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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이야기

포털사이트에 방탄이라고 치면 방탄소년단이 제일 먼저 검색되는 시대에 <모터트렌드>는 방탄차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도 방탄소년단을 사랑한다

2019.09.23

 

방탄은 날아오는 총알을 막는다는 뜻이다. 영어 단어도 똑같다. 총알을 의미하는 Bullet과 견디거나 막아낸다는 뜻의 접미사 Proof를 결합해 만든 단어 ‘불릿프루프(Bulletproof)’가 방탄을 의미한다. 하지만 방탄차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는 ‘아머드 비이클(Armored Vehicle)’이 주로 사용된다. Armored를 굳이 한국어로 옮기면 장갑(裝甲)이다.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적의 총포탄을 막기 위하여 배나 차 따위에 특수한 강철판을 덧쌈’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우리가 떠올리는 방탄차의 이미지는 아마 방탄보다는 장갑에 더 가까울 거다.

 

장갑의 개념은 아주 오래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거북선도 지붕에 철판을 두른 장갑선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장갑차, 아니 방탄승용차 제작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건 아주 유명한 한 사건 때문이었다. 사라예보 사건, 즉 1914년 6월 28일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조피 폰 초테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암살된 사건이 방탄승용차 개발에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사건이 됐다. 당시 황태자 부부는 자동차로 이동 중 총에 맞아 숨졌기 때문이다.

 

VR8 등급이면 3000줄(J) 이상의 충격량을 견뎌낸다. 참고로 권총 한 발의 충격량이 약 600줄이다.

 

최초의 방탄승용차가 등장한 건 사라예보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발생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딱 10년 뒤인 1928년이었다. 주인공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내놓은 뉘른부르크 460. S 클래스로 이어지는 메르세데스 벤츠 플래그십 역사의 초기에 있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방탄이 가능한 일종의 특별판을 선보였다. 좀 더 본격적인 방탄차가 등장한 건 1933년이다. 그 역사적인 주인공은 역시 메르세데스 벤츠다. 모델명은 770이다. 승객석 주변을 4cm 두께의 철판으로 둘러 일종의 보호공간을 조성하고 6cm 두께의 유리로 창을 냈다. 1열과 2열 사이에는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격벽도 설치할 수 있었다. 덕분에 무게가 4.1톤에 달했다. 이 차에는 최고출력 200마력을 발휘하는 직렬 8기통 7.7ℓ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얼마나 많은 휘발유를 삼켜댔을지는 직접 보지 않아도 뻔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탄차를 처음 이용한 사람은 당시 갓 독일의 수상이 된 히틀러가 아니었다. 히로히토 일왕이었다. 히로히토는 1932년 1월 8일 도쿄 교외에서 열병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 암살 미수 사건에 휘말린다. 이동하던 마차 주변에서 폭탄이 터진 것이다. 바로 이 사건이 이봉창 열사의 히로히토 암살 미수 사건이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히로히토와 일본 정부는 이듬해 메르세데스 벤츠 770을 주문해 세계 최초로 방탄차를 이용하는 정치인이 된다.

 

암살 사건은 방탄차 도입이나 변화에 중대한 이유가 되곤 한다. 미국 대통령 중 최초로 전용차를 방탄차로 운용한 대통령은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취임 직전인 1933년 2월 암살 위기를 겪었다. 이 때문에 루스벨트는 링컨 K 시리즈의 컨버터블 모델에 두툼한 유리와 철판, 방탄 타이어 등을 추가해 장갑 능력을 갖추고 권총과 연발총까지 장비하도록 했다. 덕분에 무게는 4218kg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존 F. 케네디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1963년 11월 22일 댈러스 시내에서 컨버터블을 타고 이동하다가 소총으로 저격당하며 암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뒤로는 더 이상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를 컨버터블로 제작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기증한 G클래스 포프모빌

 

대중과의 교감을 포기할 수 없어 독특한 컨버터블 형태로 만들어진 방탄차도 있다. 바로 포프모빌이다. 포프모빌은 1열석 뒤로 지붕을 없애고 서 있는 사람도 보호할 수 있을 정도 높이의 공간을 방탄유리로 둘러싼 모습을 한 자동차다. 그 공간 안에는 편히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고, 의자 앞쪽에는 이동 중에도 일어설 수 있도록 지지대가 들어갔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바로 교황이다. 포프모빌에서 포프(Pope)는 바로 교황을 뜻한다. 방탄 포프모빌이 처음 등장한 건 1981년이다.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는 5월 13일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완전히 개방된 형태의 포프모빌을 타고 일반 알현에 나섰다. 이때 교황은 암살 미수 사건에 휘말리며 4발의 총격을 당하고 중상을 입는다. 당시 이를 안타깝게 여겼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민 끝에 방탄 설비에 유리하고 대중과 접하기에 알맞은 G 클래스를 앞서 설명한 모습으로 개조해 교황청에 제공한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방탄 포프모빌이다.

 

최근에는 국가 정상 이외에도 방탄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이나 정치인, 고위급 관료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방탄차 세계 최대 시장은 브라질이다. 치안이 불안해 연 1만5000대가량의 방탄차 시장이 형성됐다. 나라 전체에 등록된 방탄차 대수는 2017년 기준으로 20만 대가 넘는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은 연 5만 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나라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총 27만9000여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 같은 기간 시리아 내전으로 사망한 시리아 국민이 총 25만6000여 명이다. 결국 치안 수준이 내전 중인 나라보다 나을 게 없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건 방탄차로 개조되는 차의 차종이다. 익숙한 플래그십 세단보다는 토요타 코롤라, 폭스바겐 티구안, 지프 컴패스 등 대중형 모델의 비중이 훨씬 높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대상이 고소득층이나 권력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내려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다음으로 방탄차 수요가 많은 나라는 멕시코다. 역시 치안이 불안하다고 알려진 나라다. 다만, 그 수요는 브라질의 절반 이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안전의 볼보가 경호의 볼보로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이제 경호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 26일 XC90에 방탄 기능을 더한 볼보 XC90 아머드(Armoured)를 발표했다. XC90 아머드는 VPAM 기준 VR8 수준의 방탄 능력을 갖췄다. 주변 360도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VPAM은 독일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방탄 물질과 구조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주목적으로 한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각 대학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VPAM이 정한 VR 8 수준의 방탄 능력은 소총으로 10m 거리에서 7.62×51mm의 탄환을 쏴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종전에는 독일 연방범죄수사청이나 미국 법무성의 국립사법연구소의 기준이 통용됐는데, 최근에는 VPAM의 기준을 주로 사용한다.

 

볼보는 XC90 아머드의 차체에 10mm 두께의 고장력 강판을 둘렀다. 방탄유리의 두께는 50mm나 된다. 그 밖에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도 폭발 등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했고, 타이어 역시 방탄 타이어로 갈아 끼웠다. 덕분에 무게는 1400kg이 추가돼 4490kg까지 늘어났다. 기반이 된 모델은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T6 인스크립션이다. 볼보가 상정한 주요 시장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와 유럽이다. 올 연말이면 첫 번째 고객에게 인도 가능하리라고 밝혔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방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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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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