와 ‘디지털 소비 증가’이다. 우스갯소리로 “슈퍼레이스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건 카페라더라”라는 말이 있다. 경주에 참가하는 팀들도 무언가 얻어가는 게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볼 때 슈퍼레이스는 각 팀을‘체인화’하려 한다. F1처럼 경주에 참여할 수 있는 팀과 자동차 대수를 정해놓고 참가를 원하는 기업은 팀을 통째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소비를 늘리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경주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슈퍼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중계 카메라 대수를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중계 화면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을 이미지화해 보여주는 것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레이스 상황을 재구성하면 보는 재미가 늘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모터스포츠 전문기자가 짚어본 슈퍼레이스의 현재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모터스포츠 또한 ‘기록’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국내 모터스포츠는 엉킨 실타래처럼 다수의 프로모터와 그 시기에 맞는 다양한 클래스가 명멸(明滅)을 거듭하면서 기록 관리가 부실했다. 대회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기에 클래스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다. 국내 모터스포츠를 관장하는 (사)자동차경주협회의 기록관리 시스템도 확실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록의 중요성은 다양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예선과 결선을 동시에 지배하거나 예선에서 가장 빨랐던 레이서, 우승컵의 주인공, 최연소와 최고령에 대한 부분, 누적 포인트 등 팬들을 모터스포츠의 세계로 안내할 좋은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슈퍼레이스는 2007년 공식 출범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스톡카(레이스만을 위해 뼈대부터 만들어진 차)를 선보였다. 그리고 13여 년 동안 84경기를 소화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경주로서 다양한 기록을 양산해내고 있다. 1경기를 치르고 나면 각종 기록에서 수치가 변하는 등 국내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고, 또 그것이 살을 더해가며 풍성해지는 구조가 짜여진 셈이다. 자동차경주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모터테인먼트’를 접목시킨 것도 선순환 구조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개막전에 4만2000여 명이 서킷을 찾아 직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고 있다. 슈퍼레이스의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록과 모터테인먼트가 국내 모터스포츠를 견인하고 있다.
글_ 김태종(<오토레이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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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박호준PHOTO : 슈퍼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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