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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의 매력 대결, 볼보 크로스컨트리(V60) vs. 푸조 508 SW

왜건은 기능주의, 실용주의를 내세운다. 하지만 오늘 만난 두 왜건은 여기에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까지 갖췄다

2019.10.21

 

왜건의 매력은 뭘까? 우선 짐차라는 이미지는 지워버리자. 오늘 시승할 볼보와 푸조의 왜건을 보면서 짐차 같다고 할 사람은 없다. 왜건은 세단처럼 달린다. 승차감부터 조정성과 핸들링이 승용차 같아 운전이 쉽고 편하다. SUV보다 무게중심이 낮아 구불거리는 길에서도 신나게 몰아칠 수 있다.

 

 

왜건은 기능주의, 실용주의를 내세운다. 왜건의 다양한 쓰임새를 즐기다 보면 ‘왜 애초에 자동차를 3박스 스타일로 만들었나?’ 의문이 든다. 언젠가 자동차 선진국에서 만난 금발의 중년 여성은 세련된 멋과 지성이 넘쳐흘러 보였다. 왜 그렇게 보였을까 생각하니 그녀가 탄 스테이션왜건 때문이었다. 오늘 시승은 그 깊은 멋을 찾아 왜건을 음미하려 한다. 볼보와 푸조 왜건은 개인적으로 갖고 싶은 마음이 커 눈여겨보던 차다. 왜건이라는 장르는 평범한 세단을 지루하게 여기는 나의 취향에도 잘 맞는다.

 

 

VOLVO CROSS COUNTRY(V60)
1990년대 미국을 선두로 SUV 붐이 일자 많은 회사가 저마다 SUV를 내놓기 시작했다. 왜건으로 이름을 날리던 볼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당시 왜건 수요가 SUV로 옮아가고 있었고, 미국은 볼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었다. 그런데 연간 생산량이 30만대 남짓한 볼보가 완전히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크로스컨트리의 개발은 작은 회사의 고육책에서 시작됐다. 최소한의 투자로 그럴듯한 SUV를 만들어본 것이다. 기존의 왜건 보디를 살짝 들어올리고, 휠 아치와 사이드 스커트에 투박한 플라스틱 몰딩을 대고, 앞뒤 범퍼 아래엔 스키드 패드를 달아 터프한 기분을 냈다. 그런데 이 차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을 쳤다.

 

 

1997년 볼보 V70 XC가 나오자 1999년 아우디도 A6 보디를 들어 올린 올로드를 내놓아 크로스컨트리 열기를 더했다. 차체를 들어 올린 스테이션왜건에는 저마다의 매력이 넘쳤다. 어쩌면 볼보에서 가장 매력적인 차가 아닌가 싶다. 이제 중국 자본의 뒷받침 속에 승승장구하는 볼보는 SUV도 세 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크로스컨트리도 크기별로 세 가지를 내놓는다. SUV가 있는데도 크로스컨트리를 계속 만드는 건 이 모델이 어느덧 볼보의 이미지 리더가 됐고, 이왕 왜건을 만드는 김에 곁들여 만들기가 쉬워서 아닌가 싶다.

 

 

요즘 볼보 이미지는 안전뿐 아니라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다. 볼보는 원래 우직한 이미지로 투박한 차를 만들어왔다. 무식할 정도로 각진 차가 때론 어이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 볼보가 요즘 디자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깔끔한 수직 프런트 그릴은 볼보 엠블럼을 강조하고, ‘토르의 망치’라는 주간 주행등도 확실한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테일램프도 한눈에 볼보임을 알아볼 수 있다. 가로 배치 엔진인데 앞 오버행이 짧아 차는 세련미가 돋보인다.

 

 

크로스컨트리는 왜건보다 최저지상고가 75mm 높아, 높은 만큼 세상 모든 풍파를 헤쳐나갈 것만 같다. 전체적으로 깨끗한 라인에서 요즘 볼보 디자인이 한창 물이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크로스컨트리만의 치장은 조금 소박한 편이다. 바퀴 구멍 테두리의 검은 몰딩이 얌전하고, 앞뒤 범퍼 아래 스키드 플레이트도 달지 않았다.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깔끔한 모습이 진화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강조하는 듯하다.

 

 

크로스컨트리는 적당히 껑충한 탓에 타고 내리기가 편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분위기가 정갈하다. 볼보는 벤틀리 같은 고급차의 분위기를 내려 했다. 대시보드를 덮은 가죽 모서리의 스티치부터 은은한 우드그레인과 두툼한 알루미늄 장식으로 보통 차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독일 3사의 프리미엄급 차에 대응하는 브랜드의 살아남는 법이다. 한편으로 볼보의 모든 차 대시보드가 똑같은 모습인 건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가구를 떠올리는 시트 디자인은 그 우아함이 남달라 보인다. 넓적다리를 받쳐주고, 옆구리를 조이는 등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게 만족스럽다. B&W 오디오 시스템은 모두가 감탄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뒤 시트를 접었을 때 볼보의 트렁크 공간이 푸조보다 작다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천장이 높은 볼보의 공간이 오히려 커 보인다.

 

 

적당한 크기의 크로스컨트리는 민첩한 달리기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힘이 불끈하는 듯싶더니 여유롭게 차가 흐른다. 조용하고 부드러워 다루기 쉽다. 최저지상고가 높아서일까 살짝 떠가는 기분도 없지 않다. 254마력의 넉넉한 파워는 여유로운 가속 성능을 뽐낸다. 일반적인 쓰임새에 넘치는 운동성능을 지녔다. T5 4기통 터보 엔진은 단단한 섀시와 맞물려 달리는 즐거움을 준다. 0→시속 100km 가속 성능이 6.8초면 스포츠카에 가까운 수준이다.

 

크로스컨트리는 최신 할덱스 4WD 시스템을 달고 차 바닥을 들어 올려 좀 더 안락한 서스펜션으로 조율했다. 내리막길 속도 제어 장치인 HDC는 오프로드 모드에서 자동으로 개입한다. 앞바퀴는 더블 위시본으로 무장하고, 뒷바퀴에는 가로로 판 스프링을 달았다. 고전적이지만 첨단장비다. 볼보의 매력은 차종마다 안전장비에 차이가 없다는 거다. 안전을 우선하는 볼보의 철학에 따라 시티 세이프티가 전 차종에 마련됐다.

 

 


 

 

PEUGEOT 508 SW
508 SW는 볼보 크로스컨트리와 뜻하는 바가 조금 다르다. 납작하게 웅크린 모습이 스포티하다. 누가 이 차를 짐차라 하는가? 프레임 없는 도어가 스포티하고, 구형보다 작아진 만큼 탄탄한 몸매가 다부지다. 트렁크 라인이 예쁜 차는 크로스오버라 불러도 좋다. 개성 넘치는 프랑스 차에 매력이 넘쳐흐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지붕이 낮아 자연스럽게 시트 높이를 최대한 낮추게 된다. 스포츠카를 몰아갈 자세가 만들어진다. 자동차의 겉모습이 뭇사람들에게 나의 취향을 내보인다면,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한 실내는 오롯이 운전자를 위한 디자인이다. 요즘 푸조는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나를 위한 차가 되고 있다. 콘셉트카와 다름없는 실내 디자인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작은 운전대에 대한 찬사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프랑스 차만이 할 수 있는 실험 같다. 젊은 시절 내 차의 운전대를 작은 것으로 바꾼 적이 있다. 에어백이 없던 시절에 유행하던 튜닝이었다. 개인적인 추억을 되살리는 작은 운전대는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운전대를 끝까지 내려 배 앞에 놓고 이리저리 돌리면 더 편한 자세가 만들어지는 듯하다. 508 SW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없는데 T맵을 주로 쓰는 내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입차에서 마음에 드는 내비게이션을 본 적이 없다. 널찍한 뒤 트렁크는 안으로 뒷바퀴도 튀어나오지 않아 푸조의 오랜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디젤 엔진을 얹은 푸조는 아이들링에서 ‘갈갈갈’ 하는 소리가 두드러진다. 프랑스 차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추억을 돋우는 정겨운 소리다. 차가 출발하는 순간 엔진은 조용해지고, 나는 디젤차임을 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비에서 유리한 디젤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볼보를 타면서 스포티한 달리기를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힘은 충분하지만 조금 높이 앉은 차에서 오프로드를 달리는 상상만 했던 것 같다. 반면 푸조는 구불거리는 길을 몰아쳐보고 싶다.

 

 

볼보가 사뿐사뿐 달릴 때 푸조는 진득하게 달린다. 조금은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며 차체가 땅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넘치는 힘은 아니지만 177마력은 내 운전 실력과 딱 들어맞는다. 코너에서 몰아칠 때 두려움도 덜하다. 푸조는 한정된 힘을 쥐어짜는 재미가 있다. 힘이 모자라다 싶은 순간 디젤 엔진의 묵직한 토크가 뒷받침한다.

 

 

구불거리는 길에서 작은 운전대를 두 손으로 돌리면 민첩한 회전이 재미를 더한다. 서스펜션이 휘청거려도 넓적한 차가 땅바닥에 들러붙어 불안하지 않다. 패들시프트 반응이 더뎌 효과가 크지 않았지만 핸들링이 뛰어나다. 마음먹은 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섀시 완성도가 높아 불안함이 덜하다. 코너링에서 작은 운전대가 재미를 더한다. 스포티한 성격에 무게중심이 낮은 차는 두려움을 모른다. 508 SW는 짐차가 아니다. 에코,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 주행모드를 번갈아 달리는 재미가 있다. 준자율주행 장비도 볼보만큼 충분히 갖췄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13.3km지만 실제는 이보다 뛰어나다.

 

 

아내가 어떤 차가 좋은가 묻는다면 볼보를 권하겠다. 강한 출력에 네바퀴굴림도 갖췄으니까. 살짝 터프한 차가 그녀를 지켜줄 것만 같다. 푸조보다 조금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대비 구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 깔끔한 디자인에 지성미가 흐른다. 하지만 내가 탈 차라면 푸조를 고르겠다.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 스포츠카를 몰아가는 것 같은 재미가 있고, 프랑스 차를 타는 내가 좀 멋진 것 같아서다. 커다란 짐을 실을 수 있는 건 그냥 덤이다.글_박규철

 

 

 

 

 

자동차, 왜건, 볼보 크로스컨트리, 푸조 508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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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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